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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in「原罪(원죄)」
작가 : 상처
작품등록일 : 2018.6.20

십대들의 혼수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연찮게 꾸게되는 꿈.
이 꿈속에서 탈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을 치는 주인공 '고은아'
그 과정이 펼쳐지는 이야기.
과연 은아는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Chapter 1. Dream #12
작성일 : 18-06-21 23:27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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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했지만, 이미 한번 겪은 일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큰 기대를 하기보다 오히려 신중하게 누군지 보이기를 기다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

 

 발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저것’의 모습이 불빛에 비추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를 닮은, 시간이 지나면 미래의 내 모습이 저렇게 변할 것 같은, 마치 나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그녀의 왼쪽 눈 밑에는 로마 숫자로 6(Ⅵ)이 적혀있고, 복장 자체는 평범한 교복인데 책가방이 있을 법한 등에는 어울리지 않게 야구방망이를 매고 있는 것에 대해 위화감을 느꼈다. 평범해 보이는 그녀의 등에 왜 야구방망이가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방망이 끝부분에는 휘어진 못은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무엇을 찾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혹시 난폭하게 행동했던, 목소리만 들린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닐까란 의혹이 들었다. 하지만 목소리만 들었을 뿐, 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쉽사리 확신할 수도 없었기에 별 수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는 아무리 찾아도 찾는 것이 없었는지 몹시 화가 난 듯이 외모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거친 욕설을 뱉었고,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의혹은 확신으로 번졌다.

 

 아마도 그녀가 찾는 것은 누군지 모르지만 목소리만 들렸던, 장난기 가득한 그 남성을 찾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행동으로 봐서는 결국 놓쳤는지,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다녔다. 쉽게 화를 풀지 못하고 다니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이 됐을 정도였다.

 

 여기저기 부수면서 떠다니며 돌아다니는 형체들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이 신경 쓰지도 않고 지나쳤다. 그건 형체들도 마찬가지일 듯싶었다. 하지만 그런 형체들의 시선이 갑자기 한 곳으로 향했다. 시종일관 묵묵히 있던 형체들의 반응을 느꼈는지, 그녀 역시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분이 안 풀리던 찰나에 적절하게..”

 

 기쁜 건지, 짜증 난 건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목소리 톤으로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주변의 분위기가 차츰 변하더니 이내 싸늘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형체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쳐다보니 구석에 있던 형체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반투명했던 몸은 검은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처럼 시커멓게 되더니 없던 다리가 생겼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의 표정은 웃고 있으며, 왼쪽 눈 밑에는 물음표(?)가 새겨져있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가면을 쓴 형체와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형체는 예상치도 못한 걸 봤다는 듯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하지만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정적을 먼저 깬 것은 그녀였다.

 

 서다 쳐다보며 아무런 행동도 없던 게 무색할 정도로 긴말 필요 없다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형체를 향해 한걸음 내딛자 이상한 걸 알아차렸는지 형체는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도망치듯이 뛰어갔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전력을 다해 뛰어갔다는 걸 말해주듯이 발소리도 빠르게 사라졌다.

 

 눈앞에서 형체가 사라졌으며, 그 격차가 많이 벌어졌는지 소리가 들리지도 않자 그녀는 그제야 여태까지 참았다는 듯 큰소리로 미친 듯이 깔깔댔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 이윽고 환기구까지 울려 퍼지자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때의 공포감이 되살아났다. 그 느낌은 이미 몸에 새겨졌는지 자연스레 이마에 식은땀이 비 오듯이 흘렀다.

 

 불빛을 등에 지고 얼핏 비친 그녀의 얼굴. 신났다는 듯이 찢어질 듯이 올라간 입꼬리. 그 표정을 보자 내가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었단 것을 깨달았다. 다시는 잊히질 않을 법한 그 미소가 빠르게 뇌리에 새겨졌다.

 

 환기구에 울려 퍼지던 소리가 잦아질 때쯤 그녀는 등에 매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가볍게 오른손에 움켜쥐고는 빠른 속도로 형체가 도망간 방향으로 달리자 눈 깜박할 사이에 그녀가 사라졌다. 무서워서 그런지, 긴장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사라지고 나서야 뒤늦게 달리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둘 다 사라지자 주위 형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처음 봤던 그때처럼 모르겠단 식으로 갈 길을 갔다. 나도 안심하고는 긴장을 풀고는 이곳에 벗어날 생각을 하려고 하자 멀리서 희미하게 “퍽”하는, 무언가에 맞은듯한 묵직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짧고 선명하게 들린 그 소리에 몸이 경직되더니 불길한 생각이 발목을 잡았다.

 

 ‘설마..’

 

 생각이 오래가질 못했다. 아니겠지, 아닐 거라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생각하려고 하자 정신 차리라는 듯이 저 멀리서 걸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별일 없었다는 듯이 처음 봤던 그때의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표정과는 상반되게 온몸에는 붉은색 무언가를 곳곳에 묻히고는 다시 주변을 살피는 그녀를 보자 불길한 생각은 이윽고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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