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서 5일만에 퇴원을 하는 슬비와 달리 아직 특실에 입원을 한 건우는 슬비가 학교에 간 사이 너무 심심해 미칠 지경이 되어갈 때쯤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나... 유나누나..."
"누나가 저에게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여기 연우씨가 있는 곳이에요"
"형이 이번엔 비를 피해서 어디로 갔으려나"
"그래서 말인데... 연우씨가 좀 이상해요"
"이상하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자세하게 말씀 좀 해봐요"
"전화로 하긴 좀 그렇고...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때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눌까요? 연우씨에 대해서..."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유나, 그 전화를 받고 갑자기 멍 때리고 앉아있는 건우 뭔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때 학교를 마치고 바로 건우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달려와 특실 앞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미소를 지으며 웃어 보인다.
그러자 손짓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문을 열어준다. 슬비는 안으로 들어서자 멍 때리고 앉아있는 건우를 보고 천천히 달려가 놀래켜 준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고 재미가 없어진 슬비는 건우의 양 볼을 붙잡고 쫙 당겼다. 그제서야 아프다며 슬비의 손을 떼내려고 했다.
"내가 왔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유나누나에게 전화가 왔었어"
"유나누나라면... 연우오빠 여자 사람 친구"
"꼭 그렇게 말하고 싶어? 그냥 애인이라고 하면 되지"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마음대로 해라 유나누나는 이미 형 곁으로 떠났으니"
"그런데 왜 너에게 전화를 해?"
"형이... 아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어 계속해"
"나도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형이 이상하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모르지 뭐 유나누나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만나서 이야기 한다고 했으니까 기다려 보는 수밖에..."
건우의 말에 이번엔 슬비가 멍 때리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 모습에 건우 역시 슬비의 볼을 잡아 당긴다. 아픈 표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되어 그만둔다.
"오빠한테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여기서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져? 그만 걱정하고 나도 좀 봐 줘"
"그래... 몸은 좀 어때?"
그 말에 건우가 슬비를 와락 끌어 안는다. 슬비가 밀어 내려하지만 혹시나 잘못 될까봐 그대로 서 있다.
"이렇게 너를 안아도 아프지 않은 것을 보니 다 나았나보다"
"정말 괜찮은 거야"
"그렇다니깐"
그때 건우의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그 장면을 본다. 깜짝 놀라 그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어...엄...엄마"
"누가 여기 들어오라고 했어"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내가 특실에 경호원까지 누군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하는 줄 알아?"
"엄마 내가 오라고 했어 슬비 뭐라고 하지마"
"남자가 오라면 쪼르르 달려오고 가라면 또르르 가는 그런 쉬운 얘야 넌"
"난 그저 건우가 걱정이 되서..."
"걱정이 되면 집에서 기도나 하며 우리 건우가 빨리 낫기를 바래야지"
"엄마..."
"죄송합니다. 앞으로 찾아오지 않겠습니다."
"누구 때문에 다쳐서 이 고생을 하는데 우리 아들이... 뻔뻔하게"
"이제 그만해 제발 좀..."
슬비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온다. 건우가 따라서 나가려고 하는데 건우의 엄마가 붙잡으며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그러나 건우 힘을 감당하지 못한 건우엄마는 밖에 서 있는 경호원을 부른다.
"경호원 빨리 와서 나를 좀 도와요"
그 말을 듣고 달려 온 경호원은 건우엄마와 함께 건우를 잡고 침대에 눕혀 버리고 두 사람을 이기지 못한 건우는 지쳐서 그만 둔다. 그리고 경호원에 얼굴을 보면서 건우엄마는 한마디 한다.
"앞으로 어떤 사람도 들이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사모님"
"특히 아까 나간 그 여학생은 더더욱..."
"네 사모님"
그렇게 충성하는 대답으로 다시 밖을 나가 서 있고, 건우는 엄마의 모습에 그저 피식 웃으며 어이가 없어서 침대에 대자로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