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던 연우의 폰이 울리고 모르는 번호가 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으면 슬비의 어머니다.
"여보세요"
"이슬비 엄마 되는 사람인데 우리 슬비와 같이 있나요?"
"아니요... 아직 슬비 안 들어왔나요?"
"네. 나는 같이 있는 줄 알고 전화를 했더니..."
"슬비가 전화를 안 받나요?"
"전원이 꺼져 있다는데... 암튼 밤 늦게 전화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제가 한번 찾아 볼게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건우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타고 시동을 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무작정 도로를 달리면서 슬비에게 전화를 걸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는 음성만 들리고 치훈에게 전화를 하니 모른다는 말들만 들려왔다.
결국 슬비가 살고 있는 동네 입구까지 왔다. 슬비가 집에 안 들어왔다는 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인데 그 곳이 어디일까 하는 생각에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은 바로 치훈의 카페였다.
카페 앞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잠겨있어야 할 카페 문이 열려 있었다.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카페를 들어가니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그 가운데 어디선가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카페에 있는 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었다.
건우는 그 불빛이 나는 방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며 슬비를 찾는다.
"슬비야 혹시 여기 있니... 슬비야 이슬비"
하지만 대답이 없고 연우는 방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는다. 천천히 문고리 끝을 밀어서 문을 열었다. 침대에는 슬비가 누워있고 그 옆에 건우가 누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당장 달려가 건우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그 소란에 눈을 뜬 슬비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오빠... 연우오빠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야 도건우 너 뭐야 뭐하는 자식이야"
"오해야 형이 생각하는 그런 일 없었어"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네가 다른 여자가 있으면서 슬비와 함께 밤을 보낸다는 그 사실이 더 열 받게 만드는 거야"
"내가 많이 취했어 그래서..."
"취했다면 곱게 집으로 갔어야지 왜 슬비를 불러내"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슬비 너도 마찬가지야 그냥 집에 보냈어야지"
"그럴려고 했는데... 미안해"
"나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얼른 집으로 가 엄마가 아직 안 주무시고 기다려"
"어떻게 알아"
"나한테 전화 왔었어. 너의 전화가 꺼져있다고 혹시 너와 같이 있냐고"
"엄마는 평소엔 아무 관심도 없더니..."
"아니다 도건우 너 여기 있어 내가 슬비 바래다 주고 여기 올 테니까"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
결국 연우는 슬비를 데리고 방을 나와 카페 앞으로 걸어나온다. 차를 타고 연우와 슬비는 집으로 향한다. 집앞 대문으로 들어가는 슬비의 모습을 다 보고 차를 돌려 카페로 돌아왔다.
카페 안 테이블에 나와 앉아있는 건우를 보고 다가가 마주 앉는다. 그리고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슬비를 왜 힘들게 만들어 안 그래도 힘든 아이인데"
"내가 많이 취했나봐 집으로 간다는게 그만 슬비 집으로 가버렸어"
"내가 바래다 줄 땐 없더니 어디서 나타난 거야"
"전봇대에 기대 있었지"
"정말 아무 일 없었던 거야"
"응... 슬비가 형을 많이 생각하더라"
"그게 사랑인지 죄책감 때문인지 아직도 헷갈려"
"그렇게라도 슬비의 사랑을 받으니까 난 형이 부럽다"
"건우 너 정말 슬비를 향한 마음 거짓이 아니었던 거였어"
"형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슬비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여자로 만들었어"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형이 이해해줘 오늘 내 생일이었잖아 선물이었다고 생각해줘"
"그래 생일 기념으로 한번 부딪히자"
건우도 캔 맥주를 하나 들고 연우의 캔과 부딪치며 술을 마신다. 이제 겨우 술이 깰 건우에게 다시 맥주를 마시게 만들어 결국 테이블에 엎드려 있다. 그런 건우를 부축해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연우도 그 옆에 누워서 오랜만에 같은 방에서 자는 두 사람.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잠들어 버린 두 사람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