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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 소설입니다.

 
3화 첫 만남
작성일 : 19-09-04 20:29     조회 : 34     추천 : 0     분량 : 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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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첫 만남

 

  오후의 봄바람은 따뜻했다. 준석과 재수는 학교 앞 정류장에 버스가 서자 버스에서 내렸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었지만 둘에게는 학교에 와야 할 각기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둘은 보도블록을 따라 걸었다. 보도블록은 얼마 못 가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있었는데 그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었다.

  “근데, 그 여자 정말 누굴까? TV에도 나왔다면 연예인일까?”

 재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글쎄, 그리고 설사 연예인이라고 해도 나연이 보다 이쁘다고 한 희연이의 말은 여전히 믿기 힘들어. 웬만한 연예인들 보다는 나연이가 훨씬 이쁘다고.”

  “그럼 차라리 나연이한테 사귀어 보자고 하지 그러냐?”

  “걔는 어딘지 모르게 2%로 부족해 보여서.”

  “어휴, 하여튼 눈만 더럽게 높아 가지고서는......”

  횡단보도에 다다르자 둘은 걸음을 멈췄다. 약속장소인 아모르 커피숍은 길 건너 보이는 만남 오락실 건물의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재수는 준석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는 보도블록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마리는 창가쪽에 앉아서 시계를 보았다. 준석이랑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인 1시 10분 전이었다. 준석이가 이 곳에 올 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어쨌든 만남의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마리의 가슴은 설레임으로 조금 전보다 훨씬 심하게 뛰었다. 마리는 떨리는 가슴을 좀 진정시키고자 앞에 놓인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조금 있자 신호등의 파란 불이 켜졌다. 준석은 신호등을 건넌 후 오락실 옆에 나 있는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 가 약속장소인 아모르 커피숍의 문을 열었다. 커피숍 안에 손님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대충 한 번 둘러보던 준석은 창가에 앉아 있는 한 여인에게 눈이 멎었다. 순간 숨이 멎었다. 무용학과 2학년인 윤마리, 학교 홍보 동영상에도 출연했었다. 전설적인 무용가 공여진의 딸로 어렸을 때부터 천부적인 춤실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준석은 자신을 만나자고 한 사람이 윤마리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준석을 본 마리가 손을 들었다. 그제서야 준석은 마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다.

  “왔구나. 역시 작전이 좋았어.”

  “응?”

 준석은 무슨 소리인가 했다.

  “정체를 밝히면 니가 안 올 거 같았거든.”

  “왜?”

  “그냥 느낌이...... 나 너랑 사귀고 싶어. 그래서 만나자고 한 거야?”

  “날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럼. 작년 여름에 너희 동아리 풍물 공연할 때 처음 봤어. 그 때부터 널 좋아했는데 막상 너한테 가까이 갈 용기가 나지 않았어. 그렇게 마음을 졸이다가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선물을 보내면 알아줄까 해서 한 달 전부터 선물을 보냈는데.”

  “잠깐 선물이라니?”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장미꽃이 동아리 방으로 배달됐을 텐데.”

  “그럼 그 사람이...... 왜 이름을 안 써 넣은 거야?”

  “그건...... 그러니까...... 거절 당할 것 같아서.”

  “응?”

  “어쨌든 난 정말 너랑 사귀고 싶은데 넌 어때?”

  준석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이런 유명한 아이가 자신한테 사귀자고 하는지,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거절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나야, 니가 정말로 나랑 사귀어 준다면 영광이지.”

  “정말?”

 마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응.”

  “하지만 나하고 사귀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조건?’

  준석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게 뭔데?”

  “우리 둘 중에 누군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그 땐 아무 말 없이 놔 주는 거야.”

  준석은 잠시 멍한 얼굴로 마리를 바라보았으나 곧 마리의 조건을 쉽게 승낙해 버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은 사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혀질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였다.

  “좋아.”

  “그럼 오늘부터 사귀는 걸로 하고 이제 뭐 하지?”

  “일단 나가서 뭐라도 먹자.”

 둘은 일어나서 커피숍을 나왔다.

 

  준석과 헤어진 재수는 학교 정문으로 들어갔다. 인문대 계단으로 가니 계단에는 벌써 앉아있는 사람들로 거의 꽉 차 있었다. 그들은 팔을 힘차게 하늘로 치솟았다 내렸다 하며 민중가요인 아침은 빛나라를 부르고 있었다. 재수는 국문과 학생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민이도 그 곳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재수 옴 붙었군.”

 민이가 재수를 보자 한 마디 했다.

  “누가 할 소린데? 넌 대체 뭣 땜에 나왔냐? 도움도 하나도 안 되는 주제에.”

 재수는 또 가만히 넘어가지 못하고 반박을 했다.

  학생들은 그 곳에서 계속 민중가요를 부르다가 2시쯤 계단에서 일어나서 깃발을 앞에 세우고 보라매 공원으로 향했다.

 

  3시경 보라매 공원에는 한총련 대학생들과 농민, 재야단체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 등 3만 여 명이나 되는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각 학교의 깃발이 선두의 자리에서 크게 휘날리고 있었고 커다란 대오가 줄을 지어 공원 안에 서 있었다. 단상에선 집회 준비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고 공원 주변에는 풍물패들의 연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회 주최측인 우리 농업 지키기 범국민대회는 후원단체인 민주당, 새한국당 등 정당 관계자들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집회를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였다.

  정장을 차려 입은 사회자가 단상으로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먼저 간 열사들에 대해 묵념을 하겠습니다.”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대오에게로 흘러들었다. 대오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님을 향한 행진곡의 전주 부분이 흘러나왔다. 전주가 끝나자 대오들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우리들의 영원한 애국가 님을 향한 행진곡을 부르겠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사회자가 주먹을 쥔 팔을 힘차고 절도있게 허공으로 치솟으며 먼저 선창을 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앞장서 나아가자 하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대오들도 일제히 주먹을 쥔 팔을 허공으로 뻗었다 내렸다 했다. 대오들의 하나같이 반복된 동작은 마치 거대한 불꽃이 이는 것 같았다. 노래가 끝나자 대오는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문선 공연이 이어졌다. 복장을 통일한 다섯 명의 학생이 나왔는데 그들은 물러가라 양키야 라는 노래에 맞춰 힘 있고, 절도 있고, 통일된 동작으로 춤을 추었다. 다음에는 각계 각층의 대표들의 연설이 이어졌다. 그들은 정부의 쌀 개방 수입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연설에 박수를 쳐주며 호응했지만 그들의 연설이 끝나기만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

  야당의원의 연설을 마지막으로 보라매 공원에서의 집회는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여의도 까지의 평화 행진이었다. 앉아 있던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4시 40분경 대오들은 클린턴 미 대통령과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 부대표 김영삼 대통령. 김종필 민자당 대표 등을 개방의 적으로 분류하고 그들의 가면을 앞세우고 가두 행진을 시작했다. 각 학교 학생들의 깃발은 선두에서 힘차게 나부꼈고 뒤에서는 풍물패들의 장단 소리가 힘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그들은 뛰었다 걸었다, 걸었다 뛰었다 하며 여의도 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경찰이 이미 집회를 위해 도로를 통제했기 때문에 행진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그들의 행진을 놀란 눈으로 지켜 보았는데 때때로 그들의 행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는 시민도 몇 명 있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네온싸인이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준석과 마리는 락카페를 나왔다. 야경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도 몇 명 보였다.

  “나 너한테 부탁이 하나 있는데.”

 마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부탁? 무슨?”

 준석은 자못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테니스 좀 가르쳐 줄 수 있어? 너 중학교 다닐 때에는 테니스 선수였잖아?”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준석은 놀라 눈이 크게 떠졌다.

  “그 정도야 기본이지. 오래 전부터 널 좋아했는데, 희연이가 가르쳐 줬어. 가르쳐 줄 수 있어?”

  “물론이지. 근데 희연이는 어떻게 아는 거야?”

  “고등학교 동창이야. 학교가 기독교 학교여서 같이 성가대 합창단 했어.”

  “그럼 노래 진짜 잘 부르겠네.”

  “나도 못 부르는 건 아니지만 나 보단 희연이가 훨씬 잘 불러.”

  “희연이? 희연인 자기 노래 못 부른다고 하던데.”

  “하여튼 걔는 좀 이상해. 성가대도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갑자기 그만두고, 피아니스트 되겠다고 하던 아이가 갑자기 음대 지원 포기하고 경영학과 지원하고. 왜 그러는 걸까?”

  “.......?”

 “아, 버스 온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

  “나도.”

 마리는 버스에 올라탔다. 마리가 탄 버스가 떠나자 준석은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었다. 그가 그토록 그리던 여자와 만나 하루 종일 함께 했던 것이다. 준석이의 가슴은 아직도 설레고 있었다.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여의도 광장에 도착한 대오는 삼삼오오 흩어져서 어깨동무를 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사회자는 오늘 집회는 정말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집회는 그렇게 끝났지만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의 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젊은 청년이 단상 위로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는 목이 터져라 힘 있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여러분. 저는 한총련 의장입니다. 저희 한총련은 이번 정부의 쌀 수입 개방에 반대하기 위해 명동성당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늘 밤 저희와 같이 명동성당에서 지내실 분은 명동성당으로 향하시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ㄱ대 학생들은 그만 돌아가기로 결정을 봤다. 그들은 각 학과별로 흩어졌다. 재수와 민이는 같은 과인 국문과 선후배들과 저녁을 같이 먹고 나서 헤어졌다. 이제 가는 방향이 같은 재수와 민이만이 남았다.

  “너 오늘도 집에 안 들어갈 생각이냐? 설마 나한테까지 재워 달라는 건 아니겠지?”

  “걱정마라, 깡패. 너한테 재워달라고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잘 생각했다. 니 걱정하는 가족도 좀 생각해야지.”

  “그래야지.”

 재수는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난 간다.”

 민이는 정류장에 선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갔다.

  민이도 가고 나자 재수는 혼자 남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재수는 맨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술집을 찾아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나서 술집을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와 소희가 있는 집, 그 집은 누가 보아도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었고, 재수는 그런 집이 싫어 가능한 집 밖으로 나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자신의 가정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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