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꼭 잡고 공원입구에 도착했다. 연우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조금은 긴장되는지 살며시 슬비의 손을 놓은다. 하지만 슬비는 다시 손을 잡으며 공원을 걸었다. 슬비가 비를 맞으며 연우를 기다리던 장소가 보이고 둘은 그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며 서 있다.
"여기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기구나... 비를 맞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너의 모습이 그려진다"
"오빠가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싸이렌을 울리면서 빠르게 달리는 응급차를 보고 무서워서 난 그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죠"
"아마 그 차에 내가 타고 있었을 거야"
"미안해요. 내가 곁에 있어야 했는데"
"그때 넌 너무 어렸어. 그리고 내가 그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넌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연우오빠아~!"
슬비가 연우의 품에 안긴다. 연우도 가볍게 슬비를 안아주며 위로한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비는 계속 내리고 슬비와 연우는 공원을 계속 거닐었다. 그러다가 연우가 사고난 그 장소에 도착을 하고 갑자기 두근거리며 미친듯이 심장박동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듯 연우는 손으로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힘들어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슬비는 너무 안타까워하며 이번에는 연우를 안아준다. 그런 슬비의 품에 안겨 조금 진정시키려고 하는 연우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까지 무리였나봐요"
"아니야 이겨내야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오니 또 생각나"
"안 되겠어요. 그만 가요"
슬비는 연우를 데리고 집으로 갈 수가 없어 다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의자에 연우를 앉혀놓고 안으로 들어가 물을 데워 따뜻한 물을 들고 와서 연우에게 건네주며 마주앉는다.
"커피는 다음에 내려 드릴테니까 우선 물 좀 마셔봐요"
"고마워 슬비야"
연우는 뜨거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이내 다시 마시기를 반복하면서 조금 편안한 얼굴 표정을 하고 슬비를 바라본다.
"내가 보기엔 예전 그대로인데... 이렇게 나를 위로 할만큼 자라다니"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마냥 귀여운 듯 머리를 쓰담쓰담하는 연우와 밝게 웃어 보이는 슬비.
그때 슬비의 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으면
"너 지금까지 어디서 무얼하는 거야 나가면 나간다고 말을 해야지 그리고 왜 집에 안 들어와 설마 그 건우 자식이랑 같이 있어?"
"엄마 말 좀 가려서 해 들어가서 다 이야기 할 테니까 끊어 금방 갈게"
"어머니?"
"네 엄마는 제가 알바 시작한 것 몰라요 아직 말 안했거든요."
"그러니까 걱정을 하지"
"들어가서 말하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못 들어가고 있지 내가 바래다 줄게 그만 일어나자"
"아니에요. 전 오빠랑 오랜만에 같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럼 집에 들어가지마..."
"오빠..."
"농담이야 이제 슬비에게 이런 농담까지 하게 될 날이 오다니"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와 골목길을 걸었다. 서로 엇갈리게 보며 걷다가 이내 동시에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엄마가 건우와 있는 걸 싫어하니?"
"오빠가 없는 사이에 그럴 일이 좀 있었어요"
"무슨 일?"
"둘이 사귀는 걸 서로 부모님에게 들켰는데 하필 저 때문에 사고가 난 뒤에 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알에 되어서 두 부모님들이 흥분해서 그만..."
"싸웠구나 우리 엄마가 좀 예민해 특히 내가 그런 사고를 당한 이후로..."
"아마 오빠가 저를 만나기 위해 공원에 나오다가 그 사고를 당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면 전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에요"
"우리 엄마가 그 정도였어"
"네 조금..."
그 말에 소리를 내며 웃어 보인다. 슬비도 같이 웃으며 어느새 집앞에 도착했는데 대문 앞에 슬비의 엄마가 서 있다.
"누구야 슬비니?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야? 건우랑 같이 있었어?"
"안녕하세요? 슬비의 초등학교 선배 도연우라고 합니다."
"엄마 왜 나와 있어"
"걱정이 되서 나왔지"
"왜 이래 예전에는 밤을 새고 들어와도 잠만 잘 자더니"
"이제 다 컸잖아 밤길이 얼마나 무서운데 여자가 혼자서..."
"선배 그만 가봐요. 고맙습니다. 그럼"
슬비는 창피한 듯 엄마의 팔을 잡아당기며 빨리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감회가 좀 새롭다. 걸음을 옮겨 연우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