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고민을 하며 망설이고 있는 모습으로 앉아있고 어머니는 이층을 째려보는 듯 앉아서 신경이 쓰이는 듯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고 앉아있다.
"제가 좀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뭐... 허허허"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이제 연기 할 필요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니 우리가 다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버지"
"당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이제 말해 줄 때가 되었어 여보"
"무슨 말을 한다는 거에요"
당황한 듯 얼굴을 쳐다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버지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몇 년 동안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입양을 결정한 다음 너를 만났다. 그런데 너와 몇 년을 살다가 건우를 가지게 되었어"
"당신 지금 제정신이에요?"
"이제서야 내가 누구인지 마침표를 찍는 날이 왔군요"
"그렇지만 널 우리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그렇겠죠. 하지만 난 아니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건우를 그렇게 괴롭혔던 거야?"
"네, 저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내가 당신들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막상 연우의 입에서 그런 사실을 듣게 된 부모님들의 표정은 조금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우를 쳐다보고 있다.
"다섯살 때 연우를 낳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새벽 안방에서 이야기 나누던 두분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랬구나..."
"그래도 설마하며 살아가다 사고이후 확실히 알게 되었죠. 난 B형과 B형의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A형이라는 사실을..."
"그런데 왜 말하지 않았어"
"두 분의 입으로 직접하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게 오늘이 되었구나"
"네..."
다시 세 사람은 아무말이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 가득 고여 흐르지 않는다. 연우도 힘든지 고개를 숙여 앉아있다.
이층에서는 일층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관심없고 오로지 왜 슬비가 이곳에 연우와 같이 와 있는 것에만 신경이 곤두 서 있는 건우와 뭔가 불안한 듯이 떨고 있는 슬비가 앉아있다.
"왜 여기에 있는지 묻잖아! 그것도 왜 형과 같이 앉아있는 건데"
"난 오빠가 같이 가자고 해서 온 것 뿐이야"
"아! 형 따라 왔더니 여기였어?"
"그래"
"왜 부모님께 인사 드리려고 왔어? 둘이 결혼 허락이라도 받으러 온 거야?"
"나도 알고 싶어 내가 왜 여기에 같이 오게 된 건지"
"그럼 이유도 알지 못하면서 여길 온 거야"
"그렇다니깐 그런데 왜 내가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왜 넌 내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아니 너도 아직 날 사랑하고 있으니까"
"뭐라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건우를 바라보고 있는 슬비를 향해 건우가 다가가 안으면서 반강제로 키스를 한다. 건우를 밀어내려고 애쓰다 오히려 같이 침대 위에 누운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맞추며 누워있다.
그때 건우의 방 문이 열리면서 연우가 들어왔다. 그 장면을 보고 아무말도 못하고 서 있는 연우를 보고 슬비가 먼저 건우를 밀어내고 일어나서 연우 곁으로 다가간다.
힘든 얼굴 표정으로 슬비를 바라보던 연우가 그냥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건우도 그 모습에 많이 놀란 듯 일어나 연우를 업고 연우방으로 데려가서 침대에 눕힌다.
"도대체 왜 쓰러지는 거야? 그것보고 충격받은 것도 아닐테고..."
투덜거리면서 거실로 내려가 연우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말씀 드리고 같이 방으로 달려가 침대에 누운 연우를 본다. 그 모습을 보고 더 말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아버지는 건우와 어머니를 데리고 방을 나온다.
연우의 방에는 슬비와 연우 단 둘만이 남아있다. 슬비는 연우의 손을 잡고 빨리 일어나길 기도한다.
몇 시간이 지나 쓰러진 연우의 손이 움직이며 눈을 깜빡이다 옆으로 고개 돌리면 슬비가 앉아있다. 그런 슬비의 머리를 쓰담쓰담한다.
슬비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바라보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