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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66. 죄인
작성일 : 22-01-27 13:36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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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준의 집으로 서신이 은밀하게 도착했다.

 

 ‘홍수영의 비리를 조사해 보고하라.’

 

 성이 보낸 서신이었다. 홍수영은 윤희의 사촌 동생이었다. 개성에서 긁어모은 부는 상인들에게 받은 뇌물이었다. 개성은 특히 상업이 많이 발달한 곳이라,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곳이었다. 세금을 걷는 것도 특별히 관리했는데, 이것은 문제가 없었으나 그 뒤에서 움직이는 검은 자본이 문제였다. 개성의 관리들부터 관헌을 지키는 나장들까지 모두 돈이 아니고서는 그 자리에 앉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다못해 관헌에서 일하는 공노비들조차 뇌물을 바쳐야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바친 돈을 메꾸기 위해 돈이 없는 백성들을 짜냈다.

 

 구준이 열심히 홍씨 외척의 비리를 캐고 있는 동안, 성은 페데르를 통해 작은 병 하나를 건네받았다.

 

 “전하께 직접 전해드리라 했습니다. 찾으시던 거라고.”

 

 성은 병을 건네받았다. 아주 작은 병, 적은 양의 물. 아니, 독약.

 

 “내가, 이자의 능력을 너무 얕본 건가?”

 “드실 건 아니시죠?”

 “마시면?”

 “다른 의원 찾아보십시오.”

 “그 정도인가.”

 “그런 생각은 마십시오. 절대.”

 

 병은 성의 손에 들어갔다. 그것이 어떻게 쓰일지는 그만이 아는 문제였다.

 

 ***

 

 중궁전. 백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궐에 입성했다. 연실과 함께였다.

 

 “살다 살다, 궐에 다 들어 와보는 군.”

 “백씨 아재. 긴장 안 돼요?”

 “긴장? 되는데?”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닌데.”

 

 백씨는 드디어 유아와 만날 수 있었다.

 

 “마마.”

 “스승님. 오셨습니까?”

 

 백씨는 살짝 움찔했다. 전과 다른 분위기. 궐이라는 곳이 자신이 아끼던 제자마저 이렇게 변하게 만들만큼 무서운 곳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무튼 갸웃했지만, 유아에게 미소는 지어보여야겠기에 그의 미소는 살짝 어색했다.

 

 “절 찾으셨다고요.”

 “제가 이제 알아야 할 것이 많아서요.”

 “전하께서 하시는 일을 알고 싶으신 겁니까?”

 “겸사겸사?”

 “홍수영이라는 자. 그자의 비밀을 캐고 있습니다.”

 “그게 누군데요?”

 “그자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조사한 건 그 곁가지지요.”

 “혜빈쪽 외척을 치려는 거군요.”

 “네.”

 

 유아는 연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연실이 품에서 서신 다발을 꺼내 유아에게 건넸다.

 

 “마마께서 그동안 알아보라 하신 것입니다.”

 

 백씨는 궁금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보고서요. 스승님의 뒤를 쫓았던.”

 “마마!”

 “의심하려던 건 아닙니다. 다만, 전 이제 비밀결사의 사람이 아니니, 뒷일을 알 길이 없잖습니까?”

 “많이 변하셨군요.”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죠. 사랑만으론 그 사람 곁에 있을 수 없으니까.”

 

 유아는 쓸쓸하게 미소를 남겼다. 백씨는 그런 제자가 안타까웠다.

 

 “책은 아직도 전하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걸, 세상에 들어내긴 어렵습니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복수를 원하십니까?”

 “네.”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아시잖습니까?”

 “알면서도 하게 되나 봅니다.”

 “전하의 곁에 있으시려면, 조금 참으셔야지요.”

 “알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그 분노는 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작으니까.”

 “혜빈 다음은 대비입니다.”

 “내가 너무 멀리 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둘이 모두 해결되면, 그 다음은 뭘까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날 위해서. 내가 미리-”

 “가족을 버린다고요?”

 “그래도 내가 괴물이 될까요?”

 

 백씨는 답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해서든 그 세상에 물들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이미 유아는 그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혹은 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 위치와 상황은 언젠가 이 연인의 사랑마저 끊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일련의 일들에 진짜 죄인은 누가 될 것인가?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하는가?

 

 “선택은 마마께서 하시는 겁니다.”

 

 ***

 

 대비전. 성희에겐 장난감이 필요했다. 재미없어하는 그녀를 위해 말동무가 입궐했다. 사돈조카의 딸인 박씨였다.

 

 “대비마마를 뵈옵니다.”

 “그래. 잘 컸구나.”

 

 맑은 눈빛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올해 나이 열일곱. 서서히 피어나는 꽃망울 같은 사람이었다.

 

 “이정도면, 주상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겠구나.”

 “과찬이시옵니다, 대비마마.”

 “공부는?”

 “짬짬이 하고 있습니다.”

 “중전이 꽤 공부벌레다. 단단히 익혀야 할 것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오냐. 믿음직하구나.”

 

 박씨가 성희를 만나고 나오면서, 구준과 마주쳤다. 구준은 박씨를 처음 보지만, 그녀가 나오는 곳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구준의 곁에 있던 관리가 속삭였다.

 

 “사돈께 물색을 해보라 하셨답니다. 후궁으로 들이겠다고요.”

 “후궁?”

 “예.”

 “주상께서 허락하실 리가 없는데?”

 “혜빈도 후궁을 들일 준비를 하잖습니까? 궁녀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중전이 다시 아이를 가지기가 어렵다더군요.”

 “중전마마의 춘추가 이제 고작 스물 셋이야.”

 “유산이잖습니까? 몸도 많이 상했고.”

 

 소문은 매우 빠른 발을 가졌다. 성희는 편상궁을 중심으로 궁녀들을 통해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거 들었어? 중전마마께서 이번도 달거리를 안 하신다는 거?”

 “뭐? 진짜?”

 “회임일까 했는데, 내의원 어의 말이 당분간 회임은 어려울거래.”

 “어머...”

 “중궁전 애들한테 들은 거 없어?”

 “요즘 전하께서도 왕래가 없으시다잖아.”

 “성상궁이 전하를 놓질 않는대. 중전마마한테 가지도 않잖아, 요즘.”

 “성상궁도 많이 변했네. 중전마마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거 같더니.”

 “어리고, 전하의 총애를 받는데 중전이 뭐가 무섭겠어?”

 “그러다가 회임이라도 하면 어째?”

 “몰라. 요즘 중전마마 까칠함도 장난이 아니라잖아.”

 “맞아. 웃지도 않으셔.”

 

 궁녀들은 물론, 내관들도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서로 모여 속닥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궁인들이라지만, 연실은 자신의 귀에도 소문이 들려오자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야!”

 

 연실의 등장에 궁녀들이 호랑이를 만난 듯 몸을 덜덜 떨었다.

 

 “뭐라 그랬냐?”

 “아, 아무것도...”

 

 연실은 뒷담화를 하다 딱 걸린 궁녀 셋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궁녀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한 시선을 마주하지 않으려 뒷걸음질 쳤다.

 

 “니들이 봤어? 보고 말하는 거야?”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그러니까 봤다는 년 있냐고!”

 “다신 안 그럴게요.”

 “이것들이 기강이 해이해져서는 확!”

 

 연실은 화를 애써 삭이려 숨을 푹 내뱉었다.

 

 “또 이런 쓸데없는 말 퍼트리는 거 목격하면, 신고해. 확 접어 버릴 라니까!”

 “예, 예! 마마님.”

 “대체 누가 이딴 말을 퍼트리는 거야?!”

 

 그때, 중궁전의 지밀나인이 급히 달려와 연실을 발견했다.

 

 “마마님!”

 “왜?”

 “중전마마께서 친정에 나가신다고.”

 “뭐? 왜?”

 “빨리.”

 

 연실은 급히 걸음을 옮겨 중궁전에 도착했다. 유아는 친정에 잠시 나가겠다며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주위의 궁인들은 만류했지만, 유아는 이미 곳을 다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때마침 연실이 도착했다.

 

 “마마.”

 “가마는?”

 “거기는 왜요?”

 “가야해.”

 “숨 돌리고 가요. 지금 가서 어쩌시겠다고요.”

 “준비해. 당장.”

 “마마!”

 

 유아는 궁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궁전을 빠져나왔다.

 

 “마마!”

 

 가마도 없이, 걸어서 중궁전을 빠져나온 유아는 그대로 궐을 나가버렸다. 연실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유아의 뒤를 따라 나왔다.

 

 “왜 이러세요, 정말.”

 

 유아는 그대로 친정으로 향했다.

 

 ***

 

 “전하!”

 

 봉수가 급히 달려 방으로 들어왔다.

 

 “상선이나 됐으면, 권위있게 좀. 쯧쯧...”

 “중전마마께오서 출궁하셨습니다.”

 “갑자기? 어디로?”

 “친정으로...”

 

 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지 않은 예감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언제 나갔느냐?”

 “금방. 가마도 없이 급히 나가셨다합니다.”

 “채비하라.”

 “전하. 곧 경연이옵니다. 이유 없이 자리를 비우시면, 괜히 책을 잡히십니다.”

 “젠장...”

 “우선, 친위대 중 발이 빠른 자에게 뒤를 따르라 했습니다.”

 “미룰 수 있는 일정은 모두 미루라. 경연 후에 중전에게 가겠다.”

 “예, 전하.”

 

 ***

 

 유아는 친정에 도착했다.

 

 “이리 오너라~!”

 

 연실의 부름에 집안 노비가 대문을 열었다.

 

 “중전마마!”

 

 유아는 굳은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님~. 중전마마께서 오셨습니다.”

 

 청원의 처는 유아가 왔다는 말에 후다닥 뛰어 나왔다.

 

 “어쩐 일이십니까? 기별도 없이.”

 “다른 사람들은?”

 

 유아가 찾는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이복 오라버니들이었다.

 

 “모셔와.”

 “오늘은 다행히 둘 다 집에 있나 보네요.”

 “예. 요즘은 둘 다 공부에 매진 중이지요.”

 “들어가지요.”

 

 유아와 청원의 처가 마주앉았다. 그리고 뒤늦게 이복 오라버니 둘이 등장했다.

 

 “중전마마.”

 “앉으세요.”

 

 분위기가 상당히 딱딱했다.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오는 듯 청원의 처와 이복 오라버니 둘은 괜히 싸늘한 공기에 움츠러들었다. 유아는 청원의 처를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숨기려 했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아버지가 대비에게 살해당했잖습니까?”

 “그게 무슨...”

 “왜요? 어쩌자고 그걸 숨깁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영감께서 대비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요.”

 “했죠. 엄청난 걸 발견하셨구요.”

 “마마. 말씀 삼가십시오. 누가 듣기라도 하면-”

 “왜? 그걸 왜!”

 “허면, 마마는 대비와 맞붙어 이길 자신 있습니까? 전하요? 전하께서는 이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저들은 벌써 30여년이 넘게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어찌 이깁니까?”

 “대비가 당신들까지 그냥 둘 것 같아?”

 “우린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이 집을 매일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건 알아?”

 

 청원의 처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봤음에도, 겁이 났다.

 

 “경고를 했겠지. 말순아비를 통해서. 당신이 그렇게 무시하는 노비도 죽어가며 나에게 남길 증좌를 건넸어. 그 정도의 용기를 가신 사람이었다고. 그런데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아버지의 죽음을 비참하게 만들었어.”

 “우리까지 죽일 생각입니까? 마마는 궐에서 편히 살아도 우린 당장 뭘 먹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힘들다고요. 자리 하나 주지도 않으면서.”

 “능력이 되지 않는데 쓸데없이? 어찌 되는지 잘 보세요. 능력없이 외척이랍시고 관직을 얻으면 어떻게 되는지. 곧 보게 될 거예요.”

 “그럼, 우리더러 어찌하란 말입니까!?”

 “대비가 다 죽이려고 할 거예요. 도성을 떠나세요. 정착할 수 있는 돈은 얼마든지 줄게요. 당신도, 대비의 비밀을 알잖아. 아버지가 홀로 알고 있을 리가 없어.”

 “난 아무것도 몰라. 도성도 떠나지 않을 거야.”

 “어느 순간 납치를 당해 버려지지 않으려면, 제 발로 가는 게 좋을 거예요.”

 

 그 날 저녁, 유아는 친정을 나와 또 주막으로 향했다.

 

 “또 저러네.”

 

 만영은 멀리서 유아의 상태를 보고는 자리에 합류하지도 않고 휙 도망갔다. 백씨는 술병을 뺏느라 정신이 없었고, 연실은 신씨와 도망치고 없었다. 청씨는 유아의 시선을 끌어보려 노력했지만, 유아는 사발을 들이킬 뿐이었다.

 

 “아휴~. 몸 회복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술을 퍼마셔요?”

 “괜찮아요. 헤헤.”

 “웃네? 하... 아가씨. 저 이제 늙어서 아가씨 업고 뭐, 못해.”

 “헤헤!”

 “또 웃네. 이를 어쩐다?”

 

 도성에 어둠이 내린 지는 꽤 된 시각이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상당히 드문 시간. 말 두 마리가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가 두 마리에 합류했다. 가장 먼저 말을 내달리는 사람은 성이었다. 그 뒤를 봉수과 수가 따랐다.

 

 “전하. 천천히 가소서.”

 

 성은 유아가 있다는 주막에 도착했다.

 

 “여기가 중전의 단골 주막인거지?”

 “난감하죠.”

 “다행이군.”

 “예?”

 

 성은 혀가 꼬부라진 유아에게 다가갔다.

 

 “부인.”

 “내가... 기억이 안놘다니까용~?”

 “부인?”

 “하! 나 참놔! 그 자쉭이 나한테 오지도 않구우~! 나 외로운데, 힘든데...”

 “미안해. 술은 또 왜 이렇게 마셨어.”

 

 백선생도 청씨도 이미 무리인 상태였다.

 

 “전하~”

 “백선생.”

 “죄송함돠! 제가 집엘 가야해서.”

 

 청씨는 대뜸 성을 끌어안았다.

 

 “잘 컸어. 아휴~ 잘 컸어! 그럼, 안녕?”

 

 백씨와 청씨가 어깨동무를 하고는 주막을 떠났다. 봉수는 난감해 했다. 수는 유아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하는 짓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성은 우선 유아를 자신에게 기대게 부축했다.

 

 “어쩌지?”

 “이대로 궐에 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하.”

 “그럼?”

 “아...”

 

 수가 팔짱을 끼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여기도 방이 있으니, 잠시 쉬고 가시지요. 술이 깨기 전까지.”

 “그래?”

 

 봉수가 수를 째려보았지만, 수는 어깨를 들썩할 뿐이었다.

 

 “방을 잠시 쓰겠다.”

 

 성은 유아를 부축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난생 처음 보는 방. 냄새도 조금 나는 것 같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사람이...”

 “아주 잠시 쉬면, 술이 깨실 것입니다.”

 

 봉수가 방에서 나가려하자, 성이 잡았다.

 

 “너는 어디로 가려고?”

 “술을 깨는 약이라도 구하려고... 페데르에게.”

 “그래. 그러거라.”

 

 봉수도 방에서 나가고, 성은 유아와 단 둘이 방에 있었다. 수는 이미 주모에게 돈을 건넸다.

 

 “내일 아침이면 나갈 거요.”

 “알았어.”

 

 성은 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이렇게 허름하고 뭐가 튀어나올 것 같이 긴장하게 만드는 방은 처음이었다. 유아는 여전히 인사불성이었다. 유아가 숨을 쉬면서 뿜어내는 술 냄새가 방을 채우기 시작하자, 성도 그 냄새에 술이 취하는 것 같았다.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그 몽롱함의 정체가 주모의 힘찬 불 때기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부인.”

 

 유아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음...”

 “나 왔소.”

 

 유아가 눈을 떠 확인하자, 성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하.”

 “어찌 또 이리 인사불성이요. 다신 이러지 않겠다 하지 않았던가?”

 “어쩔 수 없었어.”

 “반갑네. 유아야.”

 “응.”

 “괜찮아?”

 “아니. 근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음흉하네, 우리 마누라?”

 

 유아가 피식 웃었다. 그러자 성이 유아의 고개를 자신의 쪽으로 돌려 입을 맞췄다.

 

 “또 해줘.”

 “또?”

 

 성은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그러자 유아가 손을 올려 성의 얼굴을 잡고는 다시 입을 맞췄다.

 

 “음! 읍! 읍!”

 

 유아는 성을 쓰러뜨렸다. 성이 발버둥을 쳤지만, 유아는 성의 입술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음 날 아침까지 주막의 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

 

 ***

 

 백씨는 청씨와 정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백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청씨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이 참 많구만.”

 “그런가?”

 “달도 밝고.”

 “그래?”

 “주상이라도 죄인이 아닐 수 없겠지.”

 “지금이야 정리하는 단계지만, 언제고 주상도 칼이라는 걸 휘두르겠지.”

 “그 칼에 마마께서 다치실까봐 걱정인건가?”

 “우리도 무사하진 못할 거야.”

 “나야, 평생이 방물장수 인생 아닌가. 떠나지 뭐.”

 “주상이 과거 연산과 같지 않을 거라 어찌 확신하지?”

 “자네 제자의 선택?”

 “제자의 선택?”

 “꽤 까다롭네. 그 인사. 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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