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를 보고 운전석으로 다가간다. 연우가 창문을 내리며 건우를 찾는다.
"어떻게 슬비랑 같이 있어? 그리고 슬비는 왜 저렇게 비를 맞고 서 있어"
"이야기 하자면 길어 어서 슬비부터..."
건우는 슬비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고 강제로 차에 태우려 하지만 차를 타지 않으려는 슬비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도대체 네가 원하는 건 뭔데”
“오빠가 나와서 우산 씌워줘”
“너 바보야 초딩 연우는 없다고 이젠 초딩 슬비에서 좀 벗어나”
“눈 앞에 있는데 왜 계속 없다고 하는 거야!”
“저건 초딩 연우가 아니라 그냥 도연우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야”
“3년 전 공원에 나왔었데 그런데 난 오빠를 보지 못했어 만나지 못했다고”
“3년 전... 공원...”
건우는 차 안에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슬비를 바라보고 있는 연우를 보고 3년 전 기억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말하지 못 했다. 연우의 눈빛이 말하지 말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있는 힘껏 슬비를 뒷문에 밀어 넣고 건우도 옆에 앉아서 꼭 붙잡고 있다.
“출발해 형”
그 말에 있는 힘껏 밟으며 도로를 달린다. 빗속을 달리는 연우의 차가 어느 집 대문 앞에 선다.
“아직도 여기 살고 있니?”
그 말에 고개를 들어보면 슬비가 대답도 없이 차 문을 열었다. 고맙단 말도 없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내리려는 건우를 붙잡는 연우
“오늘은 그냥 혼자있게 놔둬”
“어떻게 알았어 슬비집은...”
“초등학교 6년 동안 다녔던 길인데 쉽게 잊혀지겠어”
“난 모르고 있었는데”
“그럼 한번도 집 앞까지 바래다 준 적도 없었어”
“어쩌다 보니 그 버스정류장에서 맴돌았지 뭐...”
건우는 뭔가 아쉬운 듯 슬비의 집 대문을 바라보고 말없이 운전을 하면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한 연우를 쳐다보고 답이 없다. 그저 한숨만 쉬었다.
골목으로 들어서기 전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웠다. 연우는 비가 다 그친 것을 손으로 확인하고 차문을 열고 내려 안으로 들어간다. 금방 들어갔다 나온 연우의 손에는 캔맥주를 2개 들고 차를탄다.
집으로 돌아온 연우는 맥주캔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시원하게 원샷한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우 맥주캔을 던져준다.
“나 미성년자야”
“요즘 애들 다 술 마시더라 넌 요즘 애들 아니야”
“슬비 왜 만나러 갔던거야”
“몰라 그냥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찾아간 거야”
“형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너의 이름을 약간 이용했지”
“3년 전 그때... 그 일 왜 슬비에게 말하지 않는 거야”
“지금 슬비에겐 내가 공원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기억만으로도 힘든데 내가 겪은 일까지 이야기 해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럼 그냥 이대로 지낸다고”
“그래야지 뭐 그리고 어차피 난 또 다른 나라로 갈 거니까”
“결국 슬비 혼자만 아파해야 하는 건가”
“네가 옆에 있는데 무슨... 난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둘은 캔을 부딪치며 서로를 응원한다. 하지만 연우 눈빛에서 왠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지는 것을 본 건우 뭔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어 본다.
다음날 아침.
어제의 일은 깨끗이 지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눈을 떠보지만 바램은 그저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찢어질 듯이 괴로운 연우는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차라리 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밀려와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때 방문을 열고 아직 자는 것처럼 보여 들어가 흔들어 깨워본다.
“형 나 학교 갈 건데 눈 좀 떠보지”
“어~ 그래 잘 갔다 와 차 조심하고”
“형도 비 조심하고 슬비 조심해”
“뭐라고...”
“아니야! 그럼 난 간다.”
방문을 닫고 나가는 건우의 교복 입은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짠한 마음이 드는 연우 그러다가 창문 밖을 내려다 보면 아침 햇살이 참 좋다.
‘오늘은 비 걱정 안해도 되겠지’
그렇게 날씨로 위안을 삼으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