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하교 시간.
슬비가 다니는 학교 교문 앞에 연우의 차가 보인다. 학생들 사이로 슬비의 모습이 보인다. 연우는 슬비의 걸음에 맞는 속도로 갓길을 달리며 슬비를 쳐다보고 있다.
슬비가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그때 연우의 차가 앞에 서고 창문을 내린다.
"이슬비 학생? 건우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어서 타요."
"건우한테 아무 연락 없었는데..."
"깜짝 서프라이즈... 라나 뭐라나?"
"알겠어요 그럼"
슬비가 옆자리에 타고 속도를 내며 도로를 달린다. 둘 사이 아무 말이 없고 그때 어색한 듯 먼저 말을 걸어 보는 연우
"나를 만나고 싶어했던 이유가... 뭐지..."
"신경쓰지 마세요."
연우가 갑자기 차를 갓길에 세우고 슬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어떻게 신경이 안 쓰여 초등학교 6년 동안 비가 오는 날에 늘 내가 너에게 우산을 씌워줬다는데"
"그냥 비를 맞고 가는 내가 불쌍해서 동정심에 우산을 쓰워 준 것 뿐이니까 신경 끄세요"
"불쌍해서... 동정심으로... 내 친동생 도건우의 우산을 뺏어 너에게 달려가 우산을 씌워줘"
"지금은 그렇게 밖에 해석이 안 되네요"
"지금은? 그럼 예전에 너의 초등학교 6년 기억 속엔 내가 어떤 존재인데"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 이슬비와 도연우는... 서로 좋아했는지도 모르죠"
"좋아했었다고..."
"건우가 기다리겠어요. 어서 가요"
"아니 건우 핑계로 널 만나고 싶어서 일부러 거짓말 한 거야"
"네? 그럼... 아까 그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세요."
"아직 우리 둘 사이엔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차 문을 열고 내리려는 슬비. 그때마다 차 문을 잠궈 버리는 연우. 결국은 내리지 못하게 도로를 달린다. 운전만 하는 연우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는 슬비 그때 예고도 없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슬비는 처음 연우를 만났던 그때를 기억하며 노래를 시작한다.
"이슬비 내리는 이름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슬비우산 건우우산 도건우우산"
노래를 부르다가 옆을 쳐다보면 연우가 따라 부르고 있다.
"이 노래..."
"내가 너에게 가르쳐 준 노래인가?"
"맞아요 초등학교 6년 동안 오빠와 우산을 쓰고 갈 때마다 불렀던 노래"
"기억나..."
"늘 도건우우산이 뭐냐고 물었는데 이젠 알겠네요. 그 우산 주인이 오빠가 아닌 동생 도건우였다는 것을..."
"그래 맞아 그 우산은 내가 아닌 내 동생 건우꺼였어"
"그럼 6년 동안 동생 우산을 뺏어서 나를 씌워 준 거에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럼 건우는?"
"비를 맞고 집으로 돌아와 감기를 앓았어 습관처럼"
"나빴다."
"그땐 건우보다 네가 더 소중했으니까"
"그런데 왜 나오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 그 공원에..."
그 말에 갑자기 갓길에 차를 세운다.
옆에 앉아있는 슬비의 얼굴을 쳐다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 한다.
"그때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나도 할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빤 나오지 않았죠"
"나갔어. 나갔는데..."
"그때 하고 싶었던 말이 뭐였어요"
"이젠 소용없어! 다 지난 일이잖아"
"그래도 난 듣고 싶어요."
"아니 하지 않겠어"
"그럼 여기 앉아 있을 이유도 없겠네요"
하면서 차 문을 열고 나가는 슬비 비를 맞으며 서 있다. 창문을 조금 내려 슬비에게 외친다.
"빨리 타..."
"싫어요."
"어서 타지 못 해"
"예전처럼 오빠가 우산 들고 올 때까지 기다릴 거에요"
"내가 말했지 난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왜요. 왜 비가 싫고 무서워요. 왜 예전처럼 달려오지 못하냐구요."
"그건... 너에게 비를 맞고 힘들어 하는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왜... 그 이유가 뭐냐구요"
"말 못 해"
결국 연우는 차안에서 슬비는 비를 맞으며 그 자리에 서 있다. 그 상황에서 나가려고 문을 잡다가 이내 놓는 상황만 되풀이 한다. 그때 건우의 이름이 뜨고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건우야 지금 빨리 택시 타고 여기로 와줘"
"거기가 어딘데 무슨 일이야"
"슬비가 비를 맞고 서 있는데 난... 난... 나가지 못하겠어"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몇 분이 지나 한 대의 택시가 내리고 급하게 내리는 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