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선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멀리서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건우가 걸어오고 옆에는 많은 여학생들이 줄줄이 따르고 있다. 얼른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데 누군가가 손을 잡는다. 고개를 돌리면 건우다.
"어디가~"
"급한 일이 있어서"
"나 말고 무슨 급한 일"
"암튼 간다"
뛰어가는 슬비 그 모습을 보고 더 빨리 뛰어서 슬비 앞에 선 건우. 슬비의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교복과 머리, 얼굴에 손자국이 달아올라 붉어진 볼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바라본다.
"뭐야! 너 꼴이 왜 이래"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꺼"
"아니긴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누가 이랬어"
"내가 그랬어 내가"
"네가 미친 것도 아니고 혼자서 쇼했어?"
"그래 쇼했다 쇼했어 그러니까 그만 하자"
건우는 주위에 있는 여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슬비가 왜 이런 모습으로 있는 것인지 이유를 묻는다. 건우가 다정하게 묻는데 대답 안 해줄 여학생들이 없다. 모든 상황을 다 전해들은 건우가 말한다.
"슬비 앞으로 건드리지마 만약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땐 내가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아!"
그 말을 하고 학생들을 뒤로하고 슬비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가까운 공원에 도착해 슬비를 여자 화장실 안으로 밀었다. 슬비는 거울을 보고 옷을 고쳐 입고 나와 아무일 없었다는 듯 걸어나온다. 그 모습을 보고 소리없이 웃는 건우.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나 이제 학교 다니기 힘들겠다 당분간은..."
"내가 보디가드 해 줄까?"
"아니 됐어"
"왜 부담 돼? 내가 너무 잘 생겨서"
"됐거든... 연우오빠 소식은 뭐 없어?"
"어제 나랑 키스까지 해놓고 또 연우오빠?"
"한번만 제발 한번만 만나게 해줘"
"내가 만약 형을 만나게 해주면 넌 내 여자친구 해라"
"여자친구?"
"그래 형이 와도 흔들리지 말고 나만 보는 여자친구 항상 내 옆에 있어"
"됐고 언제 만나게 해줄건데"
"조만간 들어 온다고 하니까 기다려봐"
"알았어..."
슬비의 머리를 쓸어 올려주는 건우 그런 손길을 막으려 손을 잡는 슬기
"연우오빠 항상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이제 하지 말아야 겠다"
"나도 찬성..."
"뭐라고"
"그때의 연우오빠가 보고싶다"
"날 연우오빠라고 생각하고 한번 바라 봐"
뭔가에 홀린 듯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건우를 보는 슬비 그 눈빛에서 뭔가 느끼고 건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자리에서 일어난다.
"안되겠다. 형 못 들어오게 해야겠다. 아니 들어와도 넌 못 만나게 해야지"
"그래 네 마음대로 해 너 아니라도 난 만날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슬비가 뒤돌아서 걸어간다. 잠시 머뭇거리다 건우도 뒤를 따라 걷는다.
다음날 아침.
건우가 경고했던 말 때문인지 더이상 슬비를 괴롭히는 여학생들은 없었다. 그저 예전보다 더 차갑고 따가운 시선들이 따라 다닐 뿐이다. 그리고 이제 건우는 슬비 옆에 딱 붙어서 언제나 함께 했다. 마치 보디가드처럼...
며칠 뒤...
맑은 하늘이 아름답게 푸른 빛을 내고 있는데 인천공항 하늘만 비행기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손님들을 실어 나르기 바쁘다.
그때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한 대의 비행기가 활주로를 타고 내리기 시작한다. 공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연우의 모습이 보인다.
다들 마중을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 혼자 짐을 끌고 공항을 나와 택시에 오르는 연우.
택시는 달려서 서울로 집입했고 강남의 부자들이 사는 주택가에 들어선다. 어느 집 대문 앞에 택시가 서고 짐을 내리는 연우 택시는 가버리고 짐은 든 연우는 초인종을 누른다.
학교들의 하교 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 슬비 늘 붙어있던 건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좀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