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고 있는 연우가 문자가 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슬비를 보면서 뭔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차를 갓길에 세운다. 슬비는 말없이 그냥 폰을 건네주고 연우가 문자를 확인하고 손으로 핸들을 팍 치고 앉아있다.
"오늘 휴가라며 근데 왜 사표가 수리되고 문자가 오는 거야"
"사실은 어제 너 퇴근하고 사직서 쓰고 오느라 늦었어"
"오빠만 그만두면 난 어떡하라고"
"미안한데 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만 그 회사 다녀"
"어떻게 그래 나도 그럼 그만 둘 거야"
"지금 당장 그만 두면 내가 하던 일들이 다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그래서 나보고 회사 다니라고"
"그냥 회사에서 시키는대로 해 슬비야 나 믿지"
슬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연우는 슬비를 가볍게 앉아준다. 다시 도로 위를 달리는 연우의 차는 강원도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 도착한다.
차를 세우고 두 사람은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사장 위에 나란히 앉아있다.
"너와 내가 바닷가에 앉아있는 모습 늘 상상만 했었는데"
"프로포즈 받아줄게요"
"슬비야"
"우리 언제 결혼할까요?"
"지금 당장"
연우가 슬비의 손을 잡고 다시 차를 탄다. 다시 도로를 달리는 연우 얼마가 지나지 않아 차가 서고 먼저 차에서 내린 연우가 슬비를 데리고 어딘가를 향해 걷는다. 조금 걸으면 작은 정원이 아름답게 펼쳐진 교회가 보이고 그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목사로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서 있다. 연우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그 옆에 슬비가 따라간다.
"이게 누구야 연우가 아닌가"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럼 나야 늘 잘 지내지 이게 얼마만인가?"
"한 10년 정도 됐나? 가족들과 별장에 놀러오면 항상 들렀는데"
"그랬지 그런데 무슨 일로..."
"결혼 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슬비야 인사 드려"
"안녕하세요. 이슬비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연우가 벌써 결혼 할 여자가 생기다니..."
"결혼식 가능하죠?"
"잠시만 기다려..."
목사님은 예의를 갖춘 의복으로 갈아입고 십자가 앞에 서 있다. 둘은 손을 꼭 잡고 목사님이 서 있는 곳으로 팔짱을 끼고 걸어간다. 목사님의 주례가 시작되고 둘은 사랑의 서약을 읽으며 하느님 앞에 결혼식을 올렸다.
목사님의 배웅을 받으며 둘은 신혼여행을 떠난다.
"어디 가는 거에요?"
"결혼을 했으니까 당연히 신혼여행을 가야지"
"결혼식은 간단하게 치렀으니 신혼여행은 비행기 타고 가겠죠?"
"우리 슬비 아직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는 여자였구나"
"당연하죠. 평생에 딱 한번 하는 결혼인데"
"정말 나 말고 다른 남자랑 결혼 안 할 거야?"
"오빠가 있는데 내가 왜 다른 남자랑 결혼해요"
"그래 그럼 유럽은 다음에 가고 오늘은 치훈이 별장에서 첫날밤을..."
둘은 밤이 되어 치훈의 허락을 받고 별장으로 간다. 별장 문앞에서 슬비를 안고 들어가는 연우 곧장 방으로 들어간다. 침대에 슬비를 눕히고 그 옆에 연우가 눕는다. 둘은 서로 눈빛을 바라보며 누워있다. 연우가 먼저 슬비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둘은 뜨거운 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둘은 동시에 눈을 뜨고 아침 인사 대신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웃는다. 조금 부끄러운 듯 수줍어 하는 슬비를 뒤에서 끌어 안으며
"솔직히 첫날밤도 아닌데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
"그땐 처음이라 정신 없었는데 지금은 내 남편이 된 연우오빠와 첫날밤을 같이 보낸 거잖아요"
"그런가? 이제 서울로 가야겠다"
"가고 싶지 않아! 그냥 오빠랑 이렇게 살고 싶어"
"그래 나도 그러고 싶은데 가야지..."
둘은 다시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먼저 슬비 집으로 가서 둘이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집으로 들어간다. 뒷목을 잡고 쓰러질 줄 알고 걱정을 했는데 그냥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둘의 결혼을 받아들였다. 슬비의 방으로 들어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는데 눈치없이 동생 슬주가 들어온다.
"건우형이랑 결혼 할 줄 알았는데 이슬비가 웬일이래 이제 결혼도 했고 내 자형이 되었으니 용돈 좀 주세요."
"현금이 없는데 어떡하지"
아쉬워하며 나가려는 슬주의 손에 카드를 쥐어주며 보낸다. 슬비는 카드를 빼앗으려 했지만 어느새 문을 닫고 나가버린 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