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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13. 후회
작성일 : 20-09-21 18:02     조회 : 137     추천 : 0     분량 : 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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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은 아침부터 공부에 열중이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생각할 것이 많을 땐 책을 더 보는 버릇이 생겼다. 차라리 책에 정신을 팔아 잡념을 잊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책을 보는 것도 도무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책을 보니 책방이 떠오르고, 그 길이 떠오르고, 그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그 아이 웃음이 보이고,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마치 조여지는 것 같았다. 김유아, 그 아이의 화내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

 

 “봉수야~.”

 

 성의 부름에 봉수가 들어왔다.

 

 “예, 저하.”

 “서책은 받아왔어?”

 “예. 드릴까요?”

 “응.”

 

 백씨네 책방에서 산 서책들로 서고가 또 채워졌다. 그리고 책을 펼치던 성의 무릎에 서신이 툭 떨어졌다.

 

 “그림자?”

 

 그림자의 서신은 뜸하다가 한 두 번씩 오곤 했다. 대체 전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 서신은 2주 만이었다.

 

 ‘왕의 부름에 주의하시길. 겸손하고 겸손한 것이 득입니다. -그림자-’

 

 이번에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내버리듯 한 시간이 얼마인데, 왕이 부르겠나 싶었다. 겸손은 지금도 하고 있으니 상관없다 여겼다. 봉수도 의심해봤지만, 봉수라면 이런 귀찮은 일을 벌이면서까지 의견을 전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어머니, 윤희도 아니었다. 대체 누구일까?

 

 그 시각, 윤희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성의 외할아버지이자 윤희의 아버지, 홍보함이었다. 검은 머리칼보다 흰 머리가 더 많은, 정치 거물이었다. 홍씨 일가의 수장이자, 지금은 재기를 노리고 있는 정치가였다.

 

 “아무래도 주상께서 곧 마마와 저하를 찾으실 것입니다.”

 “중궁이 아직도 합방을 피합니까?”

 “그렇다합니다.”

 “완전히 입궐할 수는 없겠지요?”

 “김구준 그자가 도승지로 있는 이상, 주상의 눈과 귀는 김씨들 손에 달려있으니까요. 이번에 들어가시면 그저 마음이 허한 시아버지께 위로나 해 드리세요.”

 “세손에게 주의를 주겠습니다.”

 “세자빈도 폐위된 이상, 지금 후사를 이를 사람은 우리 세손저하 뿐입니다.”

 

 ***

 유아는 연실과 함께 담을 넘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성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그 길은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오로지 유아와 연실만이 아주 급한 걸음으로 그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막상 집 앞에 도착하긴 했는데, 도통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문 두드려요?”

 “잠깐만.”

 “아니, 얘기도 못할 거. 왜 왔대?”

 “... 그냥 가자.”

 “예?”

 “서신으로 전해야겠어.”

 “온 김에 말하고 가요. 겸사겸사 얼굴도 보면, 화해가 되겠지요.”

 “아니야. 서신이 좋겠어.”

 “거, 답답하시네.”

 “빨리 와.”

 “이렇게 멀리 와 놓고 또 가?”

 

 투덜거리는 연실이 뭐라고 하던지, 유아는 걸음을 재촉해 신속히 그 집을 떠났다. 그리고 운종가로 향하던 길목이었다. 유아는 멈칫 걸음을 멈춰 세웠다.

 

 “왜요 또? 이번엔 얘기를 해야겠어요?”

 “어? 내 반지.”

 “반지요?”

 “없어졌어. 내 반지!”

 “세수할 때 뺐잖아요.”

 “다시 꼈어.”

 “갈 땐 있었어요?”

 “응. 있었어.”

 “그 집 앞에서 잃어버렸나보네.”

 “없어지면 안 되는데.”

 

 유아는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성은 화원으로 갈 생각에 집을 나섰다. 겸사겸사 먼발치에서라도 책방에 있는 유아의 모습을 볼 생각이었다.

 

 “마마께서 외출은 삼가라하셨는데요.”

 “잠깐 다녀오는 것이다.”

 

 그때였다. 대문에서 얼마 걷지 않아 성의 발에 딱딱한 것이 밟혔다. 자칫 지나칠 뻔했으나,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이라 걸음을 멈추었다. 성의 손가락에 끼워진 것과 매우 닮은 반지였다.

 

 “어?”

 

 성은 바닥의 반지를 주웠다.

 

 “저하의 것과 같네요?”

 “유아가 왔었어.”

 “예? 아가씨가요?”

 

 그리고 유아가 자신의 집 쪽으로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 떨어진 거야. 누가 가져간 건 아니겠지?”

 “그런 싸구려를 누가 가져가요.”

 

 유아는 울상이었다. 바닥만 걸으며 가다가, 성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집 앞으로 오고 있었다.

 

 “도련님.”

 

 연실이 성을 발견하고 부르자, 그때서야 유아는 성을 보았다. 어색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성의 손에 있는 자신의 반지를 본 유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거, 내 것인데.”

 “여긴 무슨 일이야?”

 “그, 그게. 그러니까... 반지나 줘.”

 “싫어. 대답 먼저 해.”

 “넌 언제나 이겨야 하니?”

 “뭐?”

 “됐어! 버리던지 말던 지. 가자! 연실아.”

 

 유아가 휙 돌아서는 다시 가버렸다.

 

 “아, 아가씨!”

 “김유아! 거기 안 서?”

 

 화가 난 유아는 성의 부름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저게 진짜.”

 

 봉수는 조심스레 조언을 건넸다.

 

 “아무래도 먼저 화해를 위해 오신 듯한데, 뒤따르심이 어떠십니까?”

 “싫어.”

 “유아 아가씨께서 앞으로 화내실 일은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잖습니까? 어쩌시려고요.”

 “하... 진짜 짜증나.”

 “본디, 남녀의 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난제지요.”

 “내관이 뭘 알아?”

 

 봉수는 성의 비아냥거림에 기분이 상했다.

 

 “더 멀어지기 전에 빨리 뒤쫓으세요. 여인이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흔한 일인 줄 아십니까?”

 “싫다잖아.”

 “그게 진심이겠어요?”

 “됐어!”

 

 성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연실은 유아를 책방에 두고 홀로 다시 성의 집으로 왔다. 때마침 봉수도 나오고 있었다.

 

 “어이!”

 

 연실이 봉수를 불렀다.

 

 “어이가 뭐냐, 어이가. 무슨 일이야?”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어?”

 “그쪽은?”

 

 연실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일 있어?”

 “우리 주인마님께서 양주목사로 가시게 됐거든. 온 식구가 다 가야한다네?”

 “양주목사?”

 “가기 전에, 화해도 할 겸 온 건데. 끝까지 옹졸양반이네.”

 “거, 말이 심하네.”

 “사내가 속이 그렇게 좁아서야.”

 “그만 해라.”

 “일주일 안으로 떠나. 그러니까 전해. 단오 날, 그네 타는 곳에서 만나시라고. 꼭! 나와야 후회 안한다고. 응?”

 “알았어.”

 “간다!”

 

 연실은 봉수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되돌아갔다. 어지간한 사내보다도 시원시원한 여인이었다.

 

 “에휴~.”

 

 봉수는 그 길로 성에게 소식을 전했다. 성은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 서책을 보긴 하지만, 벌써 한 쪽만 10분 째였다.

 

 “이번 서책은 좀 어려우십니까?”

 “날 뭐로 보고. 그렇지 않다.”

 “벌써 한 면만 한참이십니다.”

 “깊이 생각해야하는 문장이라 그렇다.”

 

 봉수는 서책을 정리하는 척 하며, 흘리듯 말을 전했다.

 

 “경기관찰사가 양주목사로 좌천이 되었다합니다. 온 식구가 급히 집을 비워야 한다더군요.”

 “경기관찰사라면, 유아의 아버지?”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인사 미끄러진 사람들이 엄청나다고요.”

 “언제 가는데?”

 “단오, 다음날 간다던가? 아가씨가 그네를 꼭! 보겠다고 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그네?”

 “뭐, 저하께선 어차피 신경도 안 쓰실 거잖습니까.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일 그러하다고요.”

 “에헴! 방해가 되는 구나. 대강 정리하고 나가보아라.”

 “예~, 예~.”

 

 봉수는 피식 웃고는 방에서 나갔다. 봉수가 나가자마자 책을 내려놓은 성은 유아의 반지를 서랍에서 꺼냈다.

 

 “단오 날, 그네? 아직 내 진짜 이름도 말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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