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그룹과의 계약으로 승승장구 할 줄 알았지만 건우와 채린의 조건으로 불리한 입장이 된 청운그룹은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제약을 받게 되어 점점 힘들어 진다. 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건우의 아버지가 늦은 시간 오아시스 블루 사무실을 찾아왔다. 아직 다들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연우야"
"아버지가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시간이 되니? 내가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일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에요. 이제 저희도 퇴근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말에 약속이라도 한 듯 치훈과 슬비가 책상을 급히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아버지와 연우가 사무실에 마주앉아 있다.
"너도 소식 들어 알겠지? 알다시피 우리 회사가 지금 어렵다"
"건우가 결국 채린이와 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떤지 모르겠지만 슬비라는 빨리 결혼을 해"
"아버지..."
"네가 슬비와 결혼을 하면 건우도 어쩔 수 없이 채린이와 다시 만날거야"
"내가 아는 건우는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좋은 소식으로 만났으면 좋겠구나"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연우는 힘들어 한다. 자신의 존재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못 박고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사무실을 나와 슬비 집앞에 차를 세우고 슬비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한 뒤, 슬비가 대문을 열고 나와 연우를 보고 차를 탄다. 차는 다시 골목길 따라 달려 큰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아무 말도 없는 연우.
"오빠 어디 가는 거에요?"
"몰라 그냥 너무 답답해서..."
"건우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셨어요?"
"슬비야 우리 결혼하자 나랑 결혼할래?"
"오빠..."
"모르겠어 그냥 내 마음이 나도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연우는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에 차를 세우고 머리가 아픈지 고개를 숙이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 연우의 모습을 보면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쓰담쓰담 해준다.
"나도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런 위로를 해줄 수 없는 슬비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연우가 좀 진정되었는지 다시 운전을 해서 슬비를 집앞까지 바래다 준다. 연우의 차가 그 골목길을 빠져 나가고 보이지 않을 때 슬비가 대문으로 걸어간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갔다 오는 거야"
고개를 돌리면 건우가 서 있다. 점점 슬비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오늘 사무실에 너의 아버지가 오셨어"
"너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니 연우오빠에게 무슨 말을 한 것 같은데 난 듣지 못했어"
"회사가 어려워져서 도와 달라고 부탁했나?"
"차라리 그런 거라면 연우오빠가 힘들어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 도대체 뭐지"
"네가 아버지를 만나봐 아니 집으로 들어가"
"지금 나보고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거야?"
"나를 위해서 그것도 못해"
"할 수는 있지 근데 집에는 가기 싫어 몇 발자국만 걸으면 네가 사는 집이 있는데 가기 싫다"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난 들어갈테니"
그때 건우가 슬비의 손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체 건우와 달리고 있다. 둘이 도착한 곳은 공원 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 있다.
"왜 달밤에 체조야 힘들게"
"할 말이 있어서"
"그럼 거기서 하면 되지 왜 여기서..."
"기다려줘"
"갑자기 기다려 달라니 어디 가는 거야?"
"군대도 가야하고 학교 졸업도 해야하고 취직도 해야해"
"그래서 나보고 그 모든 과정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응 연우형과 결혼하지 말고 연애만 하다가 내가 돌아오면 그때 나에게 와"
"정말 이기적이다 너"
"나를 사랑한다고 다 쓰여있어 너의 눈동자에 나만 그것을 읽을 수 있어"
"그래 그럼 누가 이기는지 한번 두고 보자"
"그 말은 기다린다는 뜻인가?"
"오늘 연우오빠가 프로포즈 했는데 내 대답만 기다리고 있어"
"뭐라고?"
"나도 궁금하다 어떻게 될지"
슬비는 공원을 거닐고 건우는 그 자리에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