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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8화-귀신의 집, 귀택전
작성일 : 19-09-24 19:06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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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처소로 돌아온 난 화인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이불에 누워 뒹굴며 시간을 보냈다.

 

  화인은 침방에서 가져온 바느질거리를 하면서 내 얘기를 들으며 간혹 미소를 지었다.

 

  리타는 여전히 우리와 섞이지 않겠다는 듯이 이불을 덮고 우리를 등지고 누워있었다.

 

  “근데 그 귀택전이란 곳 말이야….”

 

  “난 별로 그곳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여름에도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친단 말이야.”

 

  “왜에~ 나 무서운 얘기 좋아해. 더울 땐 원래 이런 얘기하면서 땀도 식히고 그러는 거야.”

 

  내가 계속 떼를 쓰자 화인이 바느질감을 손에서 내려놓고 귀택전이란 곳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건 실제로 내 벗의 벗의 벗이 겪은 얘기인데…. 그 아이가 어느 날 해가 지고 귀택전 근처를 지나게 된 거야. 그 때도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이었어. 평소 겁이 많았던 그 아이는 처소로 향하는 길을 재촉했지. 그런데 웬걸. 가도 가도 처소는 나타나지 않고 계속 귀택전으로 돌아오더라는 거야. 그리고 그때 귀택전 안에서 도깨비불처럼 환한 빛이 팟! 하고 켜졌고, 그 아이는 뭐에 홀린 것처럼 그 빛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귀택전 안에 있었는데, 아무도 없었는데도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중얼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대. 그리고 분명 밖은 찌는 듯이 더웠는데 그곳 안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한기가 들더라는 거야. 폐허가 된 그 전각 안에서 그 아이는 이리저리 헤매다 무언가에 어깨가 툭하고 부딪히는 느낌이 나 뒤를 돌아봤더니…!”

 

  꿀꺽.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 밝지 않은 등잔불 아래에서 잔뜩 음영이 드리운 화인의 얼굴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에비!”

 

  “아아악!”

 

  갑자기 화인이 내 어깨를 왁하고 붙잡자 내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워! 이것들아!”

 

  잔뜩 겁먹은 얼굴로 반쯤 뒤로 드러누운 날 보며 화인이 소리를 죽인 채 배를 잡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리타는 뭐라고 불평하며 이불을 신경질적으로 들썩거렸다.

 

  “아이씨, 완전 놀랐잖아….”

 

  “으흐흐흐흐, 흐흑. 아… 미안. 큭큭. 그치만… 하하, 네 표정이 너무 웃긴 걸 어떻게…. 흐흐.”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라고, 네가 갑자기 그러니까 놀란 거라고.”

 

  “하아… 알았어. 하하하. 우리 미리는 귀신 안 무서워하니까. 크크큭.”

 

  화인의 놀리는 말에 난 입을 삐쭉 내밀었다.

 

  내가 봐온 공포영화가 몇 편인데 이런 시시껄렁한 괴담에 무서워할 리가 있겠어?

 

  “크크크큭.”

 

  “그만 웃으라고!”

 

  “시끄러워, 이 계집애야!”

 

  결국 리타가 매서운 눈으로 나와 화인에게 베개를 던지는 것으로 상황은 종결되었고 우리는 자기 위해 불을 끄고 누웠다.

 

  아직도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화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래서 그 애가 본 게 뭐였는데?”

 

  내가 화인에게 속삭였다.

 

  “거꾸로 매달린 귀신이었대. 근데 그 아이가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져서 자세히는 못 봤다나봐.”

 

  “쳇, 시시껄렁한 괴담이네.”

 

  내 말에 화인이 다시 흡! 하는 소리를 내며 웃음을 참자 난 그녀가 덮은 이불을 주먹으로 쳤다.

 

  “고리타가 또 지랄하기 전에 자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잠들었는지 방안엔 화인과 리타가 뱉어내는 낮은 숨소리만 가득했다.

 

  하지만 여전히 난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렸다.

 

  ‘아니, 무슨 백제시대에도 열대야가 있어? 더워서 잠을 못자겠네.’

 

  나는 계속 뒤척거리다 땀에 찐득거리는 불쾌함에 이불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아, 밖이 훨씬 시원하네.”

 

  세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찬 좁은 공간에 있다 밖에 나오니 미지근한 바람조차 시원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달도 구름 뒤에 숨어 한층 더 컴컴했다.

 

  밖에 앉아 바람을 쐬던 난 허리띠 안에 숨긴 사밀의 밀서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이걸 해독해봐야 할 텐데….

 

  ‘그곳은 오래전 모습 그대로라서 서책들도 많이 남아 있다고 언뜻 들은 것 같아.’

 

  그때 화인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서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끈 안에서 미니 손전등을 꺼내 켰다.

 

  저벅저벅.

 

  손전등의 창백한 빛에 의지해 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소쩍, 소쩍.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불길하게 느껴졌다.

 

  평소엔 찌르르 잘만 울던 풀벌레들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는지 조용했다.

 

  대신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효과음과 같은 이름 모를 새소리가 가끔씩 허공을 맴돌았다.

 

  “이 길이 원래 이렇게 길었나?”

 

  빨래터로 향하는 길을 누가 엿가락 늘리듯 늘려놓은 듯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한참을 걷던 난 드디어 화인이 말한 그곳을 발견했다.

 

  ‘귀택전….’

 

  내가 손전등을 들어 폐허가 된 전각을 비춰봤다.

 

  기와는 여기저기 깨져있고 그 사이로 잡초가 삐쭉삐쭉 튀어나와 그 모양이 더욱 기괴해 보였다.

 

  문짝은 부서진 채 위태롭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곳곳에는 큼지막한 거미줄이 얼기설기 얽혀있었다.

 

  “귀신은, 무슨 귀신. 나와 보라고 하지. 내가 다 때려잡아 줄 테니까.”

 

  괜히 큰소리로 지껄이던 난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끼익-’

 

  발을 디디자 기분 나쁜 삐걱거리는 소리가 전각 안을 메웠다.

 

  식은땀으로 손전등을 잡은 손이 미끌거렸고 내 팔에는 도돌도돌 닭살이 돋아났다.

 

  “책만 찾아서 나가는 거야…. 책만 찾아서….”

 

  중얼거리며 난 이러 저리 손전등을 비춰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 책장처럼 보이는 가구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성큼성큼 다가가자 무언가가 내 얼굴에 확 달라붙는 것인 느껴졌다.

 

  “야이 씨X, XX XXXX!”

 

  내 입에서 험한 육두문자가 줄기차게 나오며 몸부림을 친 뒤에야 얼굴에 달라붙은 것이 거미줄이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십년감수했네. 이놈의 거미새끼는 왜 이딴 곳에다 집을 지어놓고 난리야?!”

 

  죄 없는 거미에게 욕지거리를 뱉어내던 난 손전등 불빛에 드러난 책장에 꽂혀진 수많은 책들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좋아, 일단 책은 찾았고…. 한자 공부할 만한 책이 어디 있나 찾아보자.”

 

  난 손전등을 한손에 쥐고 책장에서 쓸 만할 책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한참동안 책을 꺼내 펼쳐보고 다시 꽂는 것을 반복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얕은 한숨을 쉬며 다시 책장에서 책을 빼 펼치는 순간.

 

  ‘끼이익- 끼익-’

 

  희미하지만 저 멀리서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소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채 손전등의 빛을 손으로 가리고 소리가 난 쪽을 응시했다.

 

  시커먼 어둠과 희미하게 책장들의 윤곽만 어렴풋이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삐걱- 삐이걱-’

 

  다시 들린 소리는 조금 더 내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난 곳은 내 앞이나 옆이 아니고… 내 위였다.

 

  ‘그 아이가 본 건 거꾸로 매달린 귀신이었대.’

 

  하필이면 그때 화인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천장에 돌아다니는 쥐새끼겠지. 무슨 귀신이야!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내 직감은 그 소리의 주인공이 쥐가 아니라고 소리쳤다.

 

  어릴 적 할머니 집 천장에서 들리던 쥐 소리는 투다다닥하는 꼭 발톱으로 나무를 긁는 소리를 냈다.

 

  쥐가 이렇게 희미하게 삐걱 거리는 소리만 낼 리가 없었다.

 

  내가 온갖 상상으로 굳어있던 그때 다시 내 머리위에서 희미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꿀꺽.

 

  손전등 빛을 가린 손을 꼼지락 거리던 난 홱 몸을 돌리며 손전등으로 소리가 난 곳을 비췄다.

 

  “아아아악! 귀신이다!!!”

 

  내 머리 바로 위에 거꾸로 매달린 귀신이 있었다.

 

  축 늘어트린 미역줄기 같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손전등의 불빛에 비친 허연 얼굴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귀신 역시 날 보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도깨비다!!”

 

  나는 귀신의 비명을 이해하기도 전에 쥐고 있던 책을 힘껏 던졌고 책은 그대로 귀신의 얼굴에 명중했다.

 

  그 충격에 쿵하며 그 귀신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귀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떨어졌다.

 

  “뭐야! 사람이잖아? 아니,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이딴 짓을 해?! 무고한 사람을 놀리니까 좋았냐! 이 버러지 같은 놈아! 오냐, 내가 귀신 잡는 해병대 나온 사람의 동생 되는 사람이다! 오늘 너 저승사자랑 쎄쎄쎄하고 염라대왕이랑 심층면접하게 해주마!”

 

  나는 분노의 감정을 실어 그 사람에게 사정없이 발길질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나 죽네! 도깨비한테 나 죽어!”

 

  “이게 아까부터 자꾸 사람을 도깨비래?!”

 

  “도깨비불을 부리는 자가 도깨비 말고 뭐가 더 있단 말이오!”

 

  그제야 나는 그 사람이 내 손에 들린 손전등을 보고 도깨비불이라고 하는 것을 알아챘다.

 

  난 얼른 손전등을 껐다.

 

  “이건 도깨비불이 아니고…! 근데 당신은 대체 누구야?”

 

  “난…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에 난 발길질하는 것을 멈췄다.

 

  “폐허를 관리하는 사람도 있단 말이…에요?”

 

  내 물음에 그가 일어나 옷을 털었다.

 

  “폐허가 아니고 여긴 서책들을 보관하는 곳이지요. 그리고 전 이곳을 관리하는 목마지라고 하오.”

 

  “이봐요. 눈이 달렸으면 이곳을 좀 둘러봐요. 이게 지금 관리되고 있는 곳의 모습인지. 제 눈엔 폐허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안 보이는데요? 그리고 궁녀들 사이에선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귀택전으로 알려져 있다고요.”

 

  “오, 그 말은… 당신은 이곳 백제궁의 궁녀란 말이오?”

 

  어느새 곁에 다가온 목마지가 내 귀에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 난 화들짝 놀라 책장에 몸을 붙였다.

 

  뭐야, 이 변태는….

 

  “뭐가 됐던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닐 텐데요?”

 

  “당신이 아니고 목마지오. 그리고… 난 이곳에 들어온 낭자에게 참견할 충분한 자격이 있소. 이곳의 책을 보려고 했으니까, 안 그렇소? 어… 이름이….”

 

  “미리. 한미리에요.”

 

  “그래요. 미리궁녀. 근데 머리색이 참 독특하오.”

 

  어느새 또 곁에 다가온 목마지가 내 붉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더니 내 머리카락을 잡고 냄새를 맡듯 코에 갔다댔다.

 

  “뭐하는 거예요?! 변태처럼!”

 

  내가 그의 손에서 머리카락을 홱 뺏었다.

 

  “변태라… 칭찬이오?”

 

  “네, 네. 맘대로 생각하세요. 변태나리.”

 

  그의 물음에 대충 대답한 난 다시 책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두운 탓에 뭐가 어떤 책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귀족인 걸 어떻게 알았소? 정말 도깨비 아니오?”

 

  “궁인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왕족일리는 없고… 그럼 귀족이겠죠. 그리고 옷차림새도 그렇고요.”

 

  “오호…. 나름 예리하군. 하지만 귀족이라고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오. 난 그저 몰락해가는 가문 출신일 뿐이니까 말이오. 이곳을 맡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 예.”

 

  나는 귀찮다는 듯이 그의 말에 대충 대꾸했지만 그는 계속 내 옆에 달라붙으며 말을 걸었다.

 

  그것 참 수다스런 귀족나리일세.

 

  “미리궁녀는 왜 머리색이 빨갛소?”

 

  “보통 궁녀들은 날 보면 줄행랑을 치던데 어떻게 날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소?”

 

  “어디서 일하고 있소?”

 

  이런 시시껄렁한 질문을 하며 따라붙는 그를 피해 나는 책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그는 철거머리처럼 날 따라왔다.

 

  내가 왼쪽으로 돌면 그는 어느새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책장에 기댄 채 날 막아섰고 내가 대꾸하지 않으면 그는 얼굴을 내밀어 나를 귀찮게 했다.

 

  “아! 진짜, 가뜩이나 어두워서 안 보이는데 계속 이럴래요?”

 

  “자, 이제 잘 보이시오?”

 

  목마지가 어느새 등불을 가져와 내 앞을 비추었다.

 

  나는 등을 들고 태연하게 웃는 목마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젊은 그의 얼굴은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풋풋함을 지니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트리고 웃는 그의 모습은 사실… 내가 보기에도 사람을 끌어 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고마워요.”

 

  “그럼 무슨 책을 찾는지 알려주시겠소?”

 

  나는 경계를 하며 머뭇거렸다.

 

  “괜찮소. 난 이곳의 관리자니까 당신을 도와주려는 것뿐이오. 어서 말해보시오. 무슨 책을 찾으시오?”

 

  “한자 공부할 교재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목마지는 씩 웃더니 뒤쪽 책장으로 가 책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게 도움이 될 거요. 천자문이란 책인데, 한자를 입문하기에 더없이 좋지요. 왕인박사가 왜국에 건너가 이 책을 전했을 정도로 말이오.”

 

  “아, 감사합니다.”

 

  내가 그의 손에 들린 천자문을 잡으려하자 그가 책을 든 손을 높이 들었다.

 

  내가 까치발을 들어 손을 쭉 뻗자 그도 덩달아 손을 더 높이 쳐들었다.

 

  “뭐하는 거예요?”

 

  “책을 찾아주겠다고 했지 미리궁녀에게 책을 주겠다고는 안했소.”

 

  난 약 올리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태연자약하게 말하는 목마지를 노려봤다.

 

  “뭐하자는 거예요?”

 

  “내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줬으니 이번엔 미리궁녀 차례요.”

 

  팔짱을 끼고 그를 노려보던 난 고개를 돌리며 체념한 듯 말했다.

 

  “…알았어요. 변태 나리의 부탁은 뭔데요?”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천자문을 잡았던 손을 내리고 내게 성큼 다가와 허리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같게 했다.

 

  난 본능적으로 그가 다가오자 허리를 젖혀 의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의 입에선 예상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내가 미리궁녀의 한자공부를 가르칠 수 있게 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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