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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레돈도
작가 : Bruce
작품등록일 : 2017.1.11

수염이 풍성한 바이섹슈얼 드워프 여성과 1000살 넘은 엘프 할머니와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중년 마법 여교수와 칼에 미쳐있는 청년의 모험

 
그림자 - 4
작성일 : 17-02-01 19:27     조회 : 465     추천 : 0     분량 : 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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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저울과 칼. 정의를 뜻하는 두 물건이야.”

 

 “그럼 이 사람은 정의를 섬기는 수도사란 거네.”

 

 “그냥 수도사가 아니야. 판관이었어.”

 

 에테라는 시체를 뒤집었다. 그리고 목 쪽에서 옷을 찢어 어깻죽지 아래로 죽 내렸다. 시체의 오른쪽 어깨 뒷부분에 저울과 칼 모양의 낙인이 찍혀있었다.

 

 “판관이 된 자, 정의를 그 어깨에 짊어진 것이니…….”

 

 레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리코는 정처 없이 숲을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무거웠다. 그의 육체는 현재에 있었지만, 정신은 과거를 보고 있었다. 그는 기억할 수 있는 가장 먼 과거에 있었다.

 

 3살이나 4살 쯤 되었을까, 문 옆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복도를 걷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복도는 군데군데 불이 밝혀 있었음에도 어둑어둑했다. 고양이의 새까만 눈동자는 한없이 컸다. 리코는 그 안에서 쭈그려 앉아있는 자신을 보았다.

 

 “그러다 사람 치겠다.”

 

 눈동자 속의 자신이 그렇게 말했다. 리코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 말을 한 건 과거의 자신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낯선 사람이 한 거였다. 리코는 조용히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뭐? 칼 자랑 할 거냐?”

 

 그는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한낮의 태양을 연상시키는 샛노란 색. 세간에서 거인의 눈이라고 일컫는 눈이었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처음이었다. 안전의 울타리 밖에서 칼을 찬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지 일단 긴장부터 하게 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하지만 이 자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마치 막 돌아온 아들을 집에서 맞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밥은 먹었냐?”

 

 그 말을 듣자마자 시장기가 확 올라왔다. 리코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는 나뭇가지를 줍기 시작했다.

 

 “뭐해? 보고만 있지 말고 좀 거들어.”

 

 리코는 그 말을 듣고 뒤따라 나무를 줍기 시작했다. 두 손 가득 줍고 나서야 그는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은 자기가 모아둔 장작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리코는 그 옆에 자기가 주운 것들을 던졌다.

 

 “다리 안 아프냐?”

 

 리코는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자기가 왜 그의 말에 따르고 있는지 그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다.

 

 ‘마법?’

 

 잠깐 그렇게 생각했다 곧 그 생각을 털어냈다.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레아가 하는 걸 봐선 마법은 뭔가 복잡한 준비가 필요했다. 신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말 한마디로 사람을 조종할 순 없었다.

 

 리코는 눈앞의 사내가 하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그는 불이 어느 정도 붙자 네 귀퉁이에 작은 돌을 두고 그 위에 다시 넓은 돌판을 얹었다. 판이 수평이 되나 살피던 그는 물로 그 위를 씻고는 돌이 달궈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판 위에 남아있던 물기가 돌판의 열기에 수증기가 되어 올라오자 남자가 고기를 꺼냈다. 그것은 신선한 선홍빛을 띄었고, 붉은 살과 하얀 비계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고기는 역시 돼지고기지.”

 

 그러면서 그는 한 조각을 떼어 돌판에 기름칠했다. 곧 고기들이 판 위에 올라 지글지글 구워졌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들이 식욕을 당기기 시작했다.

 

 “거든 만큼만 먹어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농담인 게 뻔했다. 리코는 나이프를 꺼내 고기를 찍어 들었다. 부드러운 살들이 씹히는 게 잘 느껴졌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고기를 해치웠다. 식사가 끝나자 남자는 불판을 맨손으로 집어 들었다. 상당히 뜨거울 것 같았는데도 남자는 내색하지 않았다.

 

 “맛있었지?”

 

 남자는 손톱으로 이를 쑤시면서 말했다.

 

 “정체가 뭡니까?”

 

 “그러는 넌 뭔데?”

 

 “내가 먼저 물었습니다.”

 

 “이놈아, 얻어먹는 놈이 대답해야지.”

 

 리코는 잠깐 고민했다. 그가 한 게 맞는 말인 것처럼 들렸다.

 

 “리코.”

 

 리코의 말에 남자가 콧방귀를 꼈다.

 

 “세상에 있는 리코가 다 너냐?”

 

 리코는 머리를 긁으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맞는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직한 놈일세.”

 

 남자는 잇새를 쪽쪽 빨다가 고기 조각을 퉤하고 뱉었다.

 

 “보통은 누구네 아들 누구라고 소개하지 않던?”

 

 리코는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멀쩡한 뒤통수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왼손이 칼자루에 다가갔다. 그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베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칼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약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내겐 아버지가 없어요.”

 

 후드 밑에 있는 남자의 표정이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후레자식인 거냐, 아니면 처녀가 애를 낳았다는 걸 믿을 만큼 멍청한 거냐?”

 

 리코는 심적으로 몰리는 기분이었다. 아르무스 앞에서 아버지가 없다고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근래에 갑자기 몰려든 과거가 커다란 그림자 덩어리로 변해서 그의 양 어깨를 붙들고 있었다. 리코는 겨우 힘을 짜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리코!”

 

 리코가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 그를 불렀다. 뒤돌아보자 멀리에 타나가 보였다.

 

 “혼자 거기서 뭐해?”

 

 그 말에 리코는 다시 앞을 보았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리코는 칼을 빼들었다. 머리 옆에서 칼을 앞으로 쭉 뻗은, 황소 자세에서 리코는 동작을 멈췄다. 말 그대로 귀신에 홀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입 안에는 구운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불 옆에는 돌판도 그대로 있었다.

 

 “리코?”

 

 타나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리코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었다.

 

 ‘아버지?’

 

 머릿속에서 그 단어가 떠올랐다. 아버지의 복수를 하러 같이 나선 타나 때문인지, 아니면 귀신처럼 사라진 그 남자와 했던 대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리코는 그렇게 말하며 칼을 집어넣었다.

 

 시간이 늦어 일행은 이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식사 때 리코는 배가 부르다며 먹지 않았다. 대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칼을 휘둘렀다. 생각을 정리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되었다.

 

 타나는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리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무 앞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치 그게 적인 것 마냥 리코는 다양한 각도에서 나무를 향해 공격을 했다.

 

 “바빠?”

 

 타나가 조심히 말을 걸자 리코는 하던 걸 멈추고 타나를 돌아보았다.

 

 “아니, 괜찮아.”

 

 웃옷이 땀에 젖어 달라붙자 리코는 잠깐 기다리라 하고는 그걸 벗어 던졌다.

 

 “전에 하던 걸 마저 해야겠군.”

 

 리코는 타나에게 기본자세와 베기를 시켜보았다. 그는 타나가 하는 걸 보면서 몇 번 수정할 사항을 지적했다.

 

 “안 잊고 있어서 다행이네.”

 

 타나는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연습한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왠지 부끄러워서였다.

 

 “칼을 통해 느끼는 건 전에도 설명했는데, 기억하고 있어?”

 

 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할 거는 그걸 기르는 연습이야.”

 

 그러면서 리코가 칼을 위로 들어 올렸다. 타나가 똑같이 따라하자 그는 자기 칼을 타나의 것에 가져다 댔다.

 

 “연습용 칼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뭐라고 하더라?”

 

 “깃털검. 스승님한테 배울 때도 그걸로 했거든.”

 

 “나무로는 안 돼?”

 

 “나무는 탄성이 없어서 안 돼. 검신이 부딪힐 때 튕겨버려서 붙을 수가 없거든. 가드도 마찬가지고.”

 

 그러면서 리코는 이리저리로 칼을 움직였다. 타나는 최대한 막는다는 생각으로 리코의 동작을 가로막았다. 종종 팔이나 머리를 맞았지만, 하다 보니 곧 감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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