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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44. 일장춘몽
작성일 : 22-01-27 13:25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7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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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가 한 달 만에 다시 입궐했다.

 

 “저하! 마마! 기침하십시오~!”

 

 연실은 여전히 목소리가 컸다. 그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오늘도 아침, 세손의 처소에 퍼졌다. 두 사람은 오늘도 함께 날이 밝아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연실은 방 앞에서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저하! 마마~아!”

 

 연실의 목소리에 성과 유아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유아는 성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

 

 “내가 못살아…….”

 

 성은 눈을 감은 채 피식 웃었다.

 

 “일어났느니라.”

 “아침 문후 안 가실 겁니까?”

 “가야지. 알겠다. 세숫물을 들이라.”

 

 성과 유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연실의 지시에 세수간 궁녀들이 이미 데워진 세숫물을 가지고 나란히 들어왔다.

 

 “김상궁 덕분에 늦잠 잘 일은 없겠구나.”

 

 봉수는 연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연실은 옆구리 찔림을 날려버림으로 응수했다. 덕분에 세수 중인 성과 유아의 앞에 엎어져버린 봉수.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친 봉수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아는 이유를 알아차린 듯 보였다. 유아가 연실을 살짝 째려보자, 연실은 어깨를 으쓱했다. 유아는 미안하다는 듯 봉수에게 말했다.

 

 “차내관이 고생이 많네.”

 “아, 아닙니다. 마마.”

 

 성과 유아는 나란히 대전부터 중궁전, 혜빈의 처소까지 아침 문후로 궐을 돌아다녀야 했다. 이것이 그들의 아침 일상의 시작이었다. 한 달 만에 돌아온 궐에서도 유아는 중전, 성희와 혜빈, 윤희에게 번갈아 불려갔다. 그럼에도 전처럼 힘들지 않고, 외롭지 않은 것은 성이 언제나 기다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인지 윤희가 유아를 부르지 않았다. 중궁전으로 불려간 유아는 성희와 마주보고 앉았다.

 

 “요즘 혜빈이 괴롭히지는 않더냐?”

 “예?”

 “혜빈 때문에 고단하여 친정으로 나가있던 것이 아니더냐? 괘념치마라. 내 다 알고 있으니.”

 “아... 괜찮습니다.”

 “시어미 행세를 하고 싶은 게지.”

 “저하를 낳아주신 분이시니-”

 “그래도 법도가 있느니라!”

 “아, 송구합니다.”

 “염연히 세손은 세자의 양자로 입적하였거늘. 어미행세라니.”

 

 유아는 차가 코로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 시선을 어디에 둘 지도.

 

 “세손은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느냐?”

 “지금은 스승님과 서연(*세자를 위한 교육)중이신줄 압니다.”

 “그래? 아직도 채우겸 그자가 스승이라고?”

 “예. 줄곧 스승이셨다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의뭉스러운 자가 아니더냐?”

 “그렇게 느끼셨나이까?”

 

 성희는 어떻게 해서든 성이 하는 일과에 대해 틈을 알아내고 싶었다. 오빠 김구준과 그동안 정보를 주고받지 않은 지가 꽤 되었기에, 답답하던 차였다.

 

 “되었다. 내가 지금 누구에게 그런 것을 물어보는 지, 참.”

 

 성희는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기며 차를 마셨다.

 

 한편, 성은 우겸과 서연을 빙자해 미래를 계획 중이었다. 오늘은 우겸만이 스승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이건 도승지인 구준의 도움이 있었다. 치매증상이 심각해진 대왕을 속여 성의 나머지 스승들을 모두 파직시켰기 때문이었다.

 

 “어째,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왜요? 스승이 저 하나라 부족하십니까?”

 “도승지와는 만나 보신 겁니까?”

 “지금은 제 살이 깎이는 일이겠으나, 훗날을 위한 기반이라 생각하더군요.”

 “도승지는 언제나 그래왔겠죠?”

 “그럼요. 그 양반은 내가 그래서 싫어했지요.”

 “벗이었으나, 벗이라 하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벗이 아니라 할 순 없는 그런 관곕니까?”

 “하하하하! 그리되는군요.”

 

 우겸은 항상 들고 다니는 부채를 좌악-하고 펼쳤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우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연통이 오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어차피 나가실 것 아닙니까?”

 “그래도. 괜히 꼬이는 것 보단.”

 “그럼, 차내관 남겨두고 우린 먼저 나가시지요.”

 “그럴까요? 그럼-”

 “거, 그 급한 성미는 언제 나아질는지.”

 

 문이 열리고, 뒷짐을 진, 청의 모습이 보였다.

 

 “세자저하.”

 “저하.”

 

 청이 우겸을 보았다.

 

 “이렇게 왔습니다. 함께 하시지요.”

 

 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궐을 나섰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나가야 했기에, 아주 은밀히, 몰래. 그러나 딱 한 사람. 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유아였다.

 

 “연실아.”

 “예, 마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뭘요?”

 “저 사람. 정말 내가 생각한 그 분이 맞을까?”

 “마마가 생각한 사람이 뭔데요?”

 “백성을 위하고, 총명하고, 연민도 있고, 무엇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

 “그럼, 대강 맞네요.”

 “그래?”

 “제가 맞춰볼까요? 아가씨가 뭘 걱정하는지?”

 “넌 호칭을 좀, 마마야, 아가씨야?”

 “백성을 위하고 총명한 그 성군이 되면, 연정이라는 걸 할 수 있는 걸까? 그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죠?”

 “어? 눈이다!”

 

 유아의 얼굴 위로 나폴 나폴 내려온 눈꽃이 내려앉아 잠시 머물다 녹아버렸다. 눈은 성의 머리위에도, 궐 담장 위로도, 운종가에도 내렸다. 사람들의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다.

 

 “다 꿈이려나? 이 모든 것이 다 꿈이려나…….”

 

 유아의 걱정 속에 세상은 하얗게 덮여갔다. 마치 그 걱정도 잠시, 덮어두라는 듯이. 성은 언제나 바빴다. 세손이라 할 일도, 해야만 할 일도 얼마 없었으나 그는 바빴다. 그의 세상은 궐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었다. 진짜 그가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 그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었고, 그와 함께한 사람들도 언제나 궐 담장 밖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잠시 궐 밖에 있던 그의 사랑은 언제나 궐 담장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한 겨울의 찬 기운이 얼마나 떨리고 아린 것인지 잘 아는 그였으나, 궐 밖의 따스함에 잠시 잊었던 것이었다.

 

 “오늘도 눈이 오려나보다. 하늘이 온통 거뭇하구나.”

 

 유아는 방의 창문을 통해 오늘 아침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연실은 유아의 이부자리를 개며 말했다. 나인들의 만류에도 연실은 언제나 그랬듯 유아의 이부자리를 직접 정리했다. 성의 당부도 있었다. 밤새 유아의 밤이 안녕하였는지를 확인하라는 것.

 

 “저놈의 눈은 왜 계속 오나몰라. 귀찮게.”

 “염려가 되는구나. 길이 많이 얼어있을 것인데…….”

 “밤새 춥진 않으셨습니까?”

 “응. 괜찮았어.”

 “이 방도 꽤나 외풍이 불던데요.”

 “괜찮아. 저하께서 계셨으니까.”

 “또?”

 “응.”

 

 성은 아침 일찍부터 서연을 핑계로 또 자리를 비웠다. 유아의 미소는 쓸쓸해져갔다. 아니, 씁쓸했다고 해야 맞을 미소였다. 한창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뿜어내야 할 세손빈의 웃음이.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의 나이는 스무 살. 아름다운 때는 계속 되었다.

 

 “오랜만이네요.”

 

 아침. 유아와 성은 함께 아침 수라를 들고 있었다.

 

 “어째, 점점 야위어가는 것이 걱정이오.”

 “그렇습니까?”

 

 유아는 성의 말에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어디 아픈 게요?”

 “아닙니다, 저하. 국이 식겠습니다. 어서 수라를 드시지요. 곧 서연입니다.”

 “오늘 서연은 없소.”

 “예? 어찌하여…….”

 “내가 격조했소. 이토록 그대를 외롭게 둘 생각은 아니었는데, 미안하오.”

 “신첩 때문에 서연을 파하셨단 말씀이십니까?”

 “그만큼 중했기에.”

 “저하.”

 “딱 하루만. 그대의 시간도 내게, 시간을 주시오.”

 

 유아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성은 유아의 웃음에 멈칫했다.

 

 “김상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군.”

 “무엇을요?”

 

 유아는 연실을 쳐다보았다. 성을 쳐다보고, 봉수를 쳐다보았다. 다들 무슨 의미인 줄 알고 있는 것 같으나, 유아 본인만 말의 뜻을 몰랐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유아를 보며, 성은 괜히 미소를 지었다.

 

 “내가 죄가 크단 뜻이오.”

 “많긴 하십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성과 유아가 마주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저하! 저하!”

 

 대전의 내관이 급히 세손의 처소로 달려왔다.

 

 “저하!”

 “무슨 일이냐?”

 “주상전하께오서... 전하께오서...”

 

 대왕이라는 말에 두 사람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내관의 슬픈 표정을 보아하니,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전하께오서 급히 저하를 찾으시옵니다…….”

 

 두 사람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전으로 향했다. 뛰지도 그렇다고 천천히 걷지도 않을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은 대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숨을 애써 몰아쉬고 있는 대왕의 모습과 마주했다. 이미, 중전 성희와 혜빈 윤희, 세자 청이 도착해 있었다. 청이 세손부부를 발견했다. 대왕은 청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바마마. 세손과 빈궁이 왔나이다.”

 “세손... 빈궁...”

 

 성은 대왕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할바마마…….”

 “오냐…….”

 “소자가 늦었나이다.”

 “기다렸느니... 우리 손자... 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니라…….”

 “말씀하소서.”

 “내... 너를... 외롭게 하였다…….”

 

 대왕은 성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아비를... 지키지 못하였다…….”

 “할바마마…….”

 “그럼에도, 나는, 사과는 않겠노라…….”

 

 성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대왕의 말에 슬프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아버릴 것도 같았다. 그럼에도 감정을 참고 또 참았다. 애써 참아왔던 인내의 벽을 이제 와서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그 모든 감정이 폭발할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세자는, 세손을 잘 보호하라…….”

 “예, 아바마마.”

 

 대왕은 숨이 가빠왔다. 앞이 흐릿하기 시작하자, 더욱 조바심이 났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과인이 아직 할 일이 많이, 있다…….”

 

 그 와중에 자신의 무릎 위치 곁으로 앉아있는 성희와 그 뒤에 앉는 윤희의 모습이 보였다. 대왕은 검지로 그들을 가리켰다.

 

 “내가... 보고 있노라... 다... 다...”

 

 그렇게 대왕은 모두가 보는 와중에 그의 치세를 마쳤다. 향년 82세였다.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그의 치세는 참으로 곧고 화려했으나, 그 곧음의 끝은 언제나 날카로웠다. 모두가 긴장해야했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대왕의 치세가 마무리 되었다. 그때부터 세자, 청의 세상이 시작되었고, 그의 치세 3년은 대왕의 상주역할 이었다.

 

 “콜~록! 콜~록!”

 “전하! 차를 드소서.”

 

 빈전을 지키고 있는 청의 몸은 나날이 쇠약해져갔다. 그곳에 성이 찾아왔다.

 

 “전하.”

 “세자 왔느냐, 콜록!”

 “잠시 쉬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빈전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아니다, 괜찮다.”

 “옥체 보전하셔야, 내일도 도모하시옵니다. 부디, 제 청을 들어주소서.”

 “버틸 수 있느니라.”

 “전하를 지켜보는 저 수많은 눈들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언제 쓰러지나 지켜보는 저 눈들 말입니다!”

 

 성의 말에 청은 성을 쳐다보았다.

 

 “대비가, 제게 북방을 살피라 하더이다.”

 “뭐라? 내가 허락하지 않았거늘!”

 “옥새가 찍혀있었습니다. 쓰러지시고 다음날 제게 명이 왔습니다.”

 “고얀!”

 “허니, 옥체를 보존하소서. 북방은 제가 가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전하의 치세 초기에 반드시 가 보아야 하는 곳인 것은 당연하옵니다. 제가 대신 다녀오겠습니다. 그동안만이라도 부디, 옥체 보존하소서. 어의의 말을 들으소서.”

 “오냐. 그러마.”

 

 성은 빈전에서 나와 유아를 만나러갔다. 유아는 북방으로 떠날 성을 위해 여러 가지를 자신이 다 챙기고 있었다.

 

 “그, 휘항(*남자 방한모)은 어디 있느냐?”

 “챙겼습니다.”

 “아니, 이것 말고. 얼마 전에 만든 것 있잖니.”

 “여기요. 이것 말씀하시는 것 맞지요?”

 “그래. 또…….”

 

 성은 문 밖에서 분주한 유아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저 여인을 내가 또 외롭게 하는구나. 참으로 나쁜 사내로다.”

 

 분주한 방 안에서 성을 발견한 궁녀가 성을 보고 인사하려하자, 성은 검지로 입술을 막고는 하던 일을 계속 하게 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챙길 것을 찾던 유아가 성을 발견했다.

 

 “저하!”

 “바쁜 듯하여…….”

 

 유아가 성에게 다가왔고, 성은 머쓱한 지 시익 웃어보였다.

 

 “북방은 이곳보다 배로 추울 것이라, 이것 저것 챙기고 있었습니다.”

 “그렇소?”

 “왜 그러십니까?”

 “응?”

 “아니, 표정이…….”

 “미안하여…….”

 

 유아가 성의 얼굴을 쓰다듬다, 궁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는 눈치를 스윽 보았다. 그러자 궁인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금세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성이 유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날이 춥습니다, 저하.”

 “아, 그대의 옷이, 자!”

 

 성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유아에게 걸쳤다.

 

 “저하께서는 요?”

 “난 괜찮소. 버틸 만 하오.”

 “그러게, 왜 밖으로 나오셔서는.”

 “그럼 어쩌오? 단 둘만 있으려는데, 눈들이 한 가득이니.”

 “그럼, 우리 어디 갈까요?”

 “이왕 나온 김에, 야한 소문이나 하나 더 만드는 건 어떻소?”

 “야한 소문?”

 

 성이 느끼하게 눈썹을 움찔거렸다.

 

 “물론, 상중에 이러면 안 되지만, 할바마마께서도 이 정도는 봐 주시겠지.”

 

 성은 유아를 이끌고 서고로 향했다. 그가 애용하는 곳이자, 두 사람의 야한 소문의 근원지. 서고로 들어서자마자 성은 유아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퍼부었다.

 

 “저하~ 저하~! 아하하하! 간지러워요~”

 “이리 오너라! 어허~ 오라니까?”

 “싫어욧!”

 

 유아는 흰 소복차림으로 이미 풀린 앞섶을 부여잡고 성과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성도 소복을 입고 유아를 잡기 시작했다.

 

 “잡히면 내 아주 혼을 내 줄 것이오.”

 “잡히지 않으면요?”

 “잡히지 않을 것이라 믿소?”

 “ㅎ, 아니요.”

 “그럼, 이리 오시오. 어서~”

 “재밌잖아요. 어디 한 번, 안달이 나 보시지요~”

 “내가 심히 지금 약이 오르고 있소. 잡히면 아주 놓아주지 않을 생각인데. 어떻소?”

 “좋습니다.”

 “내가 아주 강하게 다룰 것인데?”

 “그것도 좋지요-아악!”

 

 책장을 휙 돌아서려던 찰나, 유아는 성에게 잡히고 말았다.

 

 “잡았다!”

 “반칙입니다~”

 “뭐가, 반칙인데?”

 “책으로 유인하는 게 어디 있어요?”

 “유인 당한 그대의 실책이오. 그럼, 이미 경고한 바대로, 벌을 받아야겠지요?”

 “쉿! 잠깐만. 누가... 오는 것 같은데……?”

 

 유아는 성의 입을 틀어막고는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이것은 유아의 속임수였다. 성은 잠시 믿어주는 척 하다가 유아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허! 감히, 일국의 세자에게 거짓을 고했겠다?”

 “아닙니다. 진짜라구요.”

 “요, 입가의 웃음을 보고도 믿으라고?”

 “아흥~ 정말!”

 

 ‘쪽!’

 

 성의 품에서 유아는 성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았다. 되게 그 품에 더욱 안겼다.

 

 “이리 가시면, 언제 오십니까?”

 “확답을 할 수가 없겠소.”

 

 유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몸속의 어느 길을 따라 솟구쳐 오르는 기운에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고 또 삼켜보았으나, 끝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주르르 흐른 유아의 눈물이 성의 가슴 위로 툭 떨어졌다. 유아는 성의 품에 안겼다. 그렇게 우는 모습을 감추고 싶었으나, 유아의 뺨으로 흐르고 턱으로 고인 눈물이 성의 등으로 흘러내렸다.

 

 “유아야.”

 “미안해요... 그러지 않으려 했는데…….”

 

 성은 유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유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니야. 이게 너야. 난 이런 널 사랑하는 거야.”

 “참아보려고…….”

 “참지 마. 나 때문에 널 버리지 마. 2년 동안 너한테서 제대로 된 웃음을 본 기억이 없어.”

 “당신이 어떻게 살았을지 내가 알아버려서... 예전처럼 철없이 있을 수가 없어서…….”

 “알아,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유아는 고개를 저었다.

 

 “사랑해.”

 

 성은 유아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사랑해.”

 

 유아의 볼에 입술을 맞추었다.

 

 “조금만, 기다려줘.”

 “같이 가면 안 돼요?”

 “대비가 허락하지 않을 거야.”

 “이제야 당신이랑 같이 있게 됐는데…….”

 “알아, 나도 미치겠어. 하지만-”

 “알아요. 나도, 다 아는 걸.”

 “고마워.”

 

 유아는 성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니까, 이 순간만큼은 나만 생각해요. 날, 당신 사랑으로 미치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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