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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48. WANT
작성일 : 22-01-27 13:27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6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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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대전.

 

 청이 내린 단도를 앞에 두고

 성희는 마른 침을 삼켰다.

 구준은 바닥에 엎드렸다.

 

 “전하! 어찌 대비마마께 불효를 저지르시려 하옵니까?

 과거 광해 때에도 폐모살제(*어머니를 폐하고 형제를 죽이다)를 들어

 왕의 불효를 탓했나이다.”

 

 “하여, 그대도 그때의 그들처럼

 과인을 내쫓고 새로운 왕이라도

 세울 참이오?”

 

 “죄인 된 입장으로 어찌 그런 불순한 생각을-”

 

 “과인이! 지금 효를 다 하고 있음을 모르는가!”

 

 “전하!”

 

 “폐모살제? 내가 대비께 드린 것은 단지 몸을 보호하시라 내리는 효이니라. 헌데, 어찌 어심을 제 마음대로 해석하고 폐군(*폐위된 군주)과

 과인을 빗대는가! 불충하기 짝이 없다. 파직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제 막 영상이 된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이런 불충한 신하에게 과인이

 어떤 벌을 내려야겠는가?”

 

 곁에 있던 채우겸이 말했다.

 

 “전하. 사람이 겁을 먹는 것은

 죄가 아니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고,

 파직된 몸으로 심신을 어루만질

 시간을 주소서.

 아량을 베푸소서.”

 

 “그러한가? 과연, 김구준 그대가

 겁을 먹고 실언을 한 것이 맞는가?”

 

 청은 구준을 노려보았다.

 구준은 목구멍으로 침도 잘 넘어가지 않는 분함과 긴장을 겨우 억누르고 말했다.

 

 “예, 전하. 신이 잠시 정신이 아득하여 실언을 하였나이다.

 부디, 용서하여 주소서.”

 

 “오냐. 갑작스런 과인의 발표로 모두들 정신이 없을 것을 안다.

 과인은 앞으로 매일,

 이 명부를 발표할 것이다.

 이 명단에 이름이 있는지는

 스스로가 알겠지.

 오늘 회의는 이만하고,

 나머지 보고는 추후에 받겠다.”

 

 청은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난 자리 남겨진 대신들과 성희는 다리가 풀리는 듯, 하나 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영상 대감...”

 

 “좌상 대감, 이를 어찌합니까...”

 

 편상궁은 성희를 부축했다.

 

 “마마, 처소로 가시지요.

 가마에 오르시지요.”

 

 성희는 생각하면 할수록 분했다. 비어있는 옥좌를 노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한바탕 발칵 뒤집어진 궐.

 

 그 사이 유아는 옷을 갈아입고, 동궁전에 있었다.

 한동안 혜빈의 처소에 있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역시나, 혜빈, 윤희 또한 정신이 없었다.

 혜빈의 처소에는 금방 파직당한 홍보함이 있었다.

 

 “파직이라니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그 명단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본인이 김척론자의 수장이라지 않습니까?”

 

 “김척론자면 우리 홍가는

 왜 포함이 된 것입니까?”

 

 “하긴.”

 

 “아무래도 꿍꿍이가 있습니다. 영상자리에 채우겸을 앉히다니.

 게다가 영목이는 세자의

 절친한 벗이 아닙니까?”

 

 “그 아이도 세자가 떠난 후

 꽤 변했지요. 그보다

 어찌 세자는 오지 않습니까?”

 

 “올 때가 되었는데, 연통을 해도

 답이 없으니...”

 

 “빈궁은요?”

 

 “빈궁이요?”

 

 “곁에 두었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혹여 빈궁과는 서신을 주고받지 않았겠습니까?”

 

 “빈궁은 어디 계시느냐?”

 

 그러나 찾아도 혜빈의 처소엔 유아가 없었다.

 

 “안 계십니다.”

 

 “뭐라? 어딜 간 게야?!”

 

 “찾아보겠습니다.”

 

 보함이 윤희에게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동궁전을 한 번

 뒤져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세자가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단 말이지요.”

 

 “하지 말라는 일은 죽어도 하지 않는 세자입니다. 다른 생각을 했으려고요.”

 

 “영목이 그 아이가 한 얘기를 들어봐도, 세자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요. 아들이라고 철썩 같이 믿으시면

 안 됩니다. 마마 뱃속으로 낳았어도 왕손은 왕손이에요.

 그 속을 누가 압니까.”

 

 그러고 보니 윤희는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 의심이 갔다.

 그래서 유아는 곁에 두고 지켜보고 있던 것인데, 한눈파는 사이 눈치를 챈 것인지 쏙 사라지고 만 것이다.

 

 한편, 유아는 서신을 쓰고 있었다. 수신자는 남편, 성이었다.

 

 ‘저하. 제 서신은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돌아오시기 전까지 이것 말고

 다른 서신은 쓰지 않으렵니다.

 보고 싶다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뿐이니, 낭군을 기다리다 망부석이나 되렵니다.

 주상전하께서 결단을 내리시어,

 궐이 어수선합니다.

 제가 아는 바, 구할 사람은

 모두 구하였으니, 낭군께서는

 다른 이 생각 마시고 부디

 지아비 기다리는 가여운 여인만을 구하소서.’

 

 “이걸 보내면 되겠구나.”

 

 유아가 앉은 자리를 빙 둘러 이리저리 구겨진 종이들이 한가득이었다.

 연실은 그런 유아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이제야 완성 하셨습니까?”

 

 “허투루 쓸 수 있니? 자! 이건 완벽해. 어서 보내렴.”

 

 “예, 예. 그럽죠.”

 

 같은 시각,

 청은 대전으로 돌아와

 고통에 몸부림쳤다.

 소리는 낼 수 없었다.

 대신들을 향해 전쟁선포를 한 마당에 몸이 아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판세는 금방 뒤집힐 것이었다.

 

 “으윽!...”

 

 “전하...”

 

 “조용... 소란 떨지 말라...

 어의를 부르라.”

 

 “예, 전하.”

 

 어의도 믿을 수 없어,

 왕자 시절부터 줄곧 알아온

 북촌 의원을 특별히 데려다가

 어의로 삼았다.

 청의 병은 안으로 밖으로

 계속 곪아가고 있었다.

 상선은 안절부절 이었다.

 저 고통을 그나마 도울 방법은

 천천히 옷을 입히고, 벗기고,

 깨끗한 물과 천으로

 닦아주는 것뿐이었다.

 마음의 병이 깊다 하니,

 온 몸을 바쳐 함구령을 지키는 것도 그의 임무였다.

 청의 곁엔 그렇게

 그런 사람들만이 남았다.

 

 “상선.”

 

 “예, 전하.”

 

 “파발을 띄우라. 은밀히.”

 

 “하명하소서.”

 

 “세자에게 알리라.

 어서 돌아와야 한다고. 시간이 없다고.”

 

 “예, 전하.”

 

 “명심하라. 누구에게도

 세자의 위치가 발각돼선 안 된다.”

 

 “예!”

 

 유아도 모르는 성의 위치는 오로지 왕인 청만이 알았다.

 용포를 입은 자들의 의리랄까?

 청이 애타게 보낸 파발은 아주 은밀하게 궐의 뒷산에서 출발하여 달렸다.

 말은 하루를 꼬박 달렸고,

 마침내 성이 있는 평양에 도착했다.

 

 “어서 돌아오라는 말만 전하셨나이다.”

 

 “뭐라?”

 

 “시간이 없다고...”

 

 그 말에 성은 분주히 움직였다.

 

 “봉수야! 차내관! 운검!”

 

 성의 부름에 봉수와 수가 나타났다.

 

 “도성으로 가야겠다.

 궐로 가야한다. 어서!”

 

 “예!”

 

 세 남자는 즉시 짐을 꾸려

 평양을 떠났다.

 그리고 산을 넘는 와중에 반대편에서 다른 말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세 남자가 즉시 산 속으로 숨으려는데, 말을 탄 사내의 모습이 꽤 낯이 익었다. 알아차린 건 눈썰미 좋은 봉수였다.

 

 “어? 저건 모서방인데?”

 

 아는 얼굴이었다.

 숨어있던 봉수가 홀로 풀숲에서 나와 모서방을 불렀다.

 

 “이봐! 모서방!”

 

 모서방은 말을 세우고,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여기야, 여기. 나 차내관일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말 머리를 돌리니, 길 한복판에 나와서 손을 흔드는

 봉수가 보였다.

 

 “나리!”

 

 “자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저하께서는 어쩌시고, 혼자십니까?”

 

 “무슨 일이야?”

 

 “빈궁마마 서신을 전하려고요.

 이제 마지막이랍니다.”

 

 “뭐?”

 

 마지막이라는 말에

 끝까지 풀숲에 숨어있던 성이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마지막이라니?”

 

 “아이고, 저하!”

 

 모서방은 급히 말에서 내려 성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 마지막이라니.”

 

 “하도 답을 주지 않으시니,

 그러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리 다오.”

 

 유아의 서신을 받아 든 성.

 성은 사실 마음이 약해질까

 그동안 유아의 서신을 읽어보지 않았다. 그저 품에 둘 뿐.

 처음으로 읽어보는 유아의 편지였다.

 

 “아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성은 서신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봉수와 수는 어리둥절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래도 돌아가서

 벌 꽤나 서야할 것 같구나.”

 

 “화가 많이 나셨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수는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빈궁마마시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겠지요.”

 

 “네가 내 마누라를 어찌 알아?”

 

 “척하면 척 아닙니까?”

 

 “어딜 넘봐!”

 

 “서둘러 가시지요. 저도

 매 들고 있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니.”

 

 “누구?”

 

 “있습니다.”

 

 “맨날 있다는 것도 다 허풍이지?”

 

 “속고만 사셨습니까?”

 

 “어.”

 

 “황당하네.”

 

 “그러라고. 가. 빨리.”

 

 성은 유아의 서신을 품에 두고

 말을 달렸다.

 열심히 달리니,

 다음날 새벽녘이 되어

 도성에 닿을 수 있었다.

 유아는 다시 윤희의 손에 끌려왔고, 윤희의 처소 한 칸에서 잠들어 있었다. 새벽까지 번을 서던 금군은

 성이 나타나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쉿!”

 

 성은 한달음에 내달려

 혜빈의 처소로 왔다.

 도성으로 오면서 말 위에서

 그동안 유아가 보낸 서신을

 모두 읽어본 덕분이었다.

 

 “여기로 끌려왔다 이거지?”

 

 “악의 무리에서 공주를 구하는 겁니까? 이거 어느 연정소설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런 책 보느냐?”

 

 “아니요.”

 

 “수준하곤.”

 

 성은 살금살금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졸고 있던 나인 한 명을 깨웠다.

 

 “쉿!”

 

 “저하...”

 

 성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빈궁.”

 

 “저기.”

 

 나인이 가리키는 방으로

 살금살금 걸어간 성.

 그동안에도 졸고 있는 궁인들을 다섯이나 거쳤다.

 이들을 믿고 어떻게 안전을 맡기나 싶었으나, 그걸 따질 때는 아니었다.

 

 드디어 유아가 있는 방.

 성은 스르르 문을 열었다.

 다시 끌려온 유아는 당기는 허리에

 뜸 치료를 하다 잠들어 있었다.

 곁에는 맨 바닥에 엎어져 자는

 연실도 있었다.

 

 “유아야.”

 

 성이 유아를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김유아.”

 

 곤히 잠든 유아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성은 과감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봉수는 이 아찔한 상황에 차마

 함께 들어가진 못했다.

 그 사이 수는 어디로 샌 것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남편 왔어.”

 

 성은 유아의 곁에서 속삭였다.

 뭔가 찬 기운에 목소리까지 들리자 유아의 안면이 움찔거렸다,

 

 “나 안보고 싶었어?”

 

 “응?”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유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 보였으면 했으나

 지금 보이는 건 말이 안 되는

 모습이 보였다.

 

 성이었다.

 

 “응?!”

 

 “쉿!”

 

 유아는 눈을 마저 다 뜨고는

 성을 쳐다보았다.

 퍼뜩 일어나고 싶었으나,

 허리 통증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애써 허리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유아는

 성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성은 유아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나 왔어.”

 

 “응.”

 

 “꿈같아?”

 

 “아니.”

 

 “근데 왜 반응이 없어?”

 

 “나가봐요.”

 

 “응?”

 

 “다 깨잖아. 서고에 가 있어요.”

 

 “혼자?”

 

 “빨리.”

 

 유아는 꾸역꾸역 자리에서 일어나 옷부터 갈아입었다.

 성은 와락 안기며

 반겨줄 줄 알았던 유아의 반응이

 영 미지근해서 당황했다.

 당황하기는 문 밖에서 기다리던 봉수도 마찬가지였다.

 

 “왜 나오십니까?”

 

 “나가라는 구나.”

 

 “화 많이 나셨어요?”

 

 “몰라.”

 

 “예?”

 

 “서고로 가자.”

 

 “거긴 왜요?”

 

 “거기에서 기다리라는 구나. 시끄럽다고.”

 

 성과 봉수는 처소에서 나왔다.

 성은 아직도 어리둥절했다.

 

 “화가 많이 난 것인가?”

 

 “전 알겠습니다.”

 

 “무엇을?”

 

 “몸부터 푸시지요.”

 

 “왜?”

 

 “맞을 준비요.”

 

 “내가 맞느냐? 진짜?”

 

 “서신을 보고도 그러십니까?

 칼바람 휙휙 불던 거.”

 

 “내가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는데.”

 

 “뭐든 첫 경험은 있는 법이지요.”

 

 “그게, 빈궁이란 말이냐?”

 

 “빈궁마마라 다행이지요. 여인이시니. 연실누이가 대신 나서려나?”

 

 봉수가 걸음을 뗐음에도

 성은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안 가십니까?”

 

 “조금 더 있다가 올 걸 그랬구나.”

 

 “그럼 더 맞죠.”

 

 “그래. 그렇구나.”

 

 “가시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한편, 유아는 자고 있던 연실을 깨웠다.

 

 “연실아. 연실아.”

 

 “으음... 왜요...”

 

 “저하가 오셨어.”

 

 “예? 꿈꾸셨어요?”

 

 연실이 잘 떠지지 않는 눈 때문에 찌뿌려진 얼굴로 말했다.

 

 “아니. 오셨다고.

 내가 서고에 가라고 했어.”

 

 “꿈꿨네, 꿈꿨어.”

 

 “빨리 일어나. 준비하려면 시간 없어.”

 

 “이 시간에요?”

 

 “빨리! 다른 사람들 깨기 전에.”

 

 “세수는요?”

 

 “천 적셔와.”

 

 “예~”

 

 유아는 혼자 옷도 입고, 머리도 빗었다. 물론, 머리 매만지는 건

 연실이 다 해줬다.

 짧은 시간에 화장을 다 끝내지 못해 기본적인 것만 하고,

 드디어 유아가 방을 나섰다.

 아직 깨지 않은 사람들 틈으로

 살금살금 빠져나갔다.

 

 “막 패버리겠다면서요.”

 

 “내가?”

 

 “그랬잖아요. 어제까지만 해도

 이를 악 물더니.”

 

 “기억 안 나.”

 

 “세상에.”

 

 “가자.”

 

 “그래도 화가 났다. 너 잘못했다.

 이거 정도는 좀 티를 내줘야,

 속 없는 사람이라 안 그러죠.”

 

 “그런가?”

 

 “간만에 힘 좀 쓸까요?”

 

 “안 돼. 시늉만 해. 시늉만.”

 

 “한 대만 때립시다.

 세상 누가 세자를 때려봐.”

 

 “아무도 세자를 때려 보고 싶어 하진 않아.”

 

 “알았어요. 시늉만.”

 

 그렇게 유아는 서고로 향했고,

 마침내 두 사람이 서고에서 마주했다. 두 사람 모두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화 많이 났소?”

 

 “네.”

 

 “때릴 거요?”

 

 “싫으세요?”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참고로 나는 평생 한 번도 누구에게 맞아 본 역사가 없소.”

 

 “알아요.”

 

 “그런데도?”

 

 “싫으세요?”

 

 “아, 아니오.”

 

 “김상궁?”

 

 “예, 마마. 말씀만 하십시오.”

 

 연실이 우두둑 몸을 풀었다.

 진짜 때릴 듯 다가오자 봉수가 말렸다.

 

 “비, 빈궁마마. 노여운 마음은 소인도 백번 천 번 이해하오나,

 그래도 이 나라 국본이신데 어찌

 몸에 생채기를-”

 

 “난 몸에 생채기 안 내.”

 

 “누이!”

 

 “비켜.”

 

 두 남자가 뒷걸음질치고, 두 여자가 몰고 가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연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하, 송구하오나 갑니다아!”

 

 “누이!”

 

 성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연실의 주먹은

 책장을 내리칠 뿐이었다.

 

 “아고, 아파라.”

 

 봉수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만 하고, 다들 자리 좀 비켜 줄래?”

 

 “예?”

 

 “저하와 나, 단 둘이 할 일이 있어.”

 

 “마마, 부디 노여움을-”

 

 “알아서 해요.”

 

 연실이 씩씩하게 봉수를 척 끌고

 서고를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 단 둘만

 마주한 상황.

 성은 유아의 눈치를 보았다.

 유아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성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은 공간 없이 막다른 곳.

 

 “부, 부인. 마누라. 여보? 유아야, 내가 서신을 보내지 않은 것은-”

 

 “압니다. 다.”

 

 “알고 있어?”

 

 “그럼요. 내가 누군데.”

 

 “그런데 화가 났어?”

 

 “났죠. 서신을 보낸 후 일주일은.”

 

 “그럼, 지금은?”

 

 “화가 났는데, 이상하게 까먹네. 바보같이.”

 

 성은 그제야 미소를 띠었다.

 

 “안아도 돼?”

 

 유아가 팔을 벌렸다.

 성이 유아를 와락 안았다.

 

 “보고 싶었어요.”

 

 “나도. 시체처럼 지냈어.”

 

 “일은 잘 하고 왔어요?

 필요 한 건 다 찾았고?”

 

 “응. 그리고 깨달은 게 있어.”

 

 “뭔데요?”

 

 “내가 필요한 건, 너 뿐이라는 거.”

 

 “아응~”

 

 “우리 화원으로 갈까?”

 

 성은 유아를 이끌고 궐 밖

 비밀의 화원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대전으로 청의 어의가 들었다.

 다급해 보였다.

 

 “으윽! 세자는 아직 인가...”

 

 “곧 당도하실 것이옵니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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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내 아내의 남친 2022 / 1 / 27 36 0 6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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