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다름없이 회사 사무실에서 퇴근을 하고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또 카페로 가서 알바생 일을 도왔다. 이제는 치훈이 없어도 카페는 잘 돌아 갈 정도로 알바생이 일을 잘 했지만 가끔 회사 일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엔 카페로 와서 커피를 직접 내려 먹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는 한다.
늦은 밤 카페에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불을 끈 후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카페 앞 가로등 불빛 밑에 건우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슬비가 살고 있는 동네를 바라보고 그냥 돌아가는 건우의 모습을 확인하고 문단속을 한다.
이런 일들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치훈은 그 사실을 슬비에게 말해야 할지 아님 혼자 알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을 한다.
다음날 또 건우는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런데 비까지 내리고 있다. 우두커니 서서 비를 다 맞고 서 있는 건우를 보고 결국 치훈은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슬비야 너 지금 어디니?"
"집이에요. 근데 왜 그러세요?"
"우산 있어? 나 우산이 필요한데 없네?"
"알았어요. 제가 카페로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슬비에게 전화를 한 치훈은 카페에 손님이 두고 간 우산을 쓰고서 먼저 카페를 나와 버리고 그 사이 슬비는 골목길을 걸어와 카페 앞에 서서 문을 열려고 하지만 잠겨 있었다.
전화를 꺼내 치훈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카페 앞 가로등 앞에 비에 젖은채로 서 있는 건우를 발견한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 우산을 건낸다.
"슬... 슬비야"
그 말을 하는 동시에 길바닥으로 쓰러지는 건우 놀란 슬비는 얼른 일으켜 세우려하지만 무거워서 혼자 힘으로 도저히 데려 갈 수가 없었다. 결국에 연우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상황을 다 이야기하고 불러낸다.
몇 분 뒤 연우의 차가 서고 뒷자석에 쓰러진 건우를 태우고 옆에 앉는다.
"어디로 가야 될까? 병원? 집?"
"병원에 가면 또 부모님이 오셔야 하고 집으로 가도 나를 기다리다가 이런 일이 또 생겼다며 나를 싫어할 테고 어떡하죠?"
결국 연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간다.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간 차는 주차되고 연우는 차에서 내려 뒷자석에 있는 건우를 업는다. 그 뒤로 슬비가 따라 올라간다.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연우는 건우를 욕실로 데려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시켜 자신의 옷을 입히고 침대에 눕혀 잠을 재운다. 거실 소파에는 많이 놀란 듯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슬비를 보고 옆자리에 앉는 연우
"괜찮을 거야 건우..."
"언제부터 비를 맞고 있었던 건지 참... 바보같이"
"치훈이한테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요?"
"너와 시간을 갖기로 한 그 이후에 언제부턴가 건우가 카페 앞에서서 너의 동네를 한참동안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고..."
"그랬구나 할 말이 있으면 찾아오던가 연락을 하지"
"정말 널 사랑해서 너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나만 나쁜 여자가 된 것 같네요"
"그렇게 자책하지마 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니까"
슬비를 살며시 안으며 위로한다. 연우의 품에 안겨 침대에서 잠이 든 건우 얼굴을 쳐다보면서 힘들어한다.
"내가 집에 바래다 줄께 그만 일어나"
"오빠 나 여기 있다가 건우 깨어나면 그때 갈게요"
"그럼 네가 많이 힘들텐데"
"괜찮아요.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그래 그럼 여기에서 눈 좀 붙여"
"오빠는 어디서..."
"난 차에 가서 자면 되니깐 건우 일어나면 연락줘"
"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오빠"
연우는 문을 닫고 나가기 전 건우와 슬비의 얼굴을 보고 문을 닫는다. 혼자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 안에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워있다. 하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 때문에 눈을 감고 있어도 금방 뜨게 만들었다. 결국 참지 못한 연우는 다시 오피스텔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른다.
조심스레 오피스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보인 건우와 슬비의 모습에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을 닫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