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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21화-갑자기 분위기 부정맥
작성일 : 19-10-07 14:12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6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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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끼에에엑!”

 

  “으아아악!”

 

  집채만 한 멧돼지가 뜨거운 숨을 뱉으며 내게 달려왔다.

 

  울음을 내뱉느라 벌어진 입에선 끈적거리는 침이 튀겼고 오백 원 동전 3개는 들어갈 것 같은 거대한 콧구멍에서는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핏발선 튀어나온 두 눈은 내게 달려드는 이 생명체가 이성을 잃었음을 얘기해줬다.

 

  물론, 멧돼지가 무슨 이성이 있겠냐만은!

 

  어쨌든, 지금 저 멧돼지는 제정신이 아니라 이 말이었다.

 

  “오지 마! 이 미친 돼지새끼야!”

 

  나는 고함을 지르며 치렁치렁한 치맛자락을 손으로 번쩍 들고 제법 커 보이는 상수리나무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젠장할! 망할! 염병할!”

 

  생전 나무라곤 타 본적이 없는 내가 나무에 오르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가죽신을 신은 내 발은 매끈한 나무껍질에 자꾸만 미끄러졌다.

 

  이제 나와 멧돼지의 거리는 3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연애도 못해보고 죽기는 싫다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내가 악을 쓰며 펄쩍 뛰어올랐다.

 

  양팔과 양 다리를 개구리처럼 쫙 벌려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나무둥치에 철썩 매달렸다.

 

  “끼에에에엑!”

 

  바로 뒤에서 멧돼지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우, 고대라 그런지 멧돼지 울음소리 한 번 걸쭉하네!

 

  피융-

 

  내가 매달린 나무 옆으로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며 쑥하고 지나갔다.

 

  “끼에에에에엑!!”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울음소리에 힘겹게 나무에 달라붙어있던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훔쳐봤다.

 

  나와 1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멧돼지가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멧돼지가 기염을 토하며 앞발을 들어 목을 젖히는 순간이었다.

 

  피융-

 

  푸욱!

 

  “꾸에에…엑!”

 

  늘씬한 화살 하나가 날아와 정확히 멧돼지의 목을 꿰뚫었다.

 

  화살로 인해 기도가 폐쇄되자 멧돼지의 육중한 몸이 쿵하고 땅에 쓰러졌다.

 

  단 한 발의 화살로 코끼리 새끼만한 멧돼지를 제압하다니!

 

  내가 속으로 감탄을 하던 그 때, 내 팔과 다리가 저려오며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악!”

 

  결국 손에 힘이 풀리며 난 그대로 뒤로 떨어졌다.

 

  풀썩.

 

  딱딱한 돌덩이에 대갈통이 깨지겠다는 내 예상과 달리 나는 부드러운 어떤 것 위에 폭하고 떨어졌다.

 

  으잉? 설마 멧돼지 위에 떨어진 건가?

 

  근데 멧돼지 몸이 이렇게 부드러웠나?

 

  백제 멧돼지는 가죽이 비단으로 된 거야, 뭐야?

 

  “괜찮으시오?”

 

  안위를 묻는 말에 난 질끈 감았던 눈을 찔끔 떴다.

 

  단춧구멍처럼 작은 시야에 잘생긴 얼굴이 들어왔다.

 

  난 괜히 놀라 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기절한 척하지 마시오.”

 

  그의 목소리에 나는 눈을 확 떴다.

 

  “기절한 척이라니! 방금 요단강을 건널 뻔한 사람한테…! 어? 해동나리?”

 

  양 팔로 날 받아낸 사람은 다름 아닌 은월지의 수상한 귀족 해동이었다.

 

  그도 이 딸랑대는 아부의 현장…이 아니라 수렵대회에 참석한 모양이었다.

 

  흠, 아부와는 좀 거리가 먼 사람 같은데….

 

  난 머릿속으로 진지한 표정을 한 해동이 양손을 비비며 왕에게 알랑방귀를 끼는 모습을 상상하다 작게 ‘풉!’하고 웃어버렸다.

 

  “정신 차렸으면 좀 내리시오. 팔이 떨어질 것 같소.”

 

  그 말에 난 그의 품에서 얼른 내려왔다.

 

  땅에 내려오니 백마를 탄 해동의 근사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좌평 사택지적이 그랬던 것처럼 흑단 같은 까만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어깨로 늘어뜨리고 이마엔 붉은색 머리띠를 동여맸는데 머리띠 중앙엔 비취가 달려있었다.

 

  양 귓불엔 걸린 금 귀걸이가 살랑살랑 흔들렸고 그가 걸친 옷의 정교한 금박 문양이 햇빛에 반사되어 꼭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반짝였다.

 

  그의 어깨에 메인 화살 통엔 아름다운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그의 허리춤에 채워진 칼집엔 큼지막한 보석들이 박혀있었다.

 

  와…. 진짜가 나타났다.

 

  진짜 백제 귀족이 말이야!

 

  그는 온몸으로 ‘백제의 귀족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해동은 내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엄청난 귀족인 것 같았다.

 

  “흠,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네요.”

 

  내 말에 그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했다.

 

  “그대는 여기서 뭐하는 것이오?”

 

  그의 물음이 잊고 있던 나의 임무를 상기시켰다.

 

  난 저벅저벅 걸어 떨어진 화살 통을 들고 주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화살들을 줍기 시작했다.

 

  “보다시피 귀하신 분들이 싸지른 화살을 줍고 있었어요.”

 

  “방금처럼 들짐승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을 터인데, 너무 위험한 것 아니오?”

 

  난 화살 5개를 한 번에 통 안에 넣으며 대답했다.

 

  “나리, 생각보다 귀족들과 왕족들은 우리 같은 천것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겨주지 않는 답니다. 아까 그러더라고요. 날아오는 화살이든, 덤벼드는 들짐승이든 알아서 피하라고요. 아, 정말 이 나라는 귀족들을 위한 나라 같아요. 전하께서도 우리 목숨을 파리같이 여길 텐데 귀족들이야 오죽하겠어요?”

 

  난 괜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해동이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울화통이 터져 괜히 그에게 분풀이를 한 셈이었다.

 

  목마지나 해동이나 사밀과 같이 권력을 쥐고 흔드는 여느 귀족들처럼 느껴지지 않았기에 자칫하면 내 목이 날아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늘어놓았다.

 

  하지만 곧 말을 끝맺고 나는 그가 엄청난 귀족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곁눈질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그는 언짢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그 어떤 때보다도 진지하게 말했다.

 

  “왕이나 귀족들은 궁인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일 것이오.”

 

  “아, 됐어요. 내가 뭐 나리의 변명을 듣겠다고 꺼낸 얘기는 아니거든요?”

 

  나는 흩어진 화살들을 다 주워 담자 천천히 걸으며 주변에 떨어져있는 화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대는 이 나라, 백제의 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아까 잠깐 들어보니 꽤 부정적인 듯 하오만….”

 

  해동은 천천히 말을 몰아 내 뒤를 쫓으며 물었다.

 

  “엄청 부정적일 건 또 뭐가 있겠어요? 전하를 제대로 뵙지도 못했는데.”

 

  무성한 잡초 사이에서 화살 한 대를 찾아냈다.

 

  이놈의 귀족 놈들 화살을 도대체 얼마나 싸지르고 다닌 거야?

 

  “뭐… 일반적으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 눈엔 자신의 발밑에 깔린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말이죠.”

 

  “흠, 내 입으로 이야기하긴 좀 그렇지만… 현 백제의 왕은 꽤 괜찮은 사람이오. 그대도 일월전에서 일하다보면 분명히 그 점을 알게 될 것이오.”

 

  “아, 예. 예. 해동 나리께선 참으로 충신이시군요. 전하도 아니 계신 마당에도 계속 딸랑이를 흔들어 대는 것을 보면… 악!”

 

  눈보다도 하얀 백마를 타고 천천히 날 따라오는 해동을 바라보며 걷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다.

 

  최근 접질린 발목에 무리가 가며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갑작스런 통증에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괜찮으시오? 어디 다쳤소?”

 

  해동의 물음에 난 손을 내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살짝 발목을 삔 것뿐이에요. 괜찮아요.”

 

  “어디 좀 봅시다.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해동은 말에서 내려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곧 한쪽 무릎을 꿇어 내 발목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내 발목을 손으로 잡고 요리조리 돌려봤다.

 

  겨우 한 뼘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내 발목의 상태를 걱정하는 해동의 잘생긴 얼굴에 내 뺨이 복사꽃 색으로 살며시 물들었다.

 

  “이렇게 하면 아프시오?”

 

  그가 말과 동시에 내 발목을 살짝 돌렸다.

 

  “아이고오! 누구 발목 아작 낼 일 있어요?!”

 

  비명과 함께 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무래도 전에 다친 곳이 덧난 듯하오. 데려다 줄 터이니 오늘은 담당 고마인에게 고하고 처소에서 쉬시구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해동은 겨드랑이 쪽을 잡아 날 일으켰다.

 

  그리고 날 번쩍 들어 자신의 말에 태웠다.

 

  “겁나 …박력 넘치네.”

 

  내가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 해동이 가볍게 휙 뛰어올라 내 뒤쪽에 올라탔다

 

 . 그가 가볍게 배를 걷어차자 말이 부드럽게 다가닥 거리며 걸었다.

 

  “그런데 잡은 멧돼지는 저렇게 놓고 가도 돼요?”

 

  “어차피 덩치가 커 나 혼자 옮길 수 없소. 나중에 사람을 시켜 가져오게 하면 그만이오.”

 

  “…그렇군요.”

 

  대화가 끊어지자 애써 무시하던 요란한 심장소리가 고막을 통해 들려왔다.

 

  울퉁불퉁한 숲길을 걸으며 말이 들썩 거릴 때마다 등 뒤에서 그의 몸이 살짝 맞닿는 은근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고삐를 잡기 위해 내 옆으로 쭉 뻗은 팔이 마치 그의 품속에 폭 들어와 있는 착각을 주자 내 심장박동은 이제 중중모리장단을 넘어 자진모리장단에 접어들었다.

 

  ‘착한 생각, 착한 생각.’

 

  하지만 내 노력에도 심장은 부정맥이 온 듯 하염없이 쿵쾅거렸다.

 

  아니, 이 정도면 진짜 부정맥 아니냐고?

 

  우리 할아버지가 아마 부정맥 때문에 돌아가셨지?

 

  이제 와서 내 유전자에 새겨진 부정맥 요인이 발동했나?

 

  “…이놈의 부정맥….”

 

  혼자의 망상에 빠져있던 내가 무심코 마음속의 말을 내뱉었다.

 

  “부정맥?”

 

  “아, 제가 부정맥이 좀 있거든요. 심장이 갑자기 두두두 두둑하고 뛰는 거요.”

 

  “그건 심각한 병이지 않소? 내 고마인에게 말해 의원을 부르라 하겠소.”

 

  “안 돼요! 아니, 내 말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정도라는 말이에요. 물론 이러다 갑자기 심장이 멈추면 좀 심각해지는데… 어쨌든 괜찮아요. 아, 그리고 전에 제가 살던 나라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었죠?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 궁금하지 않아요? 나 같으면 엄청 궁금할 것 같은데?”

 

  나는 말도 안 되는 말로 화제를 돌리려고 애썼다.

 

  이 이상으로 고마인에게 찍혔다간 내 앞날이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도 있지도 않은 병을 핑계로 꾀병 부렸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말이다.

 

  “사소한 일이 아닌 것 같지만 그대가 그리 말하니 넘어 가겠소. 그럼,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 말해 보시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아! 민주공화국이 뭐냐면 말이죠….”

 

  난 해동과 함께 말을 타고 숲을 거닐며 우리나라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

 

 

 

  왕과 귀족들의 휴식을 위해 쳐 놓은 천막 근처에 다다르자 해동은 날 말에서 내려주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발목을 조금 절뚝이긴 했지만 심하지 않아 나는 화살을 줍는 일 대신 채소를 다듬는 일을 하고 수렵대회가 막을 내리고 나서야 처소로 복귀했다.

 

  처소에 돌아온 난 빨래터에서 길어온 물에 천을 적셔 다친 발목에 냉찜질을 하고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낸 호랑이 연고를 얇게 펴 발랐다.

 

  “미리야! 어서 나와 봐!”

 

  발목에 연고를 바르고 누워있던 날 화인이 다급하게 불렀다.

 

  열린 문틈으로 나타난 그녀의 얼굴은 약간의 흥분이 서려있었다.

 

  “난 그냥 방에서 쉴래.”

 

  내가 일어날 의지조차 보이지 않자 화인이 방안으로 들어와 날 억지로 일으키려고 했다.

 

  “지금 처소 마당에서 잔치가 벌어졌다고!”

 

  “잔치고 나발이고, 난 이제 잔치나 대회라면 아주 이골이 난다.”

 

  “술도 있어!”

 

  술이란 말에 내가 벌떡 일어났다.

 

  술이라고?!

 

  동태눈깔처럼 흐리멍덩했던 내 눈빛이 반짝 빛났다.

 

  “잔치에 이 몸이 빠질 수야 없지. 가자!”

 

  화인과 함께 나오자 정말로 처소 앞마당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장 곰탕집에서나 볼 법한 큼지막한 가마솥에서 고기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익고 있었고 궁녀들은 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고기와 술을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 리타가 먼저 자리 잡아 놨어.”

 

 

  화인의 손에 이끌려 간 곳엔 정말로 리타가 구석진 자리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뜨끈뜨끈한 수육과 술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이야~ 이게 다 뭐야? 으흐흐. 오늘 아주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보자!”

 

  내가 다소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자 리타가 비위 상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잔칫집에 거지새끼가 안 올 리가 없지.”

 

  “어허! 거지라니! 자, 리타 동무 한 잔 따라 보시게나.”

 

  “누가 네 동무란 말이야?! 그리고 너 같은 사람이 있을 까봐 한 자리에 술은 한 병씩만 준댔어.”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궁시렁대면서도 리타는 내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잔에 술이 채워지기 무섭게 난 목을 꺾어 원샷을 했다.

 

  “크으! 술 맛 죽인다야. 근데 갑자기 웬 잔치래?”

 

  술잔을 홀짝거리던 화인이 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오늘 수렵대회가 있었잖아. 전하께서 손수 잡으신 짐승 몇을 궁인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사하셨대! 수고가 많다고 말이야!”

 

  흥분한 화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난 퍽퍽해 보이는 돼지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음, 한국에서 먹던 부드러운 육질과 달리 질기고 뻣뻣했다.

 

  질긴 돼지고기를 씹으며 난 아까 잡은 멧돼지를 떠올렸다.

 

  그릇에는 돼지고기를 비롯해서 닭고기 비슷한 것과 사슴이나 노루 고기 정도로 보이는 고기까지 합쳐서 그 종류가 서너 가지나 되었다.

 

  이걸 다 왕이 직접 잡았다고?

 

  궁인들 수가 그래도 꽤 될 터인데?

 

  귀족들이 잡은 것도 다 지가 잡았다고 구라치는 거 아니야?

 

  “현 백제의 왕은 무예가 뛰어나기로 유명해. 이 모든 것들을 다 한 발의 화살로 잡았다더군.”

 

  그릇이 담긴 고기의 출처에 대한 내 의심을 눈치 챘는지 리타가 말을 덧붙여 설명했다.

 

  “아! 어쩜! 우리 전하께서는 못 하시는 것이 있으실까?”

 

  나는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었다.

 

  백제의 왕, 어쩌면 사밀이 내게 이야기해 준 것과 정반대의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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