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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상처의 노래 1부(부제: 비창)
작가 : 소피스트
작품등록일 : 2019.9.2

청춘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린 소설입니다.

 
12화 민이의 생일
작성일 : 19-09-16 21:13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7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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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민이의 생일

 

  희연은 오후 수업이 끝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동아리 방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풍물패 친구들하고 민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로 한 날이었다. 동아리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축하해 줄 사람은 모두 모여 있었으나 정작 주인공인 민이가 보이질 않았다.

  “민이는?”

 희연이가 물었다.

  “아직 안 왔어.”

 유진이가 대답을 했다.

  “하여튼 이 깡패 늦는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딴 때는 몰라도 지 생일파티면 좀 일찍 와서 기다려야 할 거 아냐?”

 재수는 있지도 않은 민이한테 또 시비를 걸고 있었다.

  “또 시작이냐? 제발 없을 때만이라도 좀 조용할 수 없냐?”

 준석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야, 너도 좀 생각을 해 봐라. 생일 축하 해 준다고 다들 모여서 기다리고 있는 판인데 나타나질 않잖아? 너는 아무렇지도 않냐?”

  “난 모르겠다. 그만 가 봐야겠어. 여자친구랑 만나기로 했거든.”

  준석이가 동아리방을 나서려는 순간 민이가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기장 생일 축하해. 난 애인 만나러 가 봐야겠어.”

  “야, 너 지금 가면 오늘부로 제적인 줄 알아?”

  “제적이면 나야 좋지. 그만큼 내 애인이랑 만날 시간이 많아지니까.”

 준석은 동아리방을 나갔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저 플레이보이가 저렇게 빠진 거야? 정말 한 번 보고 싶네.”

  “너보단 분명 이쁠 거라니까.”

 언제나처럼 재수가 또 한 마디 했다.

  “넌 그 입 좀 닥쳐라.”

  “그만 나가자.”

 희연이가 말했다.

 네 명의 학생은 동아리방을 나왔다.

 

  오른쪽 벽쪽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에는 네 명의 학생이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탁자위에는 술과 안주가 푸짐하게 놓여 있었고 초에 불이 붙어있는 케이크가 가운데에 꽂혀 있었다. 회원들은 생일 축가를 불러주었다.

  “자, 불 꺼야지.”

  민이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껐다.

  “자, 이번에는 손 안대고 입으로 꽃잎을 먹어야 돼.”

  재수가 말했다.

  “꼭 그런 걸 해야 돼?”

  “당연하지. 생일인데.”

 민이는 고개를 숙여 입을 꽃잎 조각 가까이에 가져갔다. 그 순간 옆에 앉아 있던 재수가 민이의 머리를 눌렀다. 민이의 얼굴이 케이크에 파 묻혔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휴지나 내 놔.”

  민이는 얼굴을 들고 나서 말했다. 민이의 얼굴은 온통 케이크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휴지가 어딨어?”

  재수가 시치미를 뗐다.

 유진이가 민이에게 휴지를 건네주었다.

  “머저리, 오늘은 내가 생일이라서 참는 줄 알아.”

 회원들은 민이한테 생일 선물을 주었다.

  “야, 넌 뭐 없어?”

  민이가 옆에 앉은 재수를 돌아보며 물었다.

  “내가 너한테 줄 게 어딨냐? 참석한 것만으로라도 당연히 고마워 해야지.”

  “너 같은 머저린 참석 안 해도 된다고.”

 민이는 유진이와 희연이 준 선물을 풀어 보았다. 유진이가 준 선물은 소설책이었다.

  “작가 지망생은 어쩔 수 없군. 고마워.”

 희연이가 준 선물은 네모난 사각형이었는데 예쁘게 포장이 되어 있었다. 민이가 포장을 뜯으니 빨간색의 네모난 각이 드러났다. 민이는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희연이를 보았다. 그 안에는 비취색으로 빛나는 화려한 고가의 진주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이건?”

  “뭘 그렇게 놀라? 너한테 어울릴 거 같아서 하나 샀어.”

  “하......하지만 이 목걸이는 꽤 비싼 것 같은데.”

  “별로 안 해? 500만원 밖에 안 하는데 뭘?”

 재수와 민이는 희연이의 말에 모두 놀랐다. 하지만 유진이는 놀란 기색을 나타내지 않았다. 희연은 늘 친구의 생일 때는 친구한테 그 정도쯤 되는 고가의 선물을 주었다. 물론 유진이의 생일 때에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희연은 매년 유진이의 생일 때 값 비싼 옷이나 시계 같은 것을 유진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런 행동을 하는 희연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지만 여태까지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질 못했다. 이상하게 항상 때를 놓쳤다.

  “이건 받을 수 없을 거 같은데. 너무 과분해.”

 민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래?” 넌 내 소중한 친구인데 그 정도는 해 줘야지. 한 번 걸어 봐.”

  희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청했다.

  “어서.”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다.

 민이는 희연이의 진심을 거절할 수가 없어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어보았다.

  “아주 잘 어울리는데.”

 희연은 만족해했다.

 “자, 우리 술 한 잔 해야지.”

 재수가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다.

 네 학생이 잔이 부딪혔다.

 

  민이의 생일 파티를 하러 온지 30분이 지나서 술자리가 익어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네 학생은 또 건배를 하고는 잔을 내려 놓았다.

  “민아, 미안한데 나 그만 가 봐야 될 거 같아.”

 희연이가 말했다.

  “이제 시작인데 어디를 가려고 그래? 너 그럴려고 이거 나한테 선물한 거면 내가 용서 못해.”

 민이는 목에 걸고 있는 진주목걸이를 만지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오늘 할아버지 제삿날이거든. 큰집에 가서 음식장만 하고 준비해야 돼.”

  “그럼 하는 수 없지. 마지막으로 한 잔 하고 가.”

  민이가 말했다.

 희연은 자신 앞에 놓여있는 잔을 들어 회원들과 건배를 했다.

  “미안해. 대신 계산은 내가 하고 나갈게.”

 희연은 옆 의자에 내려 놓았던 가방을 어깨에 매고는 자리를 떠났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 순간 희연은 들어오는 한 여인과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둘은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서로 사과를 한 후 각자의 갈 길로 갔다.

  희연이와 부딪히고 난 혜진은 안을 둘러보았다. 벽쪽에 있는 테이블에 민이와 민이의 일행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혜진은 그 곳으로 걸어갔다.

  “이제 오는 거야?”

 민이는 혜진이를 보더니 물었다.

  “응, 근데 왜 나를 보자고 한 거야?”

  “오늘 내 생일이라 축하 좀 해 달라고.”

  “미안해. 그러고 보니 정말 깜빡했네. 그런 줄 알았으면 조그만 선물이라도 준비하는 건데.”

  “선물은 무슨? 거기 앉아.”

 혜진은 민이의 말대로 방금 전까지 희연이가 앉아 있었던 유진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유진은 혜진을 보자 본능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년 신입생 환영회 때 요조숙녀 티가 물씬 풍기는 혜진이를 처음 보았다. 그 때 자신의 이상형을 찾았다는 느낌에 심하게 가슴이 뛰었으며 연약해 보이는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렇게 유진은 혜진한테 첫 눈에 반해 버렸다. 하지만 유진은 지나치게 내성적인 아이였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혜진이한테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우린 또 만났네요. 술 한 잔 해요.”

 재수는 소주병을 잡고 혜진이에게 술을 따라 주려 했다.

  “저 술 못해요.”

  “그러지 말고 술 한 잔 해요. 요즘 술 못 마시는 여자가 어디 있나요?”

 혜진은 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쟤는 정말 술 못 마셔. 사이다라도 마실래?”

 민이가 말했다.

  “응.”

 혜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요조숙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민이가 종업원을 불러 사이다를 주문했다.

 

  거리에는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나연은 과회장인 송유철과 함께 자주 가는 술집에 들렀다. 나연은 거기서 우연히 재수 오빠와 유진오빠, 민이 언니가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저 잠깐 저기 좀 갔다 올게요. 아는 사람이 있어서요.”

 나연은 유철한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안녕하세요.”

 나연은 민이의 일행에게 인사를 했다.

  “나연이 니가 여기 웬 일이냐?”

 유진이가 말했다.

  “선배랑 술 좀 마시러 왔어요. 여긴 단골이거든요. 근데 언니 그 목걸이 정말 이쁜데요.”

  “이건 니 언니가 오늘 민이 생일이라고 선물해 준 거야.”

 재수가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요? 근데 언니는 어디 갔어요?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

  “희연이는 오늘 할아버지 제삿날이라고 먼저 갔는데. 집안 일 도와야 된다고.”

 유진이가 대답을 했다.

  “예?”

 나연은 깜짝 놀랐다. 오늘이 할아버지 제삿날이었던 것을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연은 허겁지겁 유철이 앉은 자리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전 그만 가 봐야겠어요.”

  “뭐?”

  유철이 놀라며 물었다.

  “비상사태거든요.”

 나연은 옆자리에 놓았던 가방을 급히 어깨에 매었다.

  “비상사태라니? 무슨 말이야?”

  “오늘은 꼭 가야 할 데가 있거든요. 아무튼 제가 지금 가지 않으면 선배는 저 하늘나라에서밖에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우경이 곧 올 테니까 둘이서 맛있게 드세요. 계산은 제가 하고 갈게요.”

  나연은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한 후 술집을 나간 후 전속력으로 버스정류장으로 달렸다.

  나연이 술집을 나간 후 나연이 주문한 술과 음식이 나왔다. 유철은 혼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하여튼 엉뚱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나연이 술집을 나가고 10분이 지난 후 우경이 브람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경은 혼자서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 유철한테로 왔다.

  “나연이는요?”

  “갔어.”

  “예?”

  “비상사태래. 꼭 가야 할 데가 있다면서 지금 가지 않으면 자기를 하늘나라에서 밖에 볼 수 없을 거라고 하던데. 앉아, 우리끼리 먹자고.”

 우경은 자리에 앉았다. 두 명의 의예과 학생은 그 곳에서 한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천천히 얘기를 나눈 후 술집을 나와 헤어졌다.

 

  민이의 생일파티도 파장이 났다. 그들은 술집을 나와 헤어졌다. 유진과 혜진은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둘은 꽤 오랜 시간 침묵 속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유진은 걸어가면서도 흘끗흘끗 혜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혜진이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보면 볼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집이 어디야?”

  유진은 어렵게 침묵을 깨고 물었다. 유진은 내심으로 조금이라도 더 혜진이와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은 방향이기를 바랬다.

  “봉천동.”

  봉천동이라면 같은 방향이었다.

  “넌?”

  “압구정.”

 짧은 대화 후 두 학생의 대화는 다시 끊겼고 또 다시 둘 사이에는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둘은 어느 새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표를 끊고 난 후 두 학생은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자 당산행 열차가 들어왔다. 지하철이 역에 멈추자 둘은 지하철에 올라탔다. 지하철이 선릉역에 도착 할 때까지 여전히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

 “갈게. 잘 가.”

 지하철이 선릉역에 도착하자 3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유진이가 말했다.

 “응, 잘 가.”

 혜진은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하철에서 내린 유진은 3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걸어가면서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혜진이한테 무슨 말이라도 건넸으면 했는데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혜진을 이렇게 그냥 놓쳐 버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유진은 언젠가는 혜진에게 말하려 하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아니 지금도 유진은 마음속으로는 혜진이한테 수없이 말하며 걷고 있었다. 너를 사랑한다고.

 

  나연이가 큰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사상이 다 차려져 있었다. 큰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큰아버지의 아들인 도현이 절을 하기 위해 제사상 앞에 나란히 서 있었고 어머니, 언니는 뒤에서 단정한 모습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넌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한 장관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나연이를 보더니 나무랐다.

  “그만해라. 아버님, 앞이시잖니?”

 한 원장은 또 나연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나연은 어머니와 언니가 서 있는 곳 옆에 가서 섰다.

 세 남자가 제사상 앞에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 뒤에 단정히 서 있는 채 여사와 나연은 세 남자의 절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희연이만은 제사상 위에 올려져 있는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해 주던 할아버지는 희연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돌아가셨다. 희연이에게 그 일은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몸은 약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밝은 아이였던 희연은 그 충격으로 말수마저 줄어들었다. 심지어 소꿉친구로 같이 자라서 가장 친했던 유진이하고도 거의 얘기를 하지 않았다. 유진은 그런 희연이가 걱정됐다. 그래서 희연이한테 얘기를 해 보려고 했지만 언제나 희연이가 피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날이었다. 그 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던 유진은 앞에 희연이가 땅바닥을 보며 혼자서 외롭게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바닥만을 보며 걷던 희연이의 앞으로 자전거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고장 났는지 속도가 전혀 줄지 않았다. 자전거에 탄 사람은 하는 수 없이 벨을 계속 눌렀으나 희연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묵묵히 땅바닥만을 보며 걸었다. 결국 자전거는 희연이의 옆을 스치며 지나갔고 희연은 그 자리에 넘어지면서 발목을 삐었다. 유진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희연이한테로 뛰어갔다. 자전거는 이미 멀리감치 사라진 후였다.

  “괜찮아?”

 유진이가 걱정을 하며 물었다.

  “응.”

 희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일어섰다. 유진이가 부축을 해서 희연은 몇 걸음 걸었지만 또 발목을 삐끗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업혀.”

 유진이 뒤로 돌아 등을 내 주었다.

 희연은 놀란 얼굴로 유진의 등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해? 업히라니까. 걸을 수 없잖아?”

 하는 수 없이 희연은 유진이의 등에 업혔다. 유진은 희연을 업고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나도 니 기분 잘 알아. 너희 할아버지가 나도 너만큼 좋아한 거 너도 잘 알잖아. 나도 너만큼 슬프단 말야.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슬퍼할 순 없는 거잖아? 너희 할아버지가 너의 이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 방금 전에 자전거였으니까 다행이지 차였으며 정말 어떡할 뻔 했어?”

  희연은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눈물은 그치지를 않았다. 그 눈물에 유진이의 옷은 고스란히 다 젖었다. 하지만 유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희연이가 우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한참만에야 희연은 눈물을 그쳤다.

  “이제 괜찮은 거야?”

  “응.”

  희연은 유진이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사실 그 때 희연은 자기 부모님과 유진이 부모님이 이 다음에 유진이와 자기를 결혼시키기로 약속한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여자 아이가 그 사실을 깊이 생각할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 때 희연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는 유진이의 여자가 될 거라고 하늘에 맹세했다.

  제사가 모두 끝났고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담소를 즐기며 제사 음식을 들기 시작했다.

 

  밤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재수와 민이가 술집에서 나왔다. 잔뜩 구름이 낀 밤하늘엔 반달이 걸려 있었고 거리에는 이제 사람들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 술만 마시다가 술 땜에 저 세상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재수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그럼 어떻게 살 건데?”

  “굵고 짧게. 그게 멋있잖아?”

  “하여튼 폼 나는 것만 좋아해요. 난 그렇게 살진 않을련다. 난 가늘고 길게 살 거야.”

  “우린 여전히 극과 극이군.”

  “그걸 이제야 알았냐?”

  “머저리, 난 그만 가 봐야겠다.”

  “생일 축하한다.”

  “내 생일은 이미 지났어. 벌써 1시가 넘었다고. 앞으론 타이밍 좀 제대로 맞춰라.”

 민이는 말을 마치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민이의 말에 재수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민이의 생일인 5월 12일은 지나갔고 벌써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지자 재수는 취한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5월 달의 생일인 사람은 민이 혼자만이 아니었다. 3일 후면 소희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소희의 생일은 언제나 민이의 생일과는 딴 판이었다. 소희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버지한테 폭행을 당하지 않으면 운이 좋은 것이었다.

  ‘젠장’

 재수는 앞에 버려져 있는 맥주 캔을 힘껏 발로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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