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강물의 손짓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 소희는 학교를 나왔다. 어디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말 집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소희는 발걸음 닿는 대로 걸어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깊은 어둠이 내려 앉았고 소희는 저도 모르는 사이 성수대교가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한강물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불빛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소희는 밤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소희에게 밤은 언제나 지옥이었다. 무수한 불빛들은 소희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소희는 그 손짓에 홀린 것처럼 몸을 날렸다. 강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소희의 눈은 저절로 감겼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희의 입가에 처음으로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소희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 때 그 곳을 지나가고 있던 젊은 남자가 그 모습을 목격하고는 강물로 뛰어들어 소희를 구한 후 소희를 병원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