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을 보고 건우가 애써 큰 목소리를 내면서 억지 웃음으로
"나 괜찮아! 병원이니까 그냥 하는 말이야"
"그래도 입원해 있어 특실로 해줄게"
"필요 없다니깐"
"말 들어 건우 너까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
그렇게 부모와 함께 있는 건우를 보고 조용히 병원을 나온다.
결국 연우를 그렇게 만든 것도 다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힘들었는데 또 이번엔 건우 역시 자신 때문에 이런 사고를 당하니 무지 힘들었다. 결국엔 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쓰러진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응급실로 데려와서 침대에 눕혔다. 그 모습을 본 건우가 걱정이 되어
"이 친구도 저와 같이 버스에 부딪쳐서 검사를 받아야 할 거에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슬비 주위에 서서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다른 검사실로 옮겼다. 부모님은 안정을 취하라며 억지로 침대에 눕히지만 절대 말을 듣지 않고 슬비를 기다리고 있다.
몇 시간 뒤.
2인실 병실에 건우와 슬비 침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건우의 침대에 건우가 누워서 옆 침대에 누워있는 슬비의 마취가 깨기만을 기다리지만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슬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건우
슬슬 마취가 깨면서 슬비가 눈을 떴다. 그러자 건우가 웃는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보면 건우와 자신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린 같은 사고를 당했으니까 같이 경과를 지켜 봐야하잖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내가 부모님한테 졸라서 같이 병실 써 달라고 했지"
"뭐라고"
"의사 선생님들도 귀찮게 왜 다른 병실을 왔다갔다하게 만들어"
"됐어 나 그냥 퇴원할래"
일어나 가려는 슬비를 힘겹게 붙잡으며
"가지마 이렇게 좋은데"
슬비는 건우의 손을 잡고 바닥에 주저 앉는다. 건우는 그런 슬비의 얼굴을 바라보다 살며시 뒤에서 안아준다. 뿌리치려던 슬비의 손은 오히려 건우의 손을 쓰다듬으며 위로를 하는 듯 안겨있다.
"나 너의 얼굴이 너무 보고 싶은데"
"안 돼"
"왜 울고 있는 거지?"
"........."
"말이 없는 걸 보니 정말 너 울고..."
말을 끝까지 하지 않고 슬비를 안으며 얼굴을 보니 눈물을 흘린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 그냥 다시 자신의 품에 속 안아버린다.
"보기 싫다 너 우는 얼굴"
"흑흑흑"
"듣기도 싫어 너의 우는 소리"
하며 다시 얼굴을 들어 올려 슬비를 바라보다가 참지 못하고 입술에 키스를한다. 슬비는 스르륵 눈을 감고 건우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아준다.
그때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건우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뒷걸음치면서 나왔다. 뒤따라 오던 건우아버지가 붙잡으며 묻는다.
"왜 그래 안 들어가고"
"아직... 아니... 들어가지 마세요"
"왜 건우한테 무슨 일 있어"
하며 병실 안을 쳐다보니 아직까지 건우와 슬비가 입을 맞추며 서 있었다. 건우아버지 역시 그냥 문을 닫는다. 복도 의자에 앉아 서로 어깨를 기대어 안아있는 부모님
"이제 어떡하죠."
"저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지금 우리는 잘하고 있는 걸까요?"
"글쎄... 나도 모르겠어요"
"안 되겠어요. 그냥 들어가죠"
"여보..."
병실 문이 열리고 건우가 걸어 나온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이 벌떡 일어나 그 앞에 서서 바라본다. 예상치 못한 만남에 건우도 놀란 듯 잠시 멈칫한다.
"아픈데 왜 나와 있어"
"슬비 겨우 잠들었어요"
그 말에 건우의 아버지가 뺨을 때렸다. 순간 놀란 건우어머니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말린다. 뺨을 맞은 건우는 고개를 숙이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지금 그게 우리 앞에서 할 말이야?"
"엄마 아빠에게 내가 보이기라도 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한테는 늘 형이 먼저였고 언제나 형이였잖아요"
"그건..."
"저도 이제 엄마 아빠보다 슬비가 먼저에요"
"뭐라고 이자식이..."
"또 때리고 싶으면 때리세요 언제든지 맞아 드릴테니까"
순간 들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차마 때리지는 못하는 아버지 옆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흐느끼며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