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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이코토피아
작가 : 잠빛
작품등록일 : 2018.12.8

“당신은 곧 살해당할 겁니다.”
윤희는 낯선 남자에게 자신이 조만간 살해될 거라는 경고를 듣는다. 정신이상자나 사이비종교 신자일거라 치부하고 잊으려 애쓰지만 좀처럼 머리에서 떨쳐내지 못한다. 며칠 후 윤희는 귀가 중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죽을 위기에 처한 윤희를 살해될 거라 경고한 남자가 나타나 구해준다. 정체를 묻자 남자는 100년 후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는데…

 
9. 미래의 사람
작성일 : 18-12-12 16:51     조회 : 23     추천 : 0     분량 : 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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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얘기 해봐요. 터미네이터 씨.”

 

 “터미네이터요?”

 정욱은 얼떨떨한 얼굴로 되물었다.

 

 “터미네이터 몰라요? 그 유명한 영화를? 진짜 모르는 거예요?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예요? 영화 보는 거 싫어해요?”

 

 “영화는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유명한 명작이라 해도 저게는 100년 전 고전이니까요. 윤희 씨도 1900년대 무성영화를 찾아보진 않을 거 아닙니까?”

 

 “100년 전이라고요?”

 

 “그래요. 난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인 2118년의 미래에서 왔습니다.”

 

 윤희는 헛웃음을 켰다. 소설 쓰고 앉았냐는 빈정거림이 절로 튀어나올 뻔했다.

 

 윤희가 체념조로 대꾸했다.

 

 “그쪽 얘기가 대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네요. 좋아요, 정욱 씨가 2118년에서 왔다고 치죠. 100살이나 많은 할머니를 만나러 온 이유가 뭐예요? 내가 나중에 사라코너처럼 되기라도 해요?”

 

 “사라코너가 누구죠?”

 

 “흠… 아까 내가 말했던 영화에 나오는 강인한 여전사예요. 괜한 얘기를 꺼냈네. 신경 쓰지 마요. 어쨌든 내가 미래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당신의 죽음으로 미래가 엄청나게 바뀌니까요.”

 

 “좋지 않은 쪽으로요?”

 

 “그래요.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정도로.”

 

 윤희는 대놓고 한숨을 토해냈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대화를 계속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믿을 수가 없군요. 난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에요.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백악관 주인이 아니라고요. 인류를 말살할지도 모를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천재 과학자는 더더군다나 아니고요. 내가 죽는다 해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굴러갈 걸요.”

 

 “압니다. 윤희 씨가 이름을 남길 정도의 역사적 인물은 아니니까요.”

 

 “근데 왜 날 죽이려는 거죠? 미래의 누가 날 없애려는 거냐고요?”

 

 윤희의 물음에 정욱이 눈썹을 추켜세웠다.

 

 “뭔가 오해한 모양인데 살인자는 미래에서 온 인간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정욱 씨는 날 구하려고 미래에서 왔다면서요. 살인자를 쫓아온 게 아닌가요? 미래의 인간을 막는 게 당신 임무 아니냐고요?

 

 윤희가 따지듯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윤희 씨는 동시대 사람에게 살해당해요.

 

 “동시대요? 살인자가 나랑 같은 시대 사람이라고요?”

 

 “맞아요.”

 

 “살인자가 누군데요?”

 

 “나도 몰라요.”

 

 인내심이 바닥난 윤희가 폭발했다.

 

 “뭐라고요? 미래에서 왔다면서요? 근데 살인범의 정체도 모른다? 지금 나 갖고 노는 거예요?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요?”

 

 정욱은 화를 가라앉히라는 말도, 진정하라는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투로 제 할 말만 했다.

 

 “윤희 씨를 죽인 살인범은 끝내 잡히지 않았어요. 미제 사건으로 남았죠. 그러니 살인범이 누군지 모를 수밖에요.”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예요? 100년이나 거슬러 와봤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리잖아요.”

 

 “꼭 그렇다고 볼 순 없어요. 정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사건 발생 날짜는 알고 있어요.”

 

 “아, 그게 이틀 전이었군요. 이제야 정욱 씨가 극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까닭을 알겠네요.”

 

 정욱이 대꾸하지 않고 가만있는 걸 윤희는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거짓말이라 해도 이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기분이 좋아진 윤희가 한결 상냥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내 죽음이 어떻게 인류의 운명과 연결되는 거예요?”

 

 “윤희 씨의 사망이 끔찍한 테러 사건을 일으키는 불씨가 돼요. 테러로 인해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되죠.”

 

 “인간의 감정을 통제한다고요?”

 

 윤희가 불쑥 끼어들었다. SF소설에나 나올법한 터무니없는 소리였지만 정욱의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노를 통제하죠. 그로 인해 100년 후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게 되지만요.”

 

 “나비 효과 같은 건가, 복잡하네요. 뭐, 내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요. 아무튼 정욱 씨가 날 살렸으니 미래의 문제도 해결됐겠네요. 정욱 씨는 이제 미래로 돌아가나요?”

 

 “난 돌아가지 않아요. 아직 내 일은 끝나지 않았어요.”

 

 “끝나지 않았다니요? 왜요? 이틀 전에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줬잖아요. 난 죽지 않았다고요.”

 

 “사건 발생 날짜는 이틀 전이 아닙니다.”

 

 “뭐라고요?”

 

 윤희가 발끈해서 언성을 높이자 왕사장이 문가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윤희는 숨을 고르며 욱해서 달아오른 마음을 진정시켰다.

 

 “별 일 아니에요. 의견 차이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나 봐요. 소란스럽게 굴어서 죄송해요.”

 

 왕사장이 이해한다는 듯 머리를 작게 끄덕이며 자리를 피해줬지만 불안한지 연신 정욱을 힐끔거렸다. 그가 사라진 걸 확인한 윤희가 정욱을 쏘아봤다.

 

 “똑바로 얘기해요. 그날이 사건 발생일이 아니라뇨? 당신이 아는 제삿날이 그때가 아니란 거예요?

 

 “그래요.”

 

 윤희는 머리가 핑 돌았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입매를 비틀었다.

 

 얼토당토 않는 얘기에 반응하고 있는 자신에게 더 짜증이 났다. 울화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엊그제 날 공격한 그 작자가 살인자가 아니란 거군요. 그날 일은 시작에 불과하고 더 끔찍한 일을 겪는다는 거고요? 그렇다면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가요? 아니면 당신 대신 날 구해줄 누군가가 나타날 수도 있었던 건가요?”

 

 “그건 대답하기 좀 애매해요.”

 

 “왜요?”

 

 “변수가 생겼거든요.”

 

 “무슨 변수요?”

 

 “미래의 인간이 과거로 왔다는 변수요. 시공간이 뒤섞였기 때문에 미래가 변할 가능성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거예요. 만약 과거와 미래가 고정돼 있다면 사건 발생 날짜에만 당신을 눈여겨보고 있으면 돼요. 윤희 씨를 지키기가 훨씬 수월해지겠죠.”

 

 “내가 죽을 날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가요?”

 

 “날짜 뿐 만이 아니에요. 살인자도 변경될 수 있어요. 그래서 윤희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겁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고 파악해놔야 최악의 사태를 막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니까요.”

 

 윤희는 혀를 찼다. 얘길 들어보면 도움은커녕 문제만 더 꼬이게 만드는 작자였다.

 

 치솟던 울분은 금방 가라앉았다. 어차피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죄다 엉터리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던가.

 

 황당무계한 허튼소리에 열을 내고 흥분한 까닭이 없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다.

 

 허언증 환자의 주장일 뿐이다. 귀담아 듣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적당히 맞장구만 치고 무시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며칠 꿈자리가 뒤숭숭하긴 하지만 예언이 맞아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지 않은가.

 

 이십 대 초반에 재미삼아 가봤던 사주카페에서는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석 달 후에 헤어졌다.

 

 미래를 귀신같이 본다던 애기 무당은 27살에 결혼한다고 장담했지만 윤희는 미혼으로 29살이었다.

 

 직접 경험한 엉터리 사례들을 모아보니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졌다. 도리어 상대가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었다.

 

 윤희가 딱한 눈으로 물었다.

 

 “바뀔 수 있다 해도 궁금하네요. 당신이 알고 있는 내 제삿날이요.”

 

 “그 날짜에 큰 의미를 두지는 말아요.”

 

 “바뀔 가능성 때문에요?”

 

 “네.”

 

 “원래대로 그날 죽을 수도 있고요?”

 

 “맞아요.”

 

 “제삿날이 그저께로 변경됐는데 당신이 개입해 날 구해줬을 가능성은요? 더 이상 위험에 빠질 일이 없는 걸로 미래가 바뀔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정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운명과 시간이란 녀석들의 관성은 꽤나 강해요. 이렇게 쉽게 당신을 놓아주진 않을 거예요.”

 

 “그 만큼 죽음의 힘이 세다면 당신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에요? 뭘 해도 내 죽음을 못 바꾸는 거 아니냐고요?”

 

 “그럴지도 모르죠. 나도 미래를 알 수는 없어요. 윤희 씨를 구할 수 있을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몰라요. 나도 과거이자 현재에 있는 몸이니까요.”

 

 “쳇, 미래에서 온 사람이 왜 이렇게 시시해요? 써먹을 만한 게 하나도 없잖아요.”

 

 정욱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로또 번호나 좀 알려줘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돈이나 한 번 원 없이 펑펑 써보게.”

 

 윤희가 대놓고 비아냥댔다. 정욱이 무표정하게 반문했다.

 

 “윤희 씨는 1년 전 로또 당첨 번호를 알아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예요?”

 

 “기억 못하죠?”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100년 전 로또번호를 어떻게 알겠어요.”

 

 윤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황당한 소리를 주절거리는 주제에 이럴 땐 논리를 무기로 윤희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동요하는 법도 없고 냉철하게 정곡을 찌른다. 윤희는 그런 정욱이 얄밉기 짝이 없었다.

 

 그의 진짜 정체가 궁금했다. 세 치 혀로 순진한 사람을 등쳐먹는 사기꾼일까.

 

 외계인을 신봉하는 사이비종교의 광신도일까. 낯짝에 쓴 가면을 발가벗기고 싶었다.

 

 그가 난감해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윤희가 말했다.

 

 “당신이 정말 미래에서 왔다면 하나라도 증거를 대봐요.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이나 대형 재난 사태는 알음알음 듣거나 배웠을 거 아니에요. 하긴, 지금으로선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니 멋대로 지어내도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판단할 수가 없겠네.”

 

 “윤희 씨 말이 맞아요. 내가 미래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한들 윤희 씨가 진위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더구나 이곳은 내게 100년 전의 과거예요. 무려 1세기 전이라고요. 윤희 씨는 1918년에 대해서 아는 게 있어요? 단, 한 가지라도?”

 

 윤희는 또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역사학자도 모를 것 같았다.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그 당시 일어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발견이나 대사건은 떠오르지 않았다. 대답이 궁해진 윤희가 말을 돌렸다.

 

 “미래에서 온 사람이 뭐 이래요? 시차 적응이 안 돼서 그런 거예요? 100년이나 미래에서 왔으면 도움 될 만한 게 한 가지라도 있어야죠? 터미네이터처럼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를 해, 앞날을 훤히 꿰고 있어서 불행이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를 해.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 누굴 구한다는 건지 모르겠네.”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윤희가 작별을 고했다.

 

 “앞으로는 거짓말을 하려면 좀 더 그럴 듯하게 해요. 그래야 밥은 안 굶지 않겠어요? 아무튼 절 구해준건 고마워요.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내일 식사 때는 오늘 했던 얘기는 안 꺼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난 것도 비밀로 해주시고요. 내일 이후로는 서로 얼굴 볼 일도 없었으면 하고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지킬 테니 신경 쓰실 필요 없다는 얘기예요. 아시다시피 제 남자친구가 유능한 경찰이니까요. 그럼 낼 봬요.”

 

 윤희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욱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수긍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윤희는 카운터로 향했다.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악의를 갖고 윤희에게 접근한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어딘가 나사 하나가 풀린 사람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시간여행이니 미래에서 왔다느니 하는 얘기를 늘어놓을 리가 없었다.

 

 

 ***

 

 

 집으로 돌아온 윤희는 한시름 놓았다. 정욱과의 께름칙한 대화에 대해선 신경 끄기로 했다.

 

 이틀 전의 사건에서 아직 회복되진 않았지만 액땜한 셈 치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리지 않은 이상 평생 끔찍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찜찜하긴 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터였다.

 

 귀갓길에도 일부러 맞은편 빌라의 4층을 똑바로 노려봤다. 네 따위 놈한테 무릎 꿇지 않겠다는 결의였다.

 

 욕실에서 씻고 나오자 핸드폰 불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용민이었다. 윤희는 전화를 걸었다.

 

 “연락했었네.”

 

 “집이야?”

 

 “어, 방금 전에 들어왔어.”

 

 “방금 들어왔다고? 당분간 일찍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나 괜찮아. 어린애 취급할 필요 없어.”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는 게 아니라 불과 얼마 전에 안 좋은 일을 겪었잖아.”

 

 “괜찮다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코피 난 거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잖아.”

 

 수화기를 통해 용민의 한숨이 들렸다.

 

 “누구 만났는데?”

 

 “친구.”

 

 “친구 누구?”

 

 “자꾸 이러면 나 화낼 거야. 친구 만나는 것까지 일일이 자기한테 보고해야 돼? 자기 예전엔 안 그랬잖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오히려 자기가 예민하게 구는 거 같은데.”

 

 윤희는 뜨끔했다. 용민 몰래 정욱을 만난 게 내심 찔렸던 상태였다.

 

 정욱과 만나게 된 경위와 정체를 감춘 것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선미라고 고등학교 친구 만났어.”

 

 다행히 용민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내일 정욱 씨랑 약속 말이야. 홍대 말고 딴 데서 보면 안 될까?”

 

 “왜?”

 

 용민이 머뭇거리다 입을 뗐다.

 

 “요새 홍대 분위기가 좀 흉흉해서 그래.”

 

 윤희는 혀끝으로 치아 끝을 비벼댔다. 용민의 과보호가 부담스러웠다.

 

 자기를 걱정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도가 지나친 것 같았다. 윤희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다른 데도 마찬가지야. 홍대서만 강력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잖아. 연쇄살인범이 홍대에서 활개 치는 것도 아닌데 번거롭게 장소를 바꿀 필요까지 있을까. 더구나 나 혼자 가는 것도 아니잖아. 자기랑 같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수화기 저편이 잠잠해졌다. 화가 났나. 윤희가 용민의 이름을 가만히 불렀다.

 

 “용민씨, 용민씨, 듣고 있어?”

 

 “어, 그래 미안. 듣고 있어. 그래 알았어, 원래대로 홍대에서 보자. 거기 어때? 왕서방인가 하는 중식당.”

 

 이번에는 윤희가 할 말을 잃었다. 용민이 물었다.

 

 “왜 싫어?”

 

 “아니, 싫긴. 좋지. 알았어. 거기서 만나자고 내가 정욱 씨한테 연락할게.”

 

 “알았어. 그럼 잘 자고 무슨 일 생기면 언제라도 상관없으니까 전화해.”

 

 “알았어. 고생해.”

 

 윤희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급했다.

 

 정욱에게 내일 만날 장소가 오늘과 같은 곳이라고 전하면서 처음 온 티를 내라는 연기를 요구해야 했고 왕사장님에게도 같은 부탁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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