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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 소설입니다.

 
25화 추모제
작성일 : 19-10-01 20:00     조회 : 47     추천 : 0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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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추모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숨져간 호국영령들, 민주화를 부르짖다 쓰러져간 민주열사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청춘을 한번 펴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 간 아픈 기억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해 주는 달인 6월도 어느새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ㅎ대의 운동장에서는 민주열사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었다. 계단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는데 재수와 민이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허공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긴 끈이 묶여져 있었는데 그 끈에 빽빽히 걸린 종이에는 민주열사들의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민이는 그 종이에 적혀있는 송태열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오빠.’

 민이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약한 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태열은 고등학교 때 민이를 가르치던 민이의 과외선생이었다. 민이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민이에게 과외선생을 한명 소개시켜 주었는데 그 과외선생인 태열이 오고부터 민이의 태도가 변했다. 태열은 민이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모순까지를 가르쳐 줬으며 민이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고 느꼈다.

  태열은 무력으로 권력을 획득한 전두환 정권을 증오했고 언제나 참다운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시위에 가담했다. 시위가 한층 심해진 날이었다. 전경이 쏜 최류탄에 태열은 이마를 정통으로 맞았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태열은 이미 숨진 후였다. 민이가 그 소식을 듣고 놀라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태열의 얼굴은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태열은 그렇게 떠나기 전까지 민이에게 늘 곧고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 그 말은 지금까지 민이의 좌우명이 되 오고 있었다.

  사회자가 단상으로 올라섰고 계단을 꽉 채운 사람들은 떠나간 열사들에게 묵념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픈 음악이 장내에 울려 퍼졌고 그 음악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한 아들을 먼저 저 세상에 보낸 어머니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운동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민이는 그 때까지 참았던 눈물을 기어이 보이고 말았다.

  음악이 끝나고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민이의 눈자위에는 눈물자국이 나 있었다.

  “깡패, 너도 울 때가 다 있냐?”

 재수가 으레 그랬듯이 또 시비를 걸었다.

  “난 지금 너랑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민이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하며 허공에서 펄럭이고 있는 태열 오빠의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태열 오빠의 무덤을 찾아가 보지 않은지도 꽤 되었다. 민이는 이번 주말에는 꼭 태열 오빠의 무덤에 찾아가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재수는 민이가 오늘은 평상시와 좀 다르다고 느껴서 더 이상 민이에게 장난스런 말을 건네지 않았다.

  단상에서는 민주화의 열망을 담은 북춤이 한동안 이어졌다. 북춤이 끝난 후 사회자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여인이 오늘 특별히 이 자리에 참석해 주었다고 말하며 그녀를 소개했다. 여인은 마이크를 건네받고 아르헨티나에서 있었던 민주화 운동에 대해 얘기했다. 그 옆에 있는 또 한 여인이 그녀의 말을 통역해 주고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시민 200만명을 무참히 죽인 군부독재를 처벌했다는 것이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여인은 마지막으로 학살자는 처벌돼야 된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었다.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의 학살자는 처벌되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학살자가 처벌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하루 빨리 그들을 처벌해야 된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학살자를 처벌하자라는 구호를 다 같이 하자고 요청했다.

  “학살자를 처벌하자.”

  “학살자를 처벌하자.”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다들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추모제는 모두 끝이 났다. 하늘에 어스름이 깔리며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재수와 민이는 ㅎ대를 나와 함께 걷고 있었다.

  “너 오늘은 좀 이상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재수가 아까부터 말없이 묵묵히 걷고만 있는 민이를 보다 못해 말했다.

  “아니야. 아무 것도.”

 민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왜 그러냐? 얼굴에 잔뜩 그림자가 드리웠는데.”

  “우리 어디 가서 술이나 먹자.”

 민이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또 술이야? 나 오늘은 돈 없다.”

 재수는 빈정대듯이 말했지만 민이가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오늘은 내가 살게.”

  “정말이야?”

  “그래.”

  “너 나중에 돈 없다고 딴 소리 하기 없기야?”

 재수는 아직도 못 미더운지 미리 못을 박으러 했다.

  “그래. 아무려면 이 강 민이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겠냐?”

  “그렇담 가야지. 오늘 한 번 실컷 마셔봐야지.”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라. 취하면 골치 아프니까.”

  “그런 건 걱정 말아. 난 아무리 마셔도 끄덕 없다고.”

 둘은 가까운 술집으로 갔다.

  술집으로 들어선 재수와 민이는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소주 마실 거지?”

 민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민이는 우선 소주 2병과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곧 소주와 김치찌개가 나왔다.

  “자 한 잔 받아라.”

 민이가 재수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너도 한 잔 해라.”

 재수가 소주병을 건네 받아가지고 민이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좋지. 원 샷이야.”

 잔에 술이 다 가득 차자 두 사람은 잔을 부딪혔다. 두 학생은 모두 깨끗이 잔을 다 비우고 나서 탁자위에 잔을 내려놓았다.

  “너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냐?”

 재수가 물었다.

  “뭐가?”

  “네가 나한테 술을 다 사고 말야.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니까 어쩐지 좀 걱정된다. 혹시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거 아냐?”

  “야, 머저리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술이나 마셔.”

 민이는 비어있는 재수의 잔에 술을 가득 따라 주었다.

  “좋지. 오늘 한 번 실컷 마셔보자고.”

 

  재수와 민이는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술을 마셨다. 탁자위에는 어느새 빈병이 6병이 되었고 안주는 바닥이 났으며 아직 따지 않은 소주병이 한 병 놓여 있었다. 재수는 많이 취한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머저리, 괜찮아?”

 민이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야 괜찮다고. 이 까짓거 가지고 뭘. 마지막 거까지 비워야지.”

 재수가 수저로 소주병을 땄다.

  “그만 마시지 그래? 많이 취한 것 같은데.”

  “괜찮다니까. 자, 더 마시자고.”

 재수는 민이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가득 부었다. 둘은 또 원 샷을 했다. 얼마 못 가 마지막 한 병마저 바닥이 나고 말았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민이가 말했다.

  “그래.”

 재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괜찮아?”

 민이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다니까.”

 재수는 의자를 잡고 다시 일어섰다.

  민이는 계산을 하고 나서 재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밤이 이미 깊어 있었다.

  민이는 재수를 부축하며 걸었다.

  “집에 갈 수 있겠어?”

  “걱정 마. 갈 수 있으니까.”

  인도쪽으로 나온 민이는 택시를 잡으려 했다. 몇 개의 택시를 놓친 후 민이는 간신히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택시타고 가.”

 민이가 재수에게 택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깡패, 이러면 내가 감격할 줄 알았나 본데 착각하지 말라고.”

 재수는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술이 많이 취했는데도 농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어서 타기나 해. 너 많이 취했어.”

 재수가 택시에 올라타자 민이는 문을 닫아주었다. 택시는 곧 떠났다.

  재수의 택시비로 돈을 몽땅 날려버린 민이는 수중에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집까지는 2시간이나 걸어가야 하는 먼 거리였지만 민이는 걸어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민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속이 쓰라려서 걷는 것이 무척 힘이 들었다.

 

  한 시간 후 민이는 숨이 차서 거리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발자취도 뜸해졌고, 도로에도 이젠 간간히 차가 지나 다닐 뿐 한산했다. 민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름으로 향하여 가는 밤하늘의 별들 속에서 직녀성이라는 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직녀성은 동생인 민규가 여름밤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고 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별이었다. 그 별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 민이는 떠나간 태열오빠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그 말이 떠올랐다. 이제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는 믿지 않을 정도로 컸지만 오빠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랬다. 그래서 저 하늘에서 오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오빠, 이번 주말에는 꼭 찾아갈게.’

 민이는 직녀성을 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후 집에 가려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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