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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상속녀의 남자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4

한날 한시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대일그룹 상속녀 인 유세희와 아버지를 잃은 천재 소년 도현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딸을 지키기 위해 유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현준을 받아들이고 세희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세희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현준은 세희를 노리는 탐욕스러운 그룹의 세력들의 노림수로 인해 강제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데......
10년후, 그녀가 돌아왔다.

 
47. 고백 (1)
작성일 : 18-01-09 19:04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4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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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희는 전날부터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마사지와 스파 프로그램을 비롯해 일주일 전부터 드레스 핏을 위해서 라인 만들기와 식단 조절까지 해야 했다. 덕분에 당일 아침 눈을 떴을 땐 오늘 하루만 지나면 이 고생도 끝이라는 생각에 다행이라며 안도했을 정도였다.

 

 아침 일찍부터 그녀를 마중 나온 켈리의 손에 끌려 나온 세희는 스파에 들러 노폐물 제거를 위한 찜질과 오일 마사지를 받았다. 이후 장소를 이동해 의상실에 들린 세희는 얼굴 마사지부터 두피 마사지, 샴푸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에 들어갔다. 이미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디자이너와 헤어디자이너가 오늘의 방향성을 정해 놓은 상태였기에 사이사이 진행 방향을 설명하며 확인을 받았다.

 

 세희가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켈리 역시 파티 참석을 위해 단정하면서도 간편한 의상에 어울리는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을 받았다. 켈리의 경우 긴 머리에 웨이브를 넣어 업스타일로 묶고, 화장은 무겁지 않게, 눈꼬리에 라이너를 그려 넣어 눈매를 길어 보이게 했다. 입술은 붉은색의 가벼운 립스틱을 사용해 강렬한 여전사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직 머리를 만지고 있는 세희에게 양의를 구한 켈리는 의상을 갈아입기 전 파티 장소를 준비하고 있는 플래너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현준이 비서 두 명을 협찬 해준 덕분에 그녀 없이도 준비에 차질이 없다는 소식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켈리는 먼저 준비를 마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가 고른 옷은 검은색 드레스로 몸에는 검은 비즈가 잔뜩 달려 있어 움직일 때마다 반짝임이 도는 단순한 블랙 드레스였다. 긴 치마에는 왼쪽으로 길게 트임이 들어가 걷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아 켈리와 세희의 의견을 동시에 만족하는 유일한 드레스였다.

 

 의상과 신발까지 맞춘 켈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희가 준비 중인 방으로 건너갔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평소보다 많이 들뜬 상태이긴 했지만, 그녀의 본분이 뭔지 잊지 않았다.

 

 “아가씨는?”

 “의상을 갈아입고 계세요. 곧 나오실 거예요.”

 

 수발드는 직원의 말에 몸을 잠시 벽에 기대고 휴식을 취했다. 지난 일주일간의 일정은 체력이 좋은 그녀도 지칠 만큼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그렇게 잠시 쉬는 동안 단장이 끝났는지 세희가 들어갔던 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잠깐만. 곧 나갈게.

 

 켈리의 부름에 대답한 세희는 완성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놀란 얼굴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게 진짜 나라고?’

 

 지난 일주일 동안 운동하고 노폐물을 제거한 효과가 있었는지 얼굴과 옷 위로 드러난 피부엔 은은한 윤기가 흘렀고, 그녀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스킨 톤의 머메이드 드레스는 그녀의 몸에 제2의 피부처럼 달라붙어 그녀의 봉긋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뒤태까지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가슴선 위로는 안이 비치는 망사와 레이스 장식을 타고 올라가 가는 끈의 형태로 어깨를 타고 등 뒤로 넘어가 등의 반 이상을 드러냈다. 보일 듯 말 듯, 입은 듯 안 입은 듯 얇은 소재와 레이스, 망사로 이루어진 드레스는 마치 보석 가루가 뿌려진 듯 자잘하게 매달린 비즈들로 인해 환상을 보는 듯 착각을 자아냈다.

 

 “너무 예쁘세요.”

 “진짜 잘 어울리세요.”

 “아가씨를 위해 만들어진 옷 같아요.”

 

 옆에서 수발들던 직원들의 말에 그냥 하는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좋을 정도로 스스로 보기에 만족스러웠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힘들었던 일주일을 회상하며 속으로 눈물짓던 세희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벅지 중간까지는 움직이기 힘든 디자인이라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발 한발 움직인 세희가 밖으로 나오자 대기 중이던 직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왜? 이상해?”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켈리에게 침묵을 깨고 세희가 물었다. 그녀가 보는 것과 남들이 보는 것과 다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초조해졌다.

 

 “아, 아니요.”

 

 켈리는 세희의 모습을 보고 놀라 말문이 막혔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그녀의 미모에는 이미 익숙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새롭게 변신한 세희의 모습은 켈리의 상상을 넘어 섰다.

 

 스킨 톤의 드레스가 주는 묘한 분위기와 천과 피부가 어우러져 보일 듯 말 듯 한 분위기를 연출해 야릇해 보이면서도 과하지 않았다. 거기에 반짝이는 천과 통일감을 주기 위해 드러난 피부에 펄이 들어간 제품을 발라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얼굴은 윤곽과 선을 조금만 강조해 이목구비를 더 선명하게 했고 촉촉한 핑크빛 입술은 사랑스러워 보였다. 전체적으로 웨이브를 넣고 양 갈래에서 꼬여 반 묶음의 형태로 고정하곤 남은 머리는 자연스럽게 어깨 위로 흘러내리게 만들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뽀얀 어깨가 모습을 드러냈다 숨기를 반복했다.

 

 켈리는 자신이 아는 언어로는 느끼는 바를 표현할 수가 없었다.

 

 “아가씨, 사장님이 아주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래? 오빠 좋아할까?”

 

 켈리는 세희가 가장 원하는 대답으로 소감을 대신했고, 세희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거울을 돌아봤다.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거울을 보는 세희는 보며 켈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좋아할 것 같냐고요? 아니요. 제가 장담하는데 사장님은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미칠 지경이 될걸요? 아! 아니면 숨기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던가!’

 

 켈리는 뒤늦게 책에서 읽은 남자의 습성을 떠올렸다. 남자가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그 여자의 노출을 즐기지 않고 오히려 숨기고 싶어 한다는 구절이 생각났다. 책으로 연애를 배운 그녀에겐 흥미로운 이론이었다.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어.’

 

 냉철하게 그지없는 현준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를 상상해보던 켈리는 세희와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가다듬었다.

 

 “그만 출발할까요?”

 “그래.”

 

 

 현준은 토요일 아침부터 회사로 출근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서류들 보기 위해서였지만 30분이 지나도록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휴.”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차가운 물로 속을 달래 보기도 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세희는 한창 준비 중이겠지?’

 

 시간을 확인한 현준은 불안한 손을 주머니에 넣어 열쇠를 꺼내고는 잠겨진 서랍을 열었다. 손을 깊숙이 집어넣자 고이 모셔두고 있었던 작은 상자가 손에 잡혔다. 하도 만지작거려 그러다 상자가 닳겠다는 민영의 말에 새 상자에 옮겨 담은 뒤 서랍에 보관했던 물건이었다. 익숙한 감촉이 주는 안도감에 날이 서 있던 신경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 물건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은 현준은 그제야 읽고 있던 보고서로 신경을 돌릴 수 있었다.

 

 똑똑.

 

 “들어와요.”

 

 현준의 허락과 함께 김 실장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사장님 인사과의 한 부장이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고 김 실장은 오늘 파티가 어떻게 준비되어 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문제없으면 퇴근해요.”

 “네, 알겠습니다.”

 

 김 실장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켜주자 기다리고 있던 뒤에서 대기 중이던 한 부장이 그를 스쳐 지나가며 피식 웃음을 날렸다.

 

 ‘저것이…….’

 

 한때 그와 동기였던 한 부장은 벌써 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것에 비교해 자신은 아직 실장이었다. 따지고 들자면 사장실 실장이라는 직함이 회사 내에서 주는 권한은 더 크지만 그건 사장의 신임을 받았을 경우. 어린 나이에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현준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그의 밑으로 들어왔지만, 그는 생각처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닫힌 문을 뒤로한 채 안에 있는 이들을 향한 적개심과 증오를 드러냈다.

 

 그를 배제한 채 한 부장과 만나고 있는 현준과 방에 들어오지 못한 그를 비웃으며 들어간 옛 동기나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길. 분명 저놈한테도 약점이 있을 텐데. 그게 뭔지만 알아내면 여기서 이런 대접 받으며 버티지 않아도 될 텐데.’

 

 김 실장의 머릿속으로 갑자기 사라진 은아가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혼자 사장에게 목매고 있다는 사실은 알만한 직원은 다 아는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얼마 전 그녀가 인사과 직원을 따로 만나 비서실 발령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녀가 문란한 생활을 하던 것이 드러났다. 그런 여자와 엮어 봐야 사장의 평판에 흠이 갈 리 없었다. 일과 관련된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가 일부로 중간보고에서 누락시킨 내용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누르며 김 실장은 자리를 정리했다. 퇴축령이 떨어졌으니 더는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마지막 희망에게 보내는 보고는 잊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직원이 세희와 켈리의 짐을 챙겨오자 켈리가 시간을 확인했다.

 

 “아가씨, 이제 출발하셔야 해요.”

 “알았어. 다들 수고했어요.”

 “세희 씨 가서 맘껏 뽐내봐. 괜찮은 놈 발견하면 꽉 잡아.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거든. 호호호.”

 

 시종일관 세희에게 남자 잡는 법에 대해서 충고하던 스타일리스트 석현의 말에 현준을 떠올린 세희가 얼굴을 붉혔다.

 

 “어머, 어머. 세희 씨 얼굴이 빨개진 거 보니까 좋아하는 사람 있구나? 오늘 꽉 잡아. 알았지?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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