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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장미의 교단
작가 : 우와아와앙
작품등록일 : 2017.11.22

여신 '셀레스틴' 과 함께하는 본격 교단 부흥기-!!
전직 톱모델 출신 강우진. 하지만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고 우진은 금세 연예계에서 묻히게 되고, 우진은 다시 유명세를 되찾기 위해 '에스테반' 속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떠난 이들을 위한 장미 한송이
작성일 : 17-11-26 20:01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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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니임....."

 

 이안을 바라보는 아리아의 큰 눈망울에서 굵은 눈물이 한줄기 뚝 흘러 내렸다.

 

 그만큼 현재 그녀의 눈에 비치는 이안의 모습은 '처참' 그 한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걸치고 있던 브리건딘 아머는 이미 걸레 조각 마냥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상태였고.

 

 온몸을 가득 메운 굵직하게 페인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꾸역꾸역 솟구쳐 올라 왔다.

 

 그리고 그렇게 상처를 따라 흘러내린 핏물은 그의 발밑으로 한데 모여 야트막한 웅덩이 마저 이루고 있었다.

 

 아리아는 눈물로 뿌얘진 시야 속에서도 이안의 발밑으로 고인 그 피웅덩이를 보며 조심히 양손을 가슴께로 포개어 모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입술을 달싹이기 시작했다.

 

 "제발.. 이안님이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도의 대상은 다름아닌 '에스테반' 속에서 아리아가 모시는 '미트라' 라는 신이었다.

 

 게임속에서의 기도를 현세의 신이 들어줄리 만무하니,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에서였다.

 

 "제발.. 도와주세요..."

 

 그렇게 아리아는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게임속의 신을 향해 이안의 승리를 빌고 또 빌었다.

 

 

 

 

 "후욱... 후욱.... 후욱....."

 

 이안은 턱끝까지 차오르는 거침숨을 몰아쉬며 무거운 두 눈으로 사비나를 응시했다.

 

 피를 한바가지나 흘려서인지, 이미 눈을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이안을 상대하고 있는 사비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도 오른쪽 허벅지에 이안의 창이 그대로 꼽혀 있는 상태였고, 왼쪽 얼굴 전체는 칼슈타인의 도끼에 의해 뭉게져 있었으며.

 

 몸 이곳 저곳에는 이안이 악착같이 입힌 크고 작은 검상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렇게 전투가 잠시 교착상태를 이루고 있던 그때.

 

 사비나가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도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채 이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아.. 하아... 이런 발칙한 귀염둥이들 같으니라고...!"

 

 "후욱.. 후욱.. 하기야.. 뭉게진 니 얼굴 보다야 내가 귀엽기는 하겠지."

 

 "크큭.. 뚫린 입이라고 말은 참 잘 하는구나?"

 

 "글쎄? 뚫려있는건 니 다리 아니였던가?"

 

 이안은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한시도 지지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말을 맞받아 쳤다.

 

 그러자, 그것이 사비나의 심기를 심히 건드렸는지, 그녀는 일순 입가의 미소를 굳히며 얼굴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안은 금방이라도 채찍을 날려올 것 같은 사비나의 모습에, 옆에 서 있는 리암을 향해 얼른 눈짓을 보냈다.

 

 곧 다시 공격이 시작 될 것 같으니 지금부터 준비를 확실히 하라는 의미에서였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이안의 시선이 리암에게서 떨어져 다시 사비나에게 닿는 그 순간. 그녀의 채찍이 재차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이..! X자식이-!!"

 

 다른 것은 어찌되도 좋다는 듯. 오로지 이안만을 노리며 정면에서 치고 들어오는 사비나의 채찍.

 

 하지만. 사비나의 그 채찍은 결국 목표로 하는 이안에게 닿지 못하고 중간에서 가로막혀 저멀리 튕겨져 나갔다.

 

 리암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안의 앞을 가로막으며 방패를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그에 사비나는 튕겨져 나가는 채찍을 얼른 회수하며 리암을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이놈...! 언제까지 방해를 할 셈이냐!"

 

 근 십여분간 이안과의 격렬한 전투 속에서 매번 상처를 입어가면서도 강력한 한방을 노리고는 했던 사비나였다.

 

 헌데 그때마다 번번히 둘 사이로 끼어든 리암에 의해 그 공격들이 모두 막혀 버렸으니.

 

 사비나의 입장에서는 리암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리암.. 지금이다. 앞으로 치고 나가.."

 

 이안은 사비나가 마저 채찍을 회수하기전에 서둘러 리암을 향해 속삭였다.

 

 채찍의 장단점은 이미 십여분간 몸소 체험을 했기에 이안도 어느정도 그 움직임을 눈에 꾀고 있는 상태였다.

 

 우선 사비나가 행하는 채찍 공격의 가장 큰 단점을 말하자면, 그것은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되는데에 꽤나 딜레이를 잡아 먹는다는 것이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리암은 이안의 속삭임을 들음과 동시에 방패를 앞세운 채 빠르게 사비나를 향해 지면을 박차고 나아갔다.

 

 그의 등 뒤로는 이안이 딱 달라 붙어서 그와 함께 하고 있었다.

 

 그에 사비나는 미처 채찍을 다 회수 하기전에 정면에서 파고드는 둘을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무방비한 상태의 사비나의 지척까지 다가간 리암은.

 

 "실드 차지--!"

 

 콰앙-!!

 

 그대로 방패를 휘둘러 그녀의 안면을 가차없이 가격해 버렸다.

 

 "커..헉...!?"

 

 충격과 함께 사비나의 신형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앞으로 뛰쳐나오며 사비나의 허벅지에 박혀있던 창을 비틀어 뽑아냈다.

 

 츄와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창이 뽑혀진 자리로 엄청난 양의 피분수와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사비나의 무릎이 지면을 향해 굽혀져 내리기 시작했다.

 

 여지껏 창이 꼽힌 상태에서도 격렬하게 이안과의 전투를 치르던 그녀였지만, 그와중에도 데미지가 계속 축척되가면서 기력이 많이 깎여있던 모양이었다.

 

 그때. 이안의 귓가로 앨리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 지금이에요! 이안님-!!

 

 "나도 알고있어--!! 자 이만 끝을 내자! 피어싱 스피어-! 딥 슬래쉬!!"

 

 날카롭게 소리치는 앨리의 목소리에 이안은 마지막 남은 마나를 쥐어 짜내어 사비나의 가슴을 향해 창을, 목에는 검을 휘둘러 내렸다.

 

 그렇게 공격을 피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사비나의 가슴에 이안의 창이 깊숙히 파고 들어갔다.

 

 푸우우욱-!

 

 -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히셨습니다.

 - 관통 공격으로 인하여 적에게 지속적인 출혈 피해를 입힙니다.

 - '끈기' 스텟이 상승 하였습니다.

 - '투지' 스텟이 생성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발버둥인지 가슴이 꿰뚫리면서도 자신의 목을 내려치는 검은 기여코 맨손을 들어 올리면서까지 막아내고야 마는 사비나.

 

 이제는 반쯤 잘려나간 손으로 힘겹게 검날을 붙잡고 있게 된 사비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이안을 올려다 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역류하는 피를 억지로 삼키고 있는지 입가 가득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이안을 향해서는 또박또박 말을 뱉어냈다.

 

 "꾸흐읍... 네..네 놈 때문에.. 꾸흡... 내.. 보물이.."

 

 "...보물?"

 

 이안은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에, 마저 목을 베어내려고 검에 싣고 있던 힘을 조금이나마 풀어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비나의 말에서 무언가 퀘스트 비스무리한 그런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

 

 "......"

 

 아니나 다를까. 매섭게 이안을 노려 보던 사비나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돌연 자조 섞인 웃음을 짓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이안에게서 시선을 거구고는 신전의 내부를 훑어보며 다시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크크큭...꾸흡..! 그래.. 나는 어차피...틀렸..으니 ..쿨럭...! 너 한테..는 이 폐허가..무엇으로 보이지...?"

 

 "뭐하고 있는 건가?! 어서 목을 치게--!!"

 

 그때 멀리서 반델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수많은 동료들을 죽게 만들고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몰딘을 위급한 상황까지 몰아붙인 그녀가 한시라도 빨리 죽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안은 말 없이 손을 들어 올려 그를 제지 하고는, 사비나의 말대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폐허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입구에 있었던 커다란 계단, 사방에서 지붕을 받치고 있는 높디 높은 기둥들, 그리고 건물 내부의 끄트머리에 있는 심하게 훼손된 신상과 제단.

 

 이미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모습은 누가 봐도.

 

 "...신전 아닌가?"

 

 "쿨럭!...그래...어떤 신의 신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꾸흐흡!...지하에..또 다른 공간이...있다는..사실만은...알아 냈지..."

 

 지하에 '숨겨진' 공간이 존재 한다는 사비나의 말에 순간 이안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숨겨진' 이라니?

 

 그렇다면 히든 퀘스트 혹은 히든 던전이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더욱이 신전의 입구에서 일행들과 나눴던 대화의 주제인 '보라색 장미' 와 관련된 퀘스트나 던전일 확률이 지극히 높았다.

 

 이안은 기대감에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사비나를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이 신전의 지하에 너가 말한 보물이란게 있다는 거냐?"

 

 "글쎄....? 그건 너..가 알아...봐....야..지..."

 

 그 말을 끝으로 사비나는 기력이 다했는지 검날을 쥐고있던 그녀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녀의 생명의 불씨가 급격하게 사그라들고 있는 중인 듯했다.

 

 그에 이안은 다급히 그녀를 내려다 보며 마지막 대답을 듣기 위해 재차 질문을 던졌다.

 

 "뭐야 내가 알아 보라니?! 그럼 너는 확인 안 해봤어?"

 

 

 "......"

 

 

 털썩---!

 

 

 "......"

 

 

 -장미의 숲 도적단의 두목 '춤추는 채찍 사비나'를 사냥함으로써 명성이 300 증가 하였습니다.

 -스킬 '피어싱 스피어'의 레벨이 상승 하였습니다.

 -스킬 '딥 슬래쉬'의 레벨이 상승 하였습니다.

 -스킬 '폼멜 비트'의 잠김이 풀렸습니다.

 

 -레벨이 상승 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 하였습니다.

 

 "......"

 

 결국 마지막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채 차가운 바닥으로 허물어져 내리고 마는 사비나.

 

 이안은 죽어서까지 검날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괜한 씁쓸함을 느꼈다.

 

 분명 그녀가 NPC.. 아니 그보다 더 못한 몬스터라는 것은 이미 머리로는 확실히 인지를 하고 있을 터였는데.

 

 에스테반의 이 쓸데없이 높은 인공지능은 그러한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며 이안에게 이유없는 죄책감을 선사해 주었다.

 

 이안은 그렇게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조용히 사비나를 향해 속삭였다.

 

 "말은... 마저 다 하고 죽으라고..."

 

 

 

 

 이안과 일행들은 일단 사비나가 드랍한 아이템은 나중에 분배를 하기로 하고, 우선은 주변의 도적들을 빠르게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두목을 잃은 도적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는지 평소의 힘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그에 그들을 모두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십여분 남짓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츄와아악-!

 

 "....꺼흑!?"

 

 "흐음... 몰딘님은 어떻게?"

 

 이안은 마지막 도적의 목을 어렵지 않게 날려버리며 아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러자, 이안의 질문을 받은 아리아는 힘 없이 어깨를 움츠러트리며 죄송하다는 얼굴로 얼른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해요... 도저히 제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으음...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아리아님 탓은 아닙니다. 그러니 아리아님도 이제 그만 고개를 드세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아리아.

 

 그에 이안은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다정히 어깨를 감싸주기 위해 조심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들어 올렸던 그 손이 아리아의 어깨에 다으려는 그 순간.

 

 "이안-!! 어서 이쪽으로 좀 와보게-!"

 

 반델의 큰 목소리가 그런 이안의 행동을 저지시켰다.

 

 덕분에 폐허에 남아있던 토벌대 전원의 시선을 받게된 이안은 들어올렸던 손을 뻘쭘히 원위치 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안은 붉어지려는 얼굴을 애써 갈무리하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반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반델의 무릎 맡에 몸을 뉘이고 있던 몰딘이 생명이 꺼져가는 눈빛으로 이리로 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안은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가 힘없는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몰딘님."

 

 내려다 보는 그의 가슴위로 유독 커다란 상처가 하나 눈에 띄였다.

 

 게다가 그 상처는 심장 부근을 건드리고 지나갔는지 그 출혈이 멈출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정말.. 잘... 해주었네."

 

 몰딘이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이안을 향해 말했다.

 

 그에 이안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그의 손을 더 꽉 쥐어 주었다.

 

 헌데 몰딘은 그것을 이안의 대답 대신으로 알아 들었던 걸까?

 

 그는 이미 식어버린 자신의 손을 타고 전해지는 이안의 온기를 느끼며 재차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자네들이... 없었다면.. 우리 부대는... 모조리 몰살을 면치 못 했겠지.... 자네에게는 정말 갚지 못할 큰 빛을 졌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손가락에서 바지를 하나 빼내어 그것을 이안을 향해 내밀었다.

 

 이안은 조심스럽게 그 반지를 받아들었다.

 

 [감시대장 몰딘의 반지]

 타입:장신구

 '화이트 런' 의 '송골매 감시탑' 의 대장 몰딘의 반지.

 마나 회복을 돋는 신비한 푸른 수정이 박혀있다.

 -옵션

 마나 최대치 350상승.

 마나 회복 속도 10% 상승.

 

 "내 자그마한 성의.. 라고 생각해 주게나....."

 

 몰딘은 반지를 받아드는 이안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띠링! '작전명 쥐잡이' 의 퀘스트가 완료 되었습니다.

  보상으로 30골드와 '화이트 런'의 공적치가 800 상승 하였습니다.

  명성이 200 상승 하였습니다.

  명예 스텟이 상승 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 하였습니다.

 

 몰딘의 미소와 함께 이안의 귓가로 수많은 알림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더 이상 몰딘의 숨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안은 반델의 오열과 병사들의 통곡 속에서 그의 두손을 조심히 가슴위로 포개어 주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애도의 시간이 지나가고.

 

 반델의 지휘 아래에 병사들의 시신을 수습한 토벌대는 곧장 야영지로의 회군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아직 이곳에 볼 일이 남아 있던 이안 일행은 여전히 신전의 폐허 속에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안은 아이템 분배를 모두 마친뒤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사비나의 붉은 채찍' 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어째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날이군."

 

 "....이안니임."

 

 "아아.... 정말 그래."

 

 아리아의 안타까운 시선과 함께 칼슈타인이 이안의 말에 동감을 표한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벨라와 리암도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아마 그 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

 

 "......"

 

 일순 무거워진 분위기에 일행들 사이로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안은 괜히 자기가 꺼낸 말에 파티 전체의 분위기가 다운 되자, 얼른 화제를 바꾸기 위해 칼슈타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적들과의 전투가 모두 끝난 지금, 확실히 걸고 넘어 갈 것도 있었고 말이었다.

 

 "칼슈타인. 이제 아이템 분배도 모두 끝났는데,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대로 계속 우리랑 함께 갈거냐?"

 

 "그거야.. 당연한거 아니야? 같이 사선을 넘은 사이들끼리 이대로 헤어지면 섭하지!"

 

 진지한 얼굴로 묻는 이안의 질문에 칼슈타인은 넉살 좋게 손을 내밀어 왔다.

 

 그에 잠시 그의 손을 내려다 보던 이안도 굳이 거절하지 않고 칼슈타인의 그 손을 바로 마주 잡아 주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칼슈타인!"

 

 그렇게 이안을 필두로 파티원들 하나하나가 차례로 칼슈타인과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고.

 

 칼슈타인은 그제야 파티의 정식 멤버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다.

 

 리암은 칼슈타인과 악수를 나눈후 이안을 향해 앞으로의 행동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앞으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 보려고?"

 

 리암의 물음에 일행들의 시선이 곧장 이안을 향해 집중되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따로 말로 지목을 하거나, 역활을 맡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안이 이미 파티의 중심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모두의 시선 속에서 말 없이 아이템 창에서 문제의 '보라색 장미' 를 꺼내 들었다.

 

 "우응~ 갑자기 장미는 왜요?"

 

 "뭐.... NPC들이기는 하지만... 기왕 신전이기도 하잖아요? 헌화나 할까 해서요.."

 

 이안은 이전에 봐 두었던 신상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민망한 듯 아리아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러자.

 

 "어머... 어쩜!! 저도 같이 할게요. 이안님-!"

 

 "..흐음~ 그렇다면 저도."

 

 "니가 왠일이냐?"

 

 "끄응... 낯 부끄럽기는 하지만! 모두가 한다니. 그렇다면 나도!"

 

 등등의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며. 아리아, 벨라, 리암, 칼슈타인의 순으로 일행들도 장미를 꺼내들며 신상 앞 이안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이안은 일행들과 함께 이제는 그 얼굴의 형체도 알아 보기 힘든 파손된 여신상을 올려다 보며, 나름 경건한 마음과 자세로 제단 위에 천천히 장미를 올려 놓았다.

 

 '이정도 했으면 됬겠지.'

 

 그리고, 다시 그 장미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쿠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긍--!

 

 제단 위의 장미들이 환한 빛을 뿜어대며 커다란 진동과 함께 공명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빛과 진동은 제단과 신상, 그리고 신전을 넘어 폐허 전체로 퍼져 나갔다.

 

 "뭐.. 뭐야? 얘 왜이러니?"

 

 이안은 생각치도 못한 반응에 당황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고.

 

 "꺄아아아아악-!"

 

 아리아는 그 틈을 타 얼른 이안의 품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렇게 폐허 전체를 뒤덮은 빛과 진동은 한동안 그칠 줄 모르고 지속 되었고.

 

 그와 함께 곳곳에서 장미가 하나둘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곧 폐허 전체를 아름답게 수놓는 '장미의 정원' 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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