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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조선 여고생 고 은채!
작가 : 100SFAMILY
작품등록일 : 2020.8.1

"이게 말이 돼! 내가 조선시대 노비라니!"

교통사고 후 깨어나 보니 난데없이 조선시대 노비가 되어있었다.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나를 보호해주는 꽃 선비님들.
거기에다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들!

"우와, 첫사랑도 못해본 내게 이게 무슨 횡재야!"

 
개똥이를 만나다.
작성일 : 20-08-12 09:47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5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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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거대한 액자틀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반으로 허리를 접곤 나에게 대답하기를 강요했다.

 

 “노노노! 어텐션(attention)! 리슨 투 미! 아세이 호~! 유세이~ 야! OK?”

 “…….”

 “OK? (크게) O~~~~K?”

 “오… 케이”

 “YO~! 그~읏! 굿! 연습! 미 퍼스트! 첵! 첵! 첵킬업! 호~~오!”

 “……. 야…아!”

 

 내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호응하자 액자틀은 더 강한 비트를 뿜어내며 내 자존심을 긁기 시작했다.

 

 "노노노! 유 힙합전사? 노노! 네 목소리 찌질찌질! 그래서 넌 힙합 찌질이! 인정? 어 인정! BAM! BAM!”

 

 막상 찌질 이란 말을 듣게 되자 울컥! 화가 치밀었다. 힙합에 대한 혼자만의 자부심이 있었던 나였다. 힙합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힙합걸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만의 랩으로 맞섰다.

 

 “놉! NO 인정! 나느냐 힙합 걸! 자 이제부터 내가 다시 시작해! 넌 속빈 액자일 뿐! 발버둥 쳐봐야 넌 내 소모품! 나의 영광을 담을 액자 쪼가리일 뿐! 어서 나의 영광을 담아! BAM!”

 “YO~! 스~웩 굿! 그래, 좋아! 이제 전쟁을 다시 시작하자! 호호호!

 “야야야!”

 

 목청껏 소리쳤다.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비트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러자 함성소리와 함께 내 머리위로 조명불빛들이 일제히 쏟아져 내렸고, 눈앞으론 무선 마이크가 튀어 올라왔다. 힙합 무대 래퍼가 된 기분이었다.

 

 “오, 굿! 굿! 1,2,3,4,5,6,7,8,9,! 유, 세이 9! OK?”

 “OK~ 9!"

 

 난 유명 래퍼들이 힙합 배틀을 하는 것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안구에 힘을 주었다.

 

 “지금부터 우리가 랩을 한다~홍! 홍홍홍! 우린 너무 멋져! 아세이 호~! 유 세이?”

 “9!”

 “굿잡! 호~!”

 “9!”

 “호! 호! 호!”

 “9! 9! 9!”

 “I got it! you 호구! you die! I win! 으하하하!”

 

 배꼽을 잡고 웃는 것처럼 액자틀이 발버둥 치며 웃기 시작했다.

 

 ‘헐, 뭐야! 나 지금 새 된 거야? 하늘나라까지 와서 바보된 거지 지금?’

 

 하도 어이가 없어 계하차사를 쳐다봤다. 내 꼴에 미소 짓던 계하차사는 내 시선을 느끼곤 이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다 준비됐습니다. 이제 중천으로 드시지요.”

 

 계하차사는 발급된 ID 카드를 내 목에 걸어주고선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액자틀과의 랩 배틀에 진 것이 분했지만 계하차사의 인도에 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야만 했다.

 

 “노노노! 더 놀다가! 컨티뉴! 노 머니? 인서트 코인! 컨티뉴! 컨티뉴! 하하하!”

 

 액자틀은 여전히 날 희롱하고 있었다. 이럴 땐 무시가 상책! ‘메롱’한 번 날려주고 계하차사의 뒤를 따랐다.

 

 “오 마이 프리티 걸~! 해브 나이스 데이 중천!”

 

 중천이 이런 곳이었다니…….

 난 놀이 공원에 입장하는 아이처럼 설레기까지 했다.

 

 “중천이 원래 이런 곳인가요? 제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네요?”

 

 나의 물음에 계하차사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실 겁니다. 지금 펼쳐진 이 풍경은 은채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위한 맞춤 서비스이니까요.”

 “맞춤 서비스?”

 “네, 그렇습니다. 아까 황금색으로 빛나는 종이 넣는 걸 보셨죠? 그건 은채님이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일상을 기록한 인생 기록지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상상 공간입니다.”

 “상상 공간요?”

 “그렇습니다. 세상엔 지구를 포함한 우주뿐만 아니라 또 다른 우주가 99만9천개나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또 다른 우주, 또 다른 문화가 99만9천개 존재한다는 말이죠. 그렇기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어 최대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거지요.”

 “그 말은, 중천에 같이 머물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에겐 다른 풍경일 수도 있다는 건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저기 저 소년 보이시죠? 신나 펄쩍펄쩍 뛰고 있는.”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내 또래 남자아이가 허공을 향해 빠르게 손을 휘저으며 소리치고 있었다.

 

 “고 투더 헬~!! Fuck! You Die!”

 

 계하차사는 품에서 검은색 선글라스안경을 꺼냈다. 소년을 향해 안경을 내밀자, 안경에서 붉은색 광선이 나오더니, 남자아이의 목에 걸린 ID카트 시리얼 넘버를 스캔했다. 스캔이 끝나자 선글라스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써보시겠습니까?”

 

 나는 선글라스를 받아들고선 조심스럽게 썼다. 그 순간이었다.

 

 내 눈 앞으로 무수하게 날아드는 총탄과 포탄들! 전쟁터 한 중앙에 놓인 것 같았다. 난 놀라 얼른 안경을 벗으며 계하차사를 쳐다봤다.

 

 “그렇습니다. 저 소년의 중천입니다. 일주일 동안 잠 한숨 안자고 PC방에서 게임하다 과로사한 영혼입니다.”

 

 소년의 행동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중천까지 와서 게임 중이라니, 한심하게 느껴졌다.

 

 ‘저런 줄도 모르고 저 아이 부모는 지금 슬퍼하고 있겠지……. 아, 엄마아빠…….’

 

 불현듯 떠오른 엄마아빠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아빠도 지금 얼마나 슬퍼하고 계실까?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쿵! 쿵! 쿵!”

 

 뭔가 강력한 포스를 가진 존재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강력한 파동……. 계하차사도 느꼈는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존명!”

 

 계하차사는 빠르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다가오는 존재에게 예를 표했다. 나 또한 그 존재가 궁금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헉…….”

 

 그 존재를 보자마자 나는 숨통이 가빠오는 위압감을 느꼈다.

 

 2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 온기라곤 1도 없는 무서운 인상! 마치 치우천황을 보는 듯 했다.

 

 거기에다 옆에는 침을 질질 흘리며 목줄을 한 죽은 영혼이 따르고 있었다. 무서웠다. 그들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빙하처럼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날 데리러온 저승차사가 그가 아님을 감사해 했다.

 

 “하우차사님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신임차사 계하라 하옵니다.”

 

 계하차사는 그를 향해 예를 갖췄지만 하우차산가 뭔가 하는 저승차사는 우리를 철저히 무시하며 지나갔다. 나의 저승차사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치, 뭐가 그리 잘났는데?’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선글라스 안경을 들어 사내의 목에 걸린 시리얼 넘버를 몰래 스캔하고는 썼다. 무슨 이유로 끌려왔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헉!

 

 “으아, 피, 피! 엄마야~!”

 

 화면 가득 피범벅에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며 주저앉고 말았다. 토막 난 시체들로 가득했다.

 

 “뭐야!”

 

 휙!

 누군가가 선글라스를 낚아챘다. 그와 동시에 무서운 하우차사의 얼굴이 내 눈앞에 와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우지끈! 파삭!

 선글라스가 하우차사 손아귀에서 박살났다. 이윽고 하우차사는 계하차사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멱살을 움켜쥐었다.

 

 데롱! 데롱!

 계하차사의 두 발은 허공을 맴돌았다.

 

 “한심한 녀석! 제 사수 닮아 하는 꼴이라곤.”

 “죄, 죄송합니다.”

 “차사에게 쓸데없는 오지랖은 허용치 않는다.”

 “명, 명심하겠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하우차사에게 끌려온 사내가 중천 문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우차사는 자유로운 손으로 빠르게 원을 그렸다. 그러자 사내 앞으로 블랙홀이 나타나고 사내는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하우차사 앞으로 소환됐다.

 

 사내의 목을 움켜잡는 하우차사.

 한손에 계하차사, 한손엔 사내. 발버둥 치는 둘이었다.

 그와 동시에 하우차사의 눈에서 붉은 기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내 손에 있는 너희 둘,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 것 같으냐?”

 “그, 그게…….”

 “율법을 따르지 않으면 그게 악인 것이다.”

 “으……. 명심하겠…….”

 

 나의 잘못으로 인해 계하차사의 목숨이 위태로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 손 놔요! 내 차사에게 그러지 마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웠지만 나는 그를 향해 당돌하게 소리 쳤다.

 

 “제가 허락 없이, 계하차사님 몰래 그랬어요. 벌하려면 절 벌하세요!”

 “…….”

 

 하우차사는 나의 외침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계하차사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동정은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라.”

 “하아, 하아, 네, 하우차사님.”

 

 하우차사는 죽은 영혼을 데리고 갈 길을 갔다.

 나는 계하차사에게 빠르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으세요? 저 사람 깡패에요? 정말 나쁘네. 우리 차사님을 저런 살인마랑 비교하다니.”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치, 자기가 뭔데 우리 차사님을.”

 

 어느새 나는 동료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 저분은 이곳 중천 제1차사님이십니다. 우리 차사들의 우상 같은 존재이십니다. 언젠가 저도 하우차사님처럼 멋진 차사가 될 것입니다.”

 

 계하차사는 한껏 흠모하는 눈빛으로 멀어지는 하우차사를 쳐다봤다.

 

 ‘저 차사를 닮는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지금처럼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모습이 좋은데, 왜 닮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 전 더 이상 허튼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규정대로 매뉴얼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느새 계하차사의 목소리는 사무적으로 변해있었다. 양손을 허공에 이리저리 휘젓자 컴퓨터 화면처럼 다양한 정보들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모든 생물에겐 3생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말인 즉 3번의 윤회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인간, 축생, 아수라, 아귀, 그런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내가 어디에 속했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지요.”

 

 ‘어떻게 살았느냐……. 난 어떻게 살았지?’

 

 막상 그다지 좋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아빠를 속상하게 했던, 잘못했던 과거들만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그렇게 3번의 윤회가 끝나면 상위 단계로 올라가던지, 아님 지옥으로…….”

 

 그때였다. 처절한 절규가 들려왔다.

 

 “끄아아악~~! 안 돼~~~!”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계하차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이윽고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한층 편해진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런 심사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살인을 했다든지, 그에 준하는 크나 큰 잘못을 했을 경우 심사 없이 바로 지옥으로 보내집니다. 그러니까 아까 그분 같은 경우가…….”

 “그럼 전 지금 몇 번째 윤회 중인 건가요?”

 “그러니까 고 은채님은…….”

 

 계하차사는 나의 말에 이리저리 자료를 살피더니 이내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차사답지 않게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하하, 어쩌죠? 제가 신임차사라 보기권한이 없네요. 아마 고 은채님은 좋은 곳으로 가실 겁니다. 하하하!”

 

 과장된 웃음이었다. 정말 차사는 거짓말을 못하나 보다. 티가 너무도 났다.

 

 아마…….

 내게는 더 이상 윤회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게 끝이다. 엄마아빠를 다시 못 보는 것은 물론, 과거를 뒤돌아 보건데 지옥행이 분명했다.

 

 “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계하차사가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이야기 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정말 제게 보기 권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윤회가 끝났다고 해도 다 지옥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위에 단계로 갈수도 있고.”

 “결국 그 말은, 허락된 3생이 끝났다는 말이군요.”

 “아니, 그게…….”

 

 아차! 싶었는지 계하차사는 말끝을 흐렸다. 절망이었다. 이렇게 나의 생을 끝마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신고산이 우르르 까꿍! 저승 차 떠나는 소리에~”

 

 저승차사로 보이는 이가 백자 같은 술병을 한손에 들고는 갈지자걸음을 걸으며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허름한 노비 복장에 산발을 한 소녀하나가 뒤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개똥이었다.

 

 
작가의 말
 

 개똥이와 은채의 운명적인 만남,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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