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던 치훈이 걸어와 슬비 옆에 서면서 아무 말이 없는 건우에게 묻는다.
"커피 맛이 어때요? 슬비가 엄청 긴장하고 서 있는데"
"커피가 다 똑같지... 안 그래?"
"내가 뭘 바래. 그만 나가주세요. 도건우손님"
하며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치훈은 그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해서 그동안 슬비에게 해주고 싶었던 칭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치고 슬비는 정말 잘하는데 왜 남자친구가 인정해주지 않는거지?"
"아직 슬비에게 앙금이 많이 남아있어서 커피맛을 못 느끼겠어요"
"그럼 다음부터 저희 카페에 오지 마세요"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 앙금이 다 사라지면 그때 오시라구요"
"지금 손님 거부하는 거에요"
"네"
"당신이 뭔데 고작 이 작은 카페에서 일하는 알바생 주제에..."
"야 도건우 너 우리 사장님한테 말 함부로 하지마"
"뭐 사장님?"
당황한 표정으로 치훈을 바라보고 있는 건우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다. 슬비는 차갑게 건우가 아닌 치훈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서 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니야 괜찮아! 너같은 아이에게 왜 저런 남친이 있는지..."
"지금 두 사람 뭐하는 거에요? 제 앞에서..."
"뭐라는 거야 너 빨리 나가 도건우"
"이슬비 당장 그만둬 내가 대학 등록금 대신 내줄게 같이 대학가자"
"뭐? 넌 지금 나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리고 말았어"
"이슬비..."
"그만 나가줘 지금 이 상황에서 넌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슬비의 말에 순간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 건우는 카페를 나가고 한참 동안 문앞에 서 있다가 생각을 하고 걸음을 옮긴다.
슬비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서 있다. 그것을 보고 마음이 아픈 치훈이 커피 한 잔을 놓고 자리를 피해준다. 치훈이 나간 뒤 슬비가 혼자 남아서 눈물을 흘리고 울기 시작했다.
이내 손님이 들어오고 재빨리 눈물을 닦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치훈 역시 들어와 슬비와 함께 일을한다. 어제 혼자 일을 했을 슬비를 생각하며 더욱 미안한 마음에 대부부의 일을 치훈이 해냈다.
그렇게 바쁜시간이 지나고 조금 여유가 있을 시간 치훈이 의자를 들고와서 슬비를 자리에 앉혔다.
"조금 앉아서 쉬어 참 내가 제일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친구요?"
"그 친구에게 네 이야기를 했더니 카페에 한번 들르겠다고 하더라"
"아~! 사장님이 얼마나 내 욕을 했으면 궁금해서 찾아오실까?"
"나 뒤에서 뒷담화하고 그런 사람 아닌데 난 앞에서 욕해"
"ㅋㅋㅋ 왜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오지"
"울다가 웃으면 큰일나는데"
"헐 사장님도 그런 농담을..."
그렇게 분위기가 좋은 카페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연우
"뭐가 그렇게 웃겨 나도 같이 웃자"
연우의 한마디에 슬비와 치훈이 동시에 일어나 하는 말
"도연우 네가 이 시간에 어떻게 온 거야"
"연우오빠 오셨어요"
"뭐야! 두 사람... 같이 일하는 거야"
연우가 자리를 잡고 의자에 앉는다. 치훈이 걸어나와 마주앉는다. 슬비는 그 안에 서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어떻게 되는 거지?"
"뭐가!"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그러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 사이 슬비가 커피를 들고 나와 테이블 위에 놓는다. 연우는 커피를 마셔보고 말도없이 엄지척한다.
"말이 필요없어 너무 맛있는데 역시 그 스승의 그 제자라더니"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기분은 좋은데"
"아니야 정말 맛있어. 내 친구의 뛰어난 기술과 슬비의 마음이 합쳐져서 더 그런건가 진짜 맛있다"
연우는 계속 커피를 마시며 웃고 있다. 슬비도 한시름 놓은 듯 웃으며 연우 표정을 살피고 있다. 치훈이 슬비의 손을 잡고 의자에 앉혔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풀어가보자"
"뭐가 그리 급해 천천히 하자"
"슬비야 인사해 아까 내가 말했지 나의 가장 친한친구 도연우"
"안녕하세요. 이슬비라고 합니다. 여기서 알바하는 알바생"
"우리 이런 사이 아니잖아! 안 그래 이슬비"
"그러니까 너희 둘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그게 말하자면 길어"
연우와 슬비가 눈빛을 교환하며 치훈을 놀리 듯 웃고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