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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귀안(鬼眼), 천존을 담은 여자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5

무속인이었던 엄마의 피를 이어받아 같은 능력, 아니 더 강한 능력을 갖게 된 박소향.
그런데.. 알고보니 엄마는 무속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꾸 강해지는 능력을 어떻게 컨트롤 하라고?
날 지키러 천계신장이 내려오고, 같이 일하기 위해 저승신장이 올라왔다?
대체 이게 뭐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그슨대, 어둑시니 그리고 학교 # 3
작성일 : 19-10-10 18:10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9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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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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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슨대가 하나가 아닐 가능성도 있지않을까?"

 "그러면 최악이지. 겨우 우리 둘 뿐인데 어떻게 동시에 잡아. 그리고 난 다른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게 니 안전이라는거야"

 

 내가 말하고도 이 답없는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지? 어둑시니는 여럿이 있어도 어차피 사람 해치치도 않으니까. 근데 그슨대가 어둑시니를 부린다고 했었잖아? 그럼 그슨대는 근처에 있다고 봐야 하지 않아?"

 "아냐,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으면 어제 내가 너랑 가자고 했겠지. 학교같이 약간 밝은것도 싫어하니까. 아주 어두운 골목길은 맞을거야. 대신 어둑시니를 보낸건 그 다음 타깃을 잡으려고 하는거 같은데. 이련동 거기에 센서전등이 아닌곳을 찾아보면 되겠네?"

 "그러면 뭐 어쩌려고?"

 "그 근처에 있다가 잡아야지 안그래?"

 ".. 될까? 일단 반장님한테 얘기는 할게"

 

 이련동에 있는 후미진 곳들 중 센서 전등이 아닌곳을 찾아봐달라고 했다. 아직 이련동에서 미처 공사를 다 끝내지 못한 한곳이 있다고 해서, 해질무렵 그 근처에서 뵙자고 약속을 잡았다.

 

 "아, 나 어제 말야. 학교 다시 다니고 싶다고 했어"

 "뜬금없이 왜? 굳이 다닐필요 있어?"

 ".. 그냥 서인이 말도 맞는거 같아서. 한번 지나가면 없을 추억이잖아"

 "그렇기는 한데.. 그럼 난 어쩌라고?"

 "응?"

 "아니, 난 니 옆에 있어야 되는데?"

 "아.. 그렇게 되나?"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바보야"

 

 ... 이상하게 하루에 한번은 바보란 소릴 듣는거 같단 말이지. 일단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성진이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기는 했다. 뭔가 나를 이해하는것 같기도, 또 내가 굉장히 생각없어 보인다는 표정인것 같기도 했다. 운동하던 걸 멈추고 신당으로 돌아와서 이련동의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고 있었다. 같이 들여다보던 성진이가 내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말했다

 

 "야. 어차피 이건 그 형사님 만나야 하는거니까 지금부터 진빼지 말자. 그리고 아까 했던 학교 얘기나 마저하자고. 진짜 갈 생각이야?"

 "응, 사실 서인이 학교에 기숙사가 있대. 겸사겸사 좋은 핑계삼아 빠져나가는거지"

 "신당이랑 가깝지는 않던데?"

 "그게 좀 맘에 걸리기는 한데.."

 

 성진이가 손을 턱에 괴고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본다. 뭐여 이놈아.

 하긴 어제 같이 학교 다녀왔으니까..

 

 "갈거면 빨리 얘기해"

 "왜?"

 "그래야 계획을 바꾸든 할거 아냐. 학교 스케줄대로 움직이든 뭐든"

 "계획도 있었어?"

 "여튼, 빨리 결정해. 사람 번거롭게 하지 말고"

 

 그때까지만 해도 성진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학교를 간다는데 지가 번거로울게 뭐냐고- 딱히 중요한 질문이 아니라서 넘어가기는 했지만 내심 궁금하기는 했다.

 

 ****

 

 이련동으로 가려면 버스타고는 꽤 걸리는 거리라 여섯시쯤 신당을 나섰다. 출출한것 같기도 하고- 뭘 좀 먹기는 해야할 것 같은데 이련동에서 내리자마자 성진이에게 뭘 좀 먹자고 했더니 뜬금없이 햄버거가 먹고싶단다. 먹자고 하는 사람이 사는거라며 메뉴 하나를 고르고는 자리잡고 앉아있는데, 딱 진짜 간절하게 딱 한대만 쥐어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진이도 배가 꽤 고팠던 모양이었는지 가져다주자 마자 맛있게 잘 먹긴 했지만.

 

 "야, 근데 니 친구는 남자친구 사겨본적 있다는데, 넌 없어?"

 "없어. 넌 어제 서인이랑 말하는거 들어보니까 좀 사겨봤나 보더라?"

 

 은근 모태 솔로였다는게 내 스스로 자존심 상하기도 했을법하지. 지금까지 뭐했나 싶은 생각도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약간 들었고. 반장님이 백화점앞에서 보자는 문자를 보고 하던 얘기를 접어둔채 햄버거 가게를 나섰다. 꽤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린다.

 무슨 일 있나 했지만 그런건 아니고. 그냥 각자의 떠드는 소리들이 한데 모여서 꼭 군중들이 함성지르듯 잠깐 들렸던 것 뿐인듯 했다. 왕왕 시끄럽기는 하네-

 

 "소향씨! 여깁니다"

 

 방금 막 도착하신듯 경찰차 보닛에서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꽤 많네요.. 행사라도 하는게 있어요?"

 "한두개는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은 시간이 시간이니까요"

 

 생각보다 춥기는 하네. 어깨와 팔을 번갈아 가며 비비고 있었다.

 

 "춥냐?"

 

 성진이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넌지시 물었다

 

 "약간? 그렇게 추운거까진 아니고. 그렇게 얇은걸 입은건 아닌데 말야"

 

 성진이도 나와 비슷한 옷차림이라 춥지 않을까 걱정이 좀 되기도 했다. 그런 나와 성진이를 반장님이 쳐다보는 듯 하더니 경찰차에서 두꺼운 가죽잠바를 하나 꺼내더니 내 어깨에 턱- 하고 얹어주셨다 (순간 쇳덩이라도 던진 줄 알았어.. 엄청 무거웠음)

 

 "아, 괜찮아요 반장님"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수고해주는데.. 감기까지 걸리면 안되잖아요"

 

 뭔가 되게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그런 느낌이야! 아홉시 뉴스가 가전제품 전시장에서 흘러나올때쯤 사람들은 저마다 갈곳을 찾아 간 듯 거리가 이내 한산해졌다. 머리에 무언가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다 성진이 머리에 내려앉는 하얀 무언가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눈온다고 폴짝폴짝 뛰어대고 있었다

 

 "야! 눈온다아!"

 

 근데 그렇게 말하고 나서 굉장히 민망했던것도 사실이다. 지금 내가 여기 눈 구경하러 온게 아니란 말이지. 성진이가 타박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한손으로 내 머리를 꾹 누르더니 그런 눈구경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지금은 집중하라고 했다. 알았다고!

 반장님이 네온사인 화려한 시내를 벗어나 주택지역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센서등이 순차적으로 점등되다가 끊어지는 구역이 나왔다. 여기구나-

 

 "유일하게 이련동에서 불이 켜지지 않는 구간입니다. 저희 예상 지역이구요. 하루에 한동네씩 이동하는걸로 봐서는 이번에야 말로 진짜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 미안해요 반장님,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네! 그럴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한마디 거짓말도 못하는 제가 진심으로 미안해졌어요. 휴우. 성진이도 입술이 파래지는 것 같아 잠시 어깨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성진이에게 줬다. 추우면 춥다고 말을 할것이지 바들바들 떨고 있기는. 눈이 머리에 소복하게 쌓일때쯤이었다.

 

 "후우-"

 

 어디선가 들리는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달빛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속이었다. 블로그에서 봤던 그 경험담이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으히이이이익!!!"

 

 반장님의 어그러지는 듯한 목소리에 성진이가 반장님 옆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확실히 반장님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똑똑히 보인 광경이었다. 아파트 2층높이 정도 되는 크기의 어떤 괴물체같은 것이, 반장님을 향해 날카로운 손가락같은것을 뻗치고 있었다.

 

 "천신장 뇌라진, 대행인이 허락하니 이 요괴를 포박하라"

 "뇌라진, 명 받습니다"

 

 빛에 약하다면 오방신장보다는 번개를 소환하는(빛 속성이니) 천신장이 잡기 쉬울거라는 판단이 섰다.

 

 "벽전(번개와 벼락)"

 

 눈이 포슬포슬하게 오던 하늘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그런 하늘 사이로 무엇인가 번쩍하더니 번개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천둥이 거대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으으...으윽!!"

 

 순간적으로 치는 번개때문인지 도망가지는 못하는듯 했다. 공격보다는 주변을 밝히는게 방법인듯 했고, 천신장은 충실히 번개를 만들어내며 더 움직일 수 없게 발목을 묶었다

 

 "갑자신장 궁비라는 이 요괴를 천옥으로 인도하라. 판결은 천제님께 부탁드린다 고하라"

 "궁비라, 명 받습니다"

 

 일월야 이후 바로 보는거라 굉장히 어색하긴 했지만 다행히 웃지 않고 고비를 잘 넘겼다. 그때보다 좀 늠름해진것 같기도 하고? 한시름 돌렸다고 생각했지만 천신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보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반장님을 돌아봤는데 난생 처음보는 광경이라 그런건지는 몰라도 기절같은건 안했지만 손을 벌벌 떨고 계셨다.

 

 "반장님!!"

 

 아무리 불러도 정신을 못차리고 계셔서 성진이와 내가 일으켜 사람들이 있을만한 곳으로 데리고 나갔다. 어디 홀리기라도 하신건가? 시간이 좀 지나서야 가까스로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좀 차리신 듯 했다.

 

 "분명히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간도 있습니까? 키가 그렇게 큰 인간이.."

 

 없어요. 세상에 2m넘는 사람도 전세계에 몇 없다구요. 그런데 3m나 되는 사람이 존재할리가 있겠어요-

 

 "그게 반장님.. 이번엔 실체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잡을수는 없는 범인이에요. 이번엔 그래도 눈으로 보시는게, 납득하기는 쉬우실 것 같아서 이렇게 같이 동행하게 된거에요"

 

 "그게 무슨... 그럼 또 없어졌단 말입니까?"

 ".. 그렇다고 봐야하죠(더 설명해봤자 복잡해질뿐이다)"

 "아... 진짜 모르겠습니다. 소향씨 말을 믿기 어려운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또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가 본게 범인이겠죠"

 

 반장님이 허탈한 얼굴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왠지 이해는 되는데 위로를 쉽게 건넬수가 없다. 눈이 꽤 생각보다 많이 오는터라 결국 반장님 차를 타고 집까지 이동했다.

 가는길에 성진이를 내려주고, 거의 집에 다 왔을때였다.

 

 "고마워요. 어찌됐든 이번엔 보기라도 봤으니 사건을 좀 놓기는 쉬울 것 같네요"

 "아.. 저도 웬만하면 반장님이 잡아가는 걸 보고 싶은데.. 그때 그 연쇄살인마 이후로는 한번도 그러질 못하네요. 힘내셨음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도와주시니 힘이되네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어째 하루걸러 하루 집안 분위기가 개떡같은지 몰라.

 

 *****

 

 "소향이는 잠깐 여기 앉아봐라"

 

 부쩍 아빠가 집에 일찍오시는 느낌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없고 오빠들은 쭉 다 앉아있는거 보니.. 무슨 얘기라도 하던 도중인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요?"

 "소향이 네가 학교 다시 니고 싶다고 했다지?"

 

 내가 얘기하려고 했는데 .. 빨리도 말했네; 그렇다고 말했더니 이유가 뭐냐고 하셨다.

 몸도 더 아플일 없을 것 같고, 다시는 안 올 고등학교 시기를 그냥 보내기가 뭣한데다

 중학교때 친구와 학교를 같이 다니고 싶어졌다. 그러니 말 나온김에 좀 도와주시라-

 지금껏 말썽 한번도 부리지 않고 지내지 않았냐. 공부하겠다는데 반대하실 이유는 없지 않냐- 뭐 일단 이것저것 끼워맞춘 레퍼토리를 이용했다.

 

 "학교야 다니면 되는거니까, 그건 개학전에 아빠가 알아보고 처리해주마. 그리고 기준이얘길 들어보니.. 기숙사가 있는 학교라고 들었는데 굳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지 모르겠구나 아빠는"

 "아무래도 학교가 여기서 좀 거리가 있잖아요. 공부하는데 지장도 있을테고, 왔다갔다 하기 불편하기도 하구요. 가끔 병원으로 놀러갈게요- 그때 아빠가 맛있는거 사주세요"

 

 라고 가식적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이 집을 나가면 내 발로 그 병원을 찾아갈 생각같은건 없었다. 엄마 때문에 오빠들과 아빠까지 멀리하는게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가식적으로 대했던 엄마에 대한 복수심이랄까.

 

 "혹시나 엄마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건 아닌가, 좀 걱정이 되서 말야"

 "전혀요- 그 말한마디가 뭐라구요. 엄마도 절 보면서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말이야 바른말이지.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나한테 유감이 있으니까. 기준오빠와 기태오빠는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 정확한 내막은 우리 셋밖에 모르니 내 말뜻도 오빠들은 알거다. 해맑게 웃으며 방으로 올라왔다.

 

 [성진! 학교는 가기로 했다]

 

 메세지를 읽은건 맞는데 한참이 지나도 답이없었다. 자나? 싶어서 전화하지 않으려다 궁금해서 결국은 전화를 했다.

 

 "어.. 왜?"

 

 아까 산 입구앞에서 내릴때 인사할때도 얼굴색이 별로 안좋았는데. 어디 아픈가?

 

 "아니, 어디 아파?"

 "안아프니까- 걱정마라"

 "야, 그래도.."

 "얼른자 내일보자"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가 끊겨버렸다. 아까 눈을 맞아서 그런가.. 성진이가 어제 얘기했던 '반귀인' 그 말이 떠오르자 마자 진민씨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한참 지났구나- 연락 안온지가. 멍청하게도 내가 수신차단 해뒀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채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차단해제야 해뒀지만 섣불리 내가 먼저 연락하는건 좀 껄끄러웠다. 대신 이후로 혹시나 연락이 온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을 뿐.. 사실 크게 연락이 올거라고도 생각은 안했다. 벌써 보름이 다되가는거 같은데? 아직까지 연락 없는거 보면 별일이 없을수도, 아니면 별일이 있어서 나한테 연락을 못할 상황일수도 있으니까. 학교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랐다. 그래야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을테니까

 

 

 *****

 

 어제 성진이 목소리가 꽤 거슬리긴 했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도 빨리하고 내려갔는데, 벌써 30분째 아무런 연락이 없다. 아픈 목소리긴 했는데- 전화하면 잠깨우는 것 같아 좀 아닌것 같고. 가볍게 운동하고 성진이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아- 후우"

 

 집앞에서 가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와 진짜 힘들어.. 언제쯤 익숙해질까?

 

 "저기.."

 "아!?"

 

 진민씨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서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연락이 하도 안되서.. 얼굴보고 얘기해야겠다 싶었어"

 "이 새벽에요?"

 "언제 신당에 가는지 몰라서"

 "그럼 저 옷만 좀 갈아입고 올테니까 잠깐만 있어보세요."

 

 성진이한테 가보기도 해야하는데, 그렇다고 찾아온 사람을 그냥 보낼수도 없고.

 신당에서 얘기 해봐야겠다 싶었다. 옷갈아입고 조금 수선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는데 기태오빠가 신당에 데려다주겠다며 방에서 기지개를 펴고 나왔다

 

 "야야! 데려다준다니까?"

 "아냐~ 나 같이 갈 사람 있어 오빠. 신경써줘서 고마워!"

 

 진민씨 보고 바로 성진이 보러 가야겠다 싶어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기태오빠가 뒤에서 날 보고 있었다는것도 몰랐다. 신당에 도착해서 제단에 예를 갖추고 자리에 앉았다

 

 "잘 지냈지?"

 

 잘 지냈냐고 묻는 사람의 얼굴치곤 굉장히 잘 못 지낸 얼굴이다.

 

 "그냥저냥 지냈어요"

 "그래- 이렇게 얘기하는거 보면 일부러 피했던건 아닌거 같은데. 왜 연락이 안됐어?"

 "폰이 좀 이상한가봐요? 수리해야겠어요 요즘 통 먹통이네요."

 

 조마조마 했지만 웃으면서 얼버무렸다. 앞머리를 넘기는 손목에 그때 산신님이 주셨던 팔찌가 그대로 있었다. 잘 하고 다니는구나..

 

 "아, 그때 향이 니가 준 팔찌 말야. 계속 하고 다니고 있거든? 니가 줘서 그런가.. 몸이 예전보다 가벼워진것 같고 그래-"

 "다행이네요?"

 "고마워. 별일 없는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럼 연락 받아라? 오빤 집에 가서 좀 쉬다가 다시 연락할게"

 

 정말 아주 갑작스레 오른손을 자연스럽게 내밀어 내 머리를 헝클어트리곤 나갔다.

 아니 이 짧은 대화를 하려고 새벽에 왔단 말야? 그것도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날 기다리려고? 그리고 갑자기 얼굴은 왜 또 새빨개지냐고. 당황스러우니까 말도 제대로 안나오네 진짜.

 

 

 

 ****

 

 

 

 "소향이가 여기까지 이시간에 무슨 일이냐"

 

 산신님이 부엌에서 나오는 듯 했다. 성진이 아픈거냐고 물었는데 그냥 가벼운 감기라고만 하시곤 마루에 앉으셨다.

 

 "산신님, 성진이 많이 아파요? 안색이 안좋으세요"

 "아마 좀 더 자고 나면 나을거야. 어제 잠깐 열이 좀 있기는 했지만 금방 가라앉았어"

 

 얽.. 거봐라 신성진. 나보다 니가 더 저질체력 같더라니까. 온김에 아침 먹고가라고 하셔서 밥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건강한 건강식이 가득했다.

 (사실은 굉장히 푸르른 상차림이랄까-?) 무슨 조화를 부리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풀밖에 없는데도 굉장히 맛있게 잘 먹었다는것.

 

 

 '하아..일이 이제는 좀 안꼬였으면 좋겠다'

 

 속으로 생각하는 내 진심이 가득 담긴 바람이었다. 저녁쯤에야 괜찮다는 성진이의 연락을 받았고, 진민오빠도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가볍게 얘기를 내게 해줬다. 딱히 중요한것도 신경쓸만한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군요- 하고 넘겨버렸다.

 

 

 

 ****

 

 

 

 정확히 학교얘기를 한지 보름을 채우기 전, 서인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입학 허가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가 개학을 하기 한달전의 일이었다. 조금은 이르다 싶을 정도로 짐을 빼서 옮겨버렸고, 대놓고 서운해하는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나와 단 둘이 시선을 마주치는 틈을 타서 아주 살짝살짝 웃었다. 물론- 그 모습을 기태오빠가 못봤을리 없으니 분통터지는 일은 아니라고 해두겠다.

 

 

 "근데 이렇게 빨리 나갈 필요가 뭐 있어. 일주일이나 남았어. 개학하고 기숙사에 가도 되는데 꼭 다시는 안올 것 처럼 빨리 가버리는 것 같아 아빠가 서운하구나"

 "무슨 말이에요 아빠. 병원으로 갈거에요- 학교 다시 다닐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공부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 갈게요"

 "아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고싶은 일을 해. 힘든일 생기면 언제든 아빠한테 전화해야 한다?"

 "그럼요, 그리고 여기 오빠들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엄마? 고마워요. 이쁘게 지금까지 잘 키워주셨잖아요. 꼭 보답할게요."

 

 그 꼭 보답하겠다는 마지막 말에 악센트를 가득 줬다. 절대로 잊지 않을테니까요-

 기어코 아빠가 눈시울을 붉히셨다. 저런 모습 볼까 마음이 편하지 않은게 크긴 했다.

 그래서 아빠는 포옹으로 인사를 하고, 엄마에겐 악수로 대신했다. 내 노림수였다-

 '두고보자구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는 기숙사에서 짐 정리를 했다.

 

 

 

 ********

 

 

 드디어 새학기 개학날. 남녀공학인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남자의 비율이 높다고 했다 7:3정도. 불편한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교장선생님이 불편해져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교장실에서 나왔다. 1학년이 아닌 2학년으로 다니게 해주신건, 내가 서인이 얘기를 했기 때문에 아빠가 배려해주신거라고 생각했다. 2-3반이라고 했는데. 그 담임 선생님은 어디서 찾아야하나요? 다행히도 선생님이 나를 먼저 알아봐주신 덕에 크게 해메지는 않았다. 오랜만이다, 와글와글한 애들 소리. 풀풀 날리는 아침 먼지들- 약간은 졸음이 오게 만드는 아침 햇살까지. 학교라는 공간은 별 다른 날이 아닌데도 그저 밖에서 시간을 보낼때와는 다른 느낌을 갖게 만든다.

 

 "자자!!"

 

 출석부를 교탁에 내리치는 선생님. 아무래도 이미지만 따져보면 체육선생님이 적당하다.

 확실히 남자애들이 반에 많구나. 서인이가 날 보더니 눈으로 찡긋 웃었다.

 

 "전학생이 왔다. 새학기 시작하면서 같이 합류하게 됐으니까- 잘 지내길 바라.."

 "최선생님, 잠깐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얘기하던 담임선생님의 말까지 끊어가며 불러냈다.

 

 "아, 그래 전학생- 앉고 싶은 자리 가서 앉아. 전학생이 한명 더 있다고 하니까 선생님 잠깐 다녀올게. 그동안 떠들지 마라!! 떠드는 놈들 죄다 나중에 벌점이다!"

 

 어차피 애들 저런말 별로 안무서워하는데. 벌점 그까이거..

 

 "야야, 이름 뭐야?"

 "남자친구는?"

 "이전학교는 어디였는데?"

 

 여자애들은 팔짱끼고 날 관찰하고 있는 중이고, 남자애들 중 유독 나대는 애들끼리 셋트로 모여서 질문을 막 던져대고 있었다. 정신없어 정말. 맨 뒷쪽 창가자리가 비어 있어 거기에 앉아있었다. 그 전학생인가 뭔가하는 놈 하나 더 오고 나면 수업할 시간이네.

 질문 세례들은 고이 접어 날려버렸다.

 

 "꺄아아아악!!! 뭐야뭐야!! 대박이다!"

 

 갑자기 반에 있던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나가더니 복도에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야!! 임마 안들어가?! 시끄러워!"

 

 그런데 우리반만 시끄러운건 아닌것 같다. 서인이와 잡담을 하며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자자, 아까 왔던 전학생도 나와서 마저 자기소개 해"

 

 아 진짜 귀찮아 죽겠는데. 전학생이라던 애는 사람이 나오는데 먼산만 쳐다보고 있다.

 

 "안녕, 난 안소향이라고 하고. 잘 부탁할게"

 

 짧고 간결하게 인사를 마치고 자리로 들어왔다. 다시 서인이와 잡담을 하고 있는데, 전학생 말은 들리지도 않고 말끝마다 꺄-꺄- 거리는 통에 귀마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짜 드럽게 시끄럽네..

 

 "그럼 너도 오늘 전학온 애 옆에 앉으면 되겠다. 자리는 나중에 바꿔줄테니 임시로 잠깐 같이 앉는거라고 생각해"

 

 "어우!!! 선생님, 여기 앉혀주세요- 우리도 눈 정화 좀 하게요!!"

 "여긴 학교야 이것들아! 무슨 눈 정화타령이야. 전학생은 얼른 저기가서 앉아 수업준비하고. 모르는거 있으면 교무실로 오도록 해"

 

 서인이와 야자 땡땡이 치고 뭐할지 위시리스트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 머리위로 손이 하나 턱-하니 얹어졌다. 별 생각없이 고개 숙이고 떠들다가 그 손 때문에 책상에 머리를 처박게 된 내가 기분이 좋을리는 만무하지. 그리고 내 옆자리는 오늘 왔다는 그 전학생 놈일테니까, 첫날부터 시비냐?! 고개를 홱 쳐들었다

 

 "어!!?"

 

 내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피식-"

 

 짧은 웃음으로 받아쳤다. 어떻게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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