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가 나가고 슬비는 혼자 침대에 누워있는 건우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아준다. 그 손길을 느낀 건우가 조심스레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얼굴을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워있는 슬비를 바라본다.
"보고 싶었어"
그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건우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여 슬비의 얼굴을 바라보는 건우를 보고 놀란 듯 바라보다 더 꼭 손을 잡아준다.
"왜 그랬어 네가 뭐라고..."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널 원하고 있는지 몰랐어"
"바보야 이 바보..."
"사랑해 제발 다시는 이런 시간 갖지 말고 그냥 사랑하면 안 될까?"
"도건우..."
"사랑해"
슬비를 끌어 안으며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다가가 입술에 키스를 한다. 그 키스는 계속 되었고 슬비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받아들인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연우가 그 모습을 보고 말없이 문을 닫으면서 복도의 벽에 기대서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복도를 걸어간다. 비상계단을 걸으면서 방금 본 건우와 슬비의 모습에 절로 화가나서 그 계단의 뚜벅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타고 운전석에 앉아있지만 마음은 진정이 되지 않은 듯 시동을 켜고 밖으로 나가 새벽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건우와 슬비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다가 연우 생각이 난 슬비가 일어나 전화를 걸려고 하는 순간 건우가 그 전화를 뺏어서 소파에 던져 버리고 다시 슬비를 자신의 품으로 꼭 껴안으면서 그 동안 느끼지 못한 슬비의 향기를 맡으며 소리없이 미소를 짓는다.
"연우오빠가 너 일어나면 연락해 달라고 했는데"
"아직 난 안 일어난 거야"
"그럼 언제..."
"말하지 않아도 너와 내가 서로를 얼마나 원하고 있었는지 난 느꼈는데 넌 아직 모르겠어?"
"그렇지만 여긴 연우오빠 집이고..."
"그래 연우형 집에서 너와 내가 있으니까 일종의 죄책감 들어서 힘든거야 그럼 우리 나갈까? 나가자?"
건우는 무작정 슬비를 데리고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언제부터 있었는지 연우가 문 앞에 서 있다
"연우오빠..."
"내가 건우 일어나면 연락해 달라고 말했을 텐데..."
"형, 그건 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
"왜 이유가 뭔데"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뭔가가 이상하지 않아?"
"난 네 형이야 형으로써 동생이 걱정되서 그런 거야"
"난 이제껏 살아오면서 형을 형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뭐라고"
"왜 그래요 다들 미안해 오빠 내가 잘못했어 그리고 건우 넌 그만해"
"슬비야 잠깐만 자리 좀 비켜줄래"
"네..."
슬비는 두 사람을 피해 복도 끝으로 걸어가고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해"
"난 할 이야기 없어"
"난 있으니까 들어가자"
연우가 건우를 밀치며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거실 소파에 마주앉은 둘 아무말도 없다가 눈치를 보며 연우가 먼저 말을 꺼낸다.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 생각하고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할 말이 있구나 어서 말해 지금 당장"
"내가 왜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널 동생인데 힘들게 했는지 알아?"
"내가 싫으니까 하지만 내가 왜 싫은지 그 이유를 모르니까 그저 답답했어"
"그 이유가 알고 싶어?"
"응 알고 싶어 말해줘"
"어떻게 해야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뭔데 그래 나도 이제 다 컸어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란 말이야"
"넌 누굴 많이 닮았어?"
"뜬금없이 누굴 닮았냐고? 뭐야 싱겁게 지금 이 분위기와 안 어울리잖아"
"넌 예쁘게 생긴 얼굴은 엄마를 닮고 남자다운 성격은 아빠를 많이 닮았어 똑똑한 머리는 두 분을 다 닮아서 남들은 코피 터져가며 공부해서 겨우 다 일등을 해도 넌 놀다가 시험만 보면 만점이었지"
"난 지금 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넌 똑똑하잖아 다 알면서 모른척하지마"
"형도 나와 다르지 않잖아..."
"피식... 그런 네가 부러웠어 난 절대 그럴 수 없단 사실을 알게 되었지"
"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만하자"
건우는 슬퍼보이는 연우의 얼굴을 보면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을 열고 그 집을 나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