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는 학교에 도착해 강당으로 들어간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건우는 졸업식이 시작되고 바쁘다.
공부 잘해서 상주고 학교를 빛내서 상주고 학교와 관련있는 기관에서 주는 상들까지... 셀 수 없이 이름이 불리고 강당 위로 올라가서 상을 받는다.
그렇게 눈 코 뜰새없이 바쁜 졸업식이 끝나고 언제부터 와서 지켜보셨는지 부모님이 다가와서 같이 사진을 찍는다.
"대학 졸업도 아니고 여긴 왜 왔어 창피하게"
"창피하긴 뭐가 창피해 난 우리 아들 이름이 호명 될 때마다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우리 아들이라고 자랑했어"
"뭐야 엄마... 정말..."
말없이 옆에 서서 사진을 찍던 아버지도 그런 건우가 자랑스러운지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기운을 듬뿍 담아 토닥거려준다. 그 손길에서 뭔가가 확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감동이 밀려오는 듯 고개를 숙인다.
"같이 식사라도 하자 연우 불러서..."
"아니야 나 약속있어"
"오늘 졸업했는데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시간 좀 보내면 안돼?"
"미안 그럼 난 이만 간다"
건우는 모든 짐들을 다 엄마에게 떠넘기고 재빨리 뛰어간다. 교문 밖에는 건우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학교 여학생들이 찾아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건우는 순간 멈칫하며 섰다. 그러자 동시에 수많은 그 여학생들이 건우를 향해 선물과 꽃다발을 안기며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그 자리에 발목이 잡힌 건우는 모든 여학생들을 진정시키려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고마워요. 다들... 전 약속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꾸벅하고 걸음을 옮기는 건우 하지만 그 뒤를 줄줄 따라 다니는 몇 명의 여학생들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여학생들 역시 함께였고 그 가운데 어떻게 따돌릴까 고민하며 서 있는 건우 앞에 차가 선다.
"건우야"
차에는 건우의 부모님이 타고 계셨고 건우는 어쩔 수 없이 앞자리에 앉아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들 인기 정말 많다"
"그럼 뭐해 날 좋아하는게 아니라 내 배경을 좋아하는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아들"
"내가 만약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었다면 좋아했을까?"
"야 도건우... 그냥 받아들여"
"그냥 그렇다고 말씀 드리는 거에요"
"아저씨 저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주세요"
기사 아저씨는 건우가 말한대로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세워 주었다. 얼른 차에서 내린 건우는 택시를 타고 슬비가 다니는 학교로 간다.
교문 밖에 서서 슬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지만 보이지 않고 교문을 나오는 여학생들은 건우의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 아무래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교문을 걸어나오는 졸업생을 붙잡고 묻는다.
"슬비 언제 나와"
"오늘 졸업식에 안 왔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안 나왔다고"
"응 부모님들도 안 오시고 그래서 내가 졸업장이랑 물건 챙겨왔는데"
"그래 그럼 그거 나줘"
"네가 대신 전해 줄 거야?"
"응"
"알았어 그럼 자... 여기"
슬비의 졸업장과 물건을 건우에게 주고 그 여학생은 가버리고 거리를 걷는 건우는 왜 슬비가 졸업식에 나오지 않았는지 생각을 하지만 이유는 모르고 결국 전화를 걸었다. 긴 연결음이 끝나고 전화를 받는다.
"이슬비 너 지금 어디야 왜 졸업식에 안 와서 날 헛걸음치게 만들게"
"여보세요. 건우니?"
"설마 연우형? 형이 왜 슬비 전화를 받아?"
"슬비 여기 와 있어"
"거기가 어딘데"
"우리 회사 사무실..."
"잠시만 기다려 슬비 꼭 붙잡아 놔 내가 전화했다는 말 하지말고 기다려"
"건우야"
"쓸데 없는 말 필요없고 내가 지금 갈 테니까 그때 이야기 해"
건우는 빨리 전화를 끊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아무 택시나 잡아서 타고 사무실로 간다. 기사아저씨에게 빨리 가라고 재촉하면서...
다들 졸업식이 끝나고 난 뒤라 차가 엄청 밀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점점 더 지나가는데 차들은 더 늘어나고 마음이 조급한 건우는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