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를 데리러 간 슬비에게 아무 연락이 없어 치훈이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침대에 연우와 마주하며 누워있던 슬비의 폰이 울린다. 그때를 틈 타서 슬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폰을 꺼내 받는다.
"여보세요"
"연우 데리고 오라니깐 뭐하고 있어"
"잠시만요"
슬비는 연우에게 폰을 넘겨 주었다. 전화를 받는 연우는 치훈과 몇 마디를 나누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온다. 그 사이 슬비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 놓고 연우에게 묻는다.
"중요한 손님이니까 신뢰를 줄 수 있는 컬러로 매치해 봤는데..."
연우는 슬비의 센스에 만족한 듯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 있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당황해 할 때 슬비가 다가가 정리를 해준다.
"고마워. 이러니깐 꼭 내 여자같다"
"시간 없어요. 지금 나가야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계약 체결하고 만나자 할 이야기가 있어"
"어떤 이야기인지 몰라도 알겠어요.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나가자"
둘은 문을 열고 나간다. 연우와 슬비가 차를 타고 사무실로 간다. 들어서자 치훈이 째려본다. 그 눈빛을 본 연우가 어깨를 툭 치며
"일단 계약부터 성사시키고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친구..."
"알았어. 준비 됐어? 그럼 가자"
치훈과 연우는 서류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은 슬비는 마치 기도하는 심정으로 소파에 앉아서 두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몇 시간이 지나 연우가 들어온다.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어 다가가는 슬비 그때 그런 슬비를 안으며 소리친다.
"슬비야 계약 체결했어."
"축하해요. 오빠..."
"다 네 덕분이야"
"치훈사장님은...."
"카페로 간다더라 아니 내가 보냈어 우리 둘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깐 알아서 빠지더라고"
"치훈사장님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에요?"
"글쎄...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할 거야"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요."
"슬비야..."
아까의 분위기는 어디가고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연우는 말없이 앉아있다가 슬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넌 내가 왜 좋아"
"오빠니까 연우오빠니까"
"너도 내 집안의 배경이 좋은 것 아니야? 다른 여자들처럼..."
"전 오빠가 어떤 집안의 사람인지 모르고 좋아했어요."
"지금은..."
"상관없어요. 그냥 좋아요. 좋은데 이유가 필요해요"
"그럼 사랑으로 넘어가도 넌 내 곁에 있을 거야?"
"사랑..."
"건우가 걸리지 한 형제가 널 사랑한다면 힘들겠지 우리 슬비..."
"둘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렇겠죠"
"그 선택의 순간이 지금이여야 한다면 넌 누굴 택할거야?"
"오빠... 그건..."
슬비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늘 생각만하고 미루어왔던 일들이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 것에 힘들어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긴 듯 앉아있는 연우가 혼잣말을 하는 듯 이야기 한다.
"건우와 나 한 형제 아니야"
"네? 오빠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지금으로 부터 20년 전 안방에서 부모님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 내가 당신들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그럴수가..."
슬비는 연우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연우를 쳐다본다.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연우를 통해서 과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으로 부터 20년 전.
연우가 새벽에 계단을 내려와 불 켜진 안방 문 앞에 앉아 부모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연우를 입양했는데 이렇게 건우를 낳게 되다니...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나 역시 그래..."
"그럼 연우는 어떻게 해야하나?"
"어떻게 하긴 5년 동안 얼마나 키우는 정이 들었는데"
"그래도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일이 힘들어질 텐데..."
"연우를 친동생이라 생각하고 잘 돌보는데 이제와서 우리 좋으라고 파양을 시키면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보는 사람들 눈도 있고..."
"그럼 지금처럼 살다가 기회 봐서 이야기 해줘야겠어요"
"그렇게 하지 연우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앞으로 조심해"
그 말을 듣고 연우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