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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69. 당신만이
작성일 : 22-01-27 13:37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7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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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비전. 성희는 구준과 마주했다. 평소와는 다른 눈빛. 성희의 눈빛은 해가 갈수록 깊어졌다. 꿰뚫어보듯 노려보는 눈빛이 구준을 향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회임을 못한다고요?”

 “원하는 데로 해 드렸으니, 이제 협조 좀 하는 게 어때?”

 “정말입니까?”

 “박귀인도 들였으니, 그 품에서 후사만 생산해. 그것 말곤, 주상을 막지 말고.”

 “언제부터 충신이 되셨습니까?”

 “충신이라. 그러기엔 내 죄가 많지.”

 

 누군가의 진실들이 달빛의 그림자에 숨어들기 시작하던 저녁, 성씨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희미한 달빛 아래를 걷고 있었다. 손엔 약재 다발과 부적이 있었다. 들고 돌아다니기에도 민망한 이 물건을 어찌할까 고민했다. 후원의 연못에 던져 넣자니, 금방 들킬 것 같고. 그렇다고 이 물건을 진짜 유아에게 건네자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그녀는 선택했고, 중궁전으로 향했다. 다른 처소로 찾아가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마마. 소용마마께서 드셨나이다.”

 “이 시각에? 들라하라.”

 

 유아는 잠자리에 들려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용. 무슨 일이신가?”

 

 성씨의 낯빛이 어두워 보이는 것이 호롱불의 그림자 때문인지, 아니면 고개를 들지 못함 때문인지, 무튼 어두워 보였다.

 

 “중전마마.”

 “무슨 일인가?”

 

 성씨는 자신의 등 뒤에 숨겨 들여온 약재 꾸러미와 부적을 앞에 내려놓았다.

 

 “이것이 무엇인가?”

 “대비전에서...”

 “대비전에서?”

 “마마께 드리라 하였나이다.”

 “그걸 어찌 자네가 들고 온 것인가?”

 “소인에게 시키셨습니다.”

 “어허. 이제 소인이란 말은 삼가래도. 그건 그렇고, 이걸 왜 자네에게 전하라 명하셨나?”

 

 성씨는 배의 무거움도 잊은 채,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

 

 “마마! 죽여주소서.”

 

 성씨의 행동에 유아는 당혹스러웠다.

 

 “아니, 소용. 왜 그러시나?”

 “대비께서... 이걸 마마께 드리라고...”

 “그게 뭐가 잘못됐다고.”

 “회임한 사실을 알고 계셨나이다.”

 “!!!”

 

 유아의 당혹스러움은 계속 되었다.

 

 “알고 있었다고? 허면, 이것이...?”

 “아기씨를 잃게 하는...”

 “... 또?”

 

 유아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물증은 없었으나 그 전의 아이를 잃게 한 것도 분명 대비였으리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후궁을 이용해 대놓고 아이를 죽이려 들었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어찌!...”

 “송구하옵니다,”

 “아니다. 자네의 잘못이 아니다. 자네가 무슨 죄가 있겠나. 내가 자네를 지켜주지 못했다.”

 “마마~!”

 

 성씨는 바닥에 엎드려 울고 또 울었다. 하나는 안도감이었고 또 하나는 미안함이었다. 그동안 자신에게 베풀어 준 은혜를 잠시나마 배은망덕으로 갚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씨의 눈물에 유아는 더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울지 말게. 괜찮네.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함세.”

 “마마.”

 “뱃속의 아이도 생각 해야지. 그 아이가 내 아이보다 더 일찍 나올게 아닌가?”

 “황공하옵니다, 중전마마.”

 “처소로 돌아가시게. 가마를 대령하라 하겠네. 김상궁.”

 

 그렇게 성씨는 모든 사실을 토로하고 처소로 돌아갔다. 유아가 특별히 내어준 가마를 타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성씨는 빈 가마가 돌아가는 등에 대고 큰 절을 하며 다시금 충성을 다짐했다.

 

 “잘 도착했느냐?”

 

 가마를 따라 성씨를 배웅하고 돌아온 연실에게 유아가 물었다.

 

 “예, 마마.”

 

 유아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본 연실이 염려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

 

 “괜찮으시옵니까?”

 “페데르는?”

 “대전을 갔다 하니, 곧 오겠지요.”

 “대비까지 알았다면, 큰일이구나.”

 

 그때, 방 앞에 탕약을 든 나인이 도착했다.

 

 “중전마마. 탕약을 들이겠나이다.”

 “들라.”

 

 페데르가 처방한 탕약이었다. 달콤한 어떤 것도 없이, 유아는 따뜻한 탕약을 벌컥 들이마셨다.

 

 “오늘도 잘 드셨습니다.”

 

 그리고 몇 분이 되지 않아 페데르가 도착했다. 궁에는 왕과 왕비만을 살피는 어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성과 유아 부부가 페데르를 궐로 따로 들여 진맥을 받는 이유는 믿음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은밀한 사주를 받아왔는지 알 수 없는 어의들. 성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어의들에게서 독살과 암살의 위협을 받으며 자라왔다. 이를 안 유아는 특별히 뛰어난 의술의 페데르를 궐에 들여 왕과 왕비의 진맥을 유일하게 하는 비밀어의로 임명한 것이었다.

 

 “페데르. 오늘 전하는 어떠셨어?”

 “많이 나아지고 계십니다. 또 신경증이 생기시어 등과 엉덩이에 종기가 생겨서. 자주 들여다봐야할 것 같습니다.”

 “또? 어째서. 또 침을 거부하셔?”

 “아닙니다. 마음의 안정이 만병통치약인 법이라 그러지요.”

 “두소마을 일로 온통 신경을 쓰느라 그러실 거야.”

 “저는 그보다 마마의 몸 상태가 더 걱정입니다.”

 “전하껜 아무 말 없었지?”

 “그냥 사실대로 말씀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애초에 아이가 없었다고 하면, 더 실망할거야.”

 “그렇다고 없는 아이를 어디서 만들 수도 없잖습니까?”

 “그렇지...”

 

 페데르는 유아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시작했다. 그런데 진맥을 잡자마자 페데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동공도 커졌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덩달아 연실도 심각하게 페데르를 쳐다보았다.

 

 “이봐. 뭐가 잘못 됐어?”

 

 연실이 다급히 페데르에게 물었지만, 페데르는 답하지 않고 진맥에 집중할 뿐이었다.

 

 “마마.”

 “어. 말해.”

 

 유아는 긴장한 얼굴이었다.

 

 “제가 말씀드린 탕약을 드시는 것 맞습니까?”

 “어? 맞는데. 금방 마셨어. 너 오기 일각(*15분)전에.”

 “이럴 리가 없는데...”

 “왜 그래?”

 “탕약을 마셨던 사발 어디 있습니까? 아니, 탕약을 만든 곳에 가 봐야겠습니다. 누님, 안내를 좀.”

 “어, 어! 그래!”

 

 그 시각, 궁중의 약재가 있는 전의감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약을 다려낸 약재 찌꺼기를 가지고 나와 건물 밖에 파묻고 있었다. 탕약을 들고 왔던 나인이었다.

 

 “멈추지 못할까?!”

 

 때마침 밤눈이 밝은 연실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냅다 소리쳤다. 연실의 사자후에 나인은 움찔하여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페데르는 즉시 달려가 나인의 손에 있던 약재들을 빼앗았다.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연실이 나인의 목 뒷덜미를 잡아 세웠다. 나인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상당히 난감해 했다.

 

 “묻지 않느냐?! 웃전 말이 우스워?”

 “마마... 잘못했습니다.”

 

 나인은 두 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다. 곧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이었다. 페데르는 나인이 묻으려 했던 약재들을 호롱불에 하나씩 비춰보았다.

 

 “오, 노...”

 “왜 그래?”

 “누가 시켰어?”

 

 페데르는 나인을 노려보고 말했다.

 

 “누가 이걸 시켰어?”

 

 나인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내저었다. 연실은 뒤를 따르던 나인들에게 범인을 묶어두라고 시켰다.

 

 “왜 그래?”

 “다 소용 없게 됐어. 이제... 방법이 없어...”

 “무슨 소리야. 답답하게!”

 “이걸 얼마나 먹었을 진 모르지만, 내 진맥이 맞는다면 유아는 다신 아이를 가지지 못할지도 몰라.”

 “뭐?!”

 “쉿!”

 

 연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비야. 이건 그 마귀할멈밖에 할 여편네가 없어! 그 마귀가... 우리 아가씨를... 이 못된!”

 

 페데르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앞에 보인 이 광경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연실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알고, 마마도 알고. 이젠 세상이 알게 할 거야. 못된 년. 천 것 주제에.”

 

 연실은 씩씩거리며 중궁전으로 걸어갔다. 페데르는 그 뒤를 따랐고, 범인도 나인들에게 잡힌 채 뒤를 따라왔다.

 

 “마마!”

 

 연실은 중궁전, 유아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유아는 자신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울음에 눈이 시뻘개진 연실이 말했다.

 

 “다 밝혀요! 대비가 천것이고 감히 대행대왕을 기만하고 그 자리에 있다고 세상에 알려요! 죽은 부원군마님도 그걸 알리려고 했잖아요! 지가 대비면 대비지! 어디 우리 귀한 중전마마까지 죽이겠어요?! 복수해요!”

 

 평소의 유아라면 잠시 참으라고 한다거나,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라고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모성애는 아주 중요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라는 큰 우주를 잃어버린 유아에게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삶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토록 바라던 순간들이 한 사람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 권력 따위. 그것이라는 이유로.

 

 “오냐. 내 천천히 말려 죽여주마.”

 

 유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강해진 눈빛에 불꽃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마치 태풍우가 불어오듯 그 날 새벽엔 전국에 폭우가 일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성의 신도시는 차질 없이 아주 순탄하게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홍영목은 오늘도 성의 곁에 있었다. 채우겸은 그런 영목의 행보가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도승지가 요즘 많이 바쁘시겠소?”

 “충성을 다 할 뿐이지요. 제 역량이 다 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요량입니다.”

 “그대의 역량이 어찌되었더라...? 아! 나비야, 나비야, 청산가자~ 하는 창을 잘했더랬지?”

 

 우겸의 날카로운 농담에 영목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러나 그도 이제 정치의 세계에서 헤엄깨나 쳐본 인사였다.

 

 “어허허허! 제가 창을 기가 막히게 하지요. 전하께오서도 제 창 한 구절이면, 어깨가 들썩하시니. 군신의 호흡이 찰떡입니다.”

 

 그러자 우겸의 눈썹이 움찔했다. 과거 놀던 선비였다는 것을 비꼬려다 되레, 왕도 아는 유흥을 모르는 센스없는 노인네가 된 것이었다. 그래도 두 사람의 탐색전은 의미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가는 길이 달랐다. 우겸의 길은 어느 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자라는 유생들에게는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반면, 영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말 같았다. 그가 달리는 곳 끝엔 힘, 권력이 있었다.

 

 한편, 윤희가 영목을 불러들였다.

 

 “영목아.”

 

 윤희의 곁에는 매일같이 미령이 앉아 있었다.

 

 “도승지옵니다, 마마.”

 

 영목은 윤희가 자신을 하대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 도승지. 요즘 주상이 신도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예. 그러십니다.”

 “내 아우님의 일로, 수고가 많았네.”

 “별말씀을.”

 “복귀를 하였으니, 이젠 별 탈 없겠지?”

 “모르지요.”

 “자네, 일은 제대로 하는 것인가? 내 듣기론-”

 “제가 집안일에 매달리기만 하는 좁은 양반은 아니 여서요. 대의가 있다면, 작은 희생쯤은 감수 해야지요. 마마께오서도 출가외인이신데, 친정 일에 너무 몰두 하지 마소서.”

 “뭐라?”

 “아니, 오라버니! 고모님께 무슨 무례입니까?!”

 “귀인마마. 몸은 괜찮아지셨습니까?”

 “그럼요.”

 

 거짓말이었다. 미령의 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버티고 있는 것은 오로지 짝사랑 하나였다. 윤희는 영목이 자신에게 배반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네 오라비가 초심을 잃은 것 같구나.”

 

 윤희는 집안의 어른들을 이용해 영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목은 은밀하게 구준을 찾아갔다. 구준은 젊은 인재들을 이용해 자신의 세력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덕분에 집안 세력에게서는 따돌림을 받고 있었지만.

 

 “어쩐 일이신가, 도승지께서?”

 “저도 그 귀한 술 한 잔 얻어 마실까 하여 왔습니다.”

 “어서, 들어오시게.”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곧 정국을 휩쓸 태풍을 몰고 왔다.

 

 “자! 마시세!”

 “주상전하를 위하여!”

 “새로운 조선을 위하여!”

 

 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쳤다. 맑은 술이 새하얀 술잔에 가득 채워졌다. 술의 달큰한 향이 코끝을 유혹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들은 정훈세자에게 불경하고, 전하의 즉위를 방해한 자들이옵니다! 역적의 죄로 다스리소서!”

 

 피바람. 성은 그것을 염려했으나, 불가피했다. 그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된 물갈이를 위한 구실을 찾아나가고 있었다. 성의 가려운 곳을 구준과 영목이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임연의, 이덕선, 조재현 등! 모두를 파직하고 유배형에 처한다!”

 

 대비전으로 향하는 빠른 발걸음. 비단신은 아무렇게다 벗겨진 채 널브러졌고, 다급한 버선발의 걸음은 박씨, 박귀인이었다.

 

 “마마! 대비마마!”

 

 궁이 온통 시끄러운 이때, 박씨가 성희를 찾아왔다.

 

 “저희 아버지가, 저희 아버지가 유배를 가신다니요?”

 “뭐라? 이판도 유배를 가?”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영목은 성의 허락을 받아 적폐를 모두 쓸어냈다. 동시에 그들은 구준과 영목의 정치적인 걸림돌들이기도 했다.

 

 “이조판서 박철을 파직하고 유배한다!”

 

 더불어 윤희의 집안의 남자들은 죄다 유배를 가거나 매를 맞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전하.”

 “살살 하라. 살살.”

 

 한편, 내명부에도 피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매일 꼬박 문후를 오던 성씨가 오늘은 중궁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몸이 무거워 움직이기가 힘든가?”

 “잠이 많아진다고도 하니까요.”

 

 유아는 연실과 성씨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연실이 기다리다 직접 성씨의 처소로 향했다.

 

 “소용마마. 김상궁입니다. 기침하셨습니까?”

 “...”

 “이상하네. 깊이 잠드셨나? 안에 마마께선 아직도 일어나지 않으셨느냐?”

 “예. 답이 없으십니다.”

 “마마. 김상궁이옵니다. 잠시 들어가겠나이다.”

 

 혹여 몸이 무거워 혼자 몸을 일으키지 못할까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간 연실. 그런데, 연실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마마?”

 

 숨을 쉬는 미동도 없는 성씨. 연실은 급히 성씨에게 다가갔다. 성씨는 숨을 쉬지 않았다.

 

 “마마! 소용마마!!!!”

 

 어의들이 급히 달려와 상태를 살폈지만, 성씨는 이미 숨을 거두었다. 뱃속의 아이도 이미 숨이 멎어버렸다.

 

 “몸의 경직으로 보아 심한 경련으로 숨이 멎은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렇단 말입니까?”

 “산모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 중에 하나이온데, 혈의 압이 강해지거나, 심한 두통, 소갈(*당뇨)의 증상이 있는 것이옵니다. 명치 등의 통증이 심했을 터인데...”

 

 결국 성씨는 너무도 어이 없이 세상을 떠나버렸다. 성은 자신이 아끼던 후궁의 죽음에 슬퍼했고, 유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유아는 성씨의 죽음이 단순 병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대비가...”

 

 그리고 유아는 성희를 찾아갔다. 그녀의 손엔 필사가 된 서책이 있었다. 유아는 서책을 성희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 글을 읽지 못하시지요? 편상궁이 대신 읽어드리게.”

 “무슨 책인가? 갑자기.”

 “마마께서 아주 흥미로워하실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뭐하시나? 어서 읽게.”

 

 편상궁은 유아의 재촉에 책을 펼쳐 들었다. 첫 문장부터 더듬더듬 읽어가기 시작했다.

 

 “김구준과는 어떤 관계인가? 나는 첫 정을 나누었던 여인이었소.”

 

 성희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들어보소서. 아직 시작이옵니다. 계속하게.”

 “그에게 아우가 있었나? 있었소. 누구인지 기억하는가? 내 알기론 그 집엔 아들만 셋이지.”

 

 성희는 편상궁을 쳐다보고 유아를 쳐다보았다. 상당히 놀란 듯 눈이 커졌다.

 

 “딸이 하나 있잖소? 그걸 아는 사람은 전국에 몇 명 안 될 것이오. 나는 그 사내들에게 모두 정을 주었으니 알지. 친딸이 아니란 말이오? 그... 렇소.”

 

 편상궁도 놀란 듯 성희를 쳐다보았다. 성희는 시선을 똑바로 하고 사람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유아는 성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하느냐? 계속 읽지 않고?”

 “마마...”

 “김상궁이 읽거라.”

 

 연실이 편상궁에게 책을 빼앗아 마저 읽기 시작했다.

 

 “나라의 국모요. 거짓을 퍼트렸다간 죽을지도 모르는데? 날 죽이진 못하오. 내가 그 어미-”

 “그만!!”

 

 성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책을 마구 찢기 시작했다. 종이가 갈기갈기 찢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중전! 지금 어디서 유언비어를 퍼트리느냐?!”

 “유언비어에 어찌 이리 과민반응을 보이십니까? 저도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확인했지요. 정말 그 여인이 살아 있더군요. 아직 다 읽어드리진 못했지만, 그 책엔 수십, 수백의 증언이 있습니다.”

 “이젠 없어!”

 “그 책이 그것 하나만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성희는 이를 악물었다.

 

 “나한테 이런 협박을 하는 이유가 뭐야?”

 

 유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희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당신이 아는 진실. 그 속죄를 위해서지요. 감히 나에게, 주상전하에게 또, 이 나라에 당신이 지은 죄. 그걸 스스로 안고 가라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유아는 자리를 떠났다. 성희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그 손에서 반쯤 찢어진 책이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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