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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56. 범인은 누구인가
작성일 : 22-01-27 13:31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7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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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비전.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궁인들은 모두 의금부 나장들의 손에 끌려 나왔다. 도망가려던 궁인들도 모두 붙잡혔다. 성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모든 방을 뒤진 나장들이 남은 방은 성희가 있는 방뿐이었다. 그때, 의금부판사가 방 앞에 서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대비마마. 수라간에서 독을 타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나왔습니다. 모든 증인들이 가리키는 곳이 대비전인지라, 잠시 방을 수색해야하니. 마마께서는 옥체를 잠시 옮기심이 어떠하실는지요?”

 “됐으니, 뒤지거라.”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뒤지라면 뒤져! 뭔 말이 많아! 다 엎어! 죄다 뒤져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내 그 연놈들을 죄다 잡아다 찢어 죽일 것이야.”

 

 의금부판사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나장들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나장들은 일제히 방 안으로 들어가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여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나장이 들고 나온 것은 작은 호리병이었다.

 

 “하!... 어이가 없군.”

 

 성희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에 어이없어했다.

 

 “더 찾아라.”

 “예!”

 

 성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서려 했으나, 의금부판사가 그 앞을 막아섰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독으로 의심되는 물건이 나온 이상. 마마께서도 처소 밖으로는 나서지 못하십니다.”

 “뭐라?”

 “독살입니다. 혜빈마마께서 독에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뭐?! 내가 혜빈을 죽이기라도 했단 말이냐?”

 “단 하나의 의심도 남기지 말라는 어명입니다.”

 “네 놈이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어명입니다.”

 

 ***

 

 윤희의 처소. 윤희는 소량의 독을 먹었을 뿐이었다. 어의가 다녀가고, 그 곁엔 성이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성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듯 보였다. 봉수도, 수도 마찬가지였다.

 

 “지밀상궁은 즉사했다고?”

 “예. 먹은 것이라곤 연근 한 입인데, 그대로 죽었다합니다.”

 “맹독인가 보군.”

 “아마도...”

 “혜빈께서 드신 건?”

 “밥만 조금 드셨습니다. 그건 지밀상궁의 위에서도 발견이 됐다 하는데, 밥엔 독이 골고루 묻지 않아 다행히 소량만 드신 거라 합니다.”

 “그래...”

 

 성은 누워있는 윤희를 바라보았다. 말과는 달리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빛은 싸늘했다.

 

 “저하! 저하!”

 

 연실이 급히 달려왔다.

 

 “저하!”

 

 연실은 상기된 표정으로 성에게 달려왔다. 봉수가 연실을 막아섰다.

 

 “쉿! 혜빈마마 계시잖아.”

 “너무 급해서.”

 “무엇이냐?”

 “페데르가 독을 찾아냈습니다. 무슨 독인지 알아냈습니다.”

 “뭐?!”

 

 성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이냐? 어찌 알았어?”

 “청국에서 들여온 것이라 합니다. 페데르가 청국에 있을 때 시료했던 독이라고 합니다.”

 “그럼. 방법이 있단 말이냐?”

 “예. 생각보다 아주 쉽다고. 당장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됐다. 기특하구나. 보기완 달리 참으로 기특하구나.”

 “예!”

 

 성은 아주 좋아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김상궁은 빈궁의 곁을 지켜보고, 경과를 알려다오.”

 “마마께 가지 않으십니까?”

 “어마마마께서 이리 누워계시지 않느냐. 깨어나시면 그때 가겠다.”

 “예...”

 

 연실은 서운했다. 이것을 알면 유아는 얼마나 서운해 할까 싶었다. 연실은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참으로 무정한 사내야. 저런 사람이 뭐가 좋담? 우리 아가씨, 남자 복도 없지.”

 

 성은 다시 윤희의 곁에 앉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유아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어찌되었던, 그는 효를 다해야 했다. 그것이 단 하나의 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왕세자, 그 자리의 무게와 의무였다.

 

 ***

 

 대전. 청은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흐름에 골머리가 아팠다.

 

 “엉망이구나. 참으로 엉망이야. 지옥이 따로 없구나.”

 

 청의 곁에는 어의가 있었다. 청은 웃통을 모두 벗고 썩어가는 고름을 도려내고 있었다.

 

 “전하. 고통스러우실 것이옵니다. 봉침을 놓겠습니다.”

 “입 막을 것을 다오.”

 

 청은 천을 입에 물고 고통을 참아냈다. 봉독은 아주 잠시나마 상처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해 주었다. 아주 위험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어차피 그의 생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청은 이내 천을 입에서 뱉어냈다.

 

 “상선...”

 “예, 전하.”

 “김구준과 채우겸에게 입궐하라 이르라.”

 “지금 말씀이시옵니까?”

 “시간이 없다. 당장!”

 “명 받잡겠나이다.”

 

 ***

 

 우겸의 집. 우겸은 유랑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었다.

 

 “다 되었느냐?”

 “예, 영감마님.”

 “자, 가자!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떠나자꾸나~”

 

 그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뉘시오?”

 

 우겸의 노비가 문을 열었다.

 

 “주상전하의 명입니다. 지금 당장 입궐하시라는 명입니다.”

 “엥? 지금? 이런...”

 “어서 채비하시지요.”

 “그냥 이대로 입궐하겠네. 관직도 없는 사람이 관복을 입고 들어갈 순 없잖은가? 가세.”

 

 우겸이 심복만 대동하고 걸음을 옮기다 뒤로 휙 돌아보았다.

 

 “짐은 아직 풀지 마. 응? 나 유랑 가야하니까. 그건 포기 못해.”

 “우선, 갔다 와서 얘기 하시지요.”

 “알겠지? 풀지말어~”

 “예~ 예~.”

 

 ***

 

 보함의 집. 보함은 자리보전하고 누워있었다. 보함의 곁에 영목이 있었다.

 

 “숙부님.”

 “영목이냐.”

 “예, 숙부님.”

 “우리 혜빈마마를 내가 지켜드려야 하는데, 이미 보전하고 누워있으니 큰일이구나.”

 “그러니 어서 털고 일어나셔야지요.”

 “너라도 혜빈마마를 보필해 드려야지.”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너는 세자의 유일한 벗이며, 우리 홍가의 희망이다. 그런 말거라.”

 

 아무래도 보함은 오래 살진 못할 것 같았다.

 

 “영목아.”

 “예, 숙부님.”

 “오른쪽 함을 열어보겠느냐.”

 

 영목은 보함의 말대로 오른쪽의 서랍을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종이가 다발로 가득 들어있었다.

 

 “그것은 내가 지난 시간 세자를 관찰해 보고받은 것이다. 너에게 주마.”

 “예?”

 “성이는 효심이 깊다. 허나, 권력과 효심은 별개다. 성이가 세손으로 복귀하는 시점부터 그 아이 행동이 이상해 사람을 붙여 살펴보라 하였다. 물론, 너도 곁에 있었지만 네가 뭘 알았겠느냐. 그것을 보고 깨달아야 한다. 너도 살고, 우리 가문도 사는 법을. 성이는 이제 너의 벗이 아니다. 그 아이가 우리 집안을 무너뜨리고 왕이 되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지금이라도 잘 봐야한다.”

 “숙부님...”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앞으로는 혜빈마마와 상의해라. 알고 계실 것이다. 내 집에서 앞으로 지내도록 해라. 앞으로 영수자리는 너에게 주마.”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어찌. 동부승지 자리도 버겁습니다.”

 

 보함은 영목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눈에는 불길이 타오르는 듯 강렬했다.

 

 “넌 뛰어난 아이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그것을 알아보았지. 부모를 잃은 너희 남매를 내가 거둔 이유도 그것이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숙부님...”

 “김구준을 조심해라. 구렁이 같은 인사다. 그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성이다. 명심해.”

 “예. 숙부님.”

 

 며칠 뒤, 보함의 부고가 전해졌다. 영목은 보함의 상주역할을 했고, 그것은 자연스레 차기 영수가 영목임을 말한 것이었다.

 

 ***

 

 동궁전. 페데르의 간호로 유아가 눈을 떴다.

 

 “마마!”

 

 연실과 페데르가 유아의 곁에서 기뻐했다.

 

 “귀청이야.”

 “다행입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페데르?”

 “유아야.”

 “여긴 어떻게...”

 “만영이모가 추천해서, 저하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페데르가 아주 큰일을 했습니다.”

 “고마워, 페데르.”

 

 페데르는 눈물을 훔쳤다.

 

 “아, 참! 이럴 때가 아니지. 저하께 알려야겠다.”

 

 유아는 순간 곁에 성이 없다는 것이 서운했다.

 

 “어디 계시는데?”

 “아, 그게... 혜빈마마 처소에 계세요. 독을 조금 드셨는데, 소문에는 자작극이라는 말도 있고. 무튼 효심이 깊으신 분이니 곁을 지키셔야 한다고... 서운하시죠?”

 “당연한 걸 하시는 거야. 우선, 나 좀 일으켜 줘.”

 

 유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데르는 유아의 맥을 살폈다.

 

 “아직은 안전하지 않아. 맥이 깨끗하지 않아. 무리하면 안 돼.”

 “응. 알았어.”

 

 연실은 페데르의 등을 철썩 때렸다.

 

 “이게, 어디 마마께 반말이야. 싹퉁머리없이.”

 “아오! 아파~!”

 “또 반말을! 내가 존대하랬지?”

 “알았습니다. 하겠습니다!”

 

 유아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만 해. 페데르 등짝이 남아나겠어?”

 

 연실은 유아가 웃어보이자 들뜬 듯 보였다. 그러다 이내 기분이 가라앉았다.

 

 “무슨 일이 있어?”

 “안가가 들통이 났대요. 제가 안가에서 나오라고 했대요. 마마의 명이라고. 그래서 나왔다가 거기에 남아있던 백씨네 가족들이 공격을 당해서...”

 “뭐?”

 “전 억울해요. 마마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고요.”

 “큰일이구나...”

 “많이 심각한 건, 저도 알아요.”

 “연실아. 네가 힘을 좀 써야겠다.”

 “어디요?”

 “그 힘 말고. 페데르도. 좀 도와 줘.”

 

 그리고 한 시간 뒤. 연실과 페데르는 동궁전을 나섰다. 페데르는 짐 꾸러미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 짐 꾸러미에서 파란 치맛자락이 슬쩍 삐져나왔다.

 

 “야, 제대로 안 넣어?”

 “오우!”

 

 페데르가 삐져나온 옷을 급히 집어넣었다. 연실은 페데르를 데려다준다는 명목으로 궐을 빠져나왔고, 그대로 만영의 상단으로 향했다.

 

 “만영이모!”

 “어르신!”

 

 두 사람의 부름에 만영이 방에서 나왔다.

 

 “페데르? 마마께선 괜찮으시고? 연실이 넌 왜 나왔어?”

 

 연실은 눈을 데굴데굴 굴려 주위를 훑어보았다.

 

 “우선, 나 차나 한 잔 주쇼.”

 “응?”

 “빨리. 목이 말라서.”

 “어, 그래.”

 

 만영과 연실, 페데르는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거의 떠밀려 들어온 만영이 연실을 쳐다보았다.

 

 “뭐야?”

 

 연실이 속삭이며 말했다.

 

 “마마께서 급히 이모를 찾아요. 어서 궐에 들어가야 하니까, 우선 이것부터 입어요. 페데르?”

 

 페데르는 짐 꾸러미를 풀어헤쳤고, 그 속엔 상궁의 옷이 있었다.

 

 “이모한테 딱 맞을 거야. 내가 이모 치수 정도는 알잖아. 빨리 입어요.”

 “이걸?”

 “그냥은 못 들어가.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된댔어요, 우리 마마께서”

 “정말 마마께서 시키신 일 맞지?”

 “하, 놔. 이 양반이 속고만 사셨나. 장사 하루 이틀 해요? 빨랑!”

 

 그렇게 연실은 만영과 함께 궐로 들어갔다.

 

 ***

 

 혜빈의 처소. 윤희는 의식도 돌아왔고, 미음도 먹을 정도로 쾌차했다. 그러나 성은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어미는 괜찮습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세자도 참.”

 

 성은 윤희의 곁에서 탕약도 챙기고, 어깨도 주무르고, 함께 서책도 읽었다.

 

 “세자. 어미는 지금 이 순간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우리 효심 깊은 세자가 곁에 있어, 어미는 행복합니다.”

 “범인은 전하께서 꼭 잡아내실 겁니다.”

 “그래요.”

 

 윤희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답답하기도 한데, 산책이나 함께 할까요? 봄이라 후원이 아주 예쁠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우선, 어의가 진맥부터 하고 가시지요.”

 “괜찮대도.”

 “염려되어 그럽니다.”

 “알겠습니다.”

 

 어의가 들어와 윤희를 진맥했다. 맥은 일정했다. 건강한 맥이었다.

 

 “이리도 쾌차하시니 다행이옵니다. 산책은 문제없사옵니다.”

 “수고했네.”

 “황공하옵니다, 세자저하.”

 “그럼, 산책하러 가시지요. 어마마마.”

 

 윤희는 성과 함께 후원으로 산책을 나섰다.

 

 ***

 

 한편, 궁으로 몰래 들어온 만영은 하필 저 멀리 걸어오는 우겸과 마주칠 위기에 놓였다.

 

 “헙!”

 “왜?”

 “채우겸 영감.”

 “뭐?”

 “저기!”

 

 만영이 얼굴을 감추고 속삭이며 우겸이 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오매! 이모, 돌아. 뒤로 돌아.”

 

 만영이 간발의 차로 우겸을 등지고 다른 길로 걸어갔다. 우겸은 그 길로 대전을 향했다.

 

 “휴~. 지릴 뻔했네.”

 “빨리 갑시다. 또 누구 만나기 전에.”

 

 드디어 동궁전에 도착한 두 사람.

 

 “마마. 김상궁입니다.”

 “어서 들어와.”

 

 문이 열리고, 만영과 연실이 모습을 보였다. 유아는 주인이 없는 성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지하 동굴로 통하는 옷방 문을 열었다. 만영과 유아가 사라지고, 연실은 홀로 방에 남아 망을 봤다.

 

 “여기가 어딥니까?”

 “비밀결사의 옛 회의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수장이 계속 여기 계셨죠.”

 “그렇구나.”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말할게요.”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어요.”

 “아무래도 우리 조직이 와해된 것 같아요. 이 동굴도 언젠간 들킬 거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안가는 김척론자의 사람 몇 명만 알던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그것도 연실이가 백선생과 함께 김척론자에 있다는 걸 안다는 듯 일을 꾸몄어요. 이건 경고에요. 모두 안다는 경고. 우린 존재를 모두 들킨 거예요. 조직이 와해 된 거죠.”

 “마마께서 김척론자였다는 걸 안단 거네요?”

 “내 존재까지 알았다면, 거의 모두를 안 거예요.”

 “그럼 어쩌죠?”

 “조직을 없애야죠.”

 “조직을 없애요? 장장 20년의 노력 이예요. 그게 물거품이 되는 건데.”

 “이게 시작이라면?”

 “경고다?”

 “일부러 스승님과 신씨 아저씨만 빼돌렸잖아요.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을 해치려고 했어요. 거기에 연실이를 이용했고, 날 이용했어요. 이미 성은 무너지고 있어요.”

 “그 전에 꼬리를 잘라야겠군요.”

 “이모가 금고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들잖아요. 자료를 버리는 건 아니에요. 언제든 쓸 수 있어요. 다만, 사람은 절대 잃어선 안 돼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흔적만 없애라 그거죠?”

 “네. 저하껜 제가 말할게요. 지금부터 비밀결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짐 풀고 좀 쉬나 했더니, 또 바빠지겠네.”

 “미안해요.”

 “됐어요. 빚은 장부에 꼬박꼬박 적어 놓는 거 알지?”

 “그럼요. 꼭 갚는 것도 알죠?”

 

 ***

 

 후원. 윤희와 성은 함께 후원을 걸었다. 후원엔 봄꽃들로 가득했다.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 꽃 위에 앉았다. 연못의 금붕어들도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모든 만물의 힘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참 평화롭네요.”

 “네.”

 

 들뜬 윤희와 달리 성은 어떤 표정도 드러내지 않고 그저 곁을 지킬 뿐이었다.

 

 “힘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꽃들 보세요. 자인왕후께서 계실 땐 후원에 꽃들이 더 많았답니다. 자인왕후께선 꽃을 참으로 좋아하셨지요.”

 “어마마마.”

 “예.”

 “이리 건강하시니,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이게 다 효심 깊은 세자 덕분입니다.”

 “그럼, 이제. 동궁전으로 돌아 가볼까 하옵니다.”

 “예?”

 “빈궁이 이제 겨우 의식을 찾았다 합니다.”

 “예, 그렇군요.”

 “빈궁을 그렇게 만든 범인은 제가 잡고 있습니다.”

 “그래요?”

 “소자, 이만 물러갑니다. 어마마마.”

 “그러세요.”

 

 성은 윤희의 곁을 떠났다. 밝던 윤희의 표정이 성의 등 뒤에서 굳어갔다.

 

 “빈궁이 의식을 되찾았다고?”

 

 ***

 

 캄캄한 방 안.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찌른 게 아니야...”

 

 홍미령. 이제 막 열다섯인 여자 아이였다. 허리는 한줌에 잡힐 만큼 마른 몸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미령은 그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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