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레돈도
작가 : Bruce
작품등록일 : 2017.1.11

수염이 풍성한 바이섹슈얼 드워프 여성과 1000살 넘은 엘프 할머니와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중년 마법 여교수와 칼에 미쳐있는 청년의 모험

 
드워프 마을 - 3
작성일 : 17-01-13 21:12     조회 : 376     추천 : 0     분량 : 331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방금 전 두 사람의 대련은 타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녀는 제대로 검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저 타고난 힘과 체력으로 몰아붙이는 게 전부였고, 그게 검술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라스토와 리코의 대련은 뭔가 달랐다. 무어라 콕 집어 말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이라스토는 수행원들과 함께 삼두회로 향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집 안에서 각자 쉬고 있었다. 타나는 리코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집안을 뒤져도 보이지 않기에 그녀는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아까 대련을 하던 그 공터에서 그를 발견했다.

 

 리코는 칼을 빼들고는 아까의 대련을 복기하고 있었다. 천천히 대련의 동작을 다시 하던 그는, 칼끝을 아래로 기울인 그 타이밍에서 멈추었다. 이라스토의 두 번째 베기를 사선으로 흘려보낸 그 시점이었다. 리코는 시선을 아래로 두면서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가 뒤로 물러나며 짧게 칼을 휘둘렀다. 그 베기는 허리춤에서 칼끝을 적에게 향하는 식으로 끝났다. 상대를 베면서 자연스럽게 견제까지 하는 동작이었다.

 

 리코는 고개를 저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자기가 생각해낸 해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길게 한숨을 쉬고는 왼손으로 검신을 받쳤다. 그리고는 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천천히 칼을 쓸었다. 지금 그의 세계에는 칼과 자기 자신 둘 뿐이었다. 타나는 차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는 칼에 미쳐있었다. 단 한 가지에 자기 목숨까지 거는 사람. 타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저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도 그 중 하나였으니까.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어서 들어가자고!”

 

 훨리는 타나와 리코 쪽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그는 이라스토와 함께였다. 수행원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공무 때문에 먼저 돌아갔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드워프식 만찬이 펼쳐졌다. 훈제된 햄과 각종 소시지, 베이컨, 튀긴 닭 등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가장 크고 좋은 맥주통이 따졌다. 자글자글한 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타나는 쌓인 음식들을 먹어 치우면서 손님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이라스토는 드워프 못지않게 먹고 있었고, 레아는 맥주를 홀짝이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에테라는 빈 접시만 앞에 둔 채 자기가 겪은 이야기들을 풀고 있었고, 리코는 다른 사람들 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마이페이스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별명이 ‘이름 붙이는 자’인 거예요?”

 

 그렇게 물은 건 보리였다. 녀석은 아직 어려서 에테라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 에테라는 보리와 눈높이를 맞춰주며 대답했다.

 

 “나는 여기저기 쏘다니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 세상 곳곳을 다녀봤단다. 그리고 알아낸 거야. 이 땅이 정말로 전설 속의 거인 모양이란 걸 말이야.”

 

 “전설 속의 거인요? 그게 뭐에요?”

 

 “드워프들은 현실적이라 전설에 관심이 별로 없지만, 다른 종족들은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걸.

 

 그건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나에 대한 거야. 원래 세상에는 바다만 있었는데, 어느 날 거인이 나타나 모든 걸 먹어 치우기 시작했어. 그래서 보다 못한 신들이 거인의 옆구리를 찔러 쓰러트리고 목을 잘랐는데, 그렇게 죽은 거인의 시체가 그대로 우리가 사는 땅이 된 거래.”

 

 “그게 정말이에요?”

 

 그 말에 에테라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마치 이야기 듣는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 같은 표정이었다.

 

 “아주 옛날에는 그 전설에 대해 말이 많았지. 어떤 사람은 진짜라고 믿었고, 그건 비유와 상징에 불과하다는 사람도 있었어. 그래서 나는 해안을 따라 세상을 한 바퀴 돌아봤단다. 다 돌고 보니 이 세상은 정말 거인이 왼쪽 옆구리를 붙잡고 누워있는 모양이었던 거야.”

 

 “우와…….”

 

 보리는 입을 벌린 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뒤로 지도에 이름을 붙였지. 떨어져 나가서 섬이 된 머리는 머리 섬, 왼쪽 팔과 몸통 사이는 옆구리 사막, 거기는 바다가 말라서 소금 사막이 됐거든. 그리고 네가 사는 여기는 오른팔 산맥 중에서 손목에 있다는 식으로 말이야.”

 

 “옛날에 같이 다닐 땐 많이 도움 됐지.”

 

 훨리의 말은 반쯤 꼬부라져 있었다. 그렇게 먹고 마셔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과찬이야. 큰 지형은 그대로지만 자잘한 건 계속 바뀌어서 이젠 도움이 되기 힘들어. 훨리랑 모험할 때도 그랬고.”

 

 “얼마나 됐는데요?”

 

 그렇게 물은 건 타나였다. 그녀는 에테라의 명성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건 잘 몰랐다.

 

 “5백년, 아니 6백년 정도 됐나?”

 

 그 말에 새삼스레 엘프의 긴 수명이 와 닿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살이야?”

 

 훨리의 말에 사람들의 이목이 에테라 쪽으로 쏠렸다. 갑자기 조용해진 테이블은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벌써 1000살 넘겼어. 이제 슬슬……”

 

 “그럼 괜히 날 찾아온 게 아니었구만.”

 

 “맞아 고별 인사 중이야. 아니, 나는 고별 여행이겠군.”

 

 “그게 뭔데요?”

 

 보리는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엘프들은 말이야. 1000살이 넘기면 긴 잠에 들어간단다. 육체를 버리고 정령의 나무에서 긴 꿈을 꾸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영원에 가깝게 사는 엘프들 때문에 세상은 가득 차버릴 거니까.”

 

 “그럼 누나랑 또 못 만나는 거예요?”

 

 보리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누나라니. 손자의 손자까지 있는 할머니인걸. 만약 우리들의 숲에 놀러온다면 나를 꼭 닮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마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걸.”

 

 그러면서 그녀는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시간 낭비하고 있을 틈이 어딨어? 더 먹고 마시자고!”

 

 그렇게 계속되던 만찬이 끝나고 다들 꽉 찬 배를 두드릴 무렵에는 벌써 한밤중이었다. 훨리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보리를 방에 눕히고 내려오자 남은 사람들은 조용히 술만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스 아저씨를 위해 잔을 들지 못했군.”

 

 이라스토가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그쪽을 주목했다.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우리 중에 가장 오래 알았던 게 에테라지?”

 

 에테라는 고개를 끄덕이곤 먼저 잔을 들었다.

 

 “한스를 위해.”

 

 그녀가 선창하자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따라했다.

 

 “한스를 위해.”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리코는 여전히 아무 표정 없는 그대로였다.

 

 “혹시 한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같은 거 있어?”

 

 리코는 잔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드디어 이 악몽도 끝났군.”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하셨습니다.”

 

 “적어도 생전 원하던 대로 싸우다 죽긴 했대.”

 

 에테라가 덧붙였다.

 

 “저 너머에서 전우들과 함께 달리기를.”

 

 이라스토는 혼자서 그렇게 말하며 잔을 마저 비웠다.

 

 “난 슬슬 자리에 들어야겠어. 이렇게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훨리, 에테라, 그리고 레아.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까 말이야. 자네들도 만나서 반가웠네. 리코, 타나.”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장 분위기가 되자 남은 사람들도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 공지 2017 / 2 / 16 733 0 -
29 순환 - 5 2017 / 2 / 16 561 0 4863   
28 순환 - 4 2017 / 2 / 15 494 0 5431   
27 순환 - 3 2017 / 2 / 13 315 0 3397   
26 순환 - 2 2017 / 2 / 11 337 0 4769   
25 순환 - 1 2017 / 2 / 10 332 0 3397   
24 리코 - 5 2017 / 2 / 8 347 0 6425   
23 리코 - 4 2017 / 2 / 7 321 0 4359   
22 리코 - 3 2017 / 2 / 6 296 0 3545   
21 리코 - 2 2017 / 2 / 4 333 0 3558   
20 리코 - 1 2017 / 2 / 3 311 0 3711   
19 그림자 - 5 2017 / 2 / 2 408 0 5158   
18 그림자 - 4 2017 / 2 / 1 450 0 3581   
17 그림자 - 3 2017 / 1 / 31 353 0 3360   
16 그림자 - 2 2017 / 1 / 30 348 0 3122   
15 그림자 - 1 2017 / 1 / 28 418 0 4343   
14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5 2017 / 1 / 27 393 0 3918   
13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4 2017 / 1 / 26 447 0 3491   
12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3 2017 / 1 / 25 331 0 3519   
11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2 2017 / 1 / 24 391 0 3516   
10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1 2017 / 1 / 23 340 0 3571   
9 손바닥 아래 - 4 2017 / 1 / 21 340 0 3634   
8 손바닥 아래 - 3 2017 / 1 / 20 342 0 3461   
7 손바닥 아래 - 2 2017 / 1 / 19 527 0 3520   
6 손바닥 아래 - 1 2017 / 1 / 18 352 0 3544   
5 드워프 마을 - 5 2017 / 1 / 16 329 0 3154   
4 드워프 마을 - 4 2017 / 1 / 14 418 0 3346   
3 드워프 마을 - 3 2017 / 1 / 13 377 0 3310   
2 드워프 마을 - 2 2017 / 1 / 12 396 0 3274   
1 드워프 마을 - 1 2017 / 1 / 11 559 0 330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