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구석에 처박아 놓고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은 연우와 슬비 엇갈리게 서로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건우 우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오빠가 스티브 정과 회식하던 날 건우와 만났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는데 저에게 남은 건 저 우산 밖에 없어요"
"아직 건우를 잊지 못한 건 아니고?"
"건우 곁엔 채린이라는 여자가 있고 나에겐 오빠가 있으니까 샘샘이죠 뭐"
"그럼 우산을 펼쳐 놓은 건"
"예의?"
"그래 그나저나 슬비 부모님 마음을 어떻게 돌리지"
"제가 말씀 드릴게요. 오빠의 상황을..."
"그래도 난 도연우인데 돌아설까?"
"해봐야죠. 딸이 사랑하는 남자인데 돌아서겠죠"
"슬비야..."
그때 방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슬비가 일어나 문을 열면 슬비 엄마가 마실 것을 들고 들어와 책상에 놓고 나간다.
"사장님이라 잘 부탁 드린다는 의미로 드리니까 꼭 다 마시고 가요"
"네 어머니"
슬비와 연우가 주스를 마시며 웃는다. 주스를 마시고 곧장 일어나는 연우 거실에 있던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슬비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왔다.
"그만 들어가 내일 회사에서 보자"
"네, 미안해요. 괜히 대접도 못 받고 보내는 것 같아서..."
"아니야 내가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건데 뭘... 들어가 어서"
"네. 조심히 가세요"
연우가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고 슬비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슬비는 실망한 듯 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그 뒤로 엄마가 따라서 들어와 슬비를 붙잡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된 거야 재주도 좋다 형제를 다 꼬시고"
"아니라고 그런 것..."
"배 다른 형제면 아빠가 외도해서 낳은 게 건우야"
"말하자면 길어"
"그러니까 말을 해보라고"
"연우오빠가 입양 된 거야"
"입양? 왜?"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입양을 했는데 그게 연우오빠였어. 근데 몇 년 후 아기를 임신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건우야"
"그럼 그 사장은 그 집안하고 아무 관련도 없는 거야"
"그런 셈이지"
"차라리 건우랑 사귀지 부모도 모르는 사람보다 건우가 낫지 안 그래?"
"엄마 연우오빠 앞에서 그런 이야기 하지마"
"넌 연우가 좋아? 그런데 그 건우 우산은 왜 펼쳐놨어 아직 마음이 있는 건 아니야 차라리 다시 잘 만나 봐"
"건우 여자 있어"
"하긴 그런 집안 아들인데 어떤 여자들이 가만히 놔 두겠어"
"만날 땐 헤어지라고 난리더니 이제 헤어지고 나니까 붙잡으라는 건 뭐야"
"둘 중에 한 명을 택하라면 난 도건우에 한 표"
"건우가 좋은게 아니라 그 집안이 좋은거겠지 안 그래"
"우리가 언제 그런 집안의 사람들과 연을 맺겠냐"
"엄마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실망이다"
"누가 나 좋으라고 그래 너 좋으라고 그러는 거잖아"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살고 싶어"
"그래 그 사람이 돈도 많고 좋은 집안에 범생이면 좋잖아"
"엄마~"
"알았어 나간다 나가"
싸움이 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엄마가 먼저 꼬리를 내리고 문을 열고 나간다. 침대에 누운 슬비는 아까 연우의 눈빛을 보면서 왠지 더 마음이 아프고 신경이 쓰였다. 잠이 오지도 않고 결국 전화를 걸었다.
"왜 전화했어"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그래"
"보고싶어요"
"만날까?"
"어디서 만날까요"
"치훈이 카페에서 만나자"
그렇게 전화를 끊고 바로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엄마 눈치를 보며 대문을 열고 나간다. 천천히 걸어가 치훈의 카페 앞에 도착한 슬비가 연우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우의 차가 멈춰서고 내린다.
"안에서 기다리지 왜 여기 서 있어"
"오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 들어가자"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몇 명의 무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치훈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다가간다.
"이 시간에 여긴 어떻게 왔어"
"데이트의 마지막은 여기서 커피를 마시며 헤어지려고"
"오늘은 그냥 가는게 좋을 것 같아 자리가 없어"
"왜 손님이 너무 많아서"
"아니 그게 아니라..."
불이 꺼진 어두운 카페 안. 곤란해 하는 치훈의 뒤로 건우가 서 있고 앞에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든 채린이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