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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72화. 배제된 감정
작성일 : 19-10-31 09:45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6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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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쁜이 이모와 수녀님의 제안으로 애연은 본래 있어야 할 예쁜 눈을 대신해 의안을 넣었다.

 ​

 기술이 정교하다 하여도 특유의 생기도는 눈과 달리 의안은 그저 어색하게 빛나며 넘치게 보여주었던 소녀의 감정을 담지 못했다.

 ​

 관심을 갖지않고 보아도 단번에 이질적임을 느낄 정도였는지 수녀님과 이쁜이 이모는 평상 시, 안대 착용이나 색이 연하게 들어간 안경을 권해 보았지만, 애연은 모든 감정을 심장 깊숙히 자물쇠로 잠가놓았기에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 무심했다.

 ​

 머리카락으로도 눈을 가리지 않은 채 오히려 이마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뒤로 묶으면서 조금의 감정도 싣지 않고는 애써 밝은 어투로 말했다.

 

 ​

 “이것은 이제 제 삶의 일부에요. 감추고 피한들 결국 모두가 알게 될 테니 인정하고 드러내야 해요. 그리고 그렇게해야 지희의 꿈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괜찮아요. 눈은 하나로도 충분히 보이고 팔 다리 튼튼하니, 전 아무렇지 않아요."

 ​

 

 아직 초등학생인 소녀의 의지라 생각하기 어려운 냉정한 표현에 수녀님과 이쁜이 이모는 가슴 속 깊이 울리도록 맴도는 아픔으로 할 말을 찾지 못했고, 그저 자신들의 눈에 안타까움을 담아 담담하다 못해 냉정한 아이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

 애연이는 그렇게 한참 외모에 관심 많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채, 오직 지희의 꿈에 다다르기 위해 공부에만 전념했다.

 ​

 사고로 많은 아이와 선생님들을 잃은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에선 의안을 낀 애연에 대한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았다.

 ​

 상처 입은 아이가 많았기에 서로서로 감싸며 위로하던 초등학교의 분위기는 졸업과 함께 사라지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수녀님과 이쁜이 이모를 위해 억지로 만든 밝은 표정은 불안정한 눈빛의 의안과 함께 아이들과 거리를 만들게 했다.

 ​

 한 뼘 두 뼘 멀어지는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애연 스스로 원했던 것이기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음을 만족했지만,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집요히 애연이의 안정을 방해하며 주위를 소란스럽게 만들었고 집중을 흐트려 놓았다.

 ​

 그 무엇에도 무심한 애연이를 자극하기 위해 감정이 조금도 담기지 않은 애연의 의안을 가리키며 말도 안 되는 용어를 써가면서 자신들과 다름을 놀리기 시작했다.

 

 

 “애연이 눈은 왕구슬 눈깔.”

 

 

 아이들의 조롱에도 애연이는 화내거나 슬퍼하지 않으며 괴로움 또한 그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았다.

 ​

 이미 애연이에겐 자신에 대한 연민과 평온은 지희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였으니, 자신을 향한 아이들의 그 어떤 행위도 크게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애연의 자리로 몰려와 둘러싸며 놀렸다.

 

 아이들에게 무심했던 애연도 자신의 공부가 계속 방해받자, 살아있는 한 쪽 눈으로 하나하나 시선을 맞추더니 조금의 두려움과 분노도 담지 않은 무심한 어조로 차분히 말하기 시작했다.

 

 ​

 “그래, 가짜 눈이야. 유리로 만들진 않았지만, 뽑아 놓고 보면 왕구슬과 같아. 그래서 더욱 생기는 없을 거야. 너희도 사고를 당해 눈에 유리 파편이 수십 개 박히면 눈을 적출한 뒤 이렇게 의안을 사용할지도 모르겠지. 그땐 내가 너희를 놀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줄 게. 아, 물론 난 너희가 나처럼 사고 없이 생기로 반짝이는 두 눈을 고스란히 지닌 채 살길 바라고 있어. 너희랑 놀아줄 시간이 없을 만큼 나 바쁜데 이제 그만 자리로 돌아가 줄래? 난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 어른이 되어서 외모와 인상에 대한 편견을 이기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

 

 꽤 긴 애연의 이야기가 끝날 무렵 쉬는 시간을 즐기며 시끌거렸던 교실은 차분한 어조에 이끌려 진정되더니 일순 적막으로 물들어갔다.

 ​

 애연의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은 감정이 없는 애연이보다 다루기 쉬운 상대를 찾아 떠났고, 점심 시간에 그 상대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

 항상 자기 자리를 유지한 채 조용히 공부에 전념하던 애연이에게도 또다른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들의 비웃음과 구타 소리는 결코 즐길 수 없는 잔혹한 소음이였다.

 ​​

 애연을 둘러 싸고 놀리던 아이들 중 가장 덩치가 컸던 아이가 교실 뒷편에서 누군가를 붙잡고 놀리고 있었다.

 

 놀림의 대상이 된 아이는 작고 왜소해 한껏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비아냥거리는 애들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

 쫙 소리 요란하게 따귀를 올려붙이고는 기분 좋게 뒤로 살짝 물러난 덩치 큰 아이가 비틀거리는 아이를 놀림까지 더하며 비웃었다.

 ​

 다른 아이 보다 작고 왜소하다는 것을 빼면 맞을 이유는 없었다.

 

 폭력과 비웃음을 고스란히 받던 아이의 몸이 휘청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

 벽을 짚어 의지한 팔에 힘이 풀렸는지, 교실 바닥을 강하게 딛던 발마저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고 볼 품 없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

 쓰러진 아이는 비명도 신음도 사정도 하지 않고 부끄러움과 절망에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폭력을 오래 겪은 경험에서 누구도 자신을 돕지 않을 것이란 체념과 포기를 배운 모양이었다.

 ​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며 폭력에 항거하지 못하고 힘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아이의 모습은 더욱 다음 폭력을 쉽게 이끌어 냈다.

 

 ​

 “아, 진짜. 짜증나게 움직이네. 확 밟아 버릴까?”

 ​

 

 버닥에 쓰러진 아이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으나 그 행동마저 못 마땅한 덩치 큰 아이가 발을 들어 머리를 밟으려 했다.

 

 ​

 “자, 여깄다! 내 왕구슬. 힘든 애 괴롭히지 말고 가서 구슬치기나 해라. 네가 구슬치기 하고 싶다고 했지? 받아. 원하는 것을 줬으니, 이제 조용히 해 줬으면 해. 부탁한다.”

 ​

 

 어느새 다가온 애연이가 자신의 눈에서 의안을 빼내더니, 손을 뻗어 덩치 큰 아이의 손에 커다란 의안을 꼭 쥐어 주었다.

 ​

 얼떨결에 애연의 의안을 받아 쥔 아이는 기겁하며 소리지르다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고, 다른 아이들도 뻥뚫린 애연의 한 쪽 눈에 기겁해 소리 지르며 물러섰다.

 ​

 덩치 큰 아이의 손에선 애연의 의안이 피를 살짝 머금으며 빛났다.

 ​

 이날의 소동 이후, 애연을 괴롭히는 아이는 물론 다른 아이들 역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없었다.

 ​

 애연은 새로운 친구 사귐을 포기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죽이고, 이제는 자신의 꿈이 된 지희의 꿈을 위해서만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

 ***

 

 ​​

 가로수의 벚꽃이 만발하여 흐드러지게 꽃눈을 퍼트리는 어느 봄, EP 세상 속 애연과 닮은 코어 AI 해인은 동호가 몰고 온 경운기에 탄 채 흩어지는 풍경 속 아름다운 꽃눈 사이를 가고 있었다.

 

 덜덜거리며 시끄러운 소리에도 봄은 경운기를 오픈카로 바뀌어 버리는 마법을 보이고 있었다.

 

 반팔 티셔츠 사이에 어느덧 선이 굵어진 동호의 팔은 그녀에게 온통 마음이 가 있는지 혹시나 덜컹거릴세라 안전 운전에 힘을 썼고, 그녀는 바람의 장난에 날리는 긴 머리를 귀 뒤로 꽂으며 어느덧 남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호의 등을 보며 시끄러운 배경에 안 들릴까 소리쳤다.

 

 ​

 "나 서울 갈 거야. 연기자 할 거야."

 

 ​

 "뭐라는 겨? 안 들려."

 

 ​​

 들었는데 되묻는 것인지 동호의 질문에 그녀가 빽하고 소리친다.

 ​​

 

 "서울로 간다고!"

 

 ​

 "서울은 뭣 하러?"

 

 ​​

 들었으면서 또 묻는 동호의 마음은 그녀의 서울행이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

 "연기할 거야!"

 ​

 

 동호의 마음처럼 울컥하며 경운기가 멈춰 섰다.

 

 ​

 "읍내 농협에 취업한다매?"

 

 ​

 바쁘게 고개 돌린 동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

 

 "농협에 취업하기엔 내 미모가 너무 아깝지 않아?"

 

 ​

 바람에 흩날리는 긴 생머리,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붙어있는 그녀의 눈, 코, 입을 바라보던 동호는 천천히 고개 돌리며 "뭐, 뭐 글킨 혀도."라고 하면서 내심 뭔가 서운한지 힘 빠지게 경운기 시동을 다시 걸었다.

 ​

 

 "내, 내는 소도 키우고 고추 농사도 짓고 과수원도 할 껴."

 ​

 

 "응, 잘 어울려."

 

 ​

 칭찬 아닌 칭찬에도 동호는 그녀의 서울행에만 신경이 가 있다.

 

 ​​

 "근디, 니는 꼭 서울 가야 뎌?"

 ​

 

 아쉬움이 가득 묻어있는 그의 마음을 모르는지 그녀는 "응, 꼭 가야겠어. 모든 방송국이 다 서울에 있잖아?"라며 헛바람 가득한 꿈을 쏟아내고 있었다.

 ​

 

 "이번에 드라마 오디션 한 대. 거기 가면 나보다 예쁜 애가 몇이나 되겠어? 오디션 합격만 하면 난 바로 드라마 찍는 거야!"

 ​

 

 "그게 경쟁이 어마어마할 텐디?"

 ​

 

 "당연하지. 그런데 네가 봤을 때 내가 안 될 거 같아?"

 ​

 

 "니가 이쁘긴 혀지."

 

 ​

 동호의 말에 더욱더 자신감이 붙는 그녀였다. 고3이 된 지금, 동호는 농고 졸업반, 공부를 잘하는 해민이는 수의사의 꿈을 꾸고 있는 와중에, 헛바람 가득한 그녀가 걱정스러웠던 담임 선생님은 온갖 인맥을 총동원해 읍내 농협에 억지로 밀어 넣어 주었다.

 

 다행스럽게 합격한 그곳을 마다할 만큼 그녀의 헛바람은 컸다.

 

 그녀의 헛바람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감과 아쉬움이 넘쳐나도록 보이게 만들었다. 요즘 취업을 앞두고 화장을 하니, 이 구석진 시골에 처박혀있는 게 아까울 정도로 자신이 빛나 보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서서히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는 콩깍지 가득한 동호의 긍정적인 말까지 들으니 더욱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자신감으로 변해 용기 가득한 그녀였다.

 

 문제는 할머니와 그녀의 엄마였다. 우직하게 한 가지를 못하는 그녀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가 많았던 두 분은 그녀의 서울 발언에 학을 떼며 말리기 시작했다.

 ​

 

 "도대체 왜 연기자를 하겠다는 겨? 나도 이유 좀 들어보자."

 ​

 

 "이쁘잖아. 내가 아깝지 않아?"

 

 ​

 진지한 그녀의 반응에 웃음이 터진 엄마와 황당해하는 얼굴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할머니셨다.

 ​

 

 "그려서 그 오디인디 오디온디 하는 겨 해보겠다는 겨?"

 

 ​

 "아니, 할머니 오디가 아니라 오디션."

 

 ​

 "될 수 있는 겨?"

 ​

 

 "당연하지. 할머니 손녀가 테레비에 나와봐. 얼마나 자랑스럽겠어?"

 

 ​

 세상 모르고 자신감만 넘치는 그녀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엄마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

 

 "하하하 미친 것. 하하하"

 ​

 

 "아 씨. 나는 진지한데 엄마 왜 비웃어?"

 

 ​

 엄마는 어차피 안 될 것 쓴맛 좀 보여주자는 생각에 그녀의 서울행을 동의했다.

 ​​

 

 "하하하 알았어. 알았다고. 아직 농협 출근 전까지 기간 남았으니까. 나랑 같이 가자. 대신 떨어지면 깔끔히 포기하는 거다. 알았지?"

 ​

 

 "그래. 내가 떨어질 리 없지. 동호도 그렇게 말했다고."

 ​

 

 해민이도 참견해 보지만 한결같은 그녀다.

 

 ​​

 "그야 동호 오빠가 언니를 좋아하니까. 콩깍지가 씌어 그렇지."

 ​

 

 "동호랑 나는 친구야. 냉정하게 평가했을걸?"

 

 ​

 "그건 언니 생각이고."

 ​

 

 그녀의 근거 없는 이상한 자신감을 이해하기 힘든 가족들이었지만, 한번 고집 피우면 끝을 보는 터라, “그래 한번 가 봐라!”로 모든 결론을 내렸다.

 ​

 오디션 보는 당일, 아침부터 부산한 경운기 소리가 집안 곳곳을 울리고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로 파자마 차림을 한 그녀가 문을 열자, 대뜸 그녀 앞에 부지런히 준비한 예쁘게 포장한 선물 상자를 내미는 동호였다.

 ​

 

 "아침부터 뭐야? 아흠 졸려."

 

 ​

 "해가 중천인디. 여태 자는 겨? 오디션이 10시라매? 내가 역까정 델다줄라고. 그리고 이거 먹고 딱 붙고 오라고."

 ​

 

 "뭔데?"

 

 ​

 갑자기 빨개지는 동호의 귀를 심드렁하게 보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미는 선물 상자의 포장을 박박 찢었다.

 

 거기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생 초콜릿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

 "와! 동호야 사랑해. 완전 좋아. 나 꼭 붙어 올게. 너 이제 여배우 친구 하나 생기는 거야."

 ​

 

 찰싹, 강하게 그녀의 등짝을 때린 할머니는 친절한 목소리로 "우리 동호 왔냐?" 하시더니 하얗게 그녀를 째려보면서 "이 철딱서니 없는 것! 다 큰 게 잠옷 바람으로 왜 기 나와? 어여 들어가서 옷 갈아입지 못혀? 동호 놀리는 겨? 얼매나 놀랬을 겨? 머리 꼬락서니 혀고는, 이게 기지배여 사내여? 니 연기고 나발이고 오디인가 가지말고 농협 댕기다 동호랑 결혼 혀! 어디 봐도 저런 애가 읍서."라시더니 그녀가 투덜거리며 문을 닫는 동안에도 계속 잔소리하셨다.

 ​

 동호의 머릿속은 할머니의 "결혼혀"가 맴돌고 있었고 점점 온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

 "아, 할머니는 나만 미워해. 절대 싫어! 나는 원빈이랑 결혼할 거야. 그래서 여배우 하려는 거라고.”

 ​

 

 실망한 동호의 얼굴을 힐끗 보던 할머니는.

 

 ​

 "신경 쓰지 마러. 저게 미쳐서 그려. 곧 정신 차릴 껴. 니 눈에만 이쁘지 암만 서울 가시내들을 지가 어찌 이긴다고. 곧 내려와 농협 댕기다가 쬐금 미친 거 가시면 내 니한테 저 정신없는 것 맡길 테니 그때 잘 받아가."라며 웃는 얼굴을 보이셨다.

 

 ​

 이내 옷 갈아입고 수건을 머리에 두른 그녀가 나오더니 "아 씨. 할머니 친구라고 친구. 내 허락 없이 나를 왜 동호한테 못 팔아 안달인데?"라고 하니 자다가 일어난 엄마도 "나도 동호가 내 사위면 찬성이다. 부지런하지, 싹싹하지, 착하지, 자기 꿈도 확실하지."라며 치켜세우자, 그녀는 말을 말자라며 한숨을 쉬고는 펌프로 가 물을 붓고 세숫대야에 한가득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지하수는 그녀의 남아있던 잠을 깨워주었다.

 ​

 오늘도 경운기는 덜덜거렸고 흩날리는 봄꽃은 다름 없었으나, 모든 것이 그녀에게 응원을 주는 거 같아 좋은 기분이 가득했다.

 

 적어도 오디션장에 도착할 때까지. 하지만 그녀의 꿈은 과도한 착각이란 걸 도착한 순간 깨닫게 되었다.

 ​

 작은 시골 마을에 연기 학원이 있을 리 만무했고 대본 연습이란 것도 생전 처음 해보게 된 그녀였다.

 

 무언가 종이 한 장씩 들고 웅얼거리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퍽이나 낯설었다.

 

 더욱이 다들 아침부터 미용실에서 풀메이크업을 하고 온 터라, 교복을 입고 비비크림 하나 달랑 바른 그녀와 상반된 어른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며 점점 비교되어 작아지고 있었다.

 

 이미 쪼그라진 자신감은 오디션장의 무게에 콩알만 해져 심사위원들 앞에서 말을 더듬다 결국 쫓겨났다.

 

 상할만큼 상한 자존심을 안고 대성통곡하는 그녀를 엄마는 토닥거리며 연신 달래주었다. 한참 울어 힘 빠진 그녀를 이끌고 이 끔찍한 현장을 벗어나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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