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슬비를 만나러 회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미 퇴근하고 없었다. 슬비집으로 찾아가보지만 역시 없다는 대답만 돌아오고 건우는 발길을 돌렸다.
동네입구까지 걸어나온 건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훈의 카페를 보다가 영업이 끝났다는 글자가 적혀있지만 아직 불이 켜져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불빛만 믿고 달려가서 유리문 사이로 카페 안을 보면 테이블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치훈과 연우 그리고 슬비를 보게된다.
문고리를 잡고 열려고 하지만 결국 망설이다가 놓고 발걸음을 옮겨 멀리서 바라만 보고 서 있다.
카페 안에서 이야기는 계속되고 밤은 점점 깊어져 갔다. 아직도 그자리에 서서 슬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우. 밤이 길게만 느껴진다.
몇 시간 뒤 치훈이 문을 열고 나온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건우 카페 안은 불이 꺼져있다. 불안한 마음에 급히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우.
슬비와 연우가 보이지 않았다. 카페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다 카페 안에는 조그마한 방이 있었는데 그곳에 슬비와 연우가 같이 있었다.
"이슬비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 소리에 놀라 바라보면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서 있는 건우를 본다. 당장 안으로 들어가서 슬비의 손을 잡고 끌어 당긴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건우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연우 곁으로 걸어간다.
"아직도 모르겠니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알아 줄 건데"
"나가줘 난 아직 연우오빠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그전에 나부터 만나서 이야기 좀 하자"
"난 너와 할 이야기 없어"
"건우야"
"형은 제발 상관하지마"
"도건우"
"아니지 이제 형도 아니지"
"그래 그렇다면 너도 내 여자 건드리지마"
"언제 그렇게 된 거야 설명 좀 해봐"
"더이상 슬비 힘들게 하지마 이제 내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결국 형이야..."
"친구들이 말하더라 채린이라고 했던가? 잘 어울린다고 다들 난리더라"
"그... 그걸 어떻게... 들었어"
"그 학교에 내 친한 친구들도 다녀 그 MT에도 있었고"
"그래서 지금 그걸 핑계로 내가 아닌 형을 택한 거야"
"몰랐니 난 예전부터 오빠를 사랑했어"
"그랬지 난 그냥 나 혼자 짝사랑했었던 거지"
"그만하자 나가줘"
건우는 두 사람만 남겨두고 문을 닫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안의 불빛이 꺼지고 두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건우는 힘겹게 거리로 나와 걸어 다니지만 집까지 갈 힘이없어 결국 길거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카페 안에서는 불이 켜지고 연우와 슬비가 앉아있다. 그때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는 치훈이 캔맥주를 던지며 두 사람과 건배를 한다.
"두 사람의 앞날을 위하여"
"위하여"
그렇게 다시 술 파티는 시작되었다. 슬비는 취해 잠들어 침대에 누워있고 치훈과 연우는 술을 마시고 있다.
"이제 슬비도 너의 여자가 되었고 일만 잘 되면 되는 건가?"
"아버지 회사의 지분을 조금씩 찾아가다보면 언젠가 그 회사에 출근하는 날들이 오겠지 공동이사 정도?"
"정말 괜찮겠어? 그래도 널 키워 준 부모님인데"
"전부를 다 갖겠다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내 몫을 되찾는다는 것이지"
"건우가 가만히 있을까?"
"그게 변수가 될 수도 있겠지?"
"여자도 뺏기고 회사도 뺏기면 건우도 만만치 않겠는데"
"그래도 아직 학생이니까 그 전에 다 이뤄야지"
"워낙 똑똑한 친구라..."
"결국 마지막까지 가야 알 수가 있어 이 게임은..."
단단히 결심을 한 듯 연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치훈을 바라보고 다시 캔을 부딪치며 술을 마셨다.
"난 그만 가야겠다. 슬비는 어떡할 거야"
"내가 바래다 주던지 아님 같이 있어줘야지"
"슬비 소중하게 다뤄 아직 슬픔이 많은 아이니까"
"알겠어 나도 그 정도 센스는 있다고"
그렇게 치훈이 나가고 연우는 잠든 슬비를 바라보고 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는 것을 보고 엄지손으로 조심스레 닦아준다. 그리고 피곤한지 연우 역시 그 옆에 고개를 숙이고 자연스럽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