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밀집한 도로를 벗어나 겨우 속도를 내며 달리는 택시. 몇 분이면 될 시간이지만 차가 밀려서 몇 시간이 지나 겨우 도착했다. 건우는 택시에서 내려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오아시스 블루]가 적힌 문 앞 손잡이를 잡고 힘이 꽉 들어가 문을 열었다. 연우는 책상에 앉아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며 전화를 받고 있고 다른 책상에 슬비가 앉아 분주하게 정리를 하고 있었다. 건우가 들어 온 사실도 모른 체...
건우는 슬비가 있는 책상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청소를 하고 있는 슬비의 가냘픈 손목을 잡고 끌어 당긴다. 놀란 눈으로 건우를 바라보며 아무말도 못하고 끌려간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연우는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는 말로 전화를 끊고 건우를 붙잡는다.
"도건우"
"형은 좀 빠져 내가 지금 슬비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래"
"그럼 좀 진정하고 그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잖아"
"아니 그럼 나 미쳐 버릴 것 같아"
"도대체 뭐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글쎄 그게 뭘까?"
건우는 슬비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왔다.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말없이 걷고 또 걷는다. 슬비가 건우의 손을 뿌리치며 그 자리에 선다.
"왜 내 인생을 방해하는 거야"
"뭐라고 너 여기가 어디야"
"어디긴 앞으로 내가 일하게 될 회사지"
"넌 지금 학교에서 졸업을 해야하는 아이야"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학교에 갔었어 너 안 나왔다더라"
"그런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전화 했었어 그런데 형이 받았어"
"연우오빠는 아무 말도 없었는데"
"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건든 안 그럼 널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게 바로 너와 형의 차이야"
"뭐라고"
"그래서 내가 오빠를 더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그래 어디 계속해봐"
"그만 만나자"
"지금 나한테 하는 소리야"
"그래 우린 고등학교 때 풋풋했던 풋사랑이었다 생각해"
"난 졸업하고 너와 진지하게 만날 계획에 밤새고 잠 못 이뤘는데 나한테 넌 지금 한다는 말이 뭐 그만 만나자?"
"나 회사 일에 집중하고 싶어"
"그래 일도 하고 첫사랑과 다시 재회도 하고 돈도 벌고 좋겠다"
"네 말뜻은 그게 아니잖아!"
"좋아! 원하는 대로 해주지 뭐 그까짓것..."
말없이 쿨하게 뒤돌아 서는 건우의 뒷모습.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는 슬비는 멍하니 서 있다.
"이렇게 쉬운 이별이었다니 그동안 왜 붙잡고 있었어 바보같이"
혼잣말로 건우를 보내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 사이 치훈과 연우가 소파에 앉아서 초조하게 슬비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슬비가 온다 다들 걱정이 되어 문이 열리자 마자 둘은 동시에 일어나 슬비를 바라본다.
"건우는 어떡하고 너 혼자야"
"이제 두번 다시 찾아오는 일 없을거에요"
"이야기가 잘 됐구나 다행이다 걱정했는데"
"네... 아주 깔끔하게 정리됐어요"
"정리라니?"
"잠시만 둘 사이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헤어진 거야?"
"아마도 그 끝은 그렇게 되겠죠?"
애써 밝은 척하려고 억지 미소를 보이며 웃고 있는 슬비의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은 더이상 말을 걸지 못했다. 슬비는 담담하게 책상으로 걸어가서 아직 못다한 책상 정리와 사무실 청소를 하면서 집중했다.
그 분위기에 연우와 치훈은 적응이 되지 않는지 담배를 핑계삼아 사무실을 나와 슬비 혼자만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슬비 괜찮겠지"
"건우가 그럴 아이가 아닌데"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좀 들어봐"
"나도 요즘 건우랑 사이가 안 좋아서 선뜻 나서기가 좀 그래"
"왜 그래 우애좋기로 소문난 도씨 형제가..."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슬비 때문에 두 형제가 고생이 많다"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빨리 결론이 나야 해결 될 문제야"
"은근히 너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런지도 모르지"
"드디어 연우의 악마 본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건가"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들어가자"
연우는 치훈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무실을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