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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레돈도
작가 : Bruce
작품등록일 : 2017.1.11

수염이 풍성한 바이섹슈얼 드워프 여성과 1000살 넘은 엘프 할머니와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중년 마법 여교수와 칼에 미쳐있는 청년의 모험

 
순환 - 2
작성일 : 17-02-11 22:33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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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나는 불타는 숲을 보며 망설였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리코는 아직도 나오질 않았다. 그러던 와중 숲 안쪽에서 불길이 한번 크게 치솟았다. 일행이 빠져 나왔던 바로 그 부근이었다.

 

 “에테라!”

 

 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에테라를 불렀다. 초조해하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레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무리야.”

 

 타나는 순간 레아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곧 그녀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깨달았다. 아린이 바닥에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레아는 아린을 최대한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그걸 보자 아린을 내버려두고 리코를 찾으러 불타는 숲을 다시 들어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린은…… 무슨 일인 거예요?”

 

 레아는 아린은 껴안으며 대답했다.

 

 “공포로 인한 발작인 거 같은데…… 나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어.”

 

 아린은 눈물까지 흘리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타나는 자신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 곁에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에테라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작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거리가 있어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불길이 갑자기 잦아들자 에테라가 미소 짓는 게 보일뿐이었다.

 

 “리코는 무사할 거야.”

 

 에테라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녀 말대로 아침 해가 밝기 시작할 즈음에 리코가 숲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여기저기 그을려 있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리코!”

 

 에테라가 가장 먼저 달려가서 그를 껴안았다. 뒤이어 타나도 그쪽으로 뛰어갔다.

 

 “이정도로 내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는데…….”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불은 저 멀리 가 있었고, 그 덕분인지 아린도 어느 정도 제정신을 차렸다.

 

 “일단 밥부터 좀 먹으면 안 될까?”

 

 리코의 제안에 모두들 기꺼워했다.

 

 자리를 옮겨 다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타나는 리코에게 불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리코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예 인생 전반을 쭉 이야기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동안 리코는 타인과 이야기 할 때마다 일종의 벽을 느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 세운 것이었다.

 

 그런데 렌더를 제압하고 자신의 결심을 말 했을 때, 가슴 속에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친구들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니 그 응어리들과 함께 자기가 세우던 벽도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들 리코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특히 에테라는 리코가 렌더에게 한 말에 크게 감동 받은 모양이었다.

 

 “리코. 난 천 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너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거 같아.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그 어떤 왕도, 어떤 현자도 너보다 큰 그릇을 가지진 못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리코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아침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빛났다.

 

 “그래, 대단해.”

 

 그렇게 말한 건 레아였다. 그녀의 말은 명백히 비꼬는 투였다.

 

 “정말 대단한데…… 순진하네.”

 

 그 말에 리코의 표정이 굳었다.

 

 “좋은 순환을 위한다는 건 좋아. 나도 그런 경우를 몇 번 봤으니까. 하지만 나쁜 순환을 끊는다고?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줄 알아? 네가 진짜 렌더와의 악연을 끊고 싶었다면 그를 죽였어야 했어. 듣고 보니 렌더라는 자 화염술사 같은데, 칼이 없다고 복수 못 할 거 같아?”

 

 그러자 에테라가 끼어들었다.

 

 “그건 걱정 없을 거 같은데? 내 생각에 렌더는 정령에게 사랑받는 인간이었던 거 같으니까.”

 

 그 말에 모두의 이목이 에테라에게로 집중되었다. 에테라는 한 박자 쉬었다가 설명을 계속했다.

 

 “엘프들은 정령의 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천적인 친화력이 높지만, 인간은 보통 그렇지 않잖아. 평범한 인간은 정령을 볼 줄도 모를 정도니까. 하지만 아주 가끔씩 엘프가 아닌 종족에게서 특정 정령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해. 그런 사람은 그 특정 정령에 한해서 엘프보다 더 친하게 지내게 되지. 그들이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상관없이 말이야. 사실 정령들에게 인간의 윤리는 통하지 않거든. 그들에겐 선악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뭐 어쨌든, 내 생각엔 렌더는 불의 정령에게 사랑받는 인간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불을 진정시킬 수 없었던 거고.”

 

 타나는 그녀의 말을 듣다가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런데 왜 ‘였던’거죠? 지금은 정령들이 떠나기라도 했나요?”

 

 에테라는 미소 지으며 타나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마 렌더는 리코에게 지면서 마음의 그릇이 깨졌을 거야. 그 정도로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으면 아무리 친화력이 높아도 정령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돼버려. 심지어 엘프라 할지라도…….”

 

 그 말을 마치면서 에테라는 쓴웃음을 보였다. 아무래도 그녀가 아는 엘프 중에 비슷한 사람이 있는 눈치였다.

 

 “중요한 건 그가 칼을 들 거나, 불을 일으킬 수 있는지가 아니야. 인간에겐 조직이란 게 있고, 그는 그 조직을 움직일 힘이 있다는 게 더 중요해. 어쩌면 리코 너는 스스로를 더 큰 순환에 빠트린 건지도 몰라.”

 

 에테라의 말은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하지만 리코는 그 정도로 무너지지 않았다.

 

 “그건 각오하고 있어요.”

 

 레아는 리코를 쏘아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칼을 뽑았다.

 

 “이게 뭐로 보여?”

 

 리코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수수께끼는 아니었지만, 분명 자기가 말할 게 답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칼이요.”

 

 “맞아.”

 

 리코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레아는 그걸 눈치 챘다.

 

 “걱정 마, 선문답이 아니니까. 내 수업은 할록웰에서 가장 직관적인 거로 유명하다고. 그래서 네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다 보여.”

 

 레아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럼 다음 문제. 이 칼을 든 사람은 누구지?”

 

 “어…….”

 

 리코가 답을 고민하는 사이, 타나가 먼저 대답했다.

 

 “레아죠.”

 

 “그리고?”

 

 “음…… 할록웰의 교수고요.”

 

 레아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덧붙였다.

 

 “할록웰의 ‘여교수’지.”

 

 리코와 타나는 레아의 말이 무얼 뜻하는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교수가 되기 전에 할록웰의 여학생 비율이 얼마였는지 알아? 거의 100명에 하나 꼴이었어. 그리고 그 중 하나는 나였고. 하지만 지금 내 수업은 거의가 여학생이야. 왜 그런지 알아?”

 

 두 사람 다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야.”

 

 에테라가 한마디 하려하자 레아가 먼저 가로막았다.

 

 “물론, 그 전에 여자에게 싸우는 걸 가르치지 않았다고는 하지 않겠어. 여기 있는 에테라도 아주 옛날에 칼 쓰는 법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그런다고 여자들의 지위가 올라갔나? 아니야. 극소수의 여자들만이 아주 한정적인 상황에서 자기 몸을 지키는 법을 배운 것뿐이지. 단적인 예를 들어볼까? 전쟁터에서 싸우는 여자의 비율이 얼마나 되지?”

 

 “제가 알기론 없어요.”

 

 리코가 대답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여자 병사를 본 적이 없었다.

 

 “하나.”

 

 그건 에테라의 대답이었다.

 

 “딱 한명 여기사를 본 적 있어. 용병 대장이었는데, 공성전에서 죽었지.”

 

 “왜 인거 같아?”

 

 “신체적으로 약하니까?”

 

 그렇게 말한 건 타나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기랑 잤던 여자들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그렇지. 그게 내가 마법과 검술을 엮은 이 ‘참된 기예’를 만든 이유야. 이걸 배운 약자가 강자와 동등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그래서 생득적인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사람은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해선 힘을 가져야해. 그게 때론 단결이 될 수도 있고, 때론 무력이 될 수도 있지.”

 

 레아는 칼을 허공에 한번 휘둘렀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뒤로 피했다.

 

 “방금 너희의 반응이 내가 무력을 택한 이유야. 단결을 통한 집단행동은 시작하는 것도 정말 힘들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러면서 타나를 바라보았다.

 “타나도 그렇잖아.”

 

 “네?”

 

 뜻밖의 지적에 타나는 당황했다.

 

 “네가 칼을 들지 않았다면 누군가 너를 막았을 때 뿌리치고 마을을 떠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소리만 꽥꽥 지르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까?”

 

 타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처럼 맨손으로 복수하겠답시고 마을을 떠나려 했다면, 누군가가 여자는 그럴 권리가 없다며 막아섰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타나는 그런 사람이 둘만 되어도 헤치고 나갈 자신이 없었다.

 

 타나의 반응을 보며 레아는 다시 칼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나도 가끔 후회할 때가 있어. 그게 뭔지 알아? 칼을 든 순간 피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야. 나는 많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그만큼의 사람을 죽였어. 그리고 영영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그걸 네가 끊는다고?”

 

 레아는 리코를 쏘아보았다. 리코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보며 대답했다.

 

 “네.”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건 오히려 레아였다. 그녀는 속으로 ‘이게 무슨 배짱으로?’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그의 당돌한 태도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마치 젊었을 때의 자신을 보는 느낌이었다.

 

 “자자, 진정들 해.”

 

 에테라는 그렇게 말하며 앉아있는 리코의 등 뒤에 서서 양 손을 그의 어깨에 얹었다.

 

 “모든 시작은 불완전한 법이야. 혹시 모르지, 이것이 성 리코의 첫걸음일지도.”

 

 그 말에 레아마저 헛웃음을 터트렸다. 덕분에 아까보다는 분위기가 풀어졌다.

 

 “그래, 내가졌다. 한번 잘 해봐.”

 

 그녀의 말투는 비꼼보다는 응원에 가까웠다. 리코를 보는 레아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져 있었다. 리코를 바라보는 레아의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졌다. 지금까지 했던 자기가 한 말은 젊은 시절부터 쭉 들었던 세상의 비판과 비슷했다. 그래서 아까 그녀는 어느 순간 자기의 적들과 닮아버린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어쩌면 리코도 자신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레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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