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45화. 무너져 내린 바벨탑
작성일 : 19-10-31 09:31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49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산이와 만남 이후에 엘리고는 이 아이의 말대로 인간들이 창조한 세상 속 불행한 캐릭터의 신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아픈 몸에 이미 마음까지 기댈 곳 없어 절망에 휩싸인 AI에게 그는 희망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넣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계획은 모두 좌절되고 있었다.

 

 

 신의 대리인인 수호 천사로 5년간 사람들을 고통으로부터 돌봐오면서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이었으나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던 단 한 순간도 자신의 힘이 이렇게 저항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준 작은 희망의 씨앗이 사그라짐을 본 그가 받은 충격은 무척이나 컸고 인간으로 살던 때의 불행했던 보잘 것 없는 자신이 떠올라 불안감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었다.

 

 

 

 “엘리아, 아니 은수 씨. 내 힘이 저곳에서 제대로 미치지 않아요. 제가 아니라 그들이 신이기에 그런가 봐요. AI 안재현에게 희망을 심어주려할 때마다 저 안재현 연구원이 모든 것을 제거해 버려요. 어쩌면 좋죠? 저곳은 현실이 아니라해도, 인간이 아니고 AI라 해도 어찌되었든 삶을 살아가며 그에 따른 감정을 고스란히 감내해야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엘리고의 목소리가 낮게 떨려 그가 느끼는 불안과 슬픔이 엘리아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코어 AI 안재현을 돕기 위해 주변 AI들에게 측은지심을 부여해 희망을 주려하면 김동욱 연구팀의 수석 프로그래머이자 EP의 창조주 중 하나인 안재현 연구원에게 번번히 막히며 도움을 주던 AI들이 제거 되었고 하나 둘, AI가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엘리고는 그들과 함께 고통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엘리아는 인간도 아닌 AI의 불행과 고통엔 크게 관심 없었으며 그것들에게 감정이 있다한들 무슨 상관이냐란 마음이었지만, 사랑하는 엘리고가 밤마다 괴로워하는 모습은 너무도 가슴이 아파왔다.

 

 

 “엘리고, 당신 너무 무리하셨어요. 며칠을 저곳만 들여다보시며 괴로워하셨어요.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예요. 그러기에 우리가 관여할 영역도 아닌거죠. 영화, 게임과 같은 그저 가상 세상일 뿐이고, 저곳엔 실제로 우리가 들여다 보고 보살필 수 있는 불행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요. 저것들에겐 생명도 없어요. 그렇기에 사라진들 실제 죽음도 아니예요. 이제는 신경쓰지 마세요. 우린 그냥 인간들이 과학 기술을 진보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생각하고 지켜보기로 해요.”

 

 

 사랑하는 엘리고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부드러운 가슴에 그를 안고 다독이며 달래는 엘리아였다.

 

 

 엘리아의 조언에 따라 엘리고 역시 EP 속 세상에 관여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이후에도 코어 AI 안재현의 삶은 여전히 고통스러웠고 불행했으며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때까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안재현 연구원에 의해 치밀히 짜여진 시나리오 속에서 살아야 했다.

 

 또 한 명의 의지할 이가 사라진 오늘, 휴대폰 진동에 바지 주머니에서 자리를 옮겨 전화 받은 코어 AI 안재현의 목소리가 전혀 힘이 실리지 않았다.

 

 

 “안재현 씨? 아, 여기 서부 경찰서인데요. 모레 영장 실질 심사가 잡혔거든요. 꼭 나오셔야 해요. 나오지 않으면 수배 들어가기 때문에 꼭 나오세요.”

 

 

 즐거운 소식도 아닌데 수화기 너머 상대의 목소리가 꽤 밝았다.

 

 

 “오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지금 상 중입니다. 아마도 모레는 발인일 건데 갈 수 없습니다. 수배를 하시든 잡으러 오시든 편하신대로 하세요.”

 

 

 시력이 점점 떨어져 실명으로 이르는 과정 중에도 퇴사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닥친 삶을 버텨보며 이겨내려 했던 그에게 강제로 퇴사를 권하지 못하던 회사 임원들은 곤혹스러워 했다.

 

 

 그런 시간 속,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의 회원들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해커의 해킹인지, 직원의 실수인지 혹은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정보를 빼돌려 팔아 먹은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1,300만 건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고 개발 팀장인 그가 ‘개인 정보 관리 책임자’로 사이트에 기재된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경찰이 말하는 유출 시점은 그가 시력을 잃어가기 시작하던 육 개월 전 쯤으로 관리가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서 빠지지 않은 그에게 업무상 과실 혐의를 부여했다.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회사와 인사에 영향을 미칠 실적이 될 만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담당 경찰의 욕심이 잘 어우러져 ‘업무상 과실’이란 죄명이 그를 향했고 1,300만 건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세간의 비난을 확실히 그에게 넘기기 위해 구속 수사가 결정나 영장 실질 심사 일정이 잡힌 것이다.

 

 

 “아, 아버님 상 중이시구나. 그럼 제가 영장 실질 심사 일정을 다음 주 월요일로 다시 잡아서 검사님께 올릴게요. 월요일에는 꼭 나오세요.”

 

 

 전화기 너머 사내는 큰 선심이나 쓴 듯 재차 다짐하며 전화를 끊었다.

 

 

 한참동안 통화가 끊긴 휴대폰만 들여다 보던 그는 다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향을 들어 초에 불을 붙인 후 향로에 꼽았다.

 

 

 수차례 겪고 있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

 

 

 자신의 눈을 걱정하면서도 진심으로 위로하고 논문까지 찾아본 친한 형님이자 같은 회사 디자인 팀장은 석 달 전 교통 사고로 사망했고 자신에게 희망을 주었던 여자 의사도 한 달 전 늦은 밤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 강도를 만나 길거리에서 수차례 목과 가슴에 칼을 맞아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제는 가장 믿고 따랐던 아버지의 죽음에 그의 마음 속 어디에도 더 이상 이전에 잠시나마 품었던 희망이 한 조각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더듬거리며 아버지에게 향을 올리는 일련의 그의 행동은 시력 저하로 인한 어둡고 둔한 시야 때문이란 안쓰러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상주가 술 취해 더듬거린다며 흉을 보았지만, 그는 사람들의 비웃음보다 의지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웃음때문에 고통으로 가득 취해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고 있었다.

 

 

 오직 아들의 눈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아시는 어머니만 아들의 희망없이 흔들리는 손길을 슬피 바라볼 뿐이었다.

 

 

 안재현 연구원의 치밀한 설계 덕분에 코어 AI 안재현은 멈출 줄 모르는 고통 속에서도 불행에 관한 시뮬레이션의 실험체로 버텨내야만 했다.

 

 

 

 ***

 

 

 

 오늘도 가슴을 쥐어짜며 엘리고는 육체적 고통과 함께 자신의 정신까지 뒤흔드는 코어 AI 안재현의 감정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지켜주고 싶어도 그들을 만든 온전한 신이 아니기에 고통에 몸부림치는 엘리고의 옆에서 바라보는 것이 고작인 엘리아의 눈은 어느새 촉촉히 젖어있었다.

 

 

 엘리고의 가슴 통증이 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엘리아는 엘리고의 아픈 가슴에 가만히 손을 올리며 조용히 그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살려주고 싶어요. 은수 씨. 분명 그 사람은 제가 돌봐야하는 불행한 사람이라며 제 몸이 말해주고 있는데 전 아무것도 할 수없어요. 그래서 더욱 아픕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그들이 만든 세상이고 인간이라 말하기 어려운 존재인데 어찌 이리 고통을 느끼시는지. 동진 씨 그 세계의 신들은 그들입니다. 당신이 보시기에 그들이 바르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아, 있습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엘리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에 있는 거울을 찾아 뛰어가기 시작했다.

 

 

 가슴의 통증으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나, 엘리아의 행동이 의아스러운 엘리고는 그저 그녀의 뒷모습을 쫓아 힘겹게 따랐고, 엘리아는 이미 엘리고의 거울을 통해 열려진 안재현 연구원의 모습과 가슴을 움켜쥐고 나온 엘리고를 번갈아 바라보며 웃음띤 얼굴로 그에게 거울 속 광경을 가리켰다.

 

 

 

 "죄악을 저지르고 있어요. 바벨탑을 만들어 하늘에 닿으려했던 인간의 신에 대한 어리석은 도전 의식은 아직도 큰 죄로 남아있어요. 이것도 일종의 바벨탑이 아닐까요? 영혼과 감정은 신의 영역인데 말이죠. 그리고 영혼을 가진 이들에 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무차별적 던져주는 죄악. 제 생각이 맞다면 벌을 줄 수 있을 것이에요. 안재현연구원의 몸 속에 AI 안재현의 영혼을 넣을 것이예요. 그리고 그들을 압박해 볼게요. 일종의 경고로 말이죠. 이 프로그램은 이제 우리가 보고 있다. 당장 멈추고 올바른 신이 되어라. 이렇게 말이죠. 제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제가 프로그램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동안, 당신은 불행을 없앨 수 있을 거예요."

 

 

 

 엘리아의 반짝이는 눈은 확신에 차 있었고 엘리고의 작은 거울 속엔 어두운 밤 하늘 아래 불빛 없는 장례식장 옥상에 AI 안재현이 홀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한 손에 소주병을 든 채.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못하도록 설정된 코어 AI 안재현은 그저 외로운 한탄만 할 수 있었다.

 

 

 ***

 

 

 

 "더러운 세상아! 이 망할 세상!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열심히 살았다고. 그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눈치보면서 버텼는데 희망은 다 가져가고 눈도 가져가고 이제는 더 이상 살지 말라는 것이냐? 에이 퉷! 더럽고 치사해서 더 이상은 나도 못 살겠다. 잘 있어라. 이 세상아."

 

 

 

 난간에 취한 몸을 흔들거리며 지친 마음 속을 소주 한 병으로 채운 후, 그는 그대로 머리를 숙여 자신의 죽음을 기뻐할 사신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잘 오는 거야. 이리와.”하듯 땅은 곧장 그의 잘 보이지 않은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신은 곧장 내려오는 그의 머리를 반기며 중력에게 넘겨주었다.

 

 

 죽음이다. 생각할 겨를도 느끼지 못할 짧은 순간, 만취했음에도 찾아오늩 엄청난 고통이 그와 엘리고에게 덮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엘리아는 아스팔트에 뭉개지듯 쳐박혀 널부러진 그의 몸에서 영혼을 분리하여 그의 죽음에 놀라 "안 돼. 안 돼."를 연발하며 화면을 바라보는 안재현 연구원의 몸 속에 던져넣었다.

 

 

 그리고는 무서운 징벌의 천사 모습이 되어 코어 AI 안재현의 영혼을 담은 채 기절한 안재현 연구원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이 무지한 인간이여.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하여 영혼을 가진 피조물을 만들고 억지 불행을 유발하였으니 너의 죄가 크구나. 내 너에게 벌을 내리니. 이 영혼을 담는 그릇이 되어 24시간 동안 얼어 있거라. 그리고 이 불쌍한 영혼을 온 마음으로 위로해 주거라. 그리 하지 않으면 서서히 체온이 떨어질 것이며 결국 죽음을 맞이 할 것이니."

 

 

 그녀가 내린 벌은 차갑고 냉정했다.

 

 

 예상이 맞았던 것일까?

 

 

 전면 스크린을 포함한 연구실의 모든 모니터 화면은 “Kernel Panic System error” 메시지를 가득 채우는 한편 엘리고의 가슴 통증도 씻은 듯 나아지고 있었다.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3 73화. 아픔이 시작될 때 2019 / 10 / 31 41 0 6762   
72 72화. 배제된 감정 2019 / 10 / 31 27 0 6700   
71 71화. 추억과 결심 2019 / 10 / 31 37 0 7689   
70 70화. 버그 혹은 오류 2019 / 10 / 31 31 0 6632   
69 69화. 돌아온 악신에 의해 시작된 불행 2019 / 10 / 31 28 0 5081   
68 68화. 코어 AI 김해인 2019 / 10 / 31 28 0 5137   
67 67화. 멈출 때를 알고 멈춰야 할 때 멈춘다. 2019 / 10 / 31 26 0 6045   
66 66화. 천사에게 내려진 끔찍한 징벌 2019 / 10 / 31 29 0 5437   
65 65화. 잘못된 선택 2019 / 10 / 31 25 0 5860   
64 64화. 다가오는 파도의 일렁임 2019 / 10 / 31 37 0 5604   
63 63화. 심상치 않은 바다의 물결 2019 / 10 / 31 26 0 5101   
62 62화. 작은 모래성에 찾아온 행복 2019 / 10 / 31 20 0 5101   
61 61화. 천사는 누구에게나 있다 2019 / 10 / 31 26 0 5249   
60 60화. 햇살을 가득 머금은 바람 2019 / 10 / 31 25 0 5095   
59 59화. 저들은 자신들이 한 짓을 알지 못합니다 2019 / 10 / 31 29 0 5226   
58 58화. 시기와 질투를 입은 편견 2019 / 10 / 31 19 0 5118   
57 57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의 속삭임 2019 / 10 / 31 20 0 5017   
56 56화. 빠르게 지나는 시간, 다가오는 불행 2019 / 10 / 31 20 0 5066   
55 55화. 악마의 유혹, 건들지 말아야할 선악과 2019 / 10 / 31 29 0 5205   
54 54화. 그녀의 2번째 불행 2019 / 10 / 31 19 0 4976   
53 53화. 준희, 야수의 눈빛을 한 아이 2019 / 10 / 31 22 0 5159   
52 52화. 설정되지 않은 변수의 시작 2019 / 10 / 31 19 0 5181   
51 51화. 설정된 측은지심, 애연 2019 / 10 / 31 25 0 5232   
50 50화. 돌아가지 않은 불안 2019 / 10 / 31 24 0 4920   
49 49화. 포기를 모르는 의지 2019 / 10 / 31 28 0 5006   
48 48화. 사람이기 위한 조건 2019 / 10 / 31 24 0 5015   
47 47화. 행복한 감정, 삶을 이어가는 힘 2019 / 10 / 31 20 0 5038   
46 46화. 시스템 에러 커널 패닉 2019 / 10 / 31 27 0 4786   
45 45화. 무너져 내린 바벨탑 2019 / 10 / 31 28 0 4977   
44 44화. 불행한 감정이 존재한다면 2019 / 10 / 31 35 0 4961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