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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24화-이목을 피할 땐 역시 이거지
작성일 : 19-10-10 18:17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6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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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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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해는 머리 위로 높게 떠올랐고 저잣거리에는 더욱 사람들이 몰려와 북적였다.

 

  백제의 저잣거리는 대충 조선시대의 장시와 느낌이 비슷했다.

 

  좌우로 길게 늘어선 상점에서 다양한 물건을 팔았고 사람들이 오가며 그 물건들을 구경했다.

 

  하지만 조선시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연 사람들의 복색이었다.

 

  평민들의 복색은 그리 특이할 것은 없었다.

 

  평민들은 나처럼 저고리를 입고 허리띠를 맨 차림이었다.

 

  다만 남자는 바지를, 여자는 치마를 입었다는 점만 달랐다.

 

  하지만 복색의 특이함은 상위 계층으로 갈수록 그 개성이 두드러졌다.

 

  귀족들의 복색은 평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평민과 달리 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었고 소매가 더욱 넓다는 정도의 차이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말한 것은 옷이 아니고 바로 장신구였다.

 

  남자나 여자를 막론하고 귀에는 치렁치렁한 귀걸이를, 팔에는 팔찌며 반지를 주렁주렁 꼈다.

 

  백제의 남자들은 몸치장에 관심이 많은 듯 여자보다도 더욱 화려하게 꾸민 남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 중 몇몇은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여자들의 태도였다.

 

  조선시대의 여자들은 외출할 때 죄인마냥 장옷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백제에서 그런 풍습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평민이건 노비이건, 귀족이건 여자들은 얼굴을 가리지도, 행동을 조심하지도 않았다.

 

  여자들의 행동 구석구석에선 당당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커플들의 모습이었다.

 

  방금 내 옆으로 귀족 커플이 지나갔는데 그들은 벌건 대낮임에도 서로의 손을 잡고 진한 애정행각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야, 고대가 훨씬 개방적이네. 개방적이야….”

 

  자연스레 고개를 꺾어 스쳐지나가는 귀족 커플을 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과도하게 꺾은 목덜미에서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자 난 그제야 잊었던 내 본분을 기억해내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상점들을 쭉 둘러보던 내 발걸음이 한 곳에서 멈추었다.

 

  내가 진열된 물건들을 조금 보고 있자 싹싹한 얼굴의 여주인이 다가왔다.

 

  “고운 아가씨, 찾는 물건이 있소?”

 

  “술을 좀 사려고 하는데요.”

 

  내가 즐비하게 진열된 술독을 바라보며 말하자 여주인이 후다닥 내게 다가와 요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솔주인데 그 향이 기가 막힙지요. 이 빛깔 한 번 보셔요. 누르스름하면서도 맑은 빛을 띠는 것이 최상품이랍니다. 이 맛을 잊지 못해 글쎄 출가했던 승려가 왕흥사를 뛰쳐나왔다는 속설도 있소.”

 

  “으음….”

 

  내 반응이 뜨뜻미지근하자 여주인이 이번엔 다른 술독의 뚜껑을 열었다.

 

  “이것은 어떻소? 동모산 기슭에서 잡았다는 백년 묶은 구렁이로 담근 술인데 글쎄 이것을 먹고 다 죽어가던 노인네가 벌떡 일어났지 뭐요? 그 노인네 나이가 올해 90이라오. 몇 해 전 초상 치를 것을 대비해 짜놓은 관이 아직꺼정 그 집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 있답디다. 내 오늘 첫 손님이고 하니 특별히 싸게 해 드리겠소.”

 

  “얼만데요?”

 

  내가 관심을 보이자 여주인은 선심 썼다는 듯이 검지를 치켜들었다.

 

  “단돈 베 1필이라오.”

 

  “네?! 너무 비싼 것 아니에요? 좀 더 싼 걸로 추천해주세요.”

 

  그 뒤로도 여주인은 이 술독, 저 술독의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설명을 했지만 죄다 내 수중의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격이었다.

 

  내가 점점 더 싼 것을 요구하자 이제 주인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고 목소리도 냉랭해졌다.

 

  “설마 이런 것을 원하는 건 아닐테지요? 빛깔로 보나 맛으로 보나 하품 중 최하품이올시다. 이런 것은 그저 집에서나 빚어먹을 수 있는 정도의 술보다도 못하오.”

 

  여주인이 뚱한 표정으로 술독을 열자 시큼한 냄새와 함께 군데군데 이물이 둥둥 떠 있는 탁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은 얼마에요?”

 

  “이것을 사시려고? 에헤이, 상도덕이 있지. 이런 볼품없는 물건을 팔았다가 내 신용이 땅에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그러지 말고 내게 이것을 파시오. 가진 것은 이것이 전부이나….”

 

  내가 품에서 주섬주섬 돌돌 말은 꼬깃꼬깃한 베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오래전 앓아누운 내 늙은 아비가 죽기 전 꼭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하나,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사정인지라 이것밖에 준비하지 못하였소. 그러니 헐값이겠지만 이것을 내게 파시오. 주인장.”

 

  내가 사뭇 눈시울을 붉히며 말하자 냉랭했던 여주인의 얼굴이 햇살에 눈 녹듯 스르르 풀렸다.

 

  “아이구, 이런 효녀를 봤나! 기다려보시오!”

 

  상점 안에서 여주인은 작은 나무 술병과 표주박을 들고 나타났다.

 

  여주인은 내가 사겠다는 술독의 뚜껑을 닫고 그 옆에 있던 술독의 뚜껑을 열었다.

 

  “내 아가씨 사정이 딱하여 주는 것이오. 어디 가서 절대 이 가격으로 술을 샀다고 하지 마시오! 아이고, 그런데 참 팔자도 기구하지. 보아하니 부모의 나이도 꽤 젊을 듯 한데…. 부처님도 참 무심하시지. 에고, 에고.”

 

  아까 보여준 술보다도 훨씬 품질이 좋아 보이는 탁주를 표주박으로 떠 나무술병에 담으면서도 여주인은 연신 나의 기구한 삶을 한탄했다.

 

  어찌나 한탄을 길게 늘어놓던지 나중에는 거짓말을 한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감사하오, 많이 파시오!”

 

  내가 품속에 작은 술병을 넣으며 여주인에게 손을 흔들자 여주인도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술을 마시고 아비가 정신을 차리거든 다시 오시오! 그땐 무상으로 주겠소!”

 

  그녀의 마지막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부처님,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요.”

 

  내가 손을 지그시 합장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느새 작열하는 태양은 내 머리 꼭대기까지 솟아올랐다.

 

  나는 저잣거리를 천천히 거닐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나는 허기를 느낀 지 오래였으나 술을 사느라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쫄쫄 굶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을 파는 노점 옆을 지날 때면 괴롭기 그지없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 입맛엔 밋밋하고 심심한 백제의 음식은 별로였지만 지금은 보는 것마다 맛있어 보여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꼴깍 삼켰다.

 

  내가 입맛을 다시며 노점에 진열된 음식을 보고 있을 때였다.

 

  내 어깨가 툭하며 누군가와 부딪쳤다.

 

  난데없는 접촉사고에 배고픔으로 예민해진 난 나와 부딪힌 상대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눈깔이 뒤통수에 달렸어요?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녀요. 장님도 댁보다는 눈이 밝겠네.”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떡하니 서 있는 그대의 잘못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오?”

 

  날선 내 말을 보기 좋게 받아친 그 사람을 보고 내 눈이 커졌다.

 

  “어? 나리가 어찌….”

 

  “그건 내가 할 말이오. 미리.”

 

  그 사람은 바로 해동이었다.

 

  그도 내 얼굴을 보고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채 굳어버린 듯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기로 소문난 사비성 저잣거리다.

 

  “어허, 거참. 이리 길목을 막고 있으면 쓰것소?”

 

  한 남자가 내 어깨를 툭하고 치고 불평의 말을 하며 사라졌다.

 

  그 충격으로 몸이 앞으로 쏠려 넘어질 뻔한 날 해동이 잡아주었다.

 

  “일단 걸읍시다. 이러다 인파에 치이겠소.”

 

  나와 해동은 나란히 저잣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거리를 걷다보니 우리를 따라오는 여인네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농염한 표정으로 해동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귀족부인부터 저들끼리 키득거리며 훔쳐보는 평민 여자무리, 그리고 주인의 말을 끌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여종까지.

 

  사비성의 모든 여인들이 해동의 자태를 훔쳐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리께선 저잣거리엔 어쩐 일입니까?”

 

  “개인적으로 알아 볼 것이 있어 그러오. 그러는 미리, 그대는 어찌 백제궁에 있지 않고 이곳을 배회하고 다니는 것이오?”

 

  마치 허락 없이 마실 나온 여종을 나무라는 듯한 말투에 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저도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서 나왔거든요?”

 

  투덜거리는 내 말을 해동이 조용히 막았다.

 

  “쉿. 조용히 하고 날 따라오시오.”

 

  해동은 큰길가 어귀로 향했다.

 

  그리고 큰길 옆으로 작은 골목이 시작되는 곳에서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의 손에 이끌려 난 작은 골목으로 끌려 들어왔다.

 

  내가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해동이 날 골목 벽에 밀치고 그도 몸을 내게 붙여 바짝 몸을 낮췄다.

 

  “왜, 왜 이러세요?”

 

  내가 벌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마주치면 곤란한 사람이 있어 그러오.”

 

  그의 설명에 상황판단이 끝났다.

 

  내가 음흉한 미소를 씩 지어보이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마주보고 선 그의 어깨에 양팔을 턱하고 걸쳤다.

 

  나의 행동에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제 어깨에 걸린 내 팔을 흘끗 바라보자 내가 팔을 당겨 그의 몸을 끌어당겼다.

 

  이제 그와 나의 거리는 아찔할 만큼 가까웠다.

 

  그가 뭐라 항의하기도 전에 나는 그의 고개를 골목 입구 반대편으로 획 돌렸다.

 

  아마도 큰길가에서 본다면 나와 해동은 찐한 키스를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역시 위기를 모면할 땐 이게 최고지.

 

  당황으로 동공이 흔들리는 해동의 눈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외모는 상상했던 것 보다 더욱 수려했다.

 

  ‘아, 확 실수인 척… 해 버릴까?’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그의 도톰한 입술을 보며 내가 잠시 이성을 잃을 뻔하였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바로 잡았다.

 

  억겁처럼 느껴지던 짧은 시간이 지날 때까지 내 심장은 사정없이 휘모리장단을 향해 쿵쾅거렸다.

 

  ‘꼬르르르륵.’

 

  그 때 눈치 없이 내 배에서 배꼽시계가 우렁차게 울렸다.

 

  이 망할 놈의 위장아! 지금 밥 달라고 재촉할 데가 아니라고! 지금 주인님이 백제에서 봄날을 맞이하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섰거늘!

 

  하지만 내 심정과 달리 뱃속은 천둥이 치듯 다시 우렁찬 소리를 내뱉었다.

 

  “크흐흐흐흑.”

 

  그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해동의 어깨가 떨리며 그가 고개를 떨궜다.

 

  “에이씨, 망할….”

 

  “크하하하하학!”

 

  해동은 이제 어깨를 들썩거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내 어깨에 이마를 박고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웃지 마요!”

 

  내 절박한 외침에 돌아오는 것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꼬르륵거리는 소리였다.

 

  “끼니를 거른 것 같은데…. 뭐라도 드시겠소?”

 

  “됐거든요…!”

 

  ‘꼬르르르륵.’

 

  그의 제안에 괜히 민망해하던 내가 거절하자마 위장이 시위하듯 우렁차게 꿀렁거렸다.

 

  “곤란한 처지에서 날 도와준 보답이라고 생각하시오.”

 

  “그럼… 감사히 먹을 게요.”

 

  내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내 손을 붙잡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주막과 비슷한 곳이었다.

 

  마당에 작은 평상들이 놓여 있었고, 그곳에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곧 뜨끈한 국밥처럼 생긴 음식을 우리 앞에 놓았다.

 

  눈앞에 놓인 음식을 보자 내 침샘이 주책없이 폭발했다.

 

  “잘 먹겠습니다!”

 

  내가 우렁차게 식사 전 인사를 하고 숟가락으로 김이 펄펄 나는 국밥을 가득 떠 입에 넣었다.

 

  “으어어어… 마이따.”

 

  “뜨거우니 천천히 드시오.”

 

  국밥이 나오자마자 전투적으로 입에 밀어 넣는 나와 달리 해동은 아직 숟가락으로 국밥을 휘휘 저을 뿐 제대로 된 맛을 보지 않았다.

 

  국밥의 맛은 돼지 냄새가 강하게 나는 돼지 국밥과 맛이 비슷했다.

 

  돼지 냄새가 나든, 오소리 냄새가 나든 쫄쫄 굶은 내겐 어쨌든 꿀맛이었다.

 

  내가 그릇을 들고 국물을 쭉 들이킬 때까지도 해동의 국밥은 그대로였다.

 

  아니, 무슨 남정네가 입이 이렇게 짧아?

 

  이미 반이나 줄은 국밥을 다시 크게 입에 쑤셔 넣으며 나는 해동의 그릇에 있는 음식을 곁눈질했다.

 

  “더 드시오. 난 배가 그리 고프지 않소.”

 

  나의 탐욕적인 눈길을 눈치 챘는지 해동이 자신의 그릇을 들어 국밥의 절반 이상을 내 그릇에 덜어주며 말했다.

 

  “아, 간다함니다.”

 

  아직 양 볼에 가득한 음식을 씹으며 내가 얼른 고개를 꾸벅했다.

 

  말뜻과 달리 내 손을 얼른 다시 숟가락으로 국밥을 가득 떠 입속에 우겨넣었다.

 

  몇 숟가락 떠먹는 듯, 마는 듯 하던 해동은 이제 아예 숟가락을 내려놓고 걸신들린 듯 맛깔나게 국밥을 흡입하는 날 지그시 쳐다봤다.

 

  결국 그는 남은 그의 국밥마저 내 그릇에 몽땅 덜어주었다.

 

  “하아! 항복! 이제 더 이상 못 먹겠어!”

 

  항복 선원을 외친 나는 올챙이배처럼 볼록 나온 배를 통통 두드리며 평상에 드러누웠다.

 

  대자로 뻗은 나의 다리 쪽에 놓인 작은 상에는 내 말과 달리 설거지 할 거리도 없이 깨끗한 그릇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흡족한 표정으로 그득한 배를 문지르는 사이 해동이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손을 뻗어 굳은살이 가득한 큼직한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부인이 한창 먹을 때죠잉? 뱃속에 애가 들어서면 그렇다니까? 신랑을 닮아 애도 인물이 훤칠하겠네, 훤칠하것어.”

 

  끄응하며 힘들게 몸을 일으키던 내게 주인장이 다가와 우리가 먹은 그릇들을 치우며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주인장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내 모습과 음식으로 인해 볼록 나온 내 배를 보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어머! 어찌 알았대요? 요새 몸이 무거워 한 걸음 떼는 것도 숨이 차 죽겠어요. 여보, 갑시다.”

 

  주인장의 오해에 해명을 하려던 해동의 말을 내가 막아섰다.

 

  그 말에 해동은 어이없다는 듯이 주막을 나서는 내 뒤통수를 쳐다봤다.

 

  “아이고, 이보시게. 한 그릇 가격만 받을 터이니, 이 돈으로 부인 맛있는 거나 사주시게. 애를 뱄을 때 서러움은 평생 간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아까 먹는 걸 보아하니 웬만한 살림살이는 거덜 내게 생겼더만….”

 

  음식 값을 치르고 나가는 해동의 손을 붙잡으며 주인장이 동정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주인장의 계속되는 오해에 쩔쩔매는 해동을 슬쩍 쳐다보고는 씨익 웃으며 주막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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