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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장미의 교단
작가 : 우와아와앙
작품등록일 : 2017.11.22

여신 '셀레스틴' 과 함께하는 본격 교단 부흥기-!!
전직 톱모델 출신 강우진. 하지만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고 우진은 금세 연예계에서 묻히게 되고, 우진은 다시 유명세를 되찾기 위해 '에스테반' 속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D-1
작성일 : 17-11-22 09:34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8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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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진은 여느날과 다름없이 거실 소파에 반쯤 눕다시피 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날숨과 함께 뽀얀 담배연기가 슈욱 뿜어져 나갔다.

 

 불과 일년 전만 하더라도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며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했던 우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진은 일년내내 부스스한 머리에 멍한 눈초리로 아침을 맞는게 일과가 되어 있었다.

 

 한때는 잘나가던 모델 에이전시의 최고 모델로써 수많은 무대 경험은 물론 큼지막한 광고, CF의 주연이었던 모델 강우진! 그 시절 매일 같이 울려대던 핸드폰에는 잘 나가는 모델들과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이 늘 발신인으로 떠 있었다.

 

 하지만 인기는 물거품과 같다고, 보아라 지금은 그때의 살갑게 굴던 이들은 전부 다 떨어져 나가고, 우진은 그저 일년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을뿐이었다.

 

 물론, 우진이라고 해서 일이 끊기고 나서 처음부터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여지껏 바쁘게 스케쥴을 소화해내며 쉴 틈 없이 살아온 우진인 만큼, 사실 우진은 처음에는 이 공백기간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여 우진은 이 공백기간을 그간 고생한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며,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옛 친구들과 만나, 밤새 어울려보기도 하고, 또 평소 가보고 싶어했던 해외여행을 마음 편히 다녀오는 등. 나름대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달을 마음 편히 놀고 나서 찾아온 급격한 허무함.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봐야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술이나 퍼 마시기만 하고, 그 가고 싶어했던 여행도 이제는 귀찮아서 가기가 싫어졌다.

 

 오죽했으면, 지금은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는 것을 빼고는 아무런 일과도 없는 우진이었다.

 

 또한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던 부지런한 습관도 점점 사라져서 이제는 기본 열한시는 되서야 부스스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집에서 마땅히 하는일도 없는데 잠을 자는 시간은 오히려 늦어져 이제는 거의 새벽 3시는 되서야 슬금슬금 잠자리에 들었다.

 

 이렇듯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우진은 정신상태가 점점 피폐해져 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

 

 우진은 천장에 머물던 시선을 천천히 내려 TV를 켰다.

 

 그리고는 아무 채널이나 대충 틀어 놓던 평소와는 달리, 정확히 한 채널로 망설임 없이 화면을 맞추었다.

 

 그러자 다행히도 아직 방송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흥미도 관심도 끌지 못하는 CF광고들만이 TV화면에 나오고 있었고. 그에 우진은 소파에 몸을 묻은채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쯧! 요즘 방송은 쓸데없이 광고가 너무 길단 말이야... 음? 이제 시작하려나 보네."

 

 그렇게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는 우진의 커피잔이 반쯤 비워 질때쯤, 드디어 광고가 모두 끝나고 로고송과 함께 깔끔하게 꾸며진 세트장의 모습이 우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예쁘장한 두명의 여성 MC가 화면에 비추면서 드디어 우진이 기다리던 방송이 시작되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누구보다 발 빠르게 에스테반의 소식을 전하는 에스테반 이야기의 MC 지연~"

 

 "유나 입니다~! 우와아아 정말 반가워요 여러분!"

 

 "유나씨! 드디어 에스테반의 오픈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유나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생각 하기는요? 저는 벌써 일주일 전부터 너무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는걸요?"

 

 "어머~ 정말이요!?"

 

 "여전히 말 많은 꼬맹이들이네.."

 

 우진은 쓸데없이 시간을 끌며 상투적인 멘트와 웃음을 날리는 아이돌 출신 MC들의 모습에 슬쩍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년 전 쯤, 우진이 한창 잘 나가는 모델일 시절, 자신들의 이상형이 우진이라고 방송에서 떠들어 대던 저 둘의 모습이 흐릿하게 머리속에 떠올랐다.

 

 물론, 우진의 인기가 묻히면서 저 둘도 두번 다시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렇듯 옛 일도 있고 하니, 우진의 눈에는 저 둘의 모습이 절대 좋게 보일수가 없었다.

 

 "맹랑한 꼬맹이들 같으니.."

 

 하지만 TV 화면을 보며 우진이 MC들을 씹어대든 말든, 그것과는 상관 없이 방송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그나저나 유나씨! 유나씨는 에스테반의 홍보 문구인 드높은 명예를 원하는 이여! 끝없는 재화를 원하는 이여! 그 모든게 에스테반의 세상 속에 있으니! 모두 각자의 이상을 가슴에 품은채 오라! 에스테반의 세상으로-!! 이 거창한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TV화면 속 지연이 짐짓 근엄한 표정을 흉내내며 에스테반의 홍보 문구를 읊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유나 역시 괜히 진지한 표정을 따라 지으며 지연의 질문에 대답했다.

 

 "으음~ 에스테반은 완벽한 가상현실을 추구 한다고 했잖아요? 말 그대로 또 하나의 현실! 그 말 대로라면 에스테반의 안에서 플레이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그 왜~ 넓은 토지를 소유한 대귀족이든, 왕이든 말이에요!"

 

 "으웅~ 그런건가요? 저는 너무 어려워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머리가 딸려서 이해를 못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던져준 대본대로 읽는 건지..."

 

 유나의 대답에 지연이 금새 진지했던 표정을 풀며 울상을 짓는다. 그에 이안은 그런 지연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간의 이목에 민감해야 할 연예인인 지연이 아직도 '에스테반' 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은 정말이지 한심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초의 완벽 가상현실 게임 '에스테반'.

 

 '에스테반' 은 기존의 어설픈 가상현실 게임의 한계를 벗어나, 그야말로 완벽한 가상의 현실을 구현해낸 '렉스 소프트사' 의 야심작으로 이미 발표와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을 한데 집중시키고 있었고, 또 한달 전부터 실시된 '에스테반' 의 접속기 판매수는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 하고 벌써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각종 매체는 앞다투어 보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실의 삭막함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의 새로운 모험!

 

 그리고 그 속에서 쟁취할 수 있는 드높은 명예와 끝없을 재화!

 

 그것은 아마 단순히 게임 속 '에스테반' 에만 국한 될 것이 아님을 우진은 어렵지 않게 직감 할 수 있었다.

 

 "단순히 게임으로 끝나기에는 '에스테반'의 파급력은 이미 어마어마하지..."

 

 우진은 '에스테반' 이 앞으로 보여줄 미래에는 가상세계의 명예와 재력이 현실세계에도 그대로 직결되게 될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그런점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우진은 '에스테반' 의 플레이를 결심한 것이지만 말이다.

 

 "...응?"

 

 그렇게 한참을 방송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던 우진은 마시다 만 커피잔을 다시 입가에 가져다 댔고, 그제서야 커피잔의 커피가 다 떨어진 것을 알아채고는 다시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려 했다.

 

 그런데 그때.

 

 우으응~ 우으응~

 

 마침 소파앞 테이블 위에 대충 던져 놓았던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려오기 시작했다.

 

 우진은 동작 그대로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 놓으며 슬쩍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핸드폰 액정위로 '재진'이라는 발신자명이 보였다.

 

 재진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진이 한창 모델일로 바쁘게 생활할 때에도 주에 한번씩은 꼭 만나던 단짝 친구로, 우진에게 있어서는 멀리 외국에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보다 오히려 더 가족과도 같은 녀석이라 할 수 있었다.

 

 또 우진이 백수가 된 지금, 핸드폰을 울리게 하는 연락의 90퍼센트도 재진이었고 말이다.

 

 우진은 그 익숙한 이름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심드렁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 재진이냐?"

 

 "그래, 나다. 뭐하고 있냐?"

 

 "그건 갑자기 왜?"

 

 "왜긴? 그냥 뭐 하고 있나 궁금해서."

 

 "아아~ 백수한테 궁금한 것도 많으시네요. 용건부터 말하세요, 용건이 뭐야?"

 

 우진은 아침부터 전화를 하는 재진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레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자, 헛웃음 소리와 함께 핸드폰 너머로 재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야, 너는 친구한테 꼭 용건이 있어야 전화하냐? 나 방금 회사에 사표 던지고 나왔다."

 

 "사표? 그래?"

 

 "무슨 대답이 그러냐? 나 사표 던졌다니까?!"

 

 "그래, 너 방금 사표 던졌다며? 그래서 뭐?"

 

 재진의 사표를 던졌다는 말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에 우진은 시덥지 않은 소리를 들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사실, 그 이유는 전부터 재진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우진 역시 그가 조만간 회사를 때려 칠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우진은 재진이 사표를 낸 가장 큰 이유가 사실은 '에스테반' 때문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뭐, 그건 됬고. 우진아 너 '에스테반' 접속기는 사뒀지?"

 

 재진이 갑작스레 화제를 바꾸어 왔다.

 

 우진은 재진의 질문에 거실의 한켠으로 힐끔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이미 포장이 벗겨져 세팅이 끝나있는 '에스테반' 의 접속기 헬멧이 자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당연."

 

 "우리 예전 '아벨 온라인' 만큼만 하자. 우진아."

 

 "아벨 온라인이라.."

 

 우진은 재진의 말에 잠시 '아벨 온라인' 이라는 게임을 머리속에 떠올려 보았다.

 

 가상 현실 게임 '아벨 온라인'.

 

 '아벨 온라인' 은 우진이 모델 생활을 시작 하기 전까지 했던 가상 현실 게임으로, 당시 한국에서는 가장 인기가 있던 게임 중 하나였고, 또 우진과 재진은 그 '아벨 온라인'에서 손 꼽히는 랭커임과 동시에, 그들이 함께 만든 길드 역시 최고의 길드 중 하나였었다.

 

 다시 말해, 우진과 재진 둘 모두가 가상 현실 게임에는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에스테반이면, 우진이 너도 다시 유명세 타는건 일도 아닐거다? 다시 화려하게 데뷔 해야지? 에스테반에서."

 

 "....."

 

 "안 그래?"

 

 화려한 데뷔.

 

 우진은 정곡을 찌르는 그 말에 소파에 비스듬히 걸쳐 있던 몸을 바로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TV에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아벨 온라인 만큼이 아니지... 더 죽기 살기로 해야지."

 

 "그래. 죽기 살기로 한번 해보자! 일단, 내가 동네 가서 다시 전화 할게!"

 

 핸드폰 너머 밝은 웃음 소리와 함께 재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진은 재진과의 약속 시간에 맞춰 분주히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평소 폄의점에 담배를 사러가던 가디건에 모자를 푹 눌러쓴 차림이 아니라 머리도 적당히 드라이를 한 후 메만졌으며, 거기다 검은색 폴라티에 회색 체크무늬의 롱코트를 차려 입어 심플하면서도 나름 고딕한 멋을 살렸다.

 

 "으음~ 역시 나쁘지 않아."

 

 우진은 면도까지 꼼꼼히 한 후, 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사실, 여자와의 데이트 약속도 아니고, 재진과 잠시 동네에서 만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진이 이렇게 멋을 부리며 준비를 하는 이유는 '에스테반' 의 캐릭터 외모변경에 따른 제약이 상당히 엄격하다는 것이 그 이유라 할 수 있었다.

 

 '에스테반' 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구마다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 '렉스 소프트사' 의 대리점에서 신체측정 장치라는 기계를 이용해야 했는데, 그렇게 그 기계를 통해 측정된 신체수치 데이터를 칩 형식으로 제공 받은뒤, 접속장치 핼멧에 꼽아야만 비로소 캐릭터 생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로 만약 꾀죄죄한 몰골로 측정을 받으면 '에스테반' 의 캐릭터 역시 측정 받은 그대로 꾀죄죄한 몰골로 생성된다고, 우진은 그렇게 들은 기억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캐릭터 생성 방식으로 인해 '렉스 소프트사' 는 처음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렉스 소프트사' 는 '가상세계의 캐릭터 또한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그점을 잊고 무분별한 외모 변경을 통한 가상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게는 에스테반의 입장을 허가 할 수 없다.' 라는 강경한 방침을 계속해서 고수했고, 그에 '렉스 소프트사' 를 비난 하던 많은 이들은 그저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는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하기사 게임 개발사에서 자신들의 방침을 따르기 싫으면, 애초에 플레이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 하겠는가?

 

 아무튼 그런 복잡한 일들은 뒤로 하고, 우진의 머리속은 그저.

 

 "그래도 내가 왕년의 톱 모델인데, 절대 그지같은 몰골로 다닐수는 없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제대로된 외출 준비를 한 이안은 약속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리고 재진보다 한발 앞서 카페에 도착한 뒤, 우진은 자연스럽게 커피 두잔을 주문. 조용히 테라스 구석 자리의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 놓고 앉았다.

 

 그러자, 그런 우진을 향해 금세 커피숖 안쪽과 주변에서 속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관심어린 시선들이 일제히 모아지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어머. 야! 야! 강우진 맞지? 그 모델 말이야"

 

 "와~! 진짜 모델은 괜히 모델이 아니구나! 비율 좀 봐바--!"

 

 "완전 잘생겼다! 같이 사진 찍어 달라고 해도 되려나?"

 

 "가, 가서 물어볼까!?"

 

 점점더 노골적으로 심해지는 사람들의 관심.

 

 우진은 짐짓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서둘러 핸드폰으로 재진에게 초콜렛톡을 보냈다.

 

 -우진: 야! 뭐하냐? 빨리 좀 와라. 이 새X는 약속만 잡았다 하면 기본 30분은 늦네? 니가 연예인이라도 되냐?

 -재진: 엥? 벌써 나왔냐?

 -우진: 그래-! 그러니까 빨리 좀 와라.

 -재진: 미안~ 다왔어 5분만.

 -우진: 닥치고 1분안에 튀어 와라. 사람들이 벌써 나 알아보고 씹어대기 시작했다.

 

 이렇듯 애써 태연한 표정을 연기하며 재진에게 초콜렛톡을 보내고 있는 그때, 드디어 군중들 속에서 우진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들이 하나둘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근데, 강우진 말이야. 이제는 완전 한물 가지 않았나?"

 

 "하긴, 요즘 TV는 커녕 기사도 하나 없더라?"

 

 "무슨 사고 친거 아니야? 여자 잘못 건드렸다던가?"

 

 "그래? 그러고 보니, 생긴게 여자를 좀 밝히게 생기기는 했지?"

 

 "뭐~ 아니면 대마초라도 피웠나?"

 

 여자를 잘 못 건드렸다 혹은 대마초를 피웠다 등의 자극적인 이야깃거리가 우진의 귓가로 흘러 들어왔다. 그에 우진은 묵묵히 커피를 마시던 손을 멈추고는 쑥덕대는 여자들을 향해 힐끔 시선을 던졌다.

 

 "......"

 "......"

 

 그러자, 시선을 받은 여자들은 저마다 몸을 움찔대며 슬며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당사자를 앞에 두고 대놓고 헌담을 했으니, 본인들도 무안하기는 했던 모양이었다.

 

 "휴우~ 역시 얼굴을 조금 손 봐야 되려나?"

 

 우진은 사람들의 과분한 관심에 캐릭터의 얼굴을 손 봐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외모 변경의 제약이 엄격한 '에스테반' 에서도 캐릭터 생성시, 신체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얼굴 이목구비의 5퍼센트 이내는 조절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물론, '에스테반' 에서 다시금 유명세를 타기 바라는 우진의 입장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이 좋겠지만서도, 사실 초보 시절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것은 우진으로써도 또 영 꺼려지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키187의 몸으로 오만 잡몹들에게 쫒겨 다니면서 바닥에 눕는 쪼렙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영 모양이 빠지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그런 쪼렙의 우진을 사람들이 알아 보기라도 한다면?

 

 그날은 바로 인터넷에 올라가 개망신을 당하기에 충분했다.

 

 - 모델 강우진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에? 이거 실화?

 

 - 톱 모델 강우진! 추락한 현재 그의 실황..

 

 - 강우진 몸개그 작렬 ㅇㅈ?

 

 잠시 그 상황을 떠올려보던 우진은 무조건 캐릭터의 외모를 손보기로 마음 먹었다.

 

 눈만 조금 손보더라도 사람의 인상이 확 달라져 버리니 여간해서는 분간을 하기 어려울게 분명했다. 그리고나서 나중에 랭커가 되거나 유명세를 탔을때, 그때 자신을 공개해도 늦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눈만 조금 손볼까..? 아니야.. 이왕 손 볼꺼면 머리 스타일도 약간..'

 

 "나왔다. 많이 기다렸냐?"

 

 우진이 외모 조작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때. 어느새 맞은편에서 재진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진은 커피잔을 내려보던 시선을 들어 재진을 바라 보았다. 그러자, 쌍커풀이 없는 서글서글한 눈초리, 오똑한 코에 전형적인 호감형의 인상을 지닌 재진의 얼굴이 보였다.

 

 "그나저나, 아직도 너 알아보는 사람들 많다?"

 

 재진은 자리에 앉자 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마, 우진을 향해있는 시선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뭐.. 그렇겠지? 생각해보면 겨우 1년 쉬었다고,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게 더 이상하지. 안 그러냐?"

 

 "으음.. 역시 그런가?"

 

 우진의 말에 재진이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재진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심히 목소리를 낮추어 갔다.

 

 우진은 그런 재진의 변화에 어째 재진이 무슨 소리를 할지가 쉽게 예상이 가기 시작했다.

 

 "야, 우진아. 너 외모 손 볼거지?"

 

 "당연히 손 봐야겠지?"

 

 "쯧.. 잘 생각 했어. 괜히 유명인이라고 해서 니 목 노리는 놈들도 나올수 있고, 본판 그대로 들고 댕기다가는 영 골치 아파질 걸?"

 

 "나도 그 정도는 다 알어. 누굴 모질이로 보냐?"

 

 우진과 재진은 그 후로도 십여분간을 커피숖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자신들을 바라보며 수근대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커피숖을 나와 근처 '렉스 소프트' 사의 대리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물론, 대리점에서도 우진을 알아 본 직원들이 화들짝 놀라는 자그마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우진은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신체측정장치의 안으로 들어섰고, 그렇게 들어선 신체측정 기계는 한사람이 넉넉히 들어 설 수 있는 탈의실 형태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우진은 직원이 알려 주었던 내용 대로 우선 옷들을 하나 둘 벋어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옷걸이에 차곡차곡 걸어 놓은뒤. 바닥 가운데 원이 그려진 곳에 양발을 붙인채 차렷 자세로 조심스레 올라섰다. 그러자, "우웅-" 하는 기계 소리와 함께 곧이어 바닥에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 빛은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

 

 아마 이 빛을 따라 사용자의 신체를 스캔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스캔을 먼저 마치고 빠져나온 우진을 이어 재진도 금방 스캔을 마치고 뒤따라 나왔고, 둘은 신체측정 데이터 칩을 받은뒤 근처의 호프집을 향해 자연스레 발길을 옮겼다.

 

 "야 우진아. 그나저나 에스테반 접속 시동어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좀 돋지 않냐? for the Esteban 이 뭐야. 오글 거리게."

 

 걸음을 옮기는던 중 재진이 뜬금없는 소리를 던져 왔다. 그에 우진의 고개가 자연히 재진에게로 돌아갔다.

 

 우진은 잠시 동안 재진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이내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뭐 어때? for the Esteban(승리의 왕관)..."

 

 

 2032년 4월 6일.

 

 에스테반 오픈 하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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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리아와 벨라(2) 2017 / 11 / 22 26 0 5998   
9 아리아와 벨라 2017 / 11 / 22 33 0 5888   
8 첫사냥(2) 2017 / 11 / 22 30 0 6141   
7 첫사냥 2017 / 11 / 22 33 0 4863   
6 송골매 감시탑 2017 / 11 / 22 34 0 6572   
5 화이트 런 (2) 2017 / 11 / 22 36 0 5923   
4 화이트 런 2017 / 11 / 22 40 0 6360   
3 D-day 2017 / 11 / 22 39 0 6168   
2 D-1 2017 / 11 / 22 58 0 8953   
1 프롤로그 2017 / 11 / 22 307 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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