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는 학교에서 나와 연우와 만나기로 했던 공원으로 간다. 그 공원에는 아직 모든 것이 그대로 인데 혼자 서 있는 슬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서... 연우오빠를 더 기다리게 하는지 몰라"
하며 걸음을 멈추고 의자에 앉아있는다. 3년 전 연우를 기다리던 초딩 슬비처럼... 아니 어쩌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어둠이 찾아오고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버스를 타자마자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서 편의점에 들러 투명우산을 사고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내려 우산을 펼친다. 오랜만에 비가 내리는 거리를 걷고 싶은지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 둘러가는 길로 방향을 바꾼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어린시절이 생각나 슬비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슬비우산 연우우산 도건우우산...]
노래를 부르며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슬비야..."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비에 흠뻑 젖어 비를 맞고 있는 건우가 서 있었다. 당장 달려가 우산을 씌워주지만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흔들어 깨우며 건우를 일으켜보지만 이미 쓰러져 정신을 잃은 상황. 결국 슬비는 집안으로 들어가 가족들을 총동원해 쓰러진 건우를 엎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슬비의 남동생 슬주가 건우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바로침대에 눕혔다. 기침을 하며 앓고 있는 건우를 보고 방에서 나온다. 방문을 열자 걱정스런 눈빛으로 서 있는 슬비가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붙잡아 거실로 데려와 소파에 앉힌다.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모르겠어 날 기다렸나봐 비를 맞으면서"
"얼마나 기다렸길래"
"학교 마치고 바로 와서 기다렸나?"
"누나는 어디서 오는 길이야"
"그게 마음이 좀 심란해서 걸으며 시간을 좀 보냈지"
"어떡할 거야 저 형"
"오늘 밤만 아니 나중에 깨어나면 그때 집에 보낼게"
"알았어 그럼 난 밖에 나가 있을게 전화해"
"응 미안 그리고 고마워"
동생 슬주는 나가고 부모님들도 방으로 들어갔다. 슬비가 방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욕실로 간다. 세숫대야에 물과 수건을 적셔 동생 방으로 들어간다.
아직 건우는 눈을 감고 누워있고 물에 적신 수건을 이마에 올려준다.
"바보같이 왜 나를 기다려..."
그 말을 들었는지 건우가 힘겹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자신의 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몸을 반쯤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슬비가 다시 눕혀 버린다. 눈앞에 슬비가 있는 것을 알고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여기가 어디야? 그리고 네가 왜 여기 있어"
"여긴 내가 사는 집이니까 네가 있는 거지 넌 왜 여기 누워 있어"
"어떻게 된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어떻게 된 거야"
"널 찾아다녀서 없길래 집 앞까지 와서 기다렸어 네가 올 때까지"
"그러다가 내가 안 오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도 기다려..."
"이제 다 나은 것 같으니까 그만 집에 가 봐"
슬비가 수건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끌어 당기며 품에 안는다.
"왜 이래... 엄마 아빠 다 있어"
그러자 안고 있던 슬비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슬비의 눈을 바라본다.
"너 정말..."
아픈 건우를 두 손으로 밀어내지만 건우는 흔들림없고 점점 다가가서 이마 위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이러지마 제발"
"한마디만 더 하면 진짜 키스해 버린다"
"뭐라고?"
건우가 입술로 점점 내려가려는 찰나 방문이 열리면서 슬주가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문을 닫는다.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오는 슬비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건우도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방 주인인 슬주와 어색하게 마주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누나 형 간데 끝까지 안 나올거야"
그 말을 듣고 방문 손잡이를 붙잡으며 서 있지만 차마 문을 열지는 못하고 그저 기대 서 있다. 문이 열리고 나가는 소리를 듣자 그제서야 방문을 열고 거실을 바라보면 건우와 슬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