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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57. 새 왕
작성일 : 22-01-27 13:32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6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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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방으로 다가갈수록 점점 짙어지는 숨소리. 가빠오는 숨을 몰아쉬는 이는 왕, 청이었다.

 

 “전하.”

 

 청의 곁에는 근심어린 표정의 성과 상선, 봉수 그리고 수가 있었다.

 

 “전하. 견디소서.”

 

 성은 청의 손을 꼭 잡았다. 청 또한 성의 손을 놓지 않고 꼭 잡았다. 그의 남은 힘을 모두 성이 잡은 손에 모았다.

 

 “세자.”

 “예, 전하.”

 “내가 괜한 짓을 하였다...”

 “어인 말씀이십니까?”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벌여놓고, 이리 누웠잖느냐.”

 “쾌차하실 것이옵니다. 일어나실 수 있습니다. 단순한 고뿔이옵니다.”

 

 청은 알았다. 이제 자신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는 시점임을. 또한 그가 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이 가여운 아이에게 모두 알려줘야 함을.

 

 “성아...”

 “예, 전하.”

 “대신들을 들라하라. 내 유언은 세자가 직접 공표하라. 우겸에게는 일러두었다. 당분간은 그가 너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말씀 마소서.”

 “너의 외조부가 세상을 떠, 혜빈의 근심이 클 것이다. 혜빈은 내 장례에 상관없이 친정에 조문하게 하라. 그리고 조문하고 나면, 궐 밖에서 살게 하라.”

 “예?”

 “너는 내 아들이다. 나의 양자로 입적하였으니, 너는 혜빈의 아들이 아니다. 명심하라.”

 

 청은 더욱 꼬옥 성의 손을 잡았다.

 

 “제 어머니입니다. 저를 낳아주신-”

 “알잖느냐. 그것이, 너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너는 나의 아들이다.”

 

 성은 답하지 않았다.

 

 “답하라... 내 아들이라고... 따르겠노라고.”

 “... 각오하고 있습니다.”

 “세자!”

 “뜻에 따르겠습니다. 저는 전하의 아들입니다.”

 “그래. 되었다. 그리해야한다. 그래야 네가 왕이 될 수 있다. 이 자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예, 전하.”

 

 청의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시야가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가 어딘가 에서부터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저 멀리서부터 태양을 가려오듯, 점점 눈이 부셔왔다. 어느새 성의 얼굴만이 보였다. 참으로 빛나는 얼굴에 눈이 부셔왔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행복해야한다. 성아...”

 

 그렇게 청은 성의 손을 놓고 말았다. 그의 숨이 이불과 함께 가라앉았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의 얼굴은 편안해보였다. 비록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많았지만, 이젠 그가 해결해야 할 짐이 아니었기에 모든 것을 놓아 편안해보였다.

 

 “전하!!”

 

 성은 울부짖었다.

 

 “저언~하!!!”

 

 청의 상선, 봉수, 수를 비롯해 모든 궁인들이 청의 죽음을 슬퍼했다. 대신들이 대전 마당에 들어오다 궁인들의 곡소리에 함께 바닥에 엎드려 곡을 했다. 순식간에 궐이 온통 곡소리로 가득했다. 그 슬픔의 소리는 궐 높은 담장을 넘어 백성들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백성들은 가엾기도 했으며, 인자했던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모든 사람들은 그가 혹여 가던 길을 되돌아볼까 싶어, 새하얗게 세상을 물들였다.

 

 동궁전. 유아도 청의 죽음을 듣고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빈전으로 향했다.

 

 “전하...”

 

 유아는 눈물을 흘렸다.

 

 “편히 가세요. 부디 다음 생은 편히, 세상 구경하며 사세요. 꿈에 그리던 뱃놀이도 하시고요.”

 

 유아는 그렇게 청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편, 윤희는 청의 명대로 아버지 보함의 빈소에 들렀다. 그녀의 표정은 슬프기보단 싸늘해보였다. 상주인 홍영목이 윤희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혜빈마마. 오셨습니까?”

 “고생이 많습니다.”

 “어찌. 말씀 낮추소서.”

 “아닙니다. 이제 홍씨 일가의 영수이신데, 응당 존대를 해야지요.”

 “황공하옵니다.”

 “내 아드님이 곧 왕위에 오르시는데, 날더러 궐 밖에서 살라네요.”

 

 영목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윤희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영수께서도 이제, 정계 복귀를 하셔야지요?”

 “예. 그래야지요.”

 “3년 상 다 치르시려고요?”

 “그것이 법도지요.”

 “그래요. 그것도 좋겠네요.”

 

 ***

 

 대비전. 윤희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여자. 성희였다. 자리에 앉아 있는 성희의 앞엔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청원이 앉아 있었다. 청원은 안절부절 못했다.

 

 “왜 그리 불안해보이십니까? 부원군 대감.”

 “제가요? 그, 그럴 리가요.”

 

 성희는 피식 웃었다.

 

 “걱정 마세요.”

 

 성희는 고개를 숙이고는 속삭였다.

 

 “관직이야, 누구나 사고파는 것이니.”

 

 청원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성희는 청원의 그런 모습을 재미있어했다.

 

 “하긴, 그것만 하신 건 아니지요. 워낙 많아서... 그래도 염려마세요. 다 우리 모두를 위해 부원군께서 희생하신 것이잖습니까? 다 압니다. 그 고매한 희생.”

 “제가 한 노력을 알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제 빈궁이 새 중궁이 되었으니, 두 다리 쭉 뻗고 주무실 수 있겠습니다.”

 “그러게요. 이제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아, 참. 제 오라버니가 전하라던 건 없던가요?”

 

 청원은 소매에서 서신을 꺼내 성희에게 건네려다 멈칫했다.

 

 “아, 참! 글을 읽지 못하시지요? 자, 받게.”

 

 시치미를 뚝 떼면서 곁에 서 있던 편상궁에게 서신을 건넸다. 성희는 기분이 매우 나빴다. 청원은 모르는 척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이제 좀 바빠질 듯합니다. 서신 전달은 아랫것들, 시키시지요. 저는 바빠서 이만.”

 

 청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헛기침을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성희는 이 치욕에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 중궁의 아비가 되었다고, 감히!”

 

 편상궁은 성희의 곁으로 가까이 갔다.

 

 “어찌할까요?”

 “경고를 해줘야겠지.”

 

 성희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청원은 대비전을 나온 즉시 동궁전으로 향했다. 다음 달에 있을 즉위식으로 분주한 가운데, 청원이 유아를 찾았다.

 

 “오셨습니까?”

 “예. 준비는 잘 하고 계시지요? 필요한 것은요?”

 “상중입니다. 즉위식이라고 화려할 것도 없고, 필요한 것은 더더욱 없습니다.”

 “거, 아직도 까칠하십니까?”

 “아직도 대비전과 내통하십니까?”

 “내통이라니요~. 말씀이 심하십니다.”

 “이제 발길을 줄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럼요. 내가 이제 중궁의 아비인데. 그렇지 않아도 한 방 제대로 먹이고 왔습니다! 하하하하!”

 

 유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진정으로 충신이 좀 되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저하를 위해서.”

 “그럼요. 도와야지.”

 “그러려면, 불법으로 모은 재산이나 백성들에게 좀 나누어주세요.”

 “그걸 왜요? 내 피 땀 흘려 모은 내 재산을.”

 

 유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중궁의 아비라면서요. 저하의 충신이 되신다면서요. 그럼 모범을 보이셔야지요.”

 “그것과 내 재산은 별개입니다!”

 “아버님!”

 “저하의 아이나 낳으세요! 아들 말입니다. 헛소리 마시고. 에헴!”

 “대비전과의 연을 끊어야 우리 집안이 삽니다.”

 “마마가 중전이 되시면, 그때 끊지요. 염려 마세요!”

 

 청원은 언짢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유아의 근심이 더 늘어갔다.

 

 동궁전을 나서는 청원의 뒷모습을 본 성은 갸웃했다.

 

 “부원군이 아니냐?”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왜 저리 화가 났지?”

 “그러게요.”

 

 봉수도 함께 갸웃했다. 수는 시무룩한 상태였다.

 

 “어이, 운검.”

 “예.”

 “너,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예.”

 “네 얼굴이 죽상이구나. 보기 싫으니 밖에 있어라.”

 “예?”

 “그 얼굴로 어딜.”

 

 수는 봉수와 처소 안으로 들어갔다. 수는 기어코 따라 들어왔다.

 

 “어허! 이놈이.”

 “심심합니다.”

 “운검이 하는 일이 원래 기다림이다.”

 “그래도요. 빈궁마마 보러 가시는 것 아닙니까?”

 “내 마누라를 내가 보는 건 당연하지.”

 “빈궁마마를 지키라 명하셨으니, 따르는 겁니다.”

 “그게 언제적인데. 너 혹시...?”

 “아닙니다.”

 “내가 뭐라 했느냐? 흥!”

 “치...”

 

 성은 유아의 방으로 들어왔다.

 

 “빈궁. 나 좀 보시지요.”

 “저하!”

 

 유아는 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방금 부원군을 보았소만.”

 “예. 그냥 인사차 오셨습니다.”

 “그러기엔 노기가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소?”

 “아닙니다. 괘념치 마소서.”

 

 성과 유아는 마주보고 앉았다.

 

 “전하께서 하시던 수사를 내가 고스란히 떠맡아야 할 것 같소. 우선 어머니 일은 접어 두려하오.”

 “예, 잘 하셨습니다.”

 “동궁전의 일도... 잠시 접어 두려하오.”

 “예?”

 “서운하시오?”

 “아닙니다. 즉위식이 내일인데,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지요. 잘 하셨습니다.”

 “몸은 어떻소?”

 “괜찮습니다.”

 “안색이 아직 인데도?”

 “곧 돌아오겠지요.”

 “부인이 아프면, 내가 배로 아프오.”

 

 유아는 피식 웃었다.

 

 “부인이 웃으면, 내가 배로 기쁘오.”

 “앞으로 매일 이렇게 웃겠습니다.”

 “매일 이렇게 웃게 해주겠소.”

 

 ***

 

 만영의 상단. 우겸이 찾아왔다.

 

 “만영행수 있는가?”

 

 우겸의 목소리에 문이 벌컥 열리더니, 만영이 달려나왔다.

 

 “대감!”

 “잘 지냈나?”

 “예. 그럼요. 안으로 드시지요.”

 “아니. 산보나 하세. 괜찮지?”

 “그럼요.”

 

 만영은 우겸과 함께 상단 밖으로 나갔다. 만영은 수줍은 듯 보였다. 반면, 우겸의 표정은 편화가 없었다. 그러나 지켜보는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저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을.

 

 “이제 완연한 봄일세. 그렇지?”

 “예. 벌써 또 봄입니다.”

 “세월이 빠르구나.”

 “그러게요. 대감의 집에서 심부름을 하며 공부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제 나이가 벌써 마흔 둘입니다.”

 “벌써 그리되었나? 어허~. 자네, 나이만 이렇게 들어 어쩌나?”

 “그러게요.”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점점 산 속으로 들어갔다. 계곡물을 건너 나지막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자네에게 세자저하께서 찾아오셨다지?”

 “예.”

 “무엇을 맡겼나?”

 “말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이겠지?”

 “아마도?”

 “다행이군. 자네 품에 있다면, 누구든 목숨은 걸고 꺼내야겠지.”

 “그럼요.”

 “한동안 이곳 산보도 잘 못하겠네.”

 “어디 유랑 가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못 가. 어명 때문에.”

 “어명이요?”

 “승하하신 전하께서 어명을 내리셨거든. 세자의 곁을 지키라고.”

 “해서, 지키실 겁니까?”

 “내가? 난 내 몸뚱이 지킬 힘도 없어. 대신 지킬 사람 고르는 눈은 있지.”

 “그렇지요.”

 “자네도 좀 도와. 이제 곧 중전이 되실 빈궁의 고모가 아닌가?”

 “그런 말 마십시오. 누가 들으면 진짜인 줄 알겠습니다.”

 “혈혈단신이 되시면, 자네가 부모가 돼 드려야지.”

 “혈혈단신이라니요?”

 “음~ 역시! 계곡물은 여기가 제일이라니까?”

 

 우겸은 능청스레 말을 돌렸고, 만영은 의문에 답을 듣지 못했다. 우겸은 산에 핀 꽃을 꺾기 시작하더니, 다발을 만들어 무심하게 슥 내밀었다. 만영은 기뻐하며 받아들었다.

 

 “꽃이 예쁘잖나. 봄꽃이라 그런가? 으흠!”

 

 우겸은 쑥스러운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만영은 무심한 척 건넨 꽃다발에도 좋아했다. 우겸도 몰래 피식 미소 지었다.

 

 “한동안은 자네와 산보도 못해주네. 그런 줄 알게.”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함께 산보해 줄 이도 없나?”

 “대감이 있잖아요.”

 “나는- 한동안 바쁘다니까?”

 “저도 같이 바쁘죠, 뭐.”

 “거, 참! 사람하곤. 참! 쩝...”

 

 ***

 

 즉위식 전날. 새벽. 청원의 집.

 

 “영감!!!”

 

 청원의 처가 절규하고 있었다. 편안히 누워있는 청원을 향해서였다. 자세히 보니 청원의 혈색이 거뭇했다.

 

 “영가-암!!!”

 “아버지!”

 

 ***

 

 인적도 없는 광화문 길을 미친 듯이 달리는 짚신 신은 발. 이 남자는 청원의 몸종, 말순 아비였다. 말순 아비는 숨을 헐떡이며 호패를 보였다. 말순 아비는 그 길로 내달려 동궁전에 도착했다. 하품을 하며 동궁전에서 나오던 봉수가 말순 아비를 발견했다.

 

 “아니, 자네는 부원군의 노비 아닌가?”

 “헉헉... 마마 계십니까?”

 “지금 시각이 몇 신데. 기침 중이시지. 무슨 일인가?”

 “주인마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뭐?”

 

 성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던 유아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성은 유아의 흐느낌에 잠에서 깨 유아를 흔들어 깨웠다.

 

 “유아야. 유아야?”

 “음...”

 “괜찮아?”

 “네... 악몽을 꿨어요.”

 “너무 긴장했나보다.”

 

 그때, 봉수가 성을 다급히 불렀다.

 

 “저하! 저하!”

 “무슨 일이냐?”

 

 봉수가 모습을 보였다.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지금 부원군 김청원의 집에서 노비가 급히 왔습니다.”

 “누구?”

 

 유아가 물었다.

 

 “말순 아비입니다.”

 “어서 들라하게.”

 

 유아는 알 수 없는 싸한 기운에 사로잡혔다. 금방 꾼 악몽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말순 아비가 유아의 앞에 나타나 바닥에 엎드렸다.

 

 “마마...”

 “아비.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마마...”

 “친정에 무슨 일 있어?”

 “주인마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뭐?”

 “방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유아와 성 모두 충격에 사로잡혔다.

 

 “왜, 멀쩡하셨던 분이, 왜?”

 “의원 말로는, 급체라고...”

 “뭐?”

 “지가 볼 땐 아니에유. 아가씨. 지 눈썰미 잘 아시지유? 그것은 절대 급체가 아니랑께요.”

 “그럼?”

 “온 몸이 시커멓고, 코며 귀로 고름물이 질질 흘러나왔당께요!”

 

 성은 퍼뜩 생각이 난 듯 말했다.

 

 “독살...?”

 “예?”

 “독에 당하면 그리 된다. 아버지도 그랬었다.”

 “독이라니요. 제 아버지가 왜... 어째서... 누가요?”

 “말순 아비는 수고했다. 내 우선 은냥을 조금 내어줄테니, 장례하는데 쓰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겠다.”

 “예, 전하.”

 

 유아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

 

 즉위식 당일. 유아는 멍하니 인형처럼 주위에서 꾸미던지 말던 지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연실은 그런 유아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청원의 처가 나타났다.

 

 “마마.”

 

 유아가 멍하니 있다가 청원의 처를 보고 시선을 돌렸다.

 

 “잠시 다들 물러가라.”

 

 사람들을 물리고, 유아는 청원의 처에게 물었다.

 

 “바른대로 말해요. 아버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 급체라 합니다. 그날 저녁부터 속이 좋지 않다고. 답답하다고 그러시더니...”

 “바른대로 말 하라니까?”

 “급체 맞대니까요, 글쎄!”

 “당신이 죽였어?”

 “무슨 말씀이세요!”

 “왜 숨기는 거야? 뭘 숨겨주는 건데?”

 “뭐, 뭘 숨긴다는 거야, 대체... 난 도통 무슨 소린 지 모르겠네. 저는 그것밖엔 몰라요. 무튼, 중전 되셨으니까, 오라버니들은 잊지 않고 자리 하나씩 주시는 겁니다?”

 “뭐?”

 “아버님이 생전에도 그러셨잖아요. 유언처럼 따르셔야죠.”

 

 ***

 

 즉위식. 경희궁 뜰에 나선 성과 곁에 유아가 옥좌에 앉았다. 그리고 성이 첫 교지를 밝혔다.

 

 “과인은 정훈세자의 아들이다!”

 

 유아는 놀라지 않았다. 우겸도 놀라지 않았다. 성희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구준은 성을 바라보았다. 왕의 자리에 오른 성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가 또 다시 피바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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