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시다가 어느새 둘 다 조금 취한 듯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슬비랑 잤다며"
"어떻게 알았어"
"날 떠나 보내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그럼 게임 끝난 거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형을 죽도록 때리고 싶었어"
"그래서 찾아 온 거야?"
"아마 계약 조건보다 그 이유가 더 강했는지도 모르지"
"때리고 싶으면 때려"
"형은 그렇게 슬비를 붙잡고 있는 거야"
"뭐라고"
"사고로 인한 죄책감으로 슬비를 되찾고 이젠 불안하니까 내가 때려줬으면 그래서 다시 흔들리는 슬비의 마음을 붙잡고 싶은 것 아니야?"
"아니야 그런 것 아니라고..."
"그만하자 형 이러다가 정말 무슨 일 나겠다"
"내가 그런 거라면 넌 뭔데 슬비도 결국 다른 여자들처럼 쉽게 가지고 그러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그런 여자 중 한 사람 아니야? 그래서 내가 너에게 슬비를 양보 할 수 없는 거야"
"슬비만큼은 아니야 그러니까 양보해 과거는 다 잊어줄게"
"글쎄... 난 슬비의 선택을 존중해"
"만약 슬비가 나를 택하면 깔끔하게 물러날 거야?"
"그런 만약이라도 일어나면 안 되지만 정말 만약 그렇다면 물러나지"
"슬비를 향한 우리 둘의 2차전이 시작되는 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 연우에게 다가가 이종격투기 기술을 응용해서 장난치는 건우 둘의 장난은 계속 되었고 지친 두 사람이 침대와 바닥에 누워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형과의 몸싸움이다"
"초딩때도 하지 않았는데"
"형이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랬던 건우가 언제 이렇게 컸지"
"나는 계속 크고 있었어. 형이 과거에 묻혀 살아서 못 느낀거지"
"그런가? 하긴 사고 이후로 내 삶이 모두 엉망이 되었으니까"
생각에 잠긴 연우는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있다. 건우도 숨을 몰아쉬다가 고개를 돌려서 연우를 쳐다본다. 그 모습에 마음 속에서 뭔가 꿈틀거렸다.
"형은 부모님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땠어 기분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지금 있는 부모님에게 인정 받고 싶었어 그 마음이 더 강해서 뭐든 잘하고 싶었는데 넌 태어날 때부터 모든 잘하는 유전자를 물려 받아서 늘 열등감으로 널 괴롭혔지"
"그랬구나 난 그래도 형이 좋았는데"
그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 건우를 쳐다보는 연우가 슬픈 얼굴로 본다.
"감동 받은 얼굴로 쳐다보지마"
"안 봤거든"
"우린 한 여자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그만 자라"
불을 끄고 둘은 잠이 든다. 침대에서 자는 건우와 바닥에서 자는 연우.
다음 날 아침.
아침이 밝았지만 아직 잠이 들어있는 두 사람의 모습. 그때 연우의 전화가 울리고 더듬거려 폰을 찾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오빠 일어났어요?"
"어.. 이제.. 일어나야지"
"피곤해서 못 일어날 것 같아 모닝콜 해봤어요"
"그래 고마워 역시 내 생각해 주는 건 너밖에 없어"
그때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난 건우가 수화기 너머 슬비에게 들리도록 아주 큰 소리로 말한다.
"이슬비 너 나한테 먼저 전화를 했어야지"
"뭐야 너 왜 거기 있어"
"어제 뭐 좀 물어본다고 찾아왔더라고 그래서 술도 취하고 밤도 늦어서 좀 재워줬더니 이러고 있다"
"그만 끝을게요"
"그래 끊고 나한테 전화해줘"
"싫다고 전해주세요 연우오빠"
"알았어. 회사에서 보자"
전화를 끊고 건우에게 아침을 먹이기 위해 일어난 연우가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냄새도 좋고 소리도 좋고 더 자려던 건우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식탁에는 몇가지 음식들이 차려지고 마주앉아 아침을 먹는다.
"우와 맛있다. 형 요리 잘했나?"
"혼자 살면 다 하게 되어있어"
"이런 걸로 슬비 마음을 사로 잡는 건가?"
"왜 너도 써 보게?"
"난 같은 방법은 안 써"
"자존심은... 여자들은 요리하는 남자에 은근 섹시함을 느낀다니깐"
"좋은 정보 감사"
맛있게 먹는 건우의 모습을 보고 연우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좀 더 챙겨주려고 반찬도 당겨주고 밥과 국도 더 리필해주며 둘의 식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