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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36. 결혼은 현실이다
작성일 : 22-01-27 13:21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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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 유아는 저녁 수라를 신나게 먹다가 말고 멈칫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도 순식간에 가라앉아버렸다. 그 이유는 바로, 윤희의 등장 때문이었다.

 

 “혜빈마마 드셨나이다.”

 

 유아는 딸꾹질을 했다. 성의 얼굴도 굳어버렸다.

 

 “저하.”

 

 곁에 있던 봉수가 두 사람의 모습에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성은 이내 수저를 내려놓았다. 유아도 덩달아 수저를 내려놓았고, 곁에 있던 궁녀가 유아와 성에게 마실 물을 건넸다. 물을 마시다 채한 유아가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혜빈마마 드셨나이다.”

 “모시거라.”

 

 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아도 덩달아 일어났다. 그리고 열린 문 너머로 윤희의 모습이 보였다. 윤희는 함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못마땅한 듯 보였다.

 

 “세손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어마마마 오셨습니까.”

 

 그리고는 스윽 수라상을 보았다.

 

 “함께 수라를 하셨습니까?”

 

 말과 함께 윤희의 시선은 유아에게 향했다. 유아는 사래를 겨우 속으로 참아 삼키느라 목이 따가웠다. 얼굴이 붉어진 유아는 윤희의 시선에 고개를 숙였다.

 

 “예, 혜빈마마. 저하도 저도,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터라 함께 하였나이다.”

 

 윤희는 유아의 입에서 나온 혜빈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요? 아직 정식 혼례도 치르지 않았거늘. 벌써부터 겸상이라.”

 

 성은 유아 대신 답했다.

 

 “그래도 세손빈 아닙니까. 제가 함께 하자 했습니다. 헌데, 어쩐 일이십니까?”

 “며느리를 보는데,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유아는 성의 손을 살짝 건드렸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지요. 어마마마께오서 직접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를 부르시지요. 어찌 귀한 걸음을 하셨습니까?”

 

 윤희는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나름 눈치가 있는 며느리가 들어와 다행이다 싶다가도, 얄밉기도 했다.

 

 “아직 몇 숟갈 뜨지 않은 것 같으니, 마저 하세요. 세손빈은 내일 가례가 있으니, 조절하고.”

 “예, 어마마마.”

 

 윤희는 휙 돌아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유아는 다리에 힘이 쭉 풀리는 듯 주저앉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성은 주저앉는 유아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잘했다.”

 “뭘요.”

 “나도 어머니 비위 맞추는 건 어렵거든.”

 “며느리니까요. 혜빈이라는 칭호를 싫어하시는 듯 하여서...”

 “잘했어.”

 

 성은 유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유아를 일으켜 다시 자리에 앉혔다.

 

 “마저 먹자.”

 

 궁녀가 물었다.

 

 “음식을 데워오겠나이다.”

 “됐네.”

 “네. 괜찮습니다.”

 

 성과 유아는 다시 수저를 들었다. 그러나 유아는 이미 입맛이 없어졌다.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이 한 가득인데, 벌써 겁을 먹으면 안 돼.”

 “그냥 입맛이 없습니다.”

 “내가 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는 꼭 지켜. 그러니까, 씩씩하게 먹는 거야.”

 

 유아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목구멍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그저 씩씩하게 먹을 뿐. 그러다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후...”

 

 속이 답답해지기 시작한 유아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안색이 점점 좋지 않았다. 하얗게 질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아의 안색이 염려가 된 성이 봉수를 불렀다.

 

 “어의를 들라하라. 세손빈의 상태가 아무래도 급체를 한 듯 싶다.”

 “예, 저하.”

 

 유아는 어지러운 증세도 있었다. 눈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워하는 성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유아야. 숨 깊이 들이쉬고, 내쉬어 봐.”

 

 유아는 성의 말에로 숨을 쉬어보았지만, 더 어지러울 뿐이었다. 성은 유아의 손의 혈을 만지며 혈색을 찾으려 했다. 유아는 버티고 앉아 있기도 힘겨워보였고, 성은 유아를 안고 어의를 기다렸다.

 

 “저하-”

 “어서, 들라!”

 

 어의가 들었고, 진맥 결과는 급체였다. 침을 놓고, 탕약을 먹이자 혈색이 조금 돌아오는 듯싶었다.

 

 “저하. 처소로 돌아가심이 어떠하시옵니까?”

 

 봉수가 성에게 제안했다.

 

 “세손빈의 상태가 이러한데, 내가 어찌 처소로 가서 잠을 청하겠느냐?”

 “저하. 입궐 이후로 침소에 들지 않으시는 날이 또 잦아지셨나이다. 부디-”

 “수라상은?”

 

 봉수가 성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확인해 보았나이다. 어의 말도 급체라 하였고, 수라에도 문제는 없었나이다.”

 “그래? 내가 과민했나보구나.”

 “설마하니 빈궁마마께 그러겠나이까.”

 

 성은 말없이 잠들어있는 유아의 이마를 짚었다. 다행히 체온도 돌아오고 있었다.

 

 “이런 내 곁에, 이 사람이 있는 게 맞는 것이겠느냐?”

 “저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이다. 그 속에 유아는 오직 날 연모한다는 이유로, 내 아내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아야 할 거야.”

 “저하. 빈궁마마께오서는 강하십니다. 천하의 경대가 아니옵니까?”

 

 성은 말을 하려다 멈칫, 고개를 갸웃했다.

 

 “경대가 내가 아는 그 의미더냐?”

 “아마... 그럴, 걸요?”

 “생각보다 성의가 없이 지었구나.”

 

 ***

 

 그 시각, 성희는 구준과 마주하고 있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김청원이라는 자, 잘 포섭은 하고 계신 가, 해서요.”

 “예.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곧 내가 동궁전엘 가볼까 합니다.”

 “그러십니까?”

 “내가 동궁전에 간다니까요?”

 “예. 본분은 다 하셔야지요.”

 

 성희는 칭찬도 맞장구도 치지 않고 덤덤히 자신을 보는 구준이 미웠다.

 

 “내 계획이 무엇인지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무엇입니까?”

 “동궁전이 수상하다면서요. 해서, 이참에 동궁전 안팎을 뒤져볼까 합니다.”

 “무슨 수로요?”

 “동궁이 궐을 나간 찰나를 노리는 거지요. 뭐라도 나오지 않겠습니까?”

 “자리보전하는 분이 궐을 어찌 나갑니까.”

 “두고 보세요. 내가 반드시 꼬리를 잡을 것이니.”

 “그러세요. 그럼. 바빠서.”

 

 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성희가 말했다.

 

 “홍씨 일가와 만남이 잦으시다면 서요?”

 “잘 듣고 계시다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날 버릴 요량입니까?”

 “그럴 리가요.”

 “내가 절대 이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언제부터요?”

 “정훈세자가 죽은 그날부터?”

 

 구준은 뒤를 돌아 성희를 보았다. 성희는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독기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내가 정훈세자를 죽였다?”

 “꼭 제 손으로 죽여야만 죽인 건 아니니까. 덕분에, 오라버니가 가진 것이 많잖습니까?”

 “증거, 있느냐?”

 

 구준의 말에 성희는 웃음이 터졌다. 한참을 깔깔거리고 웃고 나서는 말했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 내가 입을 열면, 그 즉시 오라버니는 끝이야. 증거? 오라버니. 오라버니 답지 않게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언제부터 증거 따윌 찾았어? 이 판은 흔들고, 흔들리는 그 맛으로 주인 하는 거 아니야?”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마. 경고야.”

 

 구준의 단호한 말투에 성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네가 날 이 자리에 앉혔다고, 중전이 경고 따위 받을 자리야? 내가 경고하지. 처신 똑바로 해. 분명히 하라고. 어느 판에서 놀지.”

 “나도 경고하지. 네가 입을 열겠다 결심하는 순간, 난 널 버려.”

 

 구준은 자리를 떴다. 성희는 나름 차분해보였다. 그렇게 남매는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편상궁.”

 “예, 중전마마.”

 “대제학대감께 내가 보겠다고 해. 직접 댁으로 가겠다고.”

 “예? 나가시게요?”

 “은밀히 나갈 것이니, 가마 준비하라 이르고.”

 “예, 마마.”

 

 ***

 

 다음 날, 새벽 4시. 궐 안의 폐가 안에서 성과 구준이 마주했다.

 

 “날이 꽤 쌀쌀해졌네요.”

 “요즘은 보는 눈이 더 많아졌습니다, 저하.”

 “압니다. 허나,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요.”

 “하명하소서.”

 “세손빈의 아비, 김청원을 김씨 외척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어떻습니까?”

 “예?”

 “이조참판의 자리는 할바마마께 부탁드리면 어려울 것 없을 겁니다.”

 “외척을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예. 극도로 싫어합니다.”

 “헌데, 어찌 제 쪽으로 힘을 실어주십니까? 제가 저하께 드린 도움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도움이라니. 내가 도승지의 도움을 받았다 생각하셨습니까, 여태?”

 “아니, 그리 말씀하시면 서운하지요. 제가 말은 하지 않았으나, 세자저하를 만나 뵈라 한 것이며, 자객이 찾아올 것이라는 둥의 이야기는 모두 미리 드리지 않았습니까?”

 “어허~. 내가 자객 정도도 이겨내지 못한다 생각하십니까? 또한, 숙부님을 뵙는 것은 굳이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목숨만 더 위태로워졌지요.”

 “그럼 어찌하여, 장인을 김씨 외척에 속하라 하십니까?”

 “도승지는 그나마, 대화가 되니까요.”

 “이유가 되긴 부족합니다.”

 “난 내 어머니와 외조부의 욕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하면 쉽겠군요.”

 “홍가 외척은 저하를 절대 건들지 않습니다.”

 

 성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러는 걸로 알고, 홍가 쪽 소식은 잘 보고 계시지요?”

 “그럼요.”

 “외조부 쪽에 사람을 더 붙여 알아보세요.”

 “뭐가 있습니까?”

 “내가 줄 도움은 그것뿐입니다.”

 “어째, 점점 저하께 말리는 느낌입니다.”

 “감이 영 떨어지진 않으셨군요.”

 “허허, 참!”

 

 그렇게 두 사람의 밀회는 약 30분간의 대화로 끝이 났다.

 

 ***

 

 오늘은 드디어 성과 유아의 공식 혼례가 있는 날. 유아는 아침부터 꽃단장에 어깨와 허리가 욱신거리고 있었다. 더불어, 연실이 입궐했다. 앞으로 유아의 곁에서 보필할 예정이었다.

 

 “아가씨! 아니지, 빈궁마마.”

 “연실아!”

 

 유아는 화장을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연실에게 달려갔다. 연실은 유아를 꼭 안아주었다.

 

 “공부 열심히 하셨습니까?”

 “그럼.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고.”

 “아이고, 궐 공부가 어렵긴 한가봅니다. 서책만 읽던 아가씨가 머리가 터질 정도면.”

 “헤헤~ 네가 오니까 살 거 같아.”

 “거짓부렁 인거 내가 모를까봐? 세손저하가 계신데, 내 생각은 코빼기도 안했지.”

 “궐 밖이랑은 달라.”

 “왜요? 제 여인이 된다 하니, 태도가 싹 바뀌어요?”

 “아니~. 더 진중해지셨어.”

 “세손저하니까, 궐 밖하고는 달라야죠. 사내답고 더 좋겠구만.”

 “그렇긴 해.”

 

 유아와 연실이 서로를 마주보며 공기 빠진 것 마냥 실실 웃었다. 유아의 단장은 시간이 꽤 걸렸다. 입어야 할 옷도 많았고, 해야 할 장신구도 많았다. 연실은 유아의 벗은 몸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궐에는 맛난 것도 더 많다면서요. 근데, 어째 사람이 피골이 상접해? 이게 뭐냐고, 이게.”

 “입맛이 없어서...”

 “그래도 그렇지. 내가 못살아. 이 많은 옷을 요 쪼매난 몸둥이에 어째 걸친대?”

 “연실아~ 다른 궁녀들도 있는데...”

 “속상해서 그러죠.”

 

 연실의 말에 궁녀들이 키득거렸다.

 

 “세손빈마마, 몸이 비쩍 곯을 동안 마마님들은 뭐 한 거예요? 대신 뺏어먹었어요?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 게, 맞나본데?”

 “새로 오신 마마님, 참으로 재미있으십니다.”

 “나는 속상한데. 웃음이 나와?”

 “송구합니다.”

 

 유아가 손을 내저었다.

 

 “연실아~.”

 “장난이요. 잘 부탁해요~. 혼례부터 끝내고 우리 아가- 아니, 우리 마마 살찌우기에 돌입하자고.”

 “예, 마마님.”

 

 한편, 성은 긴장되어 벌써 물 사발만 다섯 번째 먹고 있었다. 곁에 있던 봉수와 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저하. 이러다 물배 터지십니다.”

 “긴장이 되는 것을 어찌하느냐? 물을 더 가져와라.”

 “옥체가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시지요?”

 “없다.”

 “마음을 편히 가지소서.”

 “노력하겠다.”

 

 수는 슬쩍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동궁전으로 향했다. 오늘 청은 다행히 의관을 정제하고 있었다.

 

 “주군.”

 “어, 간만이구나. 세손은 잘 준비하고 있느냐?”

 “예. 물만 연신 드시옵니다.”

 “짜식. 긴장이 되나보구나.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전하라는 말이 있어 왔습니다.”

 “무엇이냐?”

 “빈궁의 아비를 김씨 외척과 손잡게 했다 하십니다.”

 “어째서?”

 “의중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요즘 궁인들이 잠든 시간을 골라 은밀히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디로?”

 “폐가였습니다. 궁인들의 말로는, 그곳에 승하하신 대행왕비의 혼이 서려있어 아무도 발길을 하지 않는다고...”

 

 청의 밝은 표정이 이내 굳어버렸다. 정훈세자와 청의 친어머니, 자인왕후. 폐가는 자인왕후가 머물던 곳이었다. 오랜 시간 병을 앓던 그녀는 정훈세자를 끝까지 지키다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정훈세자가 그렇게 된 이후, 자인왕후의 처소에서 혼령을 보았다는 궁인들이 속출했고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도 발길하지 않는 그곳에 성이는 어찌해서 발길하는 것인가?

 

 “누굴 만나더냐?”

 “세손께서 워낙 기민하시어 상대의 얼굴은 아직 확인은 못했습니다만, 만나 잠깐 대화를 하고는 자리를 피하셨습니다.”

 “더 알아봐야겠구나.”

 “예.”

 “그보다, 한동안은 못할지도?”

 “예?”

 

 청은 다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왔다.

 

 “내가 생각해도, 경대는 경국지색이란 말이지. 참, 아까운 인재야.”

 “제가 주군을 모신지가 15년째인데,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감히, 주군의 의중을 속속들이 알려고 들어. 건방진 놈.”

 

 청은 시익 웃어보였다.

 

 ***

 

 가례가 시작되고, 성과 유아는 대왕과 중전, 혜빈에게 절했다. 이제 의식은 모두 끝난 것이었다. 유아는 고단했다. 고단하기는 성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이제 한 공간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이고.”

 “고단하지?”

 “예. 저하께서도 고단하시지요?”

 “너만 하겠느냐? 가채부터 벗겨주마. 무겁지 않느냐?”

 “예.”

 

 성은 상궁에게 배운 대로 가채를 벗겼다.

 

 “아~ 살 거 같습니다. 하...”

 

 그런데 순간 두 사람의 기류가 어색해졌다. 막상 자리를 마련하고 나니, 난감해 진 것이었다. 유아는 술상을 쳐다보았다.

 

 “목이 마르지 않으십니까?”

 “그, 그렇구나.”

 

 유아는 성에게 술을 따르고, 자신도 술을 받아 한 모금에 꿀꺽 삼켰다. 꽤나 쓴 술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시고 나니 몸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짜릿한 것이 꽤 좋았다.

 

 “또?”

 

 술잔을 내민 유아가 끄덕였다. 술을 받아 유아는 또 꿀꺽 삼켰다.

 

 “천천히 마시거라.”

 “처음 마셔봅니다. 술.”

 “뭐?”

 “제가 술을 마실 일이 뭐가 있겠어요. 헤헤!”

 

 유아의 양 볼은 금방 빨갛게 달아올랐다. 실없는 웃음도 잦아졌다.

 

 “저하와 함께 있어 좋습니다. 마실만 하군요. 이래서 아버지가 매일같이 술을 드시는 거군요? 또요! 또요~오~”

 

 유아는 앙탈을 부리며 술잔을 내밀었다. 성은 그런 유아의 모습이 당혹스럽다가도 이내 퍽 귀여워 계속 술을 따라주었다.

 

 “많이 마셨다. 날이 밝으면 힘들어 질 테니, 이만 자리에 누워야지.”

 “옷은 갈아입고요. 옷고름이...”

 

 유아는 온 몸이 붕붕 뜨는 느낌이 들어 옷고름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성이 유아가 옷을 벗는 것을 도왔다. 한 꺼풀, 한 꺼풀 벗기니 금세 소복이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방 밖에서 벌어졌다. 연실은 간만에 만난 봉수와 함께 아궁이에 열심히 불을 붙이고 있었다. 연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부채질을 했다.

 

 “이런다고 뭐가 되겠어? 더워서 제대로 안 된다니까?”

 “야, 차봉수. 내관 놈이 뭘 한다고. 누님만 믿어.”

 “그러고 보니, 계속 말이 반토막인데, 몇이냐? 나이가.”

 “너는 몇이냐?”

 “나 토끼띠다!”

 

 연실은 손을 올려 때릴 듯 인상을 썼다.

 

 “이게, 확! 누님한테. 나 호랑이야.”

 

 봉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연실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봉수에게 부채를 턱 넘겼다.

 

 “부쳐. 누님이 그만~ 할 때까지 부쳐.”

 

 봉수는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말려들어 부채질을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방 안은 더워졌다. 더워진 탓인지, 몇 잔 마시지 않은 성이도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았다. 이미 술에 취한 유아는 방이 더워지자 입고 있던 소복도 벗기 시작했다. 성은 화들짝 놀라 유아의 손을 막았다.

 

 “어, 어!”

 “더워... 힝...”

 “더, 더워?”

 “응... 더워~엉.”

 “그, 그래?”

 

 성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더욱 더워지기 시작했다. 성의 손에 힘이 빠지자 유아는 소복마저 거침없이 벗기 시작했다. 이젠 속곳만이 남은 상황. 성은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난감했다. 어둠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노골적인 모습에 성은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굴고 뻗어있는 유아에게 다가갔다.

 

 “유아야. 이불 위에서 자야지.”

 

 성이 유아를 들어올리려 했고, 유아는 성의 목을 두 팔로 감싸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어? 헤~. 우리 서방님. 헤헷!”

 

 성은 그 순간 뇌리에 화살촉이 휙 스쳐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 화살촉은 성의 머릿속을 통과해 이성의 끈을 끊어버렸다. 이내 방 안의 불은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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