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의 차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건우. 반대편에 서 있는 차를 발견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차를 타는 건우
"이제 어디로 갈까?"
"누굴 만날 사람이 있는데 거기에 좀 데려다 줘"
"뭐야 나하고 한 약속 아니었어"
"그 만날 사람이 내가 아닌 형이야"
"뭐? 네가 만나는 사람인데 내가 만나야 한다고"
"응."
"누구지... 설마 유나"
"일단 가자고 가보면 알아!"
건우의 말에 일단 도로를 달리는 연우 그 사람이 누군지 더 묻고 싶었지만 건우의 얼굴 표정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안을 둘러보니 아직 슬비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자리를 잡고 마주앉은데 남자 둘이 앉아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 잠깐 화장실 좀..."
연우가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건우는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슬비가 들어와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여기야! 여기..."
그 소리에 건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간다. 마주앉은 건우와 슬비
"나 시간 없어. 할 말 있으면 빨리해"
"그게... 그러니까..."
"나 그냥 간다."
"형... 연우형이 한국에 들어왔어"
"뭐? 연우오빠가?"
"그래서 오늘..."
말을 더듬으며 머뭇거리고 있는 건우 그때 들리는 연우 목소리
"건우야! 누구? 여자친구?"
"형. 그게... 오늘 형이랑 만날 사람"
"네가 말했던 그 사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며 고개를 들자 연우가 바로 앞에 눈을 마주보며 서 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이슬비입니다"
"이슬비? 어... 넌..."
"저를 기억하세요."
"당연하지 넌... 어제 내가 비를 맞을 때 비를 맞지 않게 해주던 그 여학생"
"그럼 어제 그 남자가 정말 연우오빠..."
"뭐야! 두 사람..."
"내가 말 안했던가? 어제 나 비 맞고 쓰러졌을 때 비를 피해주던 여학생"
"그럼 그 여학생이 너야?"
"음... 지금 이 상황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맞는 것 같은데"
"어젠 너무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못했어요. 고마웠어요. 어젠..."
슬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것 같다 건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먼저 갈게"
"연우형 또 언제 만날지 모르잖아! 너 오늘 아니면 시간 없어"
"이제 만날 의미가 없어졌어"
"그게 무슨 말이야! 물어 볼게 있다며 꼭 알고 싶은게 있다며"
"그랬지... 근데 이젠 알고 싶지 않아! 그때의 연우오빠가 아니니까..."
슬비가 카페 문을 향해 걸어가고 더이상 붙잡지 못하고 서 있는 건우.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연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미안해 형. 나 먼저 갈게"
건우는 카페 밖으로 나가 슬비를 찾기 시작한다. 거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 슬비를 보고 달려가 붙잡는다.
"바보야! 넌 정말 바보야!"
"그래 나 바보야 그러니까 그냥 놔 줘"
건우의 손을 뿌리치고 걸어간다. 그러나 다가가서 다시 붙잡으며 안는다. 결국 건우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는 슬비가 울기 시작한다.
"그래 울어라 울어 내 품에서 울어라 제발... 그래야 내가 널 안아주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하나의 섬처럼 서 있는 건우와 슬비.
카페에서 나온 연우는 차를 타고 천천히 달리면서 건우를 찾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슬비를 안고 있는 건우를 본 순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다. 그때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연우는 차를 한쪽으로 세워두 사람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입가엔 계속 이슬비 이름을 부른다.
"이슬비.. 이슬비... 뭐지?"
그렇게 이슬비의 존재를 떠올리는 동안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연우도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