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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29화. 그녀의 감정이 남겨진 곳
작성일 : 19-10-31 09:22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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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의 돌아섰던 냉정한 모습의 그를 어느새 잊고 병원에서 나온 그녀는 자신을 거부했던 남자에게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빠짐없이 찾아 갔다.

 ​

 ​

 구두 약 냄새 가득했던 그의 구둣방은 아침이면 어느새 그녀의 향기로 싱그러웠고 늘 조금은 어두웠던 분위기도 그녀의 밝음으로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그의 마음은 그녀의 방문으로 인해 모든 날이 행복하였고 한편으론 보잘 것 없는 자신으로 그녀가 불행해질 것이 두려웠다.

 ​

 

 

 마트에서 근무해야 할 그녀가 오전부터 구둣방을 찾아와 어둠이 내릴 때까지 마음에서 밀어내려는 그의 곁에 머물다 갔다.

 ​

 

 

 그녀의 몸 상태도 걱정스러웠지만, 가정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할 그녀가 모진 말로 밀어내고 밀어내도 고집스럽게 자신을 찾아옴은 더욱 걱정스러워 매정한 말로 상처를 내 사이를 벌리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향기로 조그만 구둣방이 물들 때면 그의 가슴 속엔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묘한 흥분이 일었다.

 ​

 

 

 날이 흐를수록 그녀는 새하얗게 창백해져 갔고 역설적으로 병색이 확연한 그녀의 모습에서 그가 알던 은수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더욱 깊어져 그녀를 둘러 싼 후광이 느껴지기도 했다.

 ​

 

 

 신이 내린 선물이 되어 그렇게 그녀가 매일 그를 찾아와 향기로 홀로 남겨져 외로울 그의 주변을 적셨다.

 ​

 

 

 그녀의 마지막 이 일

 

 ​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혹여 그녀가 자신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까란 두려움조차 생기던 어느날 밤, 가게 문을 닫는 그의 뒤에 조용히 서 있던 그녀는 여느 때보다 그에게 더욱더 창백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있었다.

 ​

 

 

 “이제 그만 괜찮으니 돌아가요.”란 그의 권유에도 미소로 부드럽게 거절 의사를 표하며 집으로 향하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양팔에 목발을 짚은 채, 의족 보행하는 그의 반대편 어깨에 손을 둘러 감싸며 부축하듯 살포시 안고 따라왔다.

 ​

 

 

 어둠이 내리는 길을 걸으며 어디까지 그녀가 따라올지 걱정 돼 “밤이 깊어가니 이제는 그만 산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라” 말하려는 그의 팔에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전해와 아찔함과 함께 가슴 속 빠르게 움직이는 심장의 움직임으로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

 

 

 가까이하면 할 수록 거부하지 못하게 되는 아름다운 유혹,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향기에 취하고 그녀가 전하는 부드러움에 심장이 흔들리며 망설임 속에 하염없이 걷던 그 길의 끝, 어머님이 어젯밤 당숙의 부음에 급히 시골로 내려가 외로운 그의 집까지 함께 오고야 말았다.

 ​

 

 

 집 앞에 서서 머뭇거리며 감성을 누르고 이성을 담아 그녀를 돌려보내야겠다 생각한 그의 등을 살며시 그녀가 안았다.

 ​

 

 

 등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과 사랑하는 감정이 심장을 격하게 뛰게 만들었으며 그녀의 머릿결에서 바람에 실려 전해온 향기는 그의 머릿속을 하얗게 태워 버리고 말았다.

 ​

 

 

 “들어가 커피 한잔하실래요?”

 ​

 

 

 누가 들어도 긴장 가득해 덜덜 떨며 말하고 있음을 알 정도로 간신히 이 짦은 문장을 마친 그의 등을 그녀가 더욱 꼭 안았고 등에 전해 오는 감촉으로 그녀의 끄덕이는 고갯짓을 느낄 수 있었다.

 ​

 

 

 어둡기만 했던 집에 불이 켜지고 곳곳에 싱그럽고 아찔한 그녀의 향기가 캔버스가 된 집 안을 곱게 칠하기 시작했다.

 ​

 

 

 마주 보기만 해도 설레어 불편한 몸을 움직여 주방에서 커피를 내온 그의 시선에 그녀의 하얀 볼을 타고 흐르는 맑은 방울이 들어왔다.

 ​

 

 

 흐르는 눈물, 이미 차가워진 온 몸으로 그녀는 떨었다.

 ​

 ​

 그와 마주한 오늘 이 순간이 이후 다가올 힘겨웠던 세상에서의 마지막을 전하는 날이 될 것만 같아 마음 속 깊이 꾹꾹 묻어두었던 벅차오르는 감정에 그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

 

 

 곧이라도 끊어질 듯 약하디약한 심장의 달리기에 그녀의 가슴은 온통 시리고 차가웠다.

 ​

 

 

 "전 이제 죽어요. 동진 씨. 내일이 생에서 저의 마지막 날이에요."

 ​

 

 

 새 소리처럼 고우면서도 강렬한 한 마디, 그녀의 말에 그는 놀라 마주 앉은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

 

 

 항상 들었던 말.

 ​

 

 

 ‘그렇지 않을 거야. 아직 그녀의 마음이 감정적이라 과한 상상을 하는 걸 거야. 어쩌면 그녀는 나를 떼어내기 위해 이런 모진 말을 한 것일지 몰라. 아니야, 그녀는 나를 떼어내기 위해 이런 모진 말을 할 리 없어. 내가 너무 매정해 자신을 봐 달라고 투정 부리는 걸 거야. 그녀는 한 번도 내게 거짓을 말한 적 없어. 혹시, 그녀의 말대로 내일이 마지막이면…, 그럴 리 없어. 그녀는 건강하고 씩씩하게 산이의 곁에 있어야 해.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제발 그렇지 않다고 누가 말해 주세요.’

 

 말도 안 된다면서 부정했던 그 말을 더욱더 창백한 파란 입술로 말하는 슬픈 눈의 그녀에게 이제는 감히 부정하기 어려운 믿음이 생겨버린 그였다.

 ​

 

 

 믿음이 생기자 그녀를 위해 억지로 밀어내며 버텨 왔던 다짐에 금이 가, 온통 무너져내리는 마음에 달리 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서글퍼지고 있었다.

 ​

 

 

 그의 품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위해, 자신이 견뎌온 생을 서글퍼하며 마냥 서러워 흐느끼는 고마운 그의 마음을 따뜻한 가슴으로 고스란히 전해 받으며 더욱 그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기 위해 그를 힘주어 안았다.

 ​

 ​

 "동진 씨."

 ​

 

 

 그의 품에 안긴 그녀는 고개 들어 자신을 향해 눈물 떨구는 그에게 짧은 부름과 함께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

 

 

 "너무 추워요. 절 안아주세요.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당신은 원치 않아 했지만, 전 당신을 원해요. 제 마지막, 소원이에요."

 ​

 

 

 담담하게 또다시 마지막을 전하는 그녀를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격정적으로 그 파랗디파란 그녀의 한기 어린 입술을 자신의 따뜻한 입술로 덮으며 온 정성 다해 온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

 

 

 서서히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안타까움을 밀어붙이면서 그는 자신의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그녀를 더욱 힘차게 끌어안았다.

 ​

 

 

 놀랍도록 차가온 그녀의 모든 것은 그동안 냉정했던 그의 모든 행동을 죄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누구보다 힘들었을 그녀.

 ​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 때문에 혹여 그녀 역시 불행해질까 걱정스러웠던 마음은 그저 못난 이기심으로 생각되었다.

 ​

 

 

 그의 체온이 전달된 것인지, 굳어있던 그녀도 서서히 온기를 띄며 달아오르고 있었다.

 ​

 

 

 차가워 떨리던 그녀의 두손은, 서로 맞잡은 그의 손으로 인해 두려워하는 것을 멈추고 있었다.

 ​

 

 

 한참을 온기어리게 나누던 두 입술이 떼어지면서 그는 그녀의 앞머리를 매만지더니 "사랑해 은수야."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는 다시 격렬하게 마음을 나누면서 아직 온기가 부족한 그녀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

 

 

 따스하게 안아주고 다정히 잡았던 손으로 감싸며 두려움이 서서히 떨어질 수 있도록 서로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

 

 

 한꺼풀씩 벗겨지는 두려움 속에서 바로 느껴지는 체온에 몸서리치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밀착하고는 눈물 가득한 포옹을 하였다.

 ​

 

 

 그녀의 몸 어느 한 군데라도 차가울세라 정성스럽게 포개 안은 그의 행동에 그녀는 언제 떨었냐는 듯 이제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어린 행동, 그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게 그녀가 죄지었던 가장 깊은 곳까지 달아오를 수 있도록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몸짓을 계속하였다.

 ​

 

 

 옅게 흘러나오는 그녀의 낮은 음색이 서서히 그의 본능도 일깨우고 있었다.

 ​

 

 

 차츰 그녀의 몸이 뜨거워져서 한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

 

 

 그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자상히 자신의 온기를 퍼트리고 있었다.

 ​

 

 

 특히나 그녀의 온기가 더 퍼져 나갈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자신의 본능과 어울리는 온기를 함께 전했다.

 ​

 

 

 그녀의 조금씩 커지는 소리에 맞추어 그는 자극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고 차츰 은밀하고 조심스러운 곳까지 세심히 범위를 늘려나갔다.

 ​

 

 

 길고 하얀 목덜미에 잠시 맴돌듯 머물던 그의 입술은 그녀의 눈, 코, 입에 허락을 구하고는 서서히 밑으로 내려와 둥글고 하얀 어깨의 향기를 느낀 후, 부드러운 아름다움에 취해 상냥하면서도 집요히 그리고 소중함을 마음 깊이 담아 그곳에 사랑스러움을 전달했다.

 ​

 그러다가, 점점 격렬해진 감정의 온도를 참을 수 없어 그녀의 가장 깊은 곳, 그리고 아직은 차가움이 남아있는 부분을 찾아 살포시 그리고 강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

 

 

 그녀와 그는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다른 체온의 교감에 새삼스러워서 작은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

 

 

 그는 자비로웠다.

 ​

 

 

 흉포하게 그녀를 다루지 않으며, 주단을 두르듯 포근히 조심스럽게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

 

 

 그러다가 "더요. 더 절 따스하게 해주세요."라며 이미 온갖 감정에 취해버린 그녀의 요구에 그는 자신의 욕구를 최대한 분출하기 시작했다.

 ​

 

 

 그녀의 입에서 터지는 소리 하나하나에 더욱더 자신의 마음을 주체 못 한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는 마음 깊숙이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나누고 있었다.

 ​

 

 

 그녀 역시 그의 목을 감싼 채, 그의 몸짓에 휩쓸리면서 그대로 타버릴 불꽃이 된 그의 체온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

 

 

 이대로 이 세상이 멈춰버리길.

 ​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올 모든 것을 잊은 채, 그의 품속에서 집중한 지금이 너무 행복했다.

 ​

 

 

 그리고 자신을 소중하게 다루는 이 사람의 정성에 눈물 나게 감사해하고 있었다.

 ​

 

 

 그저 고마운 사람, 마지막 에너지 분출을 끝으로 자신의 가슴에 쓰러진 그의 가쁜 숨을 온전히 느끼면서 그녀는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에 행복함을 담아 그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

 

 

 "사랑해요.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춥지 않아요. 이리 좋을 줄 알았으면 진작 할 것을. 그 추위를 그저 견디고만 있었네요. 미안해요. 동진 씨. 나 먼저 가서 미안해요. 우리 산이 염치없지만, 부탁해요."

 ​

 

 

 눈물 흘리는 그녀의 입술에 어느새 다가온 그의 입술은 다시 한번 더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

 

 

 그리고 다시 시작된 그녀와 그의 몸짓.

 ​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끌어안은 그 순간, 그녀는 따스하고 행복하며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

 

 

 너무도 슬프고 두렵지만, 이제는 다가올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심했다.

 ​

 

 

 그 역시 지금은 달아올라 따스함이 전해오지만, 생기 없는 한기를 조금 전까지 심장으로 느꼈었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서러워 그저 그녀를 품 안으로 들이며 온기를 계속 전할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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