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가 울고 있는 그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파오는 연우 고개를 들어 슬비의 얼굴에 번진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어루만져 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건우가 달려와 슬비를 억지로 잡아 당겨 차가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차에 태우고 소리치며 형을 애타게 부르는 건우
"형 빨리 안 타고 뭐해"
"연우씨..."
"........."
연우가 차에 오르고 운전을 한다. 다시 도로를 달리고 패밀리 레스토랑 앞 짝을 지어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여기 꽤 비싼데 형이 무슨 일로...”
“연우씨 다시 출국한데요”
“형... 이번엔 어디로?”
"이번에 있던 곳이 좀 있으면 우기에 접어 들어서 미국으로 갈까 생각 중"
"그래..."
“그래서 저도 같이 갈까 생각 중이에요”
“설마 결혼?”
건우의 입에서 나온 결혼이라는 단어에 모두들 일시정지 된 느낌이다. 그 상황에서 슬비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그 모습을 읽은 유나가 여유가 묻어난 웃음으로 연우에게 기대면서
“그냥 여행 겸 연우씨 곁에 조금 더 있고 싶어서요”
“그러다가 눈 맞고 눈 맞으면 띠리리~ 그러다 배 불러서 들어오는 것 아냐”
아무 생각없이 농담을 던지며 웃는 건우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슬비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앉어 이슬비 그리고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알았어 알았다고 난 그냥 3년 전 진실이 알고 싶었던 것 뿐이야”
“3년 전이라니...”
“그런게 있어”
“설마 연우씨와 내가 처음 만났던 그 날”
“유나야 그만”
“왜 감추려고 하는 건데 아픈 기억이라서”
“알고 있나요? 3년 전... 연우오빠를...”
“당연히 알고 있죠 비가 엄청 내리던 겨울 밤 공원에 쓰러져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던 연우를 내가 살렸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때 묻지마 살인이 기승을 부릴 때 연우가 당할지 누가 알았겠어요”
“묻지마 살인...”
“그때는 겨울인데다 비까지 내리는데 공원에 사람들이 있었겠어요. 저도 놓고 온 물건만 아니면 가지 않았죠 그것도 운명인가?”
“슬비야 그게...”
“그 뒤로 비만 오면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무서워하는 어린 아이가 되어 버리는 연우씨가 된 거에요”
“나를 만나려고 하다가...”
“그래서 비를 맞는것도 보는 것도 내리는 소리까지 싫어해요. 이젠...”
슬비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 때문에 연우가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고 또 많은 추억이 있는 비오는 날을 싫어하게 되었단 사실을 알게 되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건우와 연우.
어느덧 시간은 흘러 식사는 모두 끝이나고 다들 일어나려는 분위기 속에서 유나는 자연스럽게 연우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걸어가려는 그때
“유나야 나 슬비랑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 그럼 어디로 갈까?”
“아니 단 둘이서... 가자 슬비야”
“네...”
연우는 슬비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을 걸어나간다.
그 두 사람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느끼게 되는 유나가 몰래 따라가려고 하는데 붙잡는 건우의 손 뒤를 돌아보면 건우 역시 두 사람을 따라가고 있는 눈빛을 보게 된다.
“너도 슬비 좋아하잖아! 그럼 붙잡아야지”
“오늘은 우리가 양보하죠”
“사랑엔 자존심 따윈...”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두 사람에게 풀어야 할 숙제가 있잖아요”
“그래도...”
“왜요. 자신 없어요. 슬비를 이겨내고 형을 지켜 낼 자신이...”
“그럼 넌 자신 있어?”
“아니요. 나도 자신 없어요. 하지만 사랑하니까 슬비를 사랑하니까...”
유나는 건우의 손을 뿌리치고 레스토랑을 나가고 뒤이어 나온 건우는 하염없이 거리를 걷는다. 생각해보면 슬비와의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항상 둘 사이에 뭔가 벽이 존재한다 생각했는데 그 벽이 자신의 형이였다는 사실이 정말 싫었다. 왠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